순례자의 길 (3)
“자, 잠깐!! 으, 으아···”
서걱!
“······아아?!”
나는 사람을 집어삼키려던 마수를 단칼에 베어버린 뒤, 그대로 마수들 사이로 뛰어들었다.
-Kyaaaak···!!
-Trrrrrrhhh···!!
마치 제 발로 찾아온 먹잇감을 환영한다는 것 마냥, 잿빛의 마수들이 일제히 으르렁거리는 울음소리를 토해냈다.
‘천마신공 天魔神功’
나는 무인이다.
그렇다면 무인을 증명할 수단은 무엇인가.
무학의 업은 무엇으로 정의되는가.
무武는 무엇을 행할 수 있는가.
그건 고민할 필요도 없는 문제였다.
그렇기에.
검극은 공간을 뛰어넘어 흐드러졌다.
일천검결 一天劍結
제마검형 際魔劍形
우웅!
색채 없는 괴물들 사이에서 뻗어진 검.
-Krrrr···?
-kiyaaak···!!
‘소혼난무 消魂亂舞’
불꽃처럼 타오른 칠흑의 검기, 그리고 잿빛의 괴물들 사이에서 펼쳐진 칠흑의 검무.
퀴이이잉-
물 흐르듯 흘러간 검극은 폭발하듯 쏘아져나갔고, 꽃이 흩날리듯 허공을 휘저은 검로는 그대로 마수들의 형체를 훑고 지나갔다.
그리고 그 순간-
마수들의 몸이 일제히 터져나갔다.
쾅! 쾅!! 콰앙!! 콰앙!!!
허공으로 비산하는 그림자의 조각, 그 몸체들은 녹아내리면서 강렬한 마력의 파동과 함께 폭발의 단말마를 내질렀다.
사방에서 터져나오는 마력이 기괴한 선율을 자아내며 주변에 울려퍼진다.
[만상세계에 업적이 기록됩니다.]
갑작스레 울려퍼진 전장의 화음은 마수를 피해 도망 다니던 이들의 발걸음마저 일제히 얼어붙게 만들었다.
“······지금 이게··· 무슨?”
“어떻게 한꺼번에 저렇게···?!”
“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주변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고, 나는 그 소음들을 흘려들으며 천천히 혈도를 풀어주었다.
그렇게 일순간 찾아온 전장의 소란을 흘려보내며 내력을 다스리던 순간.
-KRRRR··· KRRRRAAAAAAHHH!!!!!!
삽시간에 울려 퍼지는 굉음.
저 멀리서부터 강대한 포효소리가 터져 나왔다. 나는 그 즉시 소리의 진원지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내 눈에 들어오는 건 압도적인 기세로 휘몰아치는 마력의 형상.
아직 제대로 형성되지도 않은 몸체임에도 마수로부터 느껴지는 강렬한 마력은 그 거대한 몸을 타고 사방으로 퍼져나가고 있었다.
-윽···!! 방금은 도대체?
-뭐, 뭐야 저 소리는!
-!!!
거세게 울려 퍼진 굉음이었기에 사람들의 시선은 모두 그곳으로 향했고, 사람들 또한 뒤늦게 그 거체를 목도할 수 있었다.
그 순간.
-뭐, 뭐야 저 크기는!!!
-대, 대형종에 부, 부정형이라고···?! 서, 설마 저건···!!
-말도 안 돼··· 여기서 저런 게 나온다고···?
다시 한번 마수의 포효소리가 터져나왔다.
-KRRRRRRRAAAAAAAAAHHHH!!!!
쿠구구구구-!!
대기가 떨려온다.
묵직한 파장이 물결처럼 퍼져나왔다.
공동을 강타한 섬뜩할 수준의 악의는 휘몰아치는 마력속에 폭력적인 기세를 쏟아냈고, 그것을 목도한 사람들은 일제히 절망과 두려움이 섞인 외침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저런 걸, 저런 걸 어떻게?! 어떻게 죽이라는 거야···!!!
-수, 수호자급이다!!! 수호자급이다!!!
-우린 다 죽었어···!! 다 죽을 거라고!!!
-말도 안돼··· 어떻게 여기에!!
나는 그들의 반응을 이해할 수 있었다.
저 멀리서 서서히 형체를 갖춰나가는 거대한 괴물은 이제껏 상대했던 그 어떤 마수와도 다른 격차를 내비치고 있었던 것이다.
-Krrr··· KRRRAAAAAAAHHHH!!!!
압도적인 체구와 마력.
그 속에서 터져 나오는 강렬한 악의.
지난번 토벌했던 A급마수도 분명 강력한 개체였지만 저건 말 그대로 차원이 다른 괴물이었다.
대기를 타고 전해진 포효소리만으로도 상당한 위험성이 느껴지고 있었고, 그 속에 담긴 압도적인 마력에 피부마저 따가워질 정도였다.
그야말로 괴물 그 자체.
저런 걸 상대할 바에는 최대한 도망치며 시험이 끝날 때까지 버티는 게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
나는 그러고 싶지 않았고,
그렇기에 내 몸은 그곳을 향해 나아갔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해보자.’
저 괴물을 잡을 수 있을 것 같았으니까.
나는 이 순간 뒷걸음질이 아닌, 앞으로 나아가는 걸 선택했으니까.
오직 그뿐이었다.
***
유천하는 마수를 바라보았다.
-KRRR··· KRRRRAAAAAAHHH!!!!
거인의 형상을 빚어낸 칠흑의 마수.
크기가 얼마나 되는 걸까.
10m, 아니 12m에 가까운 몸체는 멀리서도 한눈에 들어왔고, 그 거체는 가까이 다가갈수록 시야를 가득 메꿔왔다.
표면의 형상은 끊임없이 일렁거리며 들끓었고, 신화 속 거인처럼 뿜어대는 위압감은 역겨운 기운과 함께 파도처럼 끊임없이 주변에 퍼져 나왔다.
-KrrrrraaaAHHHHHHHH!!!
“시끄럽군···.”
그 몸에서부터 피어나오는 기세만큼은 어지간한 고수도, 영물도 저리 가라 할 정도였지만 유천하는 개의치 않았다.
유천하의 눈이 그림자를 응시했다.
[특성이 개화하고 있습니다.]
-KRRRRRrrrrr···!!!
그 순간, 괴물도 유천하를 바라보았다.
자신을 향해 가해지는 적의를 인지한 것인지 괴물은 거대한 눈동자로 유천하의 시선을 마주함과 동시에, 그 몸을 분열시키기 시작했다.
찰흙이 쏟아지듯 꿀렁거리는 몸체.
끈적거리는 몸체가 기괴한 형상으로 꿈틀거리자 마수의 팔이 순식간에 여섯 갈래로 갈라졌고, 동시에 미간에서부턴 수십 개에 달하는 눈이 돋아났다.
보기만 해도 구역질이 날 것 같은 형상.
그렇게 순식간에 형체를 변형시킨 거인은 변화된 팔을 그대로 들어 올려 유천하를 향해 내리쳤고,
-KRRRRRAAAAAH!!
그와 동시에- 유천하의 내면에선 한 가닥의 매듭이 더 풀어져 나왔다.
‘암야운표.’
하나의 선이 되어 방위를 그어나가는 유천하의 발걸음. 그러자 거대한 팔은 그의 곁을 스치고 지나가 지면에 맞닿았다.
콰와아앙앙!!!!
그 순간 울려퍼지는 강렬한 굉음!
허공을 패대기친 공격이 그대로 지면에 맞닿음과 동시에 그곳에서부터 강력한 물리력의 파동 사방으로 터져 나왔다.
“···윽! 무슨!!”
“우··· 우와아악!!”
“꺄아악!! 아아악!!”
그 여파만으로도 마수를 피해 달아나던 이들이 바닥에 나뒹굴 정도.
단단했던 석재바닥이 한순간에 비산하며 깊은 구덩이를 만들었지만 유천하는 개의치 않았다.
‘빠르지만 못 피할 정도는 아니야.’
-KRRRR···!!
공격이 빗나간 걸 인지한 거인은 짜증을 느낀 듯 작게 그르렁- 거렸다. 그리고 지면에 처박힌 팔을 그대로 땅속으로 쑤셔 박았다.
쿠구국-!!
그 순간 그림자가 일렁거리며 유천하의 발밑에서부터 칠흑의 가시가 솟구쳤다.
푸슈슈슉!!!
그러나 유천하는 이미 그곳을 벗어난 뒤.
‘형상변화에 걸리는 간극도 길어.’
-KRRRrrrRRRAAAAAHHH!!!
연속해서 빗나간 공격에 괴물이 거친 분노를 토해냈다. 그리고는 온몸을 꿈틀거리며 남아있던 한쪽 팔을 그대로 수십 가닥으로 분열시켰다.
쿠루룩- 쿠룩-!
그 순간, 유천하의 내면 깊은 곳에 묶여진 매듭이 한 가닥 더 풀어졌다.
내면에서부터 터져 나온 패도적인 내력.
마수의 팔이 휘둘려졌고, 눈 깜빡할 사이에 하늘을 가득 메운 검은 채찍은 마치 폭우처럼 허공을 수놓으며 세계를 그림자로 적셔나갔다.
하지만.
‘우삼보, 좌상이보, 후일보, 전이보.’
어두운 밤, 하늘 위로 흘러가는 구름처럼 세계에 녹아든 유천하의 발걸음은 물결치듯 그 공세를 흘려버렸다.
-KRRrrr··· KRRRRAAAAHHH!!!
“지능은 없는 게 기세만 과하구나.”
포효소리와 함께 휘둘러지는 거대한 팔.
회피하는 즉시 이어지는 불규칙의 움직임은 끊임없이 공격을 내리쳤고, 유천하를 노리는 그림자의 채찍은 쉴틈없이 요동치고 있었다.
쾅-!! 쾅! 콰광!! 쾅!!
압도적인 체격과 무시무시한 질량을 바탕으로 쏟아지는 공세의 폭격. 사방에서 공기가 터져나간다.
허나 유천하의 발걸음은 한 치의 흔들림도 없었다. 아니 오히려 유천하는 자신보다 거대한 주먹을 빗겨내며, 그대로 그 팔을 내리그었다.
부우우욱-!!
푸하앗!
그림자가 갈라진다.
틈새에서부터 꿀렁거리며 뿜어져 나오는 수십 갈래의 가시들. 유천하의 검이 칠흑의 궤적을 그려냈다.
투웅! 퉁-!! 퉁! 퉁퉁!!
묵직한 질량감을 토해내며 울려 퍼지는 소리와 함께 공격을 받아낸 유천하의 검신이 퀴이잉- 파열음을 토해냈다.
단 한방. 스치기만 해도 치명적으로 작용할 공세가 계속되고 있었지만 유천하는 아무런 동요 없이 괴물을 응시하고 있었다.
‘······.’
본디 무공이란 사람의 손에 빚어진 기예.
무학의 업은 사람의 형상을 대상으로 발전해온 것이었기에, 사람이 아닌 것에게 무학의 잣대를 들이미는 건 미련한 짓이었다.
하지만 유천하의 눈앞에 놓여진 건 인외의 마수였고, 그 스스로의 무공으로 그걸 쓰러트려야 한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았다.
그러므로 유례없는 적을 마주한 지금.
유천하에게 이 순간은 새로운 세계를 향해 내딛는 도전과 생사의 갈림길이나 다름없었다.
그렇기에 유천하의 눈은 흔들리지 않았다.
마수의 움직임을 예측하기 위해서.
공세의 호흡을 간파하기 위해서.
마력의 흐름, 형체의 유동성, 시선의 이동, 적의의 발현, 그 모든 걸 들여다보았다.
-KRRRRRRRRAAAAAAAAHHHH!!!
침착하게, 그리고 냉철하게.
그리고 그 순간.
[특성이 개화하고 있습니다.]
유천하의 세계가 변화하기 시작했다.
***
유천하의 눈.
그것은 유천하가 태어난 순간부터 소유하고 있었던 천부적인 자질.
유천하의 눈은 한번 보는 것만으로 많은 걸 관찰할 수 있었다. 두 번 보는 것만으로 많은 걸 이해할 수 있었다.
그 눈은 남들보다 더 많은 걸 볼 수 있었고, 남들보다 더 깊은 세계를 들여다 볼 수 있었다.
하지만 한계는 존재했다.
인간의 감각은 육체에 기반을 두고 있었고, 생물로서 육체의 한계를 넘어서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으니까.
허나.
본디라면 보는 것- 그것만으로 끝났을지도 모르는 재능은 만상세계에 맞닿아 완전히 우화하기 시작했다.
영혼 깊은 곳에 자리했던 재능의 씨앗은 차원을 넘어 발아했고, 삼라만상의 업과 맞닿음으로써 그 몸을 꿈틀거렸다.
-KRRRRRRAAAAAAAHHH!!!!
콰-아아앙!!!!!
유천하의 내면 깊은 곳, 심상에 새겨진 하나의 근원에서 매듭이 풀어져 나온다.
우웅-
그리고 연이어, 다시 하나의 매듭이 더 풀어져 나왔다.
우우우웅-!!
유천하의 마음속, 심마를 묶어둔 매듭이 다시 한 가닥 더 풀려나옴과 동시에 그 내면 깊은 곳에서부터 패도적인 내력이 화산처럼 터져나왔다.
쿠구구구구구-!!!!
미처 제어하지 못하고 흘러나간 내력은 가시화된 운무가 되어 유천하의 몸을 휘감았고, 패도적인 기세로 주변을 휩쓸었다.
-K··· KRRrrr··· KRRAAAAAAAAA!!!!!
지금까지 풀려나온 가닥은 총 다섯 갈래.
이곳이 유천하가 도달한 경지의 끝자락.
유천하가 도달한 천마신공의 경지는 5성에 불과했고, 그렇기에 아직 오온을 깨닫지 못했던 유천하에겐 지금의 기세는 분명 무겁게 느껴졌을 것이다.
하지만.
‘한 번 더 가능할 것 같아.’
지금 이 순간, 유천하의 눈은 새로운 세계에 발을 들였다.
[특성이 개화하고 있습니다.]
마음의 변화. 미약한 깨달음.
만상세계의 업, 침식과 마주한 경험.
그렇게 삼라만상의 씨앗은 천부적인 자질과 맞닿아 새롭게 발아했고, 그 업이 개화됨과 동시에 유천하의 눈은 현상을 응시하기 시작했다.
세계와 공조해 만상을 직시한다.
지금 이 순간- 유천하는 형체의 규칙, 세계의 움직임, 기운의 흐름, 심지어는 스스로의 내면까지 들여다볼 수 있었다.
‘······.’
세계가 흘러간다.
휘몰아치는 세상의 기운. 퍼져나가는 마음의 파동. 만물의 움직임. 육체와 물질. 지각과 느낌. 표상과 생각. 의지. 의식. 의념.
그렇게 세계에 동화된 소년의 눈은 만상의 편린을 직시했다. 세계를 이루고 있는 그 모든 것을. 만상이 자아내는 황홀한 색채를.
-KRRRRRRRRRRRRRRRAAAAAA······
그리고 그 순간.
[특성이 개화합니다.]
[특성 - 만상의 눈]
심상의 매듭이 한 번 더 풀어져 나왔다.
***
그것은 하나의 무학이자 업.
[마음속의 마를 세워, 스스로를 이겨내니.]
먼 옛날 불가에서 시작된 수양의 업은 한 명의 구도자를 만나 새로운 열매를 피워냈고, 번뇌를 자아내 무아에 다다르기 위한 발걸음은 이내 하나의 깨달음으로 이어졌다.
[정신을 관조하고 업을 탈피하여.]
그 유지는 수많은 세월을 거친 끝에 다시 한 사람에게 이어짐으로서 오온과 유식을 깨달은 시조의 손에 하나의 무학으로 정립되었으니- 그렇게 사람의 업은 하늘에 맞닿았다.
[삼사도를 향해 나아가라.]
사람이 내재한 생명력과 정신. 그리고 쌓아올린 업을 빚어 토해내는 하나의 천도. 스스로의 번뇌를 비틀어 삼라만상을 뒤트는 경천의 역치.
[번뇌를 빗겨내 하늘에 맞닿아라!]
그 깨달음은 수행자에게 큰 힘을 주었기에 세상은 그 방법의 올바름을 인정치 아니해 배척하였고, 비틀림은 끝내 파국을 낳게 되었으니.
그렇게 세상은 사람의 업과 마주했다.
[무아를 깨달아 ‘나’를 깨달아라!]
그 결과- 마침내 그 업적을 인정할 수 밖에 없게 된 세상은 질시와 멸시. 그리고 경외와 찬사의 마음을 담아 시조에게 하나의 이름을 선물하게 되었으니.
그 이름이 바로-
[만상을 깨달아 ‘나’를 깨달아라!]
천마 天魔
-KRRRRRRRRRRRRRRRAAAAAA······
그렇기에 천마신공 天魔神功
하늘에 닿은 마귀가 빚어낸 역천의 무학.
사람이 쌓아올린 그 위업은.
이 순간, 머나먼 차원 너머에 강림했다.
“······.”
만상의 눈이 개화함과 동시에 유천하의 경지는 6성에 도달했다.
본래라면 깨달음을 통해 오온을 지각함으로써 도달했을 세계는 유천하의 눈이 만상의 본질을 직시하게 됨으로써 강제로 문을 열어 재끼게 되었고.
그 결과.
[만상의 눈이 체화됩니다.]
심상의 바다, 그 깊숙한 밑바닥에서부터 풀려나온 여섯 갈래의 매듭은 세계와 동조해 패도적인 기세를 내뿜었다.
쿠구구구구구-!!!!
내면에서 울려 퍼지는 심상의 고동.
두근- 그리고.
-AAAAAAAAAAAAAAAAAAAA······
천마신공 天魔神功
일천검결 一天劍結
제마검형 際魔劍形
단 한 번의 휘두름.
파천 破天
-······AAAAAAAAAAAAAAHHHHHH!
큉!
묵빛의 바람을 타고, 칠흑의 섬광을 품고.
호수에 떠오른 달처럼 흘러간 소년의 몸은 섬전과도 같은 속도로 검극을 쏘아냈고, 그 검은 찰나를 비집고 거인의 몸을 내달렸다.
퀴이이잉-!!
하늘을 베어가르듯, 대지를 갈라버리듯, 찰나를 넘어, 간극을 베어, 칠흑의 반월은 공간을 격살하며 마수의 거체를 향해 터져 나왔고-
콰르륵-!!
서걱-!! 그 순간 마수의 몸이 반으로 쪼개짐과 동시에 그 거대한 육체는 지면을 향해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쿠우웅!!!!
공동에 울려퍼지는 묵직한 굉음.
그리고 삽시간에 가라앉은 주변의 마력.
그렇게 12m에 달하는 거인의 몸체는 작디작은 검 한 자루에 맞닿아 반으로 쪼개져 쓰러졌으니.
카륵-!!
하늘을 향해 뻗어나갔던 검격도 흩어지고, 일렁거리던 그림자마저 얼어붙은 그 순간- 멈춰있는 유천하의 검. 그곳에 몰아치던 기운은 더 이상 일렁거리지 않았다.
그저 잔잔하게, 그저 고요하게.
콰아-아앙!!!!!
[만상세계에 업적이 기록됩니다.]
유천하의 몸을 휘감고 일렁거리던 검디검은 빛깔은 흑요석처럼 단단하게 정련되어, 밤하늘의 별처럼 빛나고 있었다.
그렇게.
[과업 – 스스로를 증명하라.]
[과업을 완수하였습니다.]
적막이 내려앉은 멈춰버린 세계.
그 속에서 유천하는 새롭게 개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