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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막 남주의 시한부 유모입니다-148화 (148/190)

흑막 남주의 시한부 유모입니다 148화

“어떻, 어떻게 하면 좋죠?”

페넬로아는 고개조차 돌리지 못하고 서서히 열리는 문을 보며 말을 더듬었다.

일렉사에게도 보이고 그녀에게도 보이는 것을 벤야민은 보지 못하고 있으니 시선을 뗄 수 없었다.

‘하지만 무서워!’

짧지도 길지도 않는 인생에서 온갖 경험을 다 해 봤던 페넬로아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이건, 그녀가 모르는 세계였다.

“시선을 떼지 말고 고정해. 저 문이 열려 봤자 아무것도 없을 거라고 생각하고.”

“그렇게만 하면 되나요?”

“그래. 이건 놈이 즐겨 사용하는 마법이야. 사람 골려 먹기 딱 좋지.”

벤야민은 한숨을 삼키며 페넬로아의 눈동자에 비치는 문을 노려보았다.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공포를 자극해 상상하면 상상하는 것 이상을 보여 주는 환각 마법이었다.

아마 벤야민과 벨루나, 그리고 무력과 정신력이 상당한 암브로시아 기사단을 제외하면 전부 이 환각 마법에 빠지게 될 것이다.

이런 쓸데없는 것에만 몰두하던 놈이었다. 그러니 흑마법 따위에도 관심을 가졌겠지만.

“별거 없다고 생각하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사라질 거다.”

“만약 생각해 버렸으면 어떡해요?”

벤야민의 말에 일렉사가 울 것처럼 그를 올려다보았다.

“…….”

벤야민은 잠시 페넬로아의 눈동자에서 시선을 떼고 일렉사를 바라보았다.

“평소에 뭐가 무섭지?”

“제 유모요.”

“그럼 됐어.”

일렉사의 말에 벤야민은 안심하라는 듯 손을 들어 머리를 거칠게 쓰다듬어 주었다.

아이의 가늘고 부드러운 머리카락이 벤야민의 커다란 손바닥 아래로 헝클어졌다.

“정말 괜찮아요?”

“그래. 네 유모는 살아 있으니까.”

“……?”

일렉사는 벤야민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 고개를 옆으로 기울였다.

하지만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페넬로아는 그 말뜻을 아주 정확하게 이해했다.

“이런.”

그녀는 눈을 질끈 감아 버렸다. 생각하지 말라고 했는데, 저 말로 순간 상상해 버릴 뻔했다.

“그럼 죽은 것들을 보여 주는 거예요?”

“그래. 그러니 조심해. 벨루나가 말하기를 아주 끔찍했다더군.”

벤야민의 말에 클로드가 깜짝 놀라 되물었다.

“벨루나 누나도 이걸 당했다고?”

“그래. 방심했다가 당해 버렸지.”

올리븐이 처음 이 환각 마법을 개발해 최초로 사용하던 순간에 불행하게도 그 옆에는 벨루나가 있었다.

매일 밤 몰살당한 마을 사람들이 끔찍한 몰골로 그녀의 뒤를 쫓는다며 마탑을 전부 다 뒤집어 놓았다.

스승이 올리븐이 걸어 둔 환각 마법을 산산조각 내고 나서야 벨루나는 겨우 빠져나올 수 있었다.

그 뒤로 올리븐은 재미가 들렸는지 종종 이 환각 마법을 마탑 사람들에게 써먹고는 했다.

걸릴 때마다 벨루나에게 죽기 직전까지 처맞았지만 말이다.

“다른 사람들은 그럼 괜찮을까?”

벤야민의 말을 듣고 있던 클로드가 걱정 어린 눈으로 창밖을 바라보았다.

메이와 론다, 그리고 베론도 이 환각 마법에 걸려서 이리로 돌아오지 못한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괜찮아. 사용인들은 벨루나가 맡아 주기로 했으니까.”

“벨루나 누나도 당했다며!”

벤야민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했다.

“종종 당했지.”

“그럼 어떡해?”

“어떡하긴. 걱정이 없어지는 거지.”

미묘하게 겉도는 대화에 클로드는 짜증 난다는 듯 와락 인상을 구겼다.

“왜 걱정을 안 해?”

“너 바보냐.”

“내가 왜 바보야! 바보는 아저씨지!”

“벨루나가 당해 놓고 가만히 있을 성격이야?”

“그건 아닐 것 같은데…….”

클로드는 언제나 그에게 다정했던 벨루나를 떠올렸다.

벤야민은 그런 클로드의 얼굴을 보곤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스승님의 제자들 중 가장 성격이 더러운 건 벨루나야.”

“아저씨가 아니고?”

“그래. 스승님도 인정하셨으니 나중에 물어보든지.”

“…….”

클로드는 의심이 가득한 눈으로 벤야민을 바라보았지만 그는 어깨만 으쓱해 보일 뿐이었다.

올리븐에게 한번 당한 뒤로 벨루나는 이를 악물고 이 마법의 파훼법을 찾아냈다.

몇 번이고 같은 장난질에 일부러 당해 주며 말이다.

“그리고 난 이 환각 마법을 피하는 방법만 알 뿐, 파훼하는 법은 몰라.”

“그냥 부수면 안 돼?”

“안 돼. 이건 정신 마법이라 일방적으로 부수게 되면 마법에 당한 사람들에게 타격이 가.”

“……아저씨 쓸모없네.”

클로드의 눈이 조금은 더 싸늘해졌다.

“벨루나가 올 때까지 아무 일도 없게 하는 건 내 덕분일 텐데.”

“겨우 그뿐이잖아.”

“……너 가끔 날 아주 무시하는 경향이 있어.”

“가끔이 아니라 늘 그래, 난.”

다시 다투기 시작하려는 벤야민과 클로드를 보며 페넬로아와 일렉사는 불안한 시선을 주고받았다.

그들의 눈에만 보이는 저 문을 결국 벨루나가 올 때까지 가만히 보고만 있어야 하는 게 너무나 공포스러웠지만, 저 둘을 보니 그 공포도 결국 뒷전이 되어 버렸다.

겨우 진정이 된 페넬로아가 이를 박박 가는 벤야민을 보며 물었다.

“그럼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안전한 건가요?”

“아니.”

“아니라뇨?”

“저건 그냥 올리븐이 부릴 수 있는 잔재주 중의 하나일 뿐이야. 그리고…….”

벤야민이 말을 끝마치기도 전이었다.

“아아악!!”

창밖으로 사용인들 중 하나의 비명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콰아아앙 하는 굉음과 함께 저택 전체가 강한 진동으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까악!”

“어머니!”

페넬로아가 균형을 잃고 뒤로 넘어졌다.

일렉사가 놀라 다가가려는데 그와 동시에 옆에 있던 벤야민이 더 빠르게 움직였다.

“고개를 숙여!”

벤야민이 고함을 지르자 클로드는 빠르게 고개를 침대에 처박았다.

그리고 아슬아슬하게 와장창 하고 창문을 깬 날개가 달린 마물이 클로드의 방 안으로 날아들었다.

“끼이이이에에엑!”

방 안으로 들어온 마물이 커다란 손톱을 들어 올리기도 전에, 벤야민이 만든 마력의 창이 가슴을 꿰뚫었다.

“허억, 헉.”

놀란 클로드가 숨을 몰아쉬며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난생처음 보는 마물이 아이의 눈앞에서 바르르 몸을 떨며 죽어 가고 있었다.

“아, 아저씨…….”

“환각 마법 같은 잔재주보다 이게 진짜야. 사람을 해칠 수 있는 건.”

벤야민은 양손에 마력을 한가득 두른 채 수식을 외웠다.

“……!”

그러자 무수히 많은 마력의 창이 그의 머리 위로 떠올랐다.

검붉은 마력의 창들은 마치 피가 비가 되어 내리는 것처럼 클로드의 방 안을 가득 채웠다.

“신기해도 건드리지 마. 닿는 순간 피부가 썩어 들어갈 테니까.”

“……흡.”

마력 창이 신기해서 손을 뻗어 보려던 일렉사가 숨을 삼키며 팔을 거뒀다.

그때 넘어진 몸을 추스른 페넬로아가 창백해진 얼굴로 입을 열었다.

“차, 창밖에…….”

그 허망한 목소리에 클로드와 일렉사의 시선이 창밖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들의 얼굴은 페넬로아의 것처럼 새파랗게 굳어 버렸다.

“끄에에에엑.”

“까으아악.”

“캬르르르.”

온갖 마물들이 허공에 까맣게 난 구멍에서 쏟아지고 있었다.

붉게 물든 하늘이 온통 검게 보일 정도였다.

“저게 다 뭐야?”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리는 클로드의 말에 벤야민은 한숨 섞인 목소리로 답했다.

“흑마법으로 만든 키메라들이다. 마물들을 상대로 한 실험체들이지.”

“어떻게, 어떻게…….”

“그러니 이번엔 얌전히 내 옆에 붙어 있어, 꼬맹아. 나는 도통 누굴 지켜 본 적 없는 사람이니까.”

벤야민은 그렇게 말하며 페넬로아와 일렉사를 클로드의 침대로 보내 버렸다.

그리고 클로드의 침대에 이중으로, 삼중으로 방어 마법을 펼치기 시작했다.

“꾸웨에엑!”

가끔씩 부서진 창문으로 들어오는 마물들을 하나둘씩 처리해 가며 말이다.

“……무서워.”

일렉사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클로드와 페넬로아의 손을 동시에 잡았다.

클로드는 그런 일렉사의 손을 꽉 마주 잡아 주며 벤야민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벤야민은 마물들을 처리하면서도 계속해서 클로드의 침대를 감싸는 마법진을 겹겹이 쌓아 갔다.

“아저씨도 이리로 들어와!”

“안 돼. 그럼 마물들의 공격이 집중될 테니까.”

“다치면 어떡해!”

“……너 지금 나 걱정하냐?”

벤야민은 피식 웃으면서도 바닥에 쓰러져 떨고 있는 마물의 머리를 콱, 하고 밟아 처리했다.

“쓸데없는 짓이야. 이딴 것에 내가 다칠 리가 없잖아.”

벤야민은 그렇게 말하며 허공에 만들어 두었던 마력의 창을 하나로 모았다.

“……!”

그러자 거대한 창이 핏빛으로 물들며 하나로 만들어졌다.

엄청난 파공과 함께 회오리치기 시작한 창은 이내 벤야민의 손짓 하나에 순식간에 앞으로 쏘아졌다.

그렇게 앞으로 쏘아진 거대한 창이 마물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검은 구멍에 적중했다.

콰아아아앙!

엄청난 굉음이 온 저택을 울렸다.

그리고 그보다 더 크게 마물들은 비명을 내지르며 새까맣게 타 버린 채로 힘없이 추락했다.

“봤지?”

벤야민은 어깨를 으쓱하며 클로드를 바라보았다.

오랜만에 멍하게 풀린 클로드의 얼굴을 보니 그간 은근히 구박당했던 속이 확 하고 풀렸다.

한쪽 입꼬리를 끌어당겨 웃는 벤야민을 본 클로드가 멍하니 벌어졌던 입을 꾹 다물고 샐쭉하니 그를 노려보았다.

그러곤 퉁명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잘난 척하는 거 재수 없어.”

“……너! 그런 말은 어디서 배웠어.”

“아저씨한테.”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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