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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막 남주의 시한부 유모입니다-118화 (118/190)

흑막 남주의 시한부 유모입니다 118화

2장로와 3장로, 그리고 4장로는 사라에게 마탑에서 조사한 내용을 작성해 놓은 보고서를 내밀었다.

“마탑 내부에서 찾을 수 있었던 건 이게 다입니다.”

“…….”

사라는 마력으로 써 내린 기록들을 빠르게 읽어 내려갔다.

그녀의 시선이 닿았던 글자들 또한 사라가 읽어 내려가는 속도를 따라잡을 것처럼 빠르게 사라지고 있었다.

마력으로 이루어진, 마법사들이 사용하는 기밀 보고서였다.

이윽고 사라의 시선이 문서의 끝에 닿았을 때, 그곳에서부터 푸른 불꽃이 일어나 종이들을 전부 다 삼켜 버렸다.

“놀랍네요.”

사라는 보고서를 읽은 소감을 짧게 전했다.

장로들은 그제야 기다렸다는 듯이 앞다투어 입을 열기 시작했다.

“예에……. 아주 오래전부터 준비해 온 것으론 보이지 않았단 말이죠? 모든 것이 순식간에 이루어졌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예요.”

“그들이 연구했던 흑마법의 흔적만 해도 아주 초급에 가까운 수식들만이 있었다고 합니다.”

“올리븐, 그자 한 명만 제외한다면 말입니다.”

마탑 장로들이 하나씩 내뱉는 말들을 들으며 사라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마탑에서 생각보다 쓸 만한 자료들이 나와 주지 않은 것이다.

흑마법에 관한 연구가 상당히 진척되었을 거라고 예상했던 것과는 다른 결과였다.

“이해가 되질 않는군요. 그 아이가 단기간에 흑마법으로 이 정도 성취를 얻는 건 불가능해요.”

“그거야 그렇습니다만 올리븐의 방 그 어디에도 흑마법을 연구한 흔적은 찾지 못했습니다. 이 정도로 흔적을 남기지 않고 흑마법을 익히기란…….”

“알아요. 절대 쉽지 않겠지.”

사라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짚으며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여태까지 마탑에서 조사한 바로는 올리븐과 흑마법을 연구한 마법사들은 비교적 최근에 흑마법을 익히기 시작한 것으로 보였다.

발견된 수식들과 연구서들도 초급에 가까운 것이었고, 흑마법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실험체들이 몇 구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는 실험체를 이용한 흑마법을 대부분 실패했다는 것인데, 이는 마법의 성취가 그리 높지 않음을 뜻했다.

“그놈들이 단체로 어떻게 대장로님의 눈을 피해 연구를 할 수 있었겠습니까.”

“예에, 맞아요. 그간 저렇게 쥐 죽은 듯이 숨어 있었을 거란 말이죠? 아마 힘을 키울 시간도 없지 않을까요?”

2장로는 무섭게 얼굴이 굳은 사라의 표정을 살피며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아무래도 흑마법을 익히고 마탑에서 탈주한 마법사들의 수준이 높지 않다는 것에 안심하고 있는 듯했다.

하지만 사라는 한 가지가 자꾸 마음에 걸렸다.

“올리븐이 만들어 낸 장막은 아주 강력한 수식이 필요한 흑마법이에요. 그런 대규모 마법은 적어도 흑마법을 마스터해야 쓸 수 있을 텐데…….”

오직 올리븐만이 어디서 뚝 하고 떨어져 내린 것처럼 상당한 수준의 흑마법을 구사하고 있었다.

“역시 아무래도 직접 가서 확인해 봐야겠어요.”

사라는 결국 결심을 굳혔다.

올리븐이 어떻게 마탑에서 흔적조차 남기지 않고 흑마법을 익힐 수 있었는지. 그녀는 그것을 알아봐야만 했다.

“결국은 사라가 움직여야 한다는 말이군.”

그때 이 모든 대화를 가만히 듣고 있던 에단이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입을 열었다.

“마탑에서 알아낸 것이 겨우 이 정도라니.”

에단이 작게 혀를 차자 마탑 장로들의 몸이 동시에 움찔하고 떨려 왔다.

장로들은 난생처음 생필품으로 곤란을 겪게 한 에단 암브로시아에 대해 불편한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

겨우 제국의 공작가에 불과한 암브로시아가 마탑을 손아귀에 넣고 굴렸다는 생각에 고아한 마법사들의 자존심에 생채기가 난 것이다.

4장로는 헛기침을 하며 다른 장로들을 대신해 입을 열었다.

“그럼 암브로시아에서는 뭔가 알아낸 것이 있던가?”

하는 말은 빈정거리는 듯했지만 4장로의 시선은 에단을 주시하는 것이 아닌 허공을 맴돌았다.

말끝을 애매하게 흐리는 것이 혼잣말을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 모습을 본 사라는 작게 웃으며 말했다.

“할 말이 있다면 똑바로 해요, 4장로님.”

“아니……, 큼. 제가 암브로시아 공작에게 할 말이 어디 있답니까.”

“정말요?”

“그저 마법에 한해선 마탑의 추격을 따라올 자들이 없다는 뭐……. 크흡! 그런 말입니다.”

“이거 봐. 할 말이 있긴 했네요.”

“흠흠.”

어색하게 시선을 피하는 4장로의 주름진 얼굴이 파르르 떨리는 걸 보며 사라는 작게 웃었다.

그러곤 웃는 얼굴 그대로 에단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래서, 암브로시아에서는 마탑이 미처 찾지 못한 무언가를 찾으셨나요?”

“물론입니다.”

느긋하게 흘러나오는 에단의 목소리에 4장로의 눈동자가 화등잔만 하게 커졌다.

2장로와 3장로는 놀라움 반 흥미로움 반인 얼굴을 하고선 몸을 에단 쪽으로 급격하게 기울였다.

2장로는 특유의 질질 끄는 말투로 고개를 옆으로 까딱하며 물었다.

“예에, 그……, 마탑에서 놓친 흑마법의 흔적을 찾았다는 말이죠?”

“정확히는 흑마법을 구동하는 데 필요한 실험체들의 이동 경로를 찾았습니다.”

“……아하.”

에단의 말에 3장로가 무릎을 탁 치며 감탄했다.

4장로는 그제야 자신들이 놓친 것이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흑마법은 실험 대상을 필요로 합니다. 살아 있는 인간, 동물, 마물이 그러하죠.”

“……과연 그렇군요.”

사라는 마탑의 마법사들이 간과하고 있던 점이 무엇이었는지 알 수 있었다.

오랫동안 마법만 연구하며 마탑에서 살아온 마법사들은 마력을 추적할 줄이나 알지 사회와 자연에 존재하는 생명체에는 무지했다.

특히 인간 사회는 더더욱.

“암브로시아에선 빈민가에서 흔적조차 남기지 않고 사라진 사람들을 추적했습니다. 죽은 자라면 시체라도 찾을 수 있도록.”

에단은 그렇게 말하며 옆에 서 있던 제이드가 건네주는 영상 수정구를 모두가 보는 앞에 내려놓았다.

수정구에선 기괴한 모습을 한 채 죽어 있는 사람의 시체와 동물, 그리고 마물의 시체가 다양하게 모여 있었다.

“세상에나.”

사라는 손뼉을 치며 탄성을 내질렀다.

그는 저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찾아낸 양 말하고 있지만 절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빈민가는 하루에 수십, 수백 명씩 사람이 죽고 사라지는 곳이었다.

그런 곳에서 흑마법의 실험체로 희생된 자들을 찾아내는 것은 정말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그걸 알기에 그녀는 새삼스럽게 암브로시아 공작가의 정보력을 다시 보게 되었다.

“대륙 각지에서 찾아낸 실험체로 추정되는 시체들입니다.”

“……!”

사라는 황급히 에단에게 몸을 더 가까이 붙인 뒤 수정구를 들여다보았다.

그 시체들에겐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는데, 모두 사지가 다른 종족의 것이 붙어 있었다는 점이었다.

“맞아요, 흑마법에 희생된 시체들이에요.”

“감히!”

사라가 확답을 내려 주자 격분한 마탑의 장로들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들의 얼굴은 경악과 분노로 점철되어 있었다.

마법사는 개개인이 너무나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기에 그 힘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있어야만 했다.

생명을 경시해서는 안 된다.

그것이 마법사가 되기 위한 근간이 되는 마음가짐이었고 마법사의 명예였다.

흑마법은 그런 마법사의 명예를 무참히 짓밟는 악의 근원이었다.

“……그런데 올리븐이 아니에요.”

“예? 올리븐이 아니라니요.”

“내 제자라 감싸려는 게 아니에요. 수정구를 통해 보이는 마력은 올리븐의 것이 아니에요. 그런데…….”

사라는 미간을 좁히며 눈을 가늘게 뜨고 수정구 안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분명 흑마법 특유의 끈적하고 불쾌한 마력의 기운이 느껴졌지만, 온전히 올리븐의 것이 아니었다.

올리븐의 것이면서도 그의 것이 아닌 무언가가 섞여 있었다.

“사라.”

혼란스러워 보이는 사라의 손을 에단이 조심스럽게 감싸 쥐었다.

사라는 그제야 자신이 손을 떨고 있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잠시 고민해 봐야 할 것 같아요. 저것의 정체가 뭔지.”

그녀는 작게 한숨을 내뱉으며 마탑의 장로들을 하나하나 바라보았다.

“내가 알톤 영지에 다녀올 동안 암브로시아의 사람들과 함께 저 희생된 자들을 살펴봐 주세요.”

“……네.”

4장로는 자존심이 구겨진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2장로는 흥미로운 시선으로 에단과 사라를 번갈아 보았고, 3장로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얼굴을 하고선 가만히 서 있었다.

사라는 그들이 무얼 생각하고 있는지 눈치채고는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공작님에게 과한 관심 가지지 말아요.”

“……예에.”

“알겠어요.”

그러자 2장로와 3장로가 아쉬운 듯 말끝을 흐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라는 그 모습을 보며 크게 한숨을 내쉬고는 에단에게 귓속말로 속삭였다.

“저 두 사람은 호기심이 아주 많으니까 상대해 주지 마세요.”

염려가 묻어나는 목소리에 에단은 작게 웃으며 마찬가지로 조그맣게 속삭였다.

“걱정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내가 질투 나서 그래요. 저 말고 다른 마법사랑 친하게 지내지 마세요. 아셨죠?”

사라의 말에 에단의 눈썹이 까딱하고 움찔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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