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4화
“원래 와룡그룹에서도 멋쟁이로 소문난 사람이었답니다. 실력까지 좋아서 재색을 겸비한 능력자라는 평가를 받았다더군요. 실력은 모르겠고 외모는 확실히 멋지네요.”
“이놈아. 대 와룡그룹 마케팅 실장 출신이야. 누가 감히 실력을 의심해. 게다가 와룡그룹에서 야심차게 준비하고 있는 곳이 바로 크레이듀야. 혹자는 권력 다툼에서 져서 쫓겨났다고 하는데, 내가 볼 땐 절대 한직으로 밀려난 게 아니야.”
“그래도 다행입니다. 우리 초이스 에듀와 크레이듀는 그리 겹칠 일이 많지는 않잖아요. 모기업의 힘까지 생각하면 뒷배 없는 기가 싱크빅이나 재계서열 100위권의 세계그룹이 밀어주는 세계교육도 크레이듀와 비교하면 한 끗발 밀리는 게 사실이잖아요.”
“쯧쯧. 그건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소리지. 기가 싱크빅은 이빨 빠진 호랑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긴 해도, 어쨌든 우리나라 부동의 1위 학원이야. 그 위상을 무시할 수 없지. 초이스 에듀가 매출로 기가 싱크빅을 넘어선다고 해도, 그 이름을 넘어서려면 10년 세월도 부족할 수 있어. 명성이란 그런 것이거든. 사람의 머릿속에 한 번 꽉 박히면 쉽게 바뀌지 않아.”
“세계교육은요?”
“세계교육도 만만치 않지. 역사와 전통으로 따지면 기가 싱크빅도 한 수 접어줘야 하는 곳이거든. 그리고 대기업이라고 해서 무조건 성공하는 것도 아니야. 삼성 봐. 그렇게 대단한 회사도 자동차사업에 뛰어들었다가 쓴 물만 삼키고 물러났잖아.”
“듣고 보니 그러네요. 그런데 아무리 그래도 크레이듀를 다른 두 곳과 같은 용의선상에 두는 건 좀 과한 것 아닌가요? 제가 볼 때는 거의 혐의점이 없어 보이거든요.”
“그건 두고 보면 알게 되겠지. 내가 항상 이야기했지? 함부로 단정 짓지 말라고.”
크레이듀는 재계서열 2~3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거대 대기업인 와룡그룹이 야심 차게 시작한 외국어 전문교육기관이다.
처음에는 토익을 중심으로 토플과 텝스를 가르치는 대학생 및 직장인 위주의 영어 학원으로 시작했다.
그렇게 노하우를 쌓으며 중국어와 일본어 등 다른 외국어로 영역을 넓혔고, 유명 토익학원과 편입학원을 인수하면서 몸집을 더욱 키웠다.
토익학원으로는 이미 우리나라 최고의 위치에 올랐고, 편입학원 또한 기가 싱크빅 다음 가는 곳으로 자리매김했다.
그게 끝이 아니다. 재작년부터는 초, 중, 고등학교의 영어교육까지 손을 뻗으면서 우리나라 영어교육의 선두주자로 올라섰다.
건우가 영어를 가르치기는 하지만, 영어만을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입장은 아니기 때문에 두 곳의 영역이 크게 겹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레이듀를 용의 선상에 올려놓은 이유는, 초이스 애플리케이션의 전신인 코니 애플리케이션을 망하기 직전까지 몰고 간 곳이 바로 크레이듀이기 때문이다.
코니 애플리케이션과 크레이듀는 서로 영역부터 다른 곳이었다. 그냥 정당한 비용만 지급하고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했어도 손해 볼 일은 없었다.
크레이듀는 그러지 않았다. 굉장히 잔인한 방법으로 코니 애플리케이션을 짓밟았다.
오죽했으면 건우가 본 미래의 홍 사장이 와룡그룹 본사 앞에서 분신자살을 시도했겠는가?
다행히 건우의 개입으로 홍 사장의 미래가 바뀌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크레이듀의 흉악한 본성이 바뀐 것은 아니다.
조금만 눈에 거슬리면 잔인하게 짓밟고 보는 크레이듀이기에, 언제 어디서 초이스 에듀를 향해 날카로운 이빨을 들이밀지 예상하기 힘들었다.
그걸 잘 알고 있는 건우는 크레이듀가 유력한 용의자이든 아니든, 차 팀장에게 철저하게 감시하도록 지시했다.
건우 또한 장기적으로는 편입학원과 토익학원 사업에도 진출할 생각이 있기 때문에 더욱 조심해야 했다.
“마지막 선수 입장입니다. 저기 까만 슈트를 입고 오는 사람이 세계교육의 박유하 이사 맞죠?”
“창백한 얼굴을 보니 맞는 것 같다.”
건우와 나성천 대표가 인사를 나누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박유하 이사가 자신의 오른팔인 정 실장을 대동하고 나타났다.
“사진에서도 봤지만, 얼굴이 정말 하얗네요. 너무 창백해서 꼭 드라큘라 같아 보이는데요? 게다가 옆에서 꼭 붙어 다니는 정 실장이라는 놈의 기세가 보통은 넘어요.”
“흠…. 그러게. 확실히 보통 놈은 아닌 것 같아. 하지만 기세를 숨길 줄 모르고 저렇게 무식하게 자랑하는 걸 보면 우리 준규보다는 하수야. 그렇다고 해도 확실히 주의해야 할 인물임은 분명하지만.”
“그건 준규가 뛰어나서 그런 거죠. 저런 인물을 수하로 두고 있는 박유하 이사도 만만한 인물은 아니겠어요. 서자 출신이고, 그룹 내 입지도 나쁜 입장. 쫓겨나듯 세계교육 이사로 임명되었으나, 모두의 예상을 깨고 전국 매출 2위의 학원으로 성장시킴.”
“하지만 최근 우리 최 대표님의 등장으로 2위 자리가 다시 위태로워 짐. 물증은 하나도 없지만, 심증으로는 가장 유력한 용의자.”
“확실히 조사 내용을 보면 독사 같은 놈이군요.”
“독기도 있고 야망도 있는 놈이야. 뒤에 숨어서 음모 꾸미기 좋아하는 전형적인 모사꾼 스타일이지. 아직은 아무 물증도 발견하지 못했지만, 내 육감은 저놈이 위험한 놈이라고 말해주고 있어. 이번에 대표님을 해코지한 범인이 아니라고 해도 분명히 뭔가 저지를 놈이야. 주의해.”
“하나같이 만만한 사람들은 아닌 것 같습니다. 팀장님 말씀처럼 쉬운 일이 아니네요. 누가 진짜 범인인지 추리하는 것도 재미가 쏠쏠하네요. 흐흐.”
“누가 진짜 범인일까? 혼자 저질렀을까? 아니면 최 대표를 누르기 위해 이미 연합전선을 구축한 것은 아닐까? 확실히 재밌어. 우리 일만 아니라면 정말 흥미진진하게 구경했을 일이야.”
“잠시만요, 팀장님. 방금 종수에게 연락이 왔는데, 처음에 기가 싱크빅 용선재 대표와 함께 왔던 미지의 인물이 누구인지 알아냈답니다.”
“뭐? 벌써?”
“지문 뜨고 그럴 필요가 없었답니다. 용선대 대표가 아주 자랑스럽게 소개했다고 하더군요.”
“비밀스러운 인물은 아니라는 거네. 누군데?”
“이름 하도훈. 나이 25. MIT 기계공학에서 학사와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지금은 MIT에서 박사과정에 있다고 합니다.”
“뭐? MIT라면 미국에서 되게 좋은 공대 아니야? 거기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사람이 왜?”
“집안 형편이 매우 안 좋다고 합니다.”
“오호. 미국 명문대 출신인 최 대표님이 크게 성공을 거뒀으니 비슷한 레벨의 다른 유학생을 스카우트해왔다? 이건 생각지도 못한 일인데?”
“효과가 있을까요?”
“있지. 분명히 있어. 실력이 있든 없든 최 대표가 이미 성공을 거뒀기 때문에, 사람들은 미국 명문대 출신의 강사에게 기대를 가질 수밖에 없어. 실력이 어떨진 모르지만 당분간 관심은 집중될 거야.”
“이야! 사람 좋은 미소를 짓고 나타나더니만, 역시 가식적인 미소였어. 아까 말한 소리장도가 바로 이거군요. 꼭꼭 숨겨두고 있다가, 남의 잔칫날 떡하니 공개해버리다니. 꽤 음흉한 노인네인걸요.”
“그러게. 새로운 라이벌의 등장. 용선재 대표의 비장의 한 수가 이거였어.”
***
학원 건물답지 않게 세련되게 지어진 12층으로 된 두 동의 빌딩.
마치 아현동을 수호하는 천하대장군, 지하여장군처럼 위풍당당한 모습이었다.
개원식에 참석한 사람들은 초이스 에듀 본점 건물의 멋들어진 외관에 놀라운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아현동 본점은 지하포함 건물 각각의 총 바닥면적이 약 7천 제곱미터(2,117평)이고 동시 수용인원만 2천 명에 달한다.
단일 학원 규모로 따지면 명실공히 우리나라 최고의 학원으로 우뚝 서게 된 것이다.
단과반의 경우 학교가 끝나는 5시부터 법정 시각인 밤 10시까지 5시간 동안 강의가 개설된다.
수치상으로는 하루에 1만 명(중복포함)의 학생이 강의를 들을 수 있게 됐다.
물론 초이스 에듀의 강사와 직원들이 일할 수 있는 사무실과 상가 그리고 지하에 마련된 자습실 등을 제외하면 실제로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은 1,500명 안팎.
그렇다고 해도 하루에 7,500명이라는 학생을 순환시킬 수 있다.
하루에 적게는 3과목에서 많게는 5과목까지 중복해서 강의를 듣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실제로 학원에 등록해서 다니는 학생의 숫자는 대략 2,000~3,000명.
웬만한 고등학교의 정원이 1,500 ~2,000명 사이라는 것을 고려한다면 상당한 수용 능력이었다.
특히 주말 특강반을 포함하면 초이스 에듀가 한 달에 수강 신청할 수 있는 인원은 1만 명이 넘어간다.
단순화해서 한 달에 1만 건의 수강 신청이 이뤄지고 수강료가 10만 원이라고 가정한다면, 월매출만 10억 원이 된다.
거기에 재수생 종합반 또한 한 달에 4억 원 정도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기 때문에, 초이스 에듀 본점의 오프라인 월 매출만 14억 원. 1년이면 약 168억 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마음을 독하게 먹고 강의실에 의자와 책상을 빽빽하게 집어넣는다면 168억의 두 배 가까운 매출 증가를 기대할 수 있겠지만, 건우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학습 분위기였다.
그런 건우의 철학은 학원 내 곳곳에서 쉽게 드러났다.
사람들은 초이스 에듀 본점의 외형적 규모에도 놀랐지만, 진짜 놀란 건 학원 내부였다. 공부하는 학생들의 마음이 편안해지도록 들어서는 입구부터 안락하고 포근한 느낌을 주는 인테리어로 꾸며져 있었다.
단순히 입구만 그렇게 꾸민 것 아니라 강의실과 휴게실 심지어 화장실까지도 모던하면서도 편안한 느낌이 드는 디자인으로 어우러졌다.
디자인만 세련된 것이 아니라 시설 또한 대단했다.
지하에 마련된 500석 규모의 자습실은 완벽한 공기청정 시스템으로 지상보다 더욱 쾌적하게 만들었고, 칸막이가 된 자습 공간마다 그곳을 이용하는 학생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19인치 크기의 터치스크린이 설치되어 있었다.
공부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인터넷은 막아놨지만, 내부 서버와 연결되어 사용자가 원할 때면 언제든지 동영상 강의를 들을 수 있게 해놓았다.
의자는 모두 듀오X에서 나온 고급 제품으로 비치해 학생들이 편안하게 공부할 수 있도록 도왔다.
자습실이야 찾아보면 이 정도 시설로 꾸며진 곳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강의실은 달랐다. 강의실로 들어선 손님들은 예상외의 모습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내부 설비도 훌륭했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초이스 에듀의 공간 활용법이었다.
보통 인기가 많은 강사들의 수업일 경우 의자와 책상을 최대한 다닥다닥 붙여 강의실 내부를 마치 콩나물시루처럼 만드는 것이 관례 아닌 관례였다.
사실 관례라기보다는 악습에 가까웠다.
그런데 건우의 전용 강의실은 달랐다. 자리와 자리 사이를 넓혀, 답답함을 느낄 수 없는 쾌적한 환경에서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했다.
다른 학원이었다면 500명은 들어갔을 공간을 300명 정원의 강의실로 만든다는 건 보통 결심으로는 실행하기 어려운 일이다.
하루 다섯 번의 수업만 한다고 해도 평일만 1천 명, 주말까지 포함하면 한 달에 거의 2천 명 가까운 수강생을 포기하는 것이다.
금액으로 따지면 한 달에 2억 원, 일 년이면 24억 원이라는 엄청난 금액을 손해 본다.
그런 큰돈을 학생들의 쾌적한 환경을 위해 포기한다는 것은 아무리 잘나가는 건우라고 해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사람들은 경탄 어린 시선으로 건우를 바라봤다.
‘배가 불러 저런다’, ‘온라인에서 돈을 잘 버니 저런다’, ‘나도 최 대표처럼만 벌 수 있다면 그보다 더 많이 베풀고 살 자신이 있다’와 같이 뒤에서 못마땅한 듯 수군거리는 이들도 있었지만, 그들도 앞에서는 훌륭한 마인드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개원식에서 가장 이슈가 된 것은 학원의 멋들어진 외관도 잘 꾸며진 내부시설도 아니었다.
바로 기가 싱크빅이 새롭게 스카우트한 MIT 출신의 하도훈이었다.
그동안 미국의 명문대 출신이 영어강사를 하는 경우는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그러나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대입전문 학원에서는, 공식적으로는 한 번도 없었다.
능력이 부족할 리는 없다. 미국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공부하는 내용과 한국 대학입시 내용이 서로 많이 다르다는 이유가 가장 컸다.
그런 선입견에 가까운 인식이 건우로 인해 깨졌다. 어느 날 갑자기 혜성처럼 등장한 건우가 한국의 학원가를 순식간에 평정해버린 것이다.
약점으로만 생각했던 미국 명문대 출신 간판은, 오히려 학생과 학부모들을 유혹하는 매력적인 떡밥이 되었다.
US News&World Report지 선정 2014년 미국대학순위를 보면 다음과 같다.
1. 프린스턴대학교
2. 하버드대학교
3. 예일대학교
4. 컬럼비아대학교
5. 스탠포드대학교
5. 시카고대학교
7. 듀크대학교
7.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7. 펜실베이니아대학교
10. 캘리포니아공과대학교
10. 다트머스대학교.
1~10위는 사실상 큰 의미가 없다. 이 정도 레벨의 대학은 차이가 있어도 한 끗 차이다.
그저 여기서 이름이 실렸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히 명문대학이라는 걸 의미한다. 모두가 미국에서는 대단히 존중받는 대학들이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다르다.
모든 대학평가에서 항상 최상위권에 드는 프린스턴 대학에 대해 아예 잘 모르는 사람도 많고, 뉴욕의 최고 명문 대학을 컬럼비아가 아닌 NYU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상당수다.
어쨌든, 한국 사람들이 아는 미국의 최고 대학은 누가 뭐래도 하버드 대학이다. 그다음으로 인지도가 높은 대학은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
기가 싱크빅의 용선재 대표는 그걸 노리고 MIT출신의 강사를 데려온 것이다. 사람들의 관심이 몰릴 수밖에 없었다.
‘과연 최건우 대표의 아성을 무너뜨릴 수 있을까?’
‘또 미국 명문대 출신이야? 이러다가 해외파에게 우리 자리를 빼앗기는 거 아니야? 아무래도 대책 마련을 해야 할 것 같은데?’
‘미국 명문대가 무슨 대수야. 공부 잘한다고 좋은 강사가 되는 건 아니라고.’
‘최 대표 보고도 몰라? 일단 미국 명문대 출신이라는 간판으로 먹고 들어갈 거라고.’
‘최 대표 때문에 오히려 사람들이 더 몰릴걸? 막말로 외제가 좋다는 소문이 났으니, 사람들은 앞으로 더욱 외제를 찾게 될 거라고.’
‘그래 봐야 관심은 잠깐이야. 결국은 실력이 중요하다고. 최 대표가 하버드 의대 출신이라 관심을 받긴 했지만, 실력이 없었다면 지금의 위치에 올랐겠어?’
‘Mechanical Engineering이면 기계공학이잖아. 그럼 거기다 석사학위까지 땄다며. 서로 모셔가려고 할 텐데, 굳이 왜 어려운 학원 강사를 하겠다고 그러는 거야?’
‘집안이 어렵다고 하던걸?’
‘그래? 그걸 어떻게 알아?’
‘아까 하도훈을 알아보는 사람이 있더라고. 같은 과학고 출신이라고 그러더군. 집안이 괜찮게 살았는데 최근 1~2년 동안 형편이 많이 어려워졌나 봐. 박사 학위 공부 포기하고 취직하려고 준비하는 걸 용 대표가 어떻게 알았는지, 미국까지 건너가서 설득했다고 해.’
‘정말 젠장 이네. 이젠 학원 강사를 하려면 미국 명문대 출신 학위를 가지고 있어야 하나?’
‘그건 어렵지 않겠어? 대학을 가기 위해 공부해야 하는 내용부터 다른데.’
‘말이 그렇다는 거지. 웃자고 한 말인데 제발 다큐로 받아주지 말아 줄래?’
‘그나저나 얼마나 스카우트 비용은 얼마나 들었을까? 못해도 몇억은 줬겠지?’
‘몇억? 아까 누가 그러더라. 계약금 포함해서 1년 보장 금액이 십억 원이 넘어간다고.’
‘십억 원? 어디 개집 이름도 아니고. 사람 하나 스카우트하는데, 뭐가 그렇게 많이 들어?’
‘어중이떠중이는 아니야. 집안 형편이 어려워서 미국에서도 한국 교민들 중심으로 가정교사를 했는데, 잘 가르친다고 꽤 유명했나 봐.’
‘그래? 하긴 아무것도 없는 사람을 그냥 학위만 보고 덜컥 뽑을 용 대표는 아니지. 기가 싱크빅과 초이스 에듀의 2차전이 드디어 시작되는 건가? 기습을 당한 용 대표가 뽑아든 회심의 칼이라…. 왠지 흥미진진한걸?’
‘아무리 그래도 최 대표를 넘어서기는 어렵지.’
‘그거야 모르지. 우린 언제 최 대표 같은 사람이 나올 줄 알았나? 사람 일은 모르는 법이야. 그러니 함부로 장담하지 말라고. 이젠 우리도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고, 해외파에게 밀리지 않으려면.’
‘그건 그래. 만약 하도훈 선생까지 연착륙에 성공하면 그때부터 해외파 러시가 시작될 수도 있어.’
초이스 에듀의 내, 외관을 구경한 사람들은 식장 여기저기에 삼삼오오 모여앉아 기가 싱크빅과 하동훈에 대해 이야기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축하 행사는 이미 뒷전이었다.
그들의 산만함 덕분에 개원식 행사도 조금 어수선하게 변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