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3화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방금 앨런이 여기서 2년간 파트타임으로 일했다고 하셨는데 무슨 일을 한 거죠?]
[처음 1년은 서빙을 했고 나중엔 나를 대신해서 주방일도 했수.]
[그럼 여기서 일한 증거 같은 건 있나요? 있으면 부탁드려도 될까요? 시청자들을 위해서]
양 피디는 두 대의 카메라를 힐끗 쳐다봤다.
[하하하. 그건 어렵지 않수. 벽면만 봐도 알 수 있으니까. 한 번 둘러보쇼.]
바틀리 사장은 뭐 그렇게 쉬운 걸 물어보느냐는 듯 팔짱을 끼고 한 걸음 물러섰다.
마음껏 살펴보라는 의미다.
양 피디는 그의 제안에 조심스럽게 왼쪽 벽부터 훑었다. 이런저런 글씨나 그림이 대부분. 일종의 낙서였다.
이걸 왜 보라고 했을까?
의아해 하면서도 천천히 살피는데, 벽에 붙어 있는 사진 한 장이 눈에 들어왔다.
여러 명이 환한 미소를 짓고 있는 단체사진이었다. 대학생으로 보이는 외모.
그중 한 명이 눈에 익었다. 지금보다 조금 어려보이긴 해도, 그는 분명 건우였다.
양 피디는 카메라맨에게 손짓하면 사진을 찍게 했다. 그리고 자신은 다른 사진을 살폈다.
가게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사진이 많았다. 그리고 그 사진 중 1/5은 건우가 등장했다.
앞치마를 두른 건우, 머리에 위생 두건을 쓴 건우, 커다란 햄버거를 들고 환하게 웃는 건우, 테이블에 두꺼운 책을 잔뜩 펼쳐 놓고 공부 중인 건우.
바틀리 사장과 어깨동무를 하고 찍은 사진도 한두 장이 아니었다. 두 사람 다 얼굴에 미소가 가득했다. 사이가 얼마나 가까웠는지 누가 봐도 알 수 있는 사진이었다.
건우는 마치 바틀리 버거 역사의 일부처럼 사진 곳곳에 자연스럽게 등장했다.
[앨런 사진이 정말 많이 있네요.]
[당연한 거 아니유. 2년이나 같이 일했는데.]
[그렇다고 해도 사진이 너무 많은데요?]
꽤 역사가 깊은 가게가 분명한데 2년 일한 것치곤 건우가 등장한 사진이 많았다.
[그거야 당연히 앨런이니까.]
[네?]
[뭘 그렇게 이상하게 보슈?. 내가 그만큼 앨런이 마음에 들었으니까 그런 거지. 파트타임 직원 중에 주방을 맡긴 건 처음일 거유.]
[성실했나 보군요.]
[성실하다마다. 꼼꼼하고, 실력도 있고. 저기 메뉴판 보이슈?]
[네.]
[ASC 버거도 보이슈?]
[아! 세 번째 메뉴 말씀하시는 거죠? 보입니다. 설명에 고추장 불고기 버거라고 되어 있네요.]
[그게 우리 가게 인기 메뉴 중 하나인데, 앨런이 예전에 직접 개발했수.]
[헉! 앨런이 가게 메뉴를 직접 개발했단 말입니까?]
[그렇수. 앨런이 장난삼아 고추장 불고기를 갈아서 패티를 만들었는데, 그렇게 만든 햄버거가 생각보다 맛있는 게 아니겠수. 좀 매운 게 흠이라서 같이 연구해서 매운맛을 줄여 메뉴에 올렸는데, 그게 ASC 버거의 시작이었수.]
원래는 건우가 바틀리 사장에게 장난을 치려고 만든 매운 햄버거였다. 그런데 고추장 향을 숨기기 위해 마요네즈와 꿀 외에 몇 가지 소스를 더 섞는 바람에 매운맛이 약해졌고, 지금의 햄버거가 됐다.
[그런데 왜 이름이 ASC 버거인 거죠?]
[원래 이름은 앨런 쇼어 초이 버거인데 그렇게 하면 너무 길지 안수. 그래서 이니셜만 따서 ASC 버거라고 지었지. 가끔 망할 녀석들 몇몇은 ASS(멍청이) 버거 달라고 할 때도 있지만….]
처음부터 재미있는 에피소드 투성이다.
아직 본격적으로 촬영을 시작한 것도 아닌데 건우의 흔적을 많이 찾을 수 있었다.
햄버거 가게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면서도 최우등 졸업과 최우수 논문상을 받은 건우.
이것만 잘 편집해도 최소 중박 이상이 분명했다. 원래는 2부작 정도를 예상했는데, 이런 분위기면 5부작도 가능해 보였다.
양 피디는 점점 더 진해지는 대박 조짐에 흐뭇한 미소가 지어졌다.
#Scene.4 생물학 학과 사무실.
[안녕하세요. 스트리 교수님. 오랜만이죠?]
[세상에! 초이. 어서 와. 온다는 연락은 받았어. 그동안 마음고생 심했지?]
학과 사무실에 들어가자 스트리 교수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건우를 꽉 안았다.
스트리 교수는 하버드대 생물학과 학과장이다. 그리고 건우를 정말 아꼈던 스승이기도 했다.
[이렇게 찾아와서 면목 없습니다.]
[아니야. 처음 연락받았을 땐 이게 무슨 황당한 소리인가 싶어 어이가 없었는데, 한편으론 이해가 갔어.]
[네?]
[초이가 보여준 성과가 누군가의 눈엔 믿기지 않을 수도 있겠다 싶었지.]
[이런. 그건 너무 과한 말씀이세요. 그냥 작은 오해가 커졌을 뿐이에요.]
[그 정도가 아닐 텐데. 안 그래도 2학년에 한국 유학생이 있어서 자네 소식을 물어봤지. 아주 난리라면서?]
[하핫…. 어쩌다 보니 오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더라고요.]
스트리 교수의 환대와 위로에 건우는 울컥 눈물이 날 뻔했다. 오랜만에 아버지의 정을 느꼈다고 해야 하나.
그렇게 자신을 아껴줬던 사람인데 왜 예전 삶에서는 연락 한 번 안 했는지 죄송스러운 마음에 얼굴 들기가 힘들었다.
[안녕하십니까. 교수님. 저는 이번 방송의 책임 프로듀서입니다. 편하게 미스터 양이라고 불러주십시오.]
[반갑습니다. 미스터 양. 내가 뭘 도와주면 되겠습니까? 졸업증명서? 성적증명서? 말씀만 하세요. 바로 뽑아 드리리다.]
[네. 일단 그것도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궁금해하는 시청자들이 많아서….]
[그래요. 그럴까 봐 미리 창에 띄워놨으니 금방 인쇄되어 나올 겁니다. 다른 건 뭐가 필요하죠? 2014년 최우등 졸업자 명단? 최우수 논문 수여식 사진?]
스트리 교수의 말투가 묘하게 사나웠지만 양 피디는 이제 익숙해졌다.
여기 오기 전에 동기생 몇 명을 만나 촬영을 했는데, 건우에게는 아낌없는 호의를 양 피디에겐 밑도 끝도 없는 적의를 보였다.
처음엔 황당했는데 그만큼 건우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그런 행동을 한다고 하니 조금의 화도 나지 않았다.
[그런 것도 있으면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졸업식 동영상도 있는데 그건 어떻습니까? 그날 졸업식은 우리 초이가 주인공이었지요. 관심 있습니까? 그럼 내가 파일로 보내드리지.]
[물론입니다. 지금 이메일 주소 알려드릴 테니까 거기로 보내주십시오. 감사합니다. 초이에게 큰 힘이 될 겁니다.]
졸업식 동영상이라니!
아직 확인은 못 했지만, 대박이 분명했다. 최우수 논문상에, 최우등 졸업 그리고 졸업 연설까지. 이 모든 게 졸업식 동영상에 들어있을 테니, 이것보다 확실한 증거는 없다.
지금 당장 돌아가도 문제는 없다. 그러나 이건 시사가 아니라 예능.
이제 남은 촬영은 재미있는 에피소드 모음이나 마찬가지다.
물론 이렇게까지 해도 안 믿는 사람은 안 믿겠지만, 그 정도면 정신병 수준이니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아닙니다. 초이에게 도움이 된다면 그것보다 더한 것도 할 수 있습니다. 아! 그리고 숙소는 정했습니까?]
[네. 근처 호텔에 예약해뒀습니다.]
[호텔? 그건 취소하고 우리 집으로 오십시오.]
[아… 그게.]
갑작스러운 제안에 양 피디는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건우의 눈치만 봤다.
스트리 교수의 집까지 찾아가서 촬영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인데, 신세 지기 싫어서 항공권 비용도 스스로 낸 건우가 과연 받아들일지 그게 의문이었다.
[초이. 넌 어때? 우리 옛날처럼 밤새 토론이나 하자꾸나.]
[오! 그것 좋죠. 제가 교수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남의 신세 지는 건 싫어하지만 스트리 교수는 건우에게 제2의 아버지 같은 사람이다.
신세는커녕 오랜만에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기회인데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하하하. 좋아. 좋아. 미스터 양. 촬영은 언제 끝납니까?]
[두 군데 더 갈 계획이니까 늦어도 6시쯤 끝날 겁니다.]
[그럼 6시 30분까지 우리 집으로 오면 되겠군요. 초이. 우리 집은 기억하고 있지?]
[당연하죠. 교수님에게 끌려서 얼마나 자주 갔는데요. 1년이 지났다고 해도 눈 감고도 갈 수 있습니다.]
[그렇지? 집에다 식사 준비 부탁해놓을 테니까 이따 보자. 미스터 양. 남은 촬영 잘하시고, 이따 뵙겠습니다.]
[정말 초대 감사합니다. 교수님.]
#Scene.7 스트리 교수 집.
[어떻게 식사는 맛있게 하셨습니까?]
저녁 식사가 끝나고 거실에 둘러앉은 한국 손님들을 보며 스트리 교수가 물었다.
[물론입니다. 교수님. 미국에 온 첫날부터 이렇게 맛있는 식사를 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양 피디가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런데 거실 반대편 진열장에 자꾸 그의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 메달이 있었다.
다들 자리에 앉아 맥주를 마시는 사이 양 피디는 슬며시 자리에서 일어나 진열장으로 향했다.
황금색 메달이었다. 사람의 옆모습이 새겨진. 정장을 입은 남자인데 코와 턱에 수염이 가득했다.
영롱하고 아름다웠다.
‘허. 내가 알고 있는 그 메달이랑 진짜 닮았네. 설마… 아니겠지? 에이 설마.’
메달에 새겨진 글자는 ‘ALFR. Nobel’.
‘허거걱! 뭐…뭐야. 진짜 노벨상 메달이잖아. 미친. 최건우 선생이 노벨상 받은 교수의 수제자였다고? 세상에! 정말 하늘이 돕는 건가? 이거… 이러다가 시청률 40%를 넘는 건 아니겠지?’
양 피디는 복잡한 마음을 숨기고 건우 옆으로 가 조용히 귓속말로 물었다.
“저기 최 선생님. 스트리 교수님 말입니다. 혹시 노벨상을 받으셨습니까?”
“네. 10년 전에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으셨죠.”
“헉! 겉으로는 평범해 보이는데 그렇게 엄청난 분이세요?”
말과 달리 양 피디는 금방 생각을 바꿨다. 하버드대 교수가 평범할 리가 없다.
“생물학에 있어서는 세계에서도 손에 꼽는 권위자세요.”
“그런 엄청난 분이면 미리 귀띔이라도 주시지 그랬어요? 좋은 홍보 거리가 될 텐데.”
“사실 그건 교수님을 이용하는 것 같아 안 밝히려고 했어요. 그런데 교수님이 이렇게 저를 초대해주실 줄은 몰랐네요. 예전엔 학부생이었지만 지금은 졸업했잖아요.”
건우는 그저 머쓱하게 웃기만 했다.
살짝 한숨을 내쉰 양 피디는 얼른 카메라맨 중 한 명에게 눈치를 줘서 장식장에 있는 노벨상 메달을 찍도록 했다. 이미 집 내부를 마음껏 찍을 수 있도록 허락받았기 때문에 문제는 없었다.
한참의 시간이 지나갔다. 대화는 대부분 스트리 교수와 건우가 주도했다.
처음엔 양 피디가 의욕적으로 나서며 몇몇 질문을 던지기도 했지만, 질문거리는 한계가 있었다.
두 사람이 일상적인 대화를 했다면 맞장구를 쳐가며 가끔 끼어들 건수라도 있었겠지만, 온통 알아들을 수 없는 전문 용어일 뿐이었다. 게다가 한국어가 아닌 영어.
그걸 계속 듣다 보니 졸렸다. 양 피디도, 작가도, 두 카메라맨도.
어쩔 수 없이 삼각대에 카메라를 세워 두 사람의 대화를 녹화하고, 네 사람은 스트리 교수가 제공해준 침실로 향했다.
[다들 갔군. 그럼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생물학 이야기를 제대로 나눠볼까?]
[윽! 본격적으로요? 졸업한 지 벌써 1년이 넘었어요, 교수님. 요즘 최신 트렌드는 잘 모르는데, 제대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지….]
[내가 초이 너의 생물학적 센스를 아는데 엄살은….]
[저도 엄살이었으면 좋겠네요.]
스트리 교수와 건우는 카메라가 돌아가는 와중에도 끊임없이 이야기를 계속했다.
어느 순간 서로의 이야기에 빠져 카메라는 의식하지 못할 지경이 됐다. 너무나도 전문적이라서 예능에선 절대 쓸 수 없을 정도였다.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난 양 피디가 비디오를 확인한다면 머리를 쥐어뜯으며 한숨을 내쉴지도 모를 일이었다.
[아! 초이. 혹시 요즘 내가 연구하고 있는 논문 좀 보겠어? 굉장히 신기한 바이러스를 발견했거든.]
[신기한 바이러스요? 교수님이 신기하다고 하시니 뭔지 궁금하네요.]
[흐흐. 너도 꽤 흥미진진할걸? 잠시만 기다려봐.]
스트리 교수는 재미난 걸 발견한 개구쟁이 같은 얼굴로 서재로 뛰어갔다.
꽤 두꺼운 논문이었다.
[RSFE-325 바이러스 연구?]
[일단 학술 명은 없고, 분자구조만 따서 그렇게 부르기로 했어.]
[일단 읽어볼게요.]
건우는 재빨리 논문을 읽어내려갔고, 스트리 교수는 차분한 얼굴로 맥주만 홀짝였다.
약 1시간 정도 지났을 때 건우가 논문을 내려놨다.
[어때?]
[굉장히 흥미로운데요. 이거 정말 바이러스 맞아요? 바이러스가 왜 숙주세포를 이용하지 않고 다른 바이러스를 이용하는 거죠?]
스트리 교수가 말한 RSFE-325 바이러스는, 일반적으로 알려진 바이러스 성질의 대부분을 가지고 있다. 99% 일치한다.
스스로 분열하지 못하고, 단독으로 생명 현상을 보이지 않는다. RNA 한 종류의 핵산만 가지고 있는 것도 그렇다.
다른 건 딱 한 가지다. 숙주 세포를 통해 생식하지 않고 타(他) 바이러스를 이용해 생식한다는 사실.
스트리 교수는 이것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이게 말이 안 되는 게, 다른 바이러스 또한 생식 능력이 없다. 그러니 다른 바이러스를 숙주 삼아 생식한다는 게 말이 안 된다.
일반적으로 바이러스가 세포를 숙주 삼아 생식하는 것도 스스로 생식 능력을 갖추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건 엄청나게 큰 차이다. 그리고 바로 이 차이 때문에 RSFE-325 바이러스는 바이러스라고 하기 애매해져 버렸다.
생긴 건 사람인데, 일반 사람과 달리 자가(自家) 생식하거나 동성(同性)과 생식하는 느낌?
과연 그런 존재를 사람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사람인데 사람이 아니듯, 바이러스인데 바이러스가 아닌 희한한 상황이었다.
[그게 문제야. 나도 계속 연구 중인데 도저히 감이 안 와. 재미는 있어서 포기하고 싶지 않고, 하지만 여기에만 매달렸다간 죽도 밥도 안 될 것 같단 말이지.]
스트리 교수의 말에 건우는 잠시 고민에 잠겼다.
건우는 RSFE-325 바이러스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15년 후에 스트리 교수가 기어코 정체를 밝혀낸다. 그리고 그 발견으로 생에 두 번째 노벨상을 받는다.
예전 건우는 학원 강사를 하면서도 생물학과 의학에 대한 미련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그 미련을 학술지와 논문을 꾸준히 구독으로 대신했는데, 그 덕분에 RSFE-325 바이러스에 대해서도 상당히 잘 알고 있었다.
이걸 말해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건우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어차피 스트리 교수가 밝혀낼 내용이니 굳이 나서서 힌트를 줄 필요가 없다.
그러나 스트리 교수가 RSFE-325 바이러스에 너무 심취한 게 문제였다.
지금은 그래도 이성을 지킬 정도였지만 5년 후엔 그에 대한 집착증이 심해진다.
5년 동안 매달렸는데도 아무 성과가 없다면 사람들은 둘 중 하나의 선택을 한다. 포기하거나, 더욱 미친 듯이 매달리거나.
스트리 교수의 선택은 후자였다. 그것도 극단적인 후자였다.
5년 후부터는 가정까지 내팽개치고 미친 듯이 RSFE-325 바이러스 연구에 빠져든다.
그때부터 무려 10년이다. 기어코 정체를 밝혀냈지만, 결과는 생각보다 허무했다.
굉장한 비밀이 숨어 있었던 게 아니라 생각을 전환만 하면 의외로 쉽게 풀 수 있는 비밀이었다. 그가 투자한 10년이 아까울 정도로.
하지만 떠나간 시간은 되돌릴 수 없었다. 외면받은 가족은 그에게 등을 돌렸다. 연구에만 몰두해 건강도 잃었다.
생애 두 번째 노벨상이라는 명성은 얻지만 스트리 교수의 말년은 굉장히 쓸쓸했다.
건우는 아직은 건강한, 풍채 좋은 자신의 은사를 바라보며 고민을 끝냈다.
[교수님.]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