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2화
건우가 동생들과 살고 있는 집과 한강 에듀케이션 사이의 한 오피스텔 사무실에 초이스 에듀라는 이름이 적힌 작은 간판이 걸렸다.
강북의 학원 건물이 지어질 때까지 임시로 만든 사무실이었다.
손다정이 학원을 그만두면서 그녀와 관련된 뜬소문들도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소문의 당사자였던 그녀에게는 정말 기분 나쁜 경험이었지만, 억울하다고 하소연할 시간도 그런 소문 때문에 상처받고 주저앉아 눈물 흘릴 여유는 없었다. 그만큼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새롭게 지을 학원 관련 업무, 제휴를 통한 학원 네트워크 구상, 건우의 참고서 출판 문제, 그리고 새로 뽑을 손다정의 팀원들까지.
얼마 전이었다면, 한강 에듀케이션의 행정실 직원과 본사인 SAE 컨설팅회사의 협조를 구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이젠 달라졌다. 지금부터는 새로운 직원을 뽑을 때까지 모든 일을 혼자 도맡아 해야 했다.
건우가 동생들을 학교에 태워다 주고 그녀가 있는 사무실로 출근하면 그때부터 두 사람은 정신없이 회의와 서류 작업을 반복했다.
그리고 오후가 돼 건우가 강의를 위해 한강 에듀케이션으로 가면 손다정은 그때부터 미친 듯이 돌아다니며 남은 업무를 봐야 한다.
건축회사, 전국 작지의 학원, 출판사 등 그녀가 가야 할 곳은 무수히 많았다.
모든 일을 마치고 녹초가 되어 사무실로 돌아오면, 오늘 있었던 일에 대해 정리도 해야 한다. 일이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되면 시간은 오후 10시가 넘는다. 그때쯤 학원에서 퇴근한 건우와 또다시 새로운 안건을 가지고 한참 동안 이야기를 나눈다.
그렇게 모든 일을 마치고 집에 도착하면 거의 새벽 1시다.
“아! 피곤해! 죽을 것 같아! 스카우트 제안할 때 덥석 무는 게 아니었어. 이렇게 일에 치여 살 줄 알았으면 계약금을 8억이 아니라 그 두 배쯤 달라고 했어야 됐어. 흑! 얼굴에 다크서클 좀 봐. 이젠 정말 30대 중반으로 보이겠다. 에휴.”
손다정은 최근 격무로 인해 얼굴이 많이 상하자 사무실에 있는 거울을 보며 투정 아닌 투정을 부렸다.
“굿모닝! 아침부터 뭘 그렇게 중얼거려요?”
“오셨어요? 호호호. 아무것도 아니에요. 좋은 아침입니다. 대표님.”
아직 초이스 에듀가 정식 출범한 건 아니지만, 손다정은 건우를 ‘대표님’이라고 불렀다.
“아무것도 아니긴요. 8억 어쩌고, 두 배 어쩌고 하는 것 같았는데.”
“그냥 혼잣말이에요. 젊어서 그런가? 참 귀가 밝네요.”
“네?”
“아무것도 아니라고요. 남자가 그렇게 집요하면 못써요. 그럼 오늘도 활기차게 회의부터 시작할까요?”
직장 상사와 부하 직원 사이지만, 나이 차이고 꽤 나지만 두 사람은 좋은 친구가 됐다.
처음엔 어느 정도 예의를 지키기도 했지만 거의 매일 같이 대화를 하다 보니 두 사람 사이를 가로막고 있던 어색함이라는 벽이 자연스럽게 허물어졌다. 이젠 서로를 굉장히 신뢰하는 진짜 동지가 되었다.
덕분에 오늘처럼 짓궂은 농담도 스스럼없이 할 수 있는 사이로 발전했다.
“그래요. 그놈의 지겨운 회의 오늘도 한번 해봅시다. 일 중독자 손 팀장님. 오늘은 또 어떤 주제가 저를 기다리고 있을까요?”
“가장 시급한 건 참고서 문제와 인터넷 강의 서비스 시작 일 결정이에요. 두 가지 문제를 우선 해결되어야 학원 간의 제휴도 가능해지거든요.”
“다른 학원에서는 연락이 여전히 많이 오나요?”
“그럼요. 수능 적중률에 대한 소문은 이미 대치동을 뛰어넘었어요. 강남 전체는 물론이고, 이제는 서울과 수도권에서도 굉장한 이슈가 되고 있을 정도예요. 지방 대도시도 마찬가지고요.”
“오호. 벌써 지방 대도시까지 소문이 퍼진 겁니까?”
“그러게 말이에요. 그래서 그런지 대표님이 만든 참고서를 입수한 학원도 꽤 많은 것 같아요. 정말 온갖 곳에서 연락이 오고 있거든요. 이러다간 일은 못 하고 전화만 받다가 시간을 다 보낼 것 같아요.”
“대부분은 참고서를 어디서 구할 수 있는지, 거기에 대한 문의라고 했죠?”
“그렇긴 한데, 소문이 어떻게 난 건지 제휴를 제의하는 곳도 꽤 많았어요.”
지금 잘 나가는 학원들은 당장 급할 것이 없었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학원들은 마음이 급했다.
몇 달 뒤면 폐업할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돌던 한강 에듀케이션이었다. 그랬던 곳이 기적처럼 우뚝 일어서더니 수강을 원하는 학생들이 넘쳐나 감당하기 힘들 정도가 되었다.
그것도 그냥 강남이 아닌, 사교육 1번지라 불리는 대치동에서 다른 학원들의 견제를 이겨내고 이뤄낸 성과라서 더욱 의미가 있었다.
과거 한강 에듀케이션 이상으로 재정상태가 위험한 학원들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제휴를 제의하고 있었다.
“그런데 무턱대고 전부 제휴할 수도 없잖아요.”
“당연하죠. 재정상태도 봐야 하고, 학원 강사들의 실력도 봐야 해요. 괜히 기본도 안 된 학원과 제휴했다가는 제살깎아먹기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
제휴 학원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수익은 늘어난다. 그러나 제휴 학원에 문제가 생기면 초이스 에듀 역시 타격을 입는다.
단기적으로는 몰라도 장기적으로 보면, 어중이떠중이는 반드시 솎아내야 한다.
“생각보다 일이 좀 복잡한데요. 학원 재정에, 강사 실력에. 그걸 언제 다 하려고요? 제 일이 아니라 크게 상관은 없지만. 어휴! 얼굴에 다크서클 좀 봐. 보약이라도 한 채 지어줄까요?”
건우가 장난치듯 놀렸지만, 손다정의 표정에는 여유가 흘렀다.
“됐어요. 이 나이에 보약은 무슨. 그리고 학원에 대한 정보 파악은 당연히 제가 안 하죠.”
“그럼요?”
“호호호. 제가 예전에 어디서 일했는지 잊으셨나 봐요?”
“아! 컨설팅회사. 거기다 의뢰하면 되겠네요.”
“그렇죠. 학원에 관련된 정보라면 거의 모든 것이 다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과목별 강사 서열도 있죠. 1위부터 500위까지. 대표님이 돈만 내주시면 돼요.”
“강사 서열요? 아니 학원이 무슨 프로축구나 프로야구도 아니고. 강사 서열도 있어요?”
이 이야기는 건우도 처음 들었다. 예전의 그는 학원 일과 동생, 이 두 가지에만 관심이 있었다.
그러니 다른 사람이 무슨 일을 하든 그건 관심 밖이었다. 세상을 넓게 보기 시작하자 정말 별의별 게 새로운 건우였다.
“당연히 있죠. 서열 1위부터 100위까지는 정확하게 나누어져 있어요. 100위 이후부터는 정확하다기보다는 대략적인 순위 정도죠. 그래도 그게 어디에요.”
“그런 게 있다니 정말 놀랍네요. 이제 보니 학원 쪽 컨설팅도 굉장히 체계적이군요.”
“그럼요. 그런 정도 정보도 없으면 이 바닥에서 살아남기 힘들죠.”
“그런데 서열이 완전히 정확한 것은 아니잖아요.”
이건 건우의 경험담이었다. 20여 년간 일하면서, 정말 실력 있는 강사를 몇 명 본적이 있었다.
감탄이 절로 나올 실력자들이다. 그렇지만 대부분은 외모 등 이런저런 이유로 평가 절하되어, 실력보다 터무니없이 낮은 대가를 받으며 일하고 있었다.
“그렇겠죠? 무협지처럼 숨은 고수도 있고, 은거 고수도 있을 수 있어요. 저희도 소문만 들었는데, 강남에서 과외만 전문으로 해서 수십억 원을 버는 사람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워낙 비밀리에 은밀하게 소개받기 때문에 아는 사람이 드물다고 해요. 그냥 풍문으로만 들어 사실인지 아닌지는 확인할 길은 없어요.”
“휘유…. 과외로만 수십억 원이라. 그럼 세금도 안 낼 테고, 정말 엄청나겠군요.”
“그렇죠. 그런데 말이 왜 이쪽으로 샜죠?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에요. 제가 일하던 컨설팅 회사에 제휴 대상 학원에 대한 자료를 요청할 테니까 비용만 여유 있게 준비해 주세요. 호호호.”
“그럼요. 그렇지 않아도 손 팀장님 얼굴에 다크서클이 신경 쓰여서 미안했는데, 그렇게라도 도움을 줄 수 있어 다행이네요.”
그렇게 말하는 건우의 얼굴에 장난기가 가득했다.
“아이, 좀! 그놈의 다크서클 이야기는 인제 그만 좀 할 수 없어요?”
“하하하. 미안해요. 하지만 자꾸 눈에 들어오는데 어떡합니까?”
“어휴…. 정말 끝까지! 내가 말을 말아야지. 아, 맞다! 그거 알아요?”
“뭘요?”
“최근 강사 서열이 대대적으로 업데이트되었어요. 누구 덕분에요.”
“그 누구라는 사람이 혹시 접니까?”
“어머 뻔뻔해라. 그렇게 콕 집어 자기라고 하고 싶어요?”
“대대적인 업데이트였다면서요. 여섯 과목을 혼자 가르치는 괴짜강사 말고는 그런 대대적인 업데이트를 할 수 있는 강사가 누가 있겠어요?”
건우의 자신감 있는 대답에 손다정은 어이없으면서도 웃을 수밖에 없었다.
누가 뭐래도 자신감을 가질 만큼 대단한 사람인 건 분명한 사실이니까.
“그래요. 맞아요. 여섯 과목 전부 서열 10위 안에 들었습니다.”
“에계계. 겨우 10위? 제가 그 정도 평가밖에 못 받나요?”
“계속 잘난 척할까 봐 가만있으려고 했는데, 그래도 사실은 말해줘야겠죠? 솔직히 10위도 엄청난 거예요.”
“그건 왜 그렇죠?”
“간단한 예를 들어볼게요. 요즘 가요 순위에서 가장 중요한 게 뭔지 아세요?”
“글쎄요. 아무래도 음반과 음원 판매량이 아닐까요?”
“그렇죠. 그런데 요즘은 음반 판매보다 음원 판매가 훨씬 커요. 사실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 큰 차이죠. 학원 강사 서열도 마찬가지예요. 서열 10위 안에 들었던 다른 강사들은 전부 자신만의 온라인 강의가 서비스되고 있어요.”
단순히 강의 실력으로 순위를 매기진 않는다. 그건 주관적인 요소가 너무 강하다. 개인적인 성향에 따라 호불호가 극명하게 나뉠 때도 있다.
그래서 보통은 객관적인 자료에 의존해 순위를 매긴다. 가끔은 건우처럼 예외적인 경우가 생기기도 하지만.
“그런데 저는 온라인 강의 서비스를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벌써 10위 안에 들었다?”
“그렇죠. 그러니 얼마나 대단한 평가를 받았다는 의미겠어요?”
“역시 그렇죠? 하하하.”
“그렇게 웃지 말죠? 되게 재수 없어 보여요.”
“자신감 넘친다고 생각해주면 안 될까요? 아! 그리고 의뢰하는 김에, 이승훈이라는 강사와 윤은영이라는 강사에 대한 정보도 같이 부탁드릴 수 있을까요? 이승훈 강사는 국어담당이고, 윤은영 강사는 역사 담당입니다.”
국어의 이승훈, 역사의 윤은영.
건우가 담당하지 않는 과목에서 최고의 실력을 갖추고 있는 강사였다.
그러나 그 실력에 비해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이기도 했다.
국어는 당연히 중요하다. 또한, 역사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2016년부터는 국사도 선택이 아닌 필수 과목이 된다.
건우는 자신이 운영할 초이스 에듀의 경쟁력을 위해 그들 두 사람을 스카우트하기로 마음먹었다.
아직 시간적 여유가 있는 덕분에 일단은 가벼운 정보부터 얻어 볼 생각이었다.
급하게 먹으면 체하는 법이다.
“이승훈, 윤은영이요? 저는 처음 들어보는데, 유명한 분인가요?”
“아니요. 명성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됩니다. 솔직히 무명에 가깝다고 할 수 있죠.”
“그런 사람들을 왜?”
“우연히 실력이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뿐입니다. 그리고 당장 뽑자는 게 아니라 일단 정보만 좀 알려달라는 거니까 너무 정색하지 마세요. 실력이야 두고 보면 알겠죠.”
“그렇다면 다행이고요. 농담이 아니라 국어와 역사 부분은 정말 실력이 있는 분들을 모셔와야 해요. 그건 건우 씨가 커버할 수 없는 과목이니까요. 무슨 말인지 알죠?”
손다정은 건우가 혹시라도 제멋대로 강사를 스카우트할까 봐 걱정이 되었다.
건우가 아무리 강사로서 대단한 능력을 지녔다고 해도, 강사의 실력을 파악하고 스카우트하는 일은 손다정의 몫이었다.
“그럼요. 그래도 편견 없이 객관적인 눈으로 실력을 지켜보자고요. 강사 스카우트에 대한 결정은 어디까지나 손 팀장과 함께할 생각입니다. 그 점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마세요.”
“알겠어요. 그럼 제휴할 수 있는 학원 정보와 부탁하신 두 선생님에 대한 정보는 바로 컨설팅회사에 의뢰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다음 건으로 넘어가죠.”
최건우, 이승훈, 윤은영.
초이스 에듀를 이끌 최강의 트로이카 삼인방.
손다정은 아직 이 세 사람이 일으킬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감히 상상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훗날 초이스 에듀를 완전체로 만드는, 학원가에서는 세기의 영입이라고까지 평가받는 두 강사의 이름이 그녀의 손에 의해 무성의하게 끼적여지고 있었다.
***
한때는 아이들의 시체가 많이 묻혔던, 한과 슬픔이 서린 아현동.
그러나 지금의 아현동은 래미안 푸르지오와 공덕 자이 아파트가 대규모로 건설되고 있고 아이파크가 건설예정인, 주거 중심의 도심지구로 변신을 꾀하는 중이다.
쿵쿵쿵!!
아현동의 애오개역과 충정로역 사이 대로변에 위치한 5층 건물 두 채가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철거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노인 한 명과 젊은 남녀가 곁에서 지켜보고 있다.
“와! 여기 위치 하나는 정말 끝내주는데요.”
“그렇지? 내가 좀 신경을 썼네. 클클클.”
“감사합니다. 회장님. 제가 생각했던 딱 그 위치입니다. 서대문구, 마포구, 용산구, 중구, 종로구. 이 다섯 개 구를 동시에 아우를 수 있는 완벽한 명당이네요.”
건우는 학원이 새롭게 세워질 위치가 자신의 마음에 정말 쏙 들었다.
처음 강북에 학원을 세우겠다고 결심했을 때부터 될 수 있으면 앞서 말한 다섯 개 구를 모두 커버할 수 있기를 바랐다.
그런데 건물들이 철거되고 있는 지금 위치는, 마치 건우의 머릿속을 들어갔다 나온 것처럼 절묘하게 딱 들어맞았다.
그게 끝이 아니다. 바로 근처에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세 곳이나 들어설 예정이고, 인근 지역인 공덕역이나 효창공원역 또한 재개발이 거의 완료되었다.
학원 건물이 완성될 즈음엔 주변에 대단위 아파트 단지가 넘쳐나게 된다. 이 정도만 해도 학원의 훌륭한 수요처가 될 충분조건을 갖추고 있다.
“명당도 그냥 명당이 아니야. 주변 아파트 단지가 완공만 되면, 거기 있는 학생들만으로도 학원 수용인원의 절반 이상은 채울 수 있을 거네. 그리고 2호선과 5호선이 지나가는 곳이라 교통의 요지이기도 하지. 이만한 입지조건은 억만금을 주고도 구하기 힘들어.”
“그렇긴 한데 회장님. 아무리 낡은 건물이라고 해도 5층짜리 빌딩 세 채를 철거하는 건 좀 과하지 않습니까? 이렇게 목도 좋은 곳인데, 건물 구매하는 비용만 해도 엄청났을 것 같습니다.”
“그만큼 높고 넓게 지어서 학생들을 많이 받으면 되지. 왜, 자신 없나?”
“그건 당연히 아니죠. 단지 빌딩 구매비용에 너무 많은 돈을 써버리면 새로 건물 올리고 학원 인테리어 하는데 돈이 부족하진 않을지 그게 걱정이 돼서요.”
건우의 걱정에 다정이 재빨리 나서서 설명을 시작했다.
“최 선생님.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사실 여기 철거되고 있는 건물은 모두 장만복 회장님 소유였으니까요.”
“이게 전부 회장님 소유라고요?”
“에헴. 재개발이 확정되기 전에 미리 구매해둔 곳이지. 주변 아파트가 완공되기 전까지는 건물을 놀리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는데, 다행히 좋은 투자처가 나와서 이렇게 투자하는 거라네.”
“건물은 놀려도 재개발 때문에 건물값은 엄청나게 올랐을 텐데요. 아무리 장 회장님 건물이라고 현재 시가를 생각하면….”
“다행히 장 회장님이 많이 양보하셨어요.”
“어떻게요?”
“건물가격은 제외하고 철거되고 있는 지역의 토지가격만 투자금에 포함하기로 하셨거든요.”
“헉! 건물가격만 해도 적지 않은 금액일 텐데요.”
“대단한 건 아니야. 토지가격만 해도 내가 구매했을 때에 비해 많이 올랐다네. 거기다 앞으로 1년은 건물에 대한 수입을 기대하기 힘들었는데, 그걸 생각한다면 생각보다 많이 양보한 것도 아니네. 내가 아무리 돈을 좋아하는 장사치라도 투자하는 곳에까지 크게 이문을 남겨 먹지는 않아.”
장만복 회장은 별것 아닌 것처럼 이야기했지만, 재개발이 확정되면서 건물 가격이 구매 시기보다 세 배 가까이 올랐다.
그중 토지가격이 제일 높은 비중을 차지했겠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순수한 건물가치를 무시할 순 없다.
적게 잡아도 최소 수십억 원은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지가격만 투자금에 포함하는 건 장만복 회장만이 보여줄 수 있는 엄청난 배포였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