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화
지금 당장은 아무것도 할 일이 없는 손다정만 초조한 얼굴로 서성거렸다.
‘아무리 최건우 선생이 대단하다고 해도 이번 일은 무리 아닐까? 나라도 말렸어야 했는데,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러라고 했을까?’
손다정은 머릿속은 복잡했다. 괜한 일을 한 건 아닌지 걱정이 앞섰다.
건우의 장담과 다르게 적중률이 바닥을 긴다면, 그는 제대로 된 강의도 못 해보고 조롱거리로 전락할 수도 있다.
그 대단한 하버드 의대를 휴학 중이라고 적극적으로 홍보해서 그런지 생각 이상으로 주목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대부분 사람은 건우의 그 말도 안 되는 ‘3-50-1000 공약’이 실패하기를 간절하게 바랄 게 뻔했다.
그리고 그들의 바람대로 적중률이 바닥을 긴다면, 대치동 학원가에는 발도 들이밀지 못하게 잘근잘근 밟아놓으려고 벼르고 있을 것이다.
위협 거리조차 안 되는 사람이라면 모를까, 장차 자신들의 경쟁자로 성장할 가능성이 충분한 건우를 가만둘 리가 없다.
그 사실을 간과하고 있었던 자신이 참 한심했다. 자책은 하고 있지만, 여기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그냥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하는 방법 말고는.
“아!”
감탄인지 한숨인지 모를 탄성이 들렸다. 손다정은 무슨 일인가 싶어 소리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누군지 확인할 순 없었다. 그녀가 고개를 돌렸을 때, 그 강사는 이미 고개를 숙이고 수능 문제 확인에 여념이 없었다.
“하하하하하.”
한참의 시간이 지난 후 원장이 큰 소리를 내며 웃었다. 기쁨에 찬 웃음소리는 아니었다. 기쁨보다는 허탈함에 가까운 웃음이었다.
손다정은 불안한 마음으로 원장이 있는 쪽을 바라봤다. 그리고 두 사람의 눈이 허공에서 마주쳤다.
“혹시 결과가 좋지 않나요? 웃음소리가 묘하게 슬프게 들리네요.”
“허무해서 그럽니다.”
“네?”
그게 무슨 말일까? 심장이 두근거렸다.
“이봐요, 손 과장님. 제 나이가 이제 마흔다섯입니다. 군대 제대하고 복학해서 정말 열심히 공부하고 임용시험에 합격했습니다. 그때부터 교사 생활 16년에 학원 강사로 1년입니다.”
“교직 생활을 하면서 EBS 강사도 3년 하셨잖아요.”
“그럼 뭐합니까?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데, 저는 그렇게 오래 교직에 있었어도 아직 수능 시험에 무슨 문제가 나올지 예측이 안 됩니다.”
김상문 원장의 얼굴엔 허탈함이 가득했다. 그럴수록 손다정은 조바심이 났다.
시원하게 본론을 말해주면 좋으련만 왜 이렇게 ‘잡설’이 길까 욱하는 마음이 생겼다. 그녀뿐만 아니라 이 방에 있는 모든 사람의 심정이 그랬다.
“그런데요?”
“완전히 빼다 박은 문제가 한두 개가 아닙니다. 솔직히 더 볼 것도 없습니다. 언어나 사회문제도 아니고, 과학이 숫자와 단어 몇 개만 다르고 똑같다면 이건 끝난 게임입니다. 이게 가능한 일인가요? 천재가 되면 정말 이런 것도 예상할 수 있는 건가요?”
원장은 그렇게 말을 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 순간 손다정의 입에서 안도의 한숨이 길게 흘러나왔다. 다리에 힘이 풀러 주저앉고 싶었다.
희한하게도 분명 다리에 힘이 없는데 폴짝폴짝 뛰며 소리치고 싶은 마음이었다.
하지만 담담한 표정의 강사들 얼굴과 마주치는 순간 미친 듯 분비되던 아드레날린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왜 그렇게 웃으셨어요?”
모차르트를 바라보던 살리에리의 심정일까?
“허무해서 그럽니다. 허무해서. 17년 동안 물리 한 과목만 팠는데도 불가능한 일을 겨우 20살 먹은 새파랗게 젊은 청년이 해냈지 않습니까? 질투하려고 해도 어느 정도여야 질투를 하지. 그냥 허탈하고, 허무합니다. 내가 그동안 뭐했나 싶고.”
“호호호. 아, 죄송합니다. 웃으면 안 되는데.”
다행히 질투심은 아닌가 보다. 손다정은 안도감이 들었다.
힘들게 반전(反轉)의 계기를 마련했는데, 내부의 갈등으로 지지부진해지면 곤란했다.
“아닙니다. 손 과장님 입장에서야 웃음이 나올만한 상황이죠. 어쨌든, 저도 한시름 놓았습니다. 이 정도면 내년 수능 준비반에는 사람들이 폭발적으로 몰리겠군요.”
“한시름 놓으시면 안 되죠. 원장 선생님도 지금부터 무척 바빠지실 겁니다.”
세상 모든 고뇌를 혼자 떠안고 있는 것처럼 초조한 얼굴로 사무실을 서성이던 손다정의 모습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그녀의 얼굴은 언제 그랬냐는 듯 활짝 폈고, 입가에 미소까지 머금으며 사무실 안을 둘러보았다.
다른 강사들의 표정도 다를 바 없었다. 처음엔 허탈함이 가득했지만, 희망적인 미래가 보이자 얼굴에 웃음꽃이 폈다.
이것 이상의 시나리오는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완벽한 스타트였다. 건우는 이미 자기 임무를 200%이상 완벽하게 수행했다.
이제 이를 홍보하고 앞으로의 장기적 계획을 짜는 일은 손다정의 일이다.
이미 그녀의 머릿속은 가장 효율적인 학원 운영을 위한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분주히 돌아가고 있었다.
***
이틀이 지났다. 이틀 전 고3 학생들의 수능 시험 때문에 떠들썩했던 대한민국에는 벌써 수많은 새로운 뉴스들이 등장했다.
포털사이트의 맨 꼭대기를 차지했던 수능 시험 관련 소식들은 다른 기사들에 밀려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아래로 내려갔다.
대학 원서 접수를 앞두고 있는 고3과 조금 있으면 고3이 될 예비 고3들을 제외하고는 모두 일상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여전히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한 곳이 있었다. 일상으로 돌아가기는커녕 점점 더 수렁으로 빠져가는 곳.
바로 대치동 학원가였다.
건우의 수능 시험 예상 50% 적중 소식이 전해진 지 이틀이 지났을 뿐인데, 대치동 학원가는 충격과 경악의 감정으로 헤어나오지 못했다.
대부분 학원은 건우가 족집게 강의를 하며 학생들에게 나눠줬던 유인물을 확보했다. 소문이 들렸을 때도 설마설마 했다. 하지만 문제 하나하나를 확인하면 할수록 충격은 더 커져만 갔다.
부정하고 싶어도 활자로 인쇄된 유인물이 증거처럼 남아있어 부정할 수 없었다.
새로운 건물에 좋은 시설로 무장한 한강 에듀케이션이 처음 등장했을 때, 잠깐 긴장하는 분위기도 있었다. 그러나 대치동 학원가의 높은 벽에 부딪혀 갈팡질팡하고 있는 모습을 보자, 그러면 그렇지라며 득의의 미소를 지었다.
갈수록 인기가 식어가자 몇 달이 지나지 않아 폐업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확신에 가까운 예측을 나왔다. 길어도 내년은 넘기지 못할 거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렇게 사람들의 뇌리에 잊혀가고 있던 한강 에듀케이션이 깜짝 쇼를 벌였다.
수능을 한 달여 남겨두고 하버드 의대 휴학 중인 강사를 스카우트했다는 소문이 났지만 그래 봤자 초짜다. 강의 경험이 거의 없는 강사가 뭘 할 수 있을지, 건우를 바라보는 시선은 회의적이기만 했다.
게다가 ‘수능 대비 3주 완성 특강반 모집. 수능 적중률 50% 이하면 1,000% 환불.’이라는 어처구니없는 광고를 내보냈을 때, 궁지에 몰린 한강 에듀케이션이 기어코 미친 짓을 벌이는구나 생각했다.
더군다나 한 과목도 아닌 여섯 과목을 한 사람이 가르친다는 이야기를 듣고 최후의 발악을 하는 것처럼 보여 불쌍하게 여기기까지 했다.
그런데 수능 시험이 끝나고 한강 에듀케이션과 관련해 믿기 힘든 이상한 소문이 나돌기 시작했다. 바로 건우의 강의내용에서 상당수의 수능 문제가 출제되었다는 이야기였다.
처음에는 거짓말이라고 생각했다. 관심을 끌어보려고 만든 유언비어라고 치부하며 신경도 쓰지 않았다. 한 과목이면 요행으로 가능할지 몰라도 여섯 과목은 불가능하다고 확신했다.
하지만 금방 사그라질 것으로 생각했던 소문은 일파만파 퍼져나가기 시작했고, 고작 하루 만에 대치동 학원가 전체가 건우 관련 소문으로 뒤덮였다.
예상치 못한 소식에 놀란 학원들은 그제야 부랴부랴 건우가 만들었다는 유인물을 확보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확인하기 위해 움직이긴 했지만 소문을 믿은 건 아니었다. 그저 소문을 진화시키기 위한 확인 사살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안일한 생각으로 무심코 유인물을 확인하는 순간, 믿기 힘든 적중률에 경악하고 말았다.
소문이 현실이 된 순간이었다. 더는 손을 놓고 방관하고 있을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 나의 수능 대박 경험기.
내 이름은 손병호다.
나는 절대 두 번은 하고 싶지 않은 고3이다. 공부는 잘하지도 못하지도 않는 평범한 학생이다.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은 하고 있지만, 노력에 비해 항상 성적이 낮아 불만이었다.
새벽 1시까지 공부하고 오전 5시에 일어난다. 고작 4시간만 자며 공부한 게 벌써 1년이 다 되어간다. 별 보며 나와서 별 보고 들어가는 삶의 반복.
그런 노력 덕분에 내신은 좀 올랐다. 그런데 망할 놈의 수능 모의고사는 내신과 달리 죽으라 오르지 않았다.
그럴 때면 세상이 참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부하는 양은 분명 내가 많은데, 그냥 많은 것도 아니고 월등히 많은데, 수업시간에 맨날 잠만 자던 옆에 앉은 친구 녀석이 모의고사 성적이 나보다 더 좋은 걸 보면 허탈해진다.
그럴 때마다 내가 정말 계속 공부를 해야 하나 회의감이 느껴진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딱히 내세울 만한 뛰어난 재능이 없다. 가진 거라고는 오직 성실.
성실함이 재능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내가 가지고 있는 유일한 재능이 바로 성실함이다. 성실하기만 한 내가 참 바보스럽지만, 오늘도 계속 열심히 공부한다. 언젠가는 보답 받으리라는 막연하게 믿음을 가지고.
‘수능 적중률 50% 보장. 적중 실패 시 1,000% 환불.’
TV홈쇼핑에서나 볼 법한 자극적인 광고 문구는 길을 가다 받은 전단지에 실린 광고였다.
아! 이러면 안 되는데 자꾸 눈길이 간다. 사기가 분명한데도 왠지 의지하고 싶어진다. 나는 그 전단지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고민의 고민을 거듭했다.
“야! 너도 그거 보냐? 하여간 머리 나쁜 애들은 어쩔 수 없다니까. 솔직히 저게 말이 돼? 수능 적중률 50%? 그것도 겨우 3주 만에? 지랄! 미치겠다. 머리가 나빠도 생각이라는 걸 해봐라. 저게 말이 되는지. 100% 사기다.”
젠장!
맨날 탱자탱자 놀면서 나보다 성적이 많이 좋은 내 짝꿍이 나를 보고 한마디 했다.
망할 녀석 같으니!
너 머리 좋은 건 아는데, 그렇게 대놓고 말하면 내 기분이 어떻겠냐? 나는 친구의 재수 없는 말에 빈정이 상했고, 홧김에 학원에 등록하고 말았다.
까놓고 이야기해 혹시나 하는 기대는 거의 없었다. 그런 요행수는 세상 물정 모르는 초, 중딩들이나 바라는 거라고 믿었다.
좀 더 솔직히 말하면 그딴 요행수보단 1,000% 환불에 눈이 갔다. 한 과목에 8만 원. 여섯 과목이면 48만 원이다.
1,000% 환불이면 열 배. 48만 원의 열 배면 480만 원이다. 3주를 투자해 480만 원을 벌면 남는 장사다.
수업 첫날 하버드 의대 휴학생이라는 강사는 나타나자마자 수업 들으러 온 학생들의 자존심을 긁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저 선생은 내 짝꿍은 비교도 되지 않는 천재다. 역시 천재들은 하나같이 재수가 없는 모양이었다. 천재성과 싸가지는 정비례하는 게 분명하다.
그런데 이상하다.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수업에 빨려 들어갔다. 정신 차리고 보니 수업이 끝나 있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수업이 아쉬운 건 맹세코 지금이 처음이었다.
난 우물 안에 개구리였다. 내 짝궁은 천재가 아니었다. 그냥 머리가 좀 좋은 놈일 뿐이다. 진짜 천재는 따로 있었다.
천재라는 단어는 최건우 선생님 같은 사람에게 어울리는 단어였다. 천재는 가르치는 것도 천재적인 모양이다. 수업은 당연히 최고고, 학생들을 압도하는 카리스마 또한 최고였다.
나는 직감했다. 이번이 나에게 온 마지막 기회라고. 수능 적중률이 얼마나 될지 알 수 없지만, 이곳에서의 3주는 나에게 최고의 인생 반전을 선사할 것이라는 확신에 가까운 예감이 들었다.
수능 당일이 되었다. 국어는 원래 자신 있는 분야라서 그럭저럭 잘 본 것 같았다.
그리고 문제의 2교시 수학 시간이 왔다.
시험지를 받고 문제를 확인한 나는 경악하고 말았다. 처음부터 최건우 선생님이 찍어준 문제가 나왔다.
심장이 두근두근 떨려왔다. 최대한 진정하려고 노력했다. 그냥 우연일지 모른다고 애써 무덤덤한 척했다.
하지만 문제를 풀면 풀수록 전율이 느껴졌다. 비슷한 문제도 꽤 있었지만, 이렇게 풀면 풀릴 것 같은 묘한 느낌이 드는 문제가 상당히 많았다.
그런 확신이 들자 떨리던 심장이 차분하게 가라앉았고, 나는 거의 무아지경에 빠져 정신없이 문제를 풀어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런 기묘한 경험이 수학이 끝이 아니었다. 내가 선택했던 지구과학과 생물 그리고 영어도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영어는 선생님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며 유인물로 나눠준 지문이 통째로 나와 깜짝 놀랐다.
이 정도 놀랐으면 이젠 무덤덤해질 만도 하련만, 자꾸 놀랄 일이 생겼다. 이러다 심장병이 생기는 건 아닐지 걱정이 될 정도였다.
수능 시험이 끝나고 놀러 가자는 친구들의 권유도 뿌리치고 곧바로 집으로 향했다.
지금은 노는 것보다 내 수능성적이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집에 도착하자 엄마가 초조하게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역시 놀러 가지 않길 잘했다.
엄마는 내가 집에 올 때까지 저렇게 초조해 하며 나를 기다리고 있었겠지?
“엄마. 흐흑.”
걱정이 가득 담긴 엄마의 얼굴을 보자 괜히 눈물이 났다.
“병호야. 왜 울어? 왜. 시험을 못 봤어? 그런 걸로 남자가 울면 안 되지. 걱정하지 마. 원하는 대학이 아니면 어때? 거기 가서 열심히 하면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어.”
내가 우는 모습에 엄마는 이상한 오해를 하고 나를 위로 했다. 그 모습이 웃겨서 그런지 울음이 멈췄다.
“그게 아니라, 엄마. 대박. 완전 대박 났어. 좀 있으면 교육방송에서 수능 풀이해주지? 그거부터 볼래.”
“뭐? 대박? 그게 정말이야? 호호호. 에구구 장한 내 새끼. 그래 난 네가 성공할 줄 알았어. 우리 아들이 그동안 얼마나 성실하게 공부했는데. 당연히 대박이 나야지.”
나의 설명에 그제야 기분이 좋아진 엄마가 나를 끌어안고 웃음을 지었다. 조금 민망했지만, 오랜만에 엄마의 따뜻한 품을 느낄 수 있어 기분이 좋았다.
잠시 교육방송이 시작되었다. 나는 수능 시험 수험표에 적어온 답을 하나하나 채점했다.
동그라미가 늘어날수록 손이 떨려왔다. 말을 안 듣는 손을 부여잡고 억지로 채점을 계속했다.
제2 외국어를 마지막으로 채점이 모두 끝났다. 천천히 점수를 계산했다.
어라! 이게 뭐지?
점수를 확인하는 순간 나는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몇 번이고 허벅지를 꼬집어 봐야 했다.
눈물이 찔끔 날 정도로 아픈 걸 보면 꿈이 아니라 생시였다.
미치겠다. 이게 정말 내 점수라고?
“병호야. 어떻게 됐어? 어머머, 얘 좀 봐. 왜 채점은 안 하고 애꿎은 허벅지는 꼬집고 그래?”
“어…엄마.”
“왜, 병호야.”
“엄마 절대 놀라지 마. 지난 모의고사보다.”
“지난 모의고사보다 뭐? 뜸들이지 말고 빨리 말해주면 안 돼? 엄마, 심장 떨려서 못 살겠어.”
“흐흐흐흐흐. 지난 모의고사보다 110점이 올랐어. 으하하하하. 엄마. 이 정도면 서울의 상위권 대학도 갈 수 있겠다. 엄마. 엄마. 나 어떡해. 으어엉.”
나는 믿기지 않는 결과에 참았던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어린애처럼 엉엉 울었다.
그러고도 믿기지 않아 바보처럼 채점표만 물끄러미 쳐다봤다.
그때 엄마의 전화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에게 자랑하고 있는지 목소리가 들떠있었다.
“어. 동성이 엄마. 나 병호 엄마. 응. 동성이는 시험 잘 봤대? 별로? 시험이 어려웠다고? 아… 그렇구나. 우리 병호? 세상에! 우리 병호가 있지. 지난 모의고사보다 110점이 올랐대. 그래. 정말이고말고. 좋냐고? 당연히 좋지. 좋고말고. 호호호호호.”
동성이는 맨날 나보고 머리 나쁘다고 구박하던 짝꿍이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