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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와~ 예리니 방송에 와주셔서 고마운 거시에오!-100화 (100/100)
  • 〈 100화 〉 하와와 외전 3. 사약 사태

    * * *

    하와와 외전 3. 사약 사태

    2022년의 어느 날.

    “이야… 이번엔 트럭이 아니라 마차를 보냈네?”

    한 시청자가 방송 게시판에 경마 게임 시위에 대한 내용을 올린 글을 보면서 든 감정은, 재밌기도 했지만 씁쓸하기도 했다.

    경마 게임 유저들의 분노.

    그 분노를 끌고 가서 컨텐츠로 쓰려는 기자들.

    그리고 이런 이슈를 설명 붙여서 조회수 달달하게 빠는 뉴튜버들까지.

    일련의 현상들이 나타나는 건 전부 돈 때문이다. 그놈의 자본주의란, 참 천박하단 말이지.

    “그래도, 이걸 방송 컨텐츠로 쓰려는 내가 할 생각은 아닌가…?”

    돈이 주도하는 질서에서 편하게 살아남으려면 둘 중 하나다.

    남들보다 앞서가거나.

    남들처럼 더러워지거나.

    전자는 재능의 영역이지만.

    후자는 노력만 해도 가능한 부분이다.

    렉카 뉴튜버들이 왜 우후죽순으로 생겨났겠는가? 바로 돈 때문이다. 돈이 되니까!

    “나 또한 어쩌면 시청자들의 시간과 돈을 뜯어가는 존재일지도 모르지.”

    그럼에도.

    한편으로는, 굳이 내가 아니더라도 이런 기회를 가지려는 자들이 많다는 생각에는.

    그럴거면 차라리 내가 가져가는 게 맞잖아? 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그동안 방송 잘해왔잖아?

    뉴튜브로도 꿀 달달하게 빨았고.

    뭐가 문제야?

    또 다른 내가 질문을 던지며 따졌다.

    왜 이래? 오늘따라 너 답지 않게.

    그러게 말이다.

    왜 그렇게 골치 아프게 생각했는지. 당장 앞에 벌어질 일도 모르는 게 인생인데. 앞만 보기도 버겁고, 피곤한 게 인생인데 말이지.

    그냥 단순하게 살자.

    앞만 보고 가는 거야.

    뒤돌아보는 건, 죽기 직전에나 하면 그걸로 충분하니까.

    오늘도 나는 시대와 타협을 하기로 했다.

    자. 오늘도 방송을 켜볼까?

    “하와와~ 여러분 안뇽!”

    ­하와와 ㅎ2

    ­컴 맛 갔는데 하와와 방송 보려고 모바일로 접속한 내 인생 레게노다 ㅋㅋ

    ­님 컴은 이상없음?

    시청자 5100명이라.

    방송 킨 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평일 아침인데, 의외로 시청자가 많이 찍혔다. 무슨 일이지?

    [하또죽 님께서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하와와 님 컴퓨터는 정상인가요?

    경마 게임 떡밥으로 방송을 굴릴 생각을 하던 내게, 희한한 질문이 들어왔다.

    “하또죽 님, 오늘도 후원 캄사합니당! 컴퓨터가 정상이냐니요? 그게 무슨 말이죠? 제 컴은 멀쩡한데?”

    ­아직 뭘 모르시나보네 ㅋㅋ

    ­아ㅋㅋ 정상이니까 방송 킨 거 아니냐구 ㅋㅋㅋㅋ

    [하또죽 님, 별풍 100개 후원 감사합니다!] ­지금 회사인데, 컴퓨터가 단체로 맛이 가서 난리남ㅋㅋㅋ

    “그래요? 그것 참 큰일이네요… 업무나 일정 다 꼬이겠는데….”

    도대체 무슨 일이지?

    아날로그의 역습이라도 도래했나?

    ­제가 다니는 회사도 중소기업인데, 지금 컴 맛가서 업무 자체가 안 돌아감ㅋㅋ

    ­여긴 도서관인데, 컴 맛 가서 대출 시스템 못 돌림ㅋㅋ 그래서 수기로 기록중 ㅋㅋㅋㅋ

    ­아 단풍잎 재획해야 되는데….

    ­ㅅㅂ 던어 피로도 빼야 되는데

    ­하와와 님 컴은 정상이셔서 부럽네요ㅠㅠ

    “원인이 뭐래요?”

    ­알약 때문이라는 말이 나오던데

    “엥? 먹는 알약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먹는 알약 ㅇㅈㄹ ㅋㅋ

    ­아니 그거 말고 ㅋㅋ 백신 프로그램 있잖아요, 알약이라고.

    “아, 그 알약이요?”

    V3와 함께, 국내 백신 프로그램으로 알려진 알약.

    [이상한회사원 님, 별풍 100개 후원 감사합니다!] ­님들 뉴스보세요

    “뉴스요…?”

    평소에 뉴스를 잘 보진 않았지만, 시청자의 후원 메시지였기에 오랜만에 보기로 했다.

    “…어이가 없네.”

    사건의 내막은 단순했다.

    알약 프로그램이 윈도우의 기본 프로그램을 랜섬웨어로 착각하여 차단했기에 컴퓨터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던 것이다.

    웃긴 건, 무료로 배포 중인 가정형 모드에서만 이 문제가 발생한 거고, 유료로 파는 기업형 모드는 문제가 없다고 에그시큐리티는 밝혔다.

    그래도 국내에서 자부하는 백신 프로그램이라고 홍보를 몇 년이나 해왔을 텐데, 이러면 주식은 물론이고 이미지 타격이 꽤나 크겠는데?

    [ㅇㅇ](123.213)

    ­ㅋㅋㅋ 요즘 누가 알약 쓰노?

    [ㅇㅇ](58.125)

    ­알약 사태 터졌으니, 이걸 기회로 안랩 시장가로 걸어놓는 거 어떻게 생각함?

    [ㅇㅇ](39.7)

    ­랜섬웨어 이슈로 에그소프트 하한가 확정이냐? ㅋㅋ

    [f4](125.177)

    ­국산 백신이 그럼 그렇지 ㅋㅋㅋ 윈도우 디펜더만 믿어야지 ㅋㅋ

    궁금해서 주식 커뮤니티를 둘러봤는데, 다른 떡밥에 비해서 예상 외로 언급이 적었다.

    이야, 이 난리가 났는데 주가가 9300이었는데 지금 9000이라… 만많이 떨어지지도 않았네?

    누가 물량 틀어쥐고 지키고 있는 건가?

    ­이번 일로 1600만 명이 피해를 입었다는데… 보상 안 해주나?

    ­애초에 문제 생긴 건 무료 버전인데, 유료도 보상 잘 안 해주는 게 기업인데, 보상 해 주겠음?ㅋ

    [주식한방가자 님께서 5,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이번 사태로 윈도우 다시 깔아버려서 웹소설 원고 10화 분량 날렸는데, 이거 복구 방법 있을까요?

    ­국내 백신이 국내했네.

    ­누가 국내 백신 씀? ㅋㅋㅋ

    ­안타깝네요ㅠㅠ

    ­윈도우 다시 깔면 복구 방법이 없지 않음?

    [월급루팡 님께서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오늘 ㅅ1ㅂ 알약 때문에 야근 각이다… 후….

    ­응~ 나도 야근이야. 너만 야근 아니야.

    ­우리 회사는 V3 깔아서 다행이다

    ­V3도 ㅈㄴ 무겁지 않음? 컴 버벅거리던데

    ­국내 백신 안 쓰고, 윈도우 정품에 붙은 디펜더만 쓰는 게 좋은데….

    ­재밌는 건, 그 디펜더도 처음 나왔을 땐 치명적인 오류 있어서 작업물 날린 적 있음ㅎ. 한 달 동안이나 방치하다가 오류 고치더라, 나노미터소프트 개ㅅㄲ들. 그놈들 ㅈ도 나노미터일 듯ㅎㅎ

    ­응~ 안 물어봤어 ㅎㅎ

    주식 구경하면서 멍 때리다가 채팅을 보는데, 분위기가 곧 깨질 듯한 빙판 위를 걷는 것 같았다.

    “그냥 알약이랑 국내 백신 욕만 하면 그만이지, 왜 서로 싸우려 하세요… 지금부터 싸움 분위기 조장하면 벤입니다.”

    [하또죽 님께서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하와와 님, 안전모드로도 컴 실행이 안 되는데 어떻게 하죠? 알약 문제 해결방법 따라하는 중인데, 잘 안 되네요.

    “어… 음… 죄송하지만, 저도 컴맹인데.”

    [하또죽 님께서 미션을 거셨습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 알약 설치 후 알약 오류 직접 해결하는 모습 보여주기, 상금 50,000원

    분명 컴맹이라 말했는데, 갑자기 이걸… 미션을 건다고???

    “하또죽 님, 농담이 지나치시다… 이 컴이 얼만데 겨우 5만원으로… 안 합니다, 안 사요, 안 사!”

    미션을 거부했지만….

    ­ㅋㅋㅋㅋ 가격 올리네

    ­근데 이 금액으로도 안 할 거 같은데? ㅋㅋ

    ­나 같아도 안 할 듯

    이번엔 금액이 20만원으로 올라갔다.

    “에이… 제가 미쳤다고 이 금액으로 하겠어요?”

    미션을 건 시청자가 금액을 제법 올렸지만, 구미가 당기진 않았다.

    “이 컴이 얼만 줄이나 알아요? 200만이 넘어가는데, 이걸 10분의 1인 20만을 먹자고 위험부담을 진다고? 응~ 어림도 없지!”

    [하또죽 님께서 5,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그러면 200 걸면 하실 의향 있으신가요?

    “어어….”

    솔깃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망설였다.

    왜냐면… 실패 시 리스크가 컸다.

    실패하면 멀쩡히 쓰던 내 컴퓨터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보자면 고장이 날 수도 있고. 미션은 미션대로 실패해서 얻을 것도 없기 때문이었다.

    “그 혹시….”

    [하또죽 님께서 5,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300 걸게요. 대신 실패 보상은 없습니다. 생각해 봤는데, 지금까지 했던 것처럼 실패 보상 걸어주면, 미션이 아닌 거 같으니까.

    “아앗… 아… 쳇….”

    미션 수행 중에 컴퓨터가 고장 나면 실패로 얼마 정도는 달라고 하려고 했는데… 이걸 안 시청자는 가차 없이 내 제안을 잘랐다.

    ­하와와의 의도를 알고 단 칼에 자른 거 보소 ㅋㅋㅋㅋㅋㅋ

    ­ㅋㅋㅋ 익숙한 패턴이라 잘 알고 있는 듯 ­뾰로통한 하와와 귀엽 ㅎㅎ

    ­요즘 너무 흔하긴 해, 이 패턴ㅋ

    [하또죽 님께서 미션을 거셨습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 알약 설치 후 알약 오류 직접 해결하기, 상금 3,000,000원

    “지금 제 컴퓨터에 알약 프로그램이 없거든요? 해결방법이 알약을 지우는 거니까, 알약 깔아서 문제가 생기든 어떻든, 무사히 지우는 과정까지 보여주면 되는 거죠?”

    ­맞을 듯 ㅇㅇ

    ­네

    [하또죽 님께서 5,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그건 제가 보고 판단할게요 ㅇㅇ

    “알겠습니다. 그럼….”

    [미션을 수락하셨습니다.]

    [5시간 00분]

    ­ 알약 설치 후 알약 오류 직접 해결하기, 상금 3,000,000원.

    알약을 설치하던 도중.

    ­근데 하와와님은 알약이랑 V3 없으시네. 왜 안 까셨어요?

    한 시청자의 질문이 눈에 띄어, 대답하게 되었다.

    “알약이랑 V3 쓰면 유난히도 컴이 무거워지더라고요. CPU랑 메모리도 많이 잡아먹어서 안 쓰고 있어요.”

    경험담이었다.

    ­ㅇㅎ 그렇군요

    ­그러고 보니, 알약 깔고 나서 컴이 느려지기 시작했는데… 알약 때문이었던 건가?

    ­난 V3 깔고 나서 눈에 띄게 컴 성능이 확 안 좋아져서 그냥 제거함.

    ­ㅋㅋㅋ 누가 국산 백신 씀? 외국 백신이 훨씬 우수한데 ㅋㅋ

    얘기를 하는 사이, 알약 설치가 완료되었고, 알약이 자동 실행 되었다.

    “으음…?”

    알약이 실행되었지만, 컴퓨터는 멀쩡했다. 그래서….

    “이제 알약 제거만 하면 미션 성공인 거죠? 어쨌든 문제 해결 방법대로 한 거니까.”

    ­아니

    ­아니 잠깐만요

    ­그건 좀 아닌 거 같은데

    ­알약 이대로 지우지 마시고, 재부팅 ㄱㄱ 다시 시작 ㄱㄱ!

    미션 관련해서 잠시 임시 매니저 자리에 앉혀 놓았던 시청자 ‘하또죽’의 매니저 채팅이 빠르게 올라왔다.

    “이대로 넘어가주고 미션 성공이었으면 참 좋았을 텐데… 아쉽네요. 혹시 모르니까 모바일로 방송 다시 킬게요.”

    스트리밍을 모바일로 옮겼다. 그 후, 컴퓨터를 재시작 해보았다.

    “어? 이거 왜 이래?”

    컴퓨터가 몇 분 동안 검은 화면만 출력한 채로, 아무 반응이나 움직임이 보이질 않았다.

    ­ㅋㅋㅋㅋㅋ 이거 ㅈ된 거 아님?

    ­하와와 컴도 고장 난 거냐 ㅋㅋ

    ­알약 ㅈㄴ 레전드네… 성능 좋구만 ㅋㅋㅋ

    ­이거 이 정도면 사약 아니냐? ㅋ

    “아니, 진짜 이게 무슨… 알약이 아니라 독약이야아아아!!!”

    컴퓨터를 강제 종료하고 다시 실행해봤지만, 여전히 검은 화면 그대로였다.

    ­하와와님

    ­안전 모드 한 번 시도해보세요

    “아… 네. 한 번 해볼게요.”

    하지만 안전 모드도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않았다.

    “아니… 올라온 해결 방법들대로 따라해도 안 되잖아아아앙!!!”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와와 극대노 ㅋㅋ

    부랴부랴 USB 저장소를 하나 챙기고, 옷가지는 대충 걸쳐 입고서 PC방으로 향했다.

    “하… 지금 이게 뭐하는 거야… 내가 왜 이러고 있지?”

    ­ㅋㅋ 그냥 하지를 말지 ㅋㅋㅋ

    ­사서 고생하네 ㅎ

    “그러게요. 300만 원 벌자고 사서 고생하고 있네요. 하하… 이게 다 하또죽 님 때문이에요. 아세요?”

    ­ㅎㅎ… 죄송합니다.

    “웃어?”

    ­[안] 죄송합니다.

    “별로 기분이 안 좋은데, 선 넘지 마세요. 자칫 하면 사형 선고 내릴 수도 있으니까.”

    ­헉!

    ­으읍!

    ­흐읍!

    ­허억!

    ­븜!

    ­죄송합니다, 하와와 님ㅠㅠ

    PC방 내부는 사람이 얼마 없어서 쾌적했다. 대충 주변에 아무도 없는 자리로 가서, 앉았다.

    “하아….”

    한숨으로 마음을 대변하며, 컴퓨터를 켰다. 그 후, USB 저장소를 포맷 및 윈도우 설치용 USB로 만드는 작업을 시작했다.

    “제가 하는 거 잘 보세요. 그간 올라왔던 해결 방법들 다 안 통하면 결국 남은 하나는 초기화뿐이니까.”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ㅠ

    “참고로 윈도 설치 파일에 악성 코드 심어놓는 악질들이 있으니까, 이런 프로그램들은 꼭! 나노미터소프트 홈페이지에서 정식 설치 파일 다운 받으셔서 사용하셔야 됩니다.”

    ­네, 네!

    ­그런데 본인 입으로 컴맹이라 말했는데 이런 걸 어떻게 아심?

    “음… 제가 말하는 컴맹의 기준은 좀 높아서요… 이런 건 할 줄 알아요.”

    이전의 삶에서 얻었던 경험이란 걸 말할 수는 없으니 대충 둘러댔다.

    약 1시간의 시간이 지난 후.

    윈도우 설치용 USB 제작이 끝났다.

    집에 돌아와서 USB를 꽂은 채로, 컴퓨터를 켜봤다. 모니터 화면에 불이 들어오자마자, 특정 단축키를 연타로 눌렀다.

    “어휴… 이건 되서 다행이네.”

    이것저것 누르면서 윈도우 재설치 준비 작업을 진행했다.

    “후….”

    기억이 나지 않는 내용은 모바일로 정보를 찾아보면서, 채팅은 읽지도 않은 채, 재설치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미션을 성공하셨습니다!]

    [하또죽 님께서 3,00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갑자기 시끄러운 빵빠레 소리와 함께, 300만 원이 수금되었다는 메시지가 눈에 보였다.

    “아… 깜짝이야… 이걸 왜 지금 주세요?”

    ­제가 미안해서….

    돈을 받으니 그간 꾹꾹 눌러서 압축되어있던 화가 눈 녹듯이 사라졌다.

    “에이… 뭐, 괜찮아요… 히힛….”

    ­돈 받아서 기분이 좋아진 하와와 ㅋㅋㅋㅋㅋㅋ

    재설치를 시작했다.

    이 과정은 최소 3시간이 넘게 걸리기에, 그 동안에 나는 분식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떡볶이를 먹으며, 시청자들에게 나는 이 한 마디를 남기고 방송을 종료했다.

    “다시는 알약 깔지 마세요. 그거 빨간약 아니면 사약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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