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9화 〉 하와와 9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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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
총을 계속 쏘면서 좀비들을 차가 있는 장소까지 유인했다.
이야 ㅋㅋㅋ 좀비 영화 한 장면 인줄 ㅋㅋㅋㅋ
좀비 왤캐 빠름? ㅋㅋㅋㅋ
ㅋㅋㅋ 아슬아슬하네
1초만 늦었어도 좀비무리에 두들겨 맞고 죽었을 듯 ㅋㅋㅋ
차의 지붕 위로 올라가 총을 쏘면서 소음을 계속 내자, 아직 살아있는 좀비들이 내 쪽으로 다가왔다.
그들은 차 위로 올라가지 못해, 날 공격하지 못하고 차량 주변에서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한 마리씩 머리를 노려 총을 쏘다가.
딸칵. 딸칵. 딸칵.
총알 다 떨어졌네 ㅋㅋ
ㅋㅋㅋ 망한 거 아님?
남은 거 근접으로 잡을 수 있나?
탄창의 총알이 다 떨어져서, 재장전 하려고 보니까 여분의 총알도 없었다.
남은 좀비는 이제 넷.
이미 내게 시선이 끌린 좀비들을 어떻게 처리할까 고민하던 차였다.
소방 도끼로 잡아볼까?
총에서 도끼로 바꿔 들고, 조심스럽게 휘둘러봤다.
“으아아악!”
[무슨 일이에요? 괜찮으세요?]
[괜찮아요, 언니?]
비명에 놀란 두 명이 물어봤다.
“아, 네… 괜찮아요. 방금 죽을 뻔해서….”
[다행이네요. 지금 보니 죽지는 않으신 거 같은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떨어졌으면 개꿀잼이었을 텐데 아깝네요 ㅎㅎ
ㅋㅋㅋ 다시 처음부터 시작할 뻔
운이 좋았던 건지 떨어지지 않고, 차량 지붕 모서리에 아슬아슬하게 걸쳤지만, 좀비의 공격 범위에 닿아서 두 대나 맞았다.
“이거 어렵네….”
근접 무기를 휘두를 때, 캐릭터의 몸이 앞으로 가는 특징이 있었기에, 근접 무기로 남은 좀비들을 처리하기엔 어려웠다.
다른 방법이 필요하다.
수류탄과 연막탄이 인벤토리에 남아 있어서, 혹시나 이걸로 유인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몰리는 그들의 행동 패턴을 이용한다면 가능할 수도 있었다.
일단 첫 번째는 연막탄으로 시험해보자.
?? 연막탄은 왜?
저걸로 유인해보려는 건가?
연막탄을 최대한 멀리 던졌다.
바람 빠지는 소리와 함께, 연기가 서서히 퍼져나갔다.
으으으음….
좀비들이 연막탄에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연막탄 소리는 그들에겐 너무나 조용했던 걸까.
그렇다면 이번엔 수류탄이다.
[일은 잘 진행되세요?]
“골치 아픈 게 몇 마리 남기는 남았는데… 이게 될지 모르겠네요.”
가까운 곳에 던지면 파편이 튀어서 피해를 입을 수 있었기에, 연막탄 던졌을 때처럼 최대한 멀리 던져보았다.
콰앙!!!!!!!!!!!!!!
헤드셋을 울릴 정도의 굉음이 들려왔고, 좀비들은 소리에 반응하여, 수류탄이 터진 장소에 정확히 모여들었다.
오오오 ㅋㅋㅋㅋㅋ
이거 수류탄 다시 던지면 쉽게 잡겠는데요?
기회를 놓치지 않고, 곧바로 수류탄을 연이어 던졌다.
콰앙!!! 콰아앙!!!!!
폭음과 함께 좀비들이 맥없이 쓰러졌다.
이걸 다 정리하네 ㄷㄷ
머리 잘 썼누? ㅋㅋ
점점 고인물이 되어가는 하와와
보급상자 파밍 기대되네요 ㅎㅎ
주변의 좀비들이 전부 정리된 걸 확인하고 나서, 보급상자를 향해 다가갔다.
음?
왜 바닥에 총이 떨어져 있지?
AK74?
5.45x39mm라….
인벤토리에 맞는 총알이 있나?
유감스럽게도, 방금 주운 총기에 맞는 총알이 없었다. 지금 가지고 있는 총알들은 전부 가지고 있는 총기에 맞지 않는 것뿐.
근데 바닥에 왜 총이 떨어져 있는 거임? 누가 버린 거 아님?
혹시… 아, 근데 이거 말하면 실제로 그렇게 될까봐 말 안함 ㅎ
의문은 남았지만, 보급상자가 바로 앞이라 별 일 아닐 거라 여겼다.
이거 보급상자 맞음? ㅋㅋ
뭐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 템이 없는데? ㅋㅋㅋㅋㅋ
“어… 아앗… 아….”
고생해서 얻은 보급상자인데, 먹을 아이템이 하나도 없었다.
“어?”
ㅋㅋㅋ 캐릭터 왜 쓰러짐? ㅋㅋ
총소리가 나긴 했는데 ㅋㅋㅋ
점마 왜 쓰러지노? ㅋㅋㅋㅋ
뭔데 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뭐야, 이게에에에에엥!!!”
「You are dead」
"좀비 다 때려잡고 이제서야 즐거운 쇼핑을 할 수 있나 했더니, 이게 대체 뭐냐고, 이게!“
이걸 죽네 ㅋㅋㅋㅋㅋ
보급 먼저 먹은 사람이 근처에 있었던 건가?
누가 님 보급 노리고 먼저 턴 거 같은데요 ㅋㅋㅋㅋㅋ
보급 먹은 놈이 총 쏜 건가?
다시 시작해야 되는 불쌍한 하와와 ㅠㅠ
[무슨 일이라도….]
“드디어 보급상자에 접근했는데, 아이템은 없고, 근처에서 누가 절 쏴서 죽였어요….”
[크흠… 요즘 이 게임 하는 사람이 많아서, 그런 일이 비일비재해요. 어쩔 수 없긴 한데, 안타깝네요….]
“어떻게 여기까지 했는데, 이거 너무 한 거 아니냐고, 야발!”
야발 ㅋㅋㅋㅋㅋㅋㅋ
분노에 휩싸인 하와와 ㅋㅋㅋㅋ
아 ㅋㅋ 그런데 이렇게 열심히 했는데 허무하게 죽으면 빡치긴 해 ㅋㅋㅋㅋㅋㅋ
ㅈㄴ 그냥 어이가 없을 듯 ㅋㅋ
나 같아도 빡칠 듯 ㅋㅋㅋ
이게 나였으면 게임 껐다 ㅋㅋㅋ
이 겜 안 하는 게 정신 건강엔 이로울 거 같은데.
불쌍한 하와와ㅠㅠ
[…하와와님, 괜찮으세요?]
채팅창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하와와님?]
[하와와 언니?]
[하와와님?!]
“아, 예… 네… 부르셨나요?”
[…괜찮지 않아 보이시는데, 일단 이 게임은 여기서 끄는 게 어떨지….]
“좀 쉬라는 말씀이신가요?”
[그런 의미도 있기는 한데, 사실은 오늘 합방은 짧게 진행하고, 나중에 현실 합방하는 거 관련해서 의견 좀 조율하려고요.]
“아… 그래요? 그런데 저는 저 쏴 죽인 애 좀 조지고 나서 이야기 나누는 게 직성이 풀릴 거 같은데… 어떻게, 안 될까요?”
[어… 으음….]
영진tv는 잠시 고민하는 거 같았다.
[그러면 음….]
[영진 오빠, 차라리 내일 의견 조율하는 게 어떨까?]
[으응… 그럴까?]
[오늘은 현실 합방 얘기하는 날은 아닌 거 같고. 시간도 늦었으니까, 그냥 하던 게임 계속 하다가 헤어지는 게 나을 거 같아.]
[그러면… 하와와 님, 현실 합방 건은 내일 얘기하기로 하고, 지금은 복수전 도와드릴게요.]
보라가 눈치가 좋은 건지, 화가 난 나를 배려하는 듯 보였다.
“감사합니다, 영진님. 그리고, 보라야, 고마워!”
[고마워할 필요 없어, 언니. 나였어도 화나서 복수하고 싶었을 테니까.]
[그러면, 일단 그 녀석을 잡긴 해야 되니까 모이는 게 급선무겠네.]
어찌저찌 한 곳에 모인 우리는, 내 캐릭터를 죽인 그 녀석을 잡기 위한 계획을 세웠다.
[그 놈 생김새가 어떤지는 모르니까, 일단은 보급상자는 그 놈이 털었다고 가정하고, 보급상자가 텅텅 비었다고 하니까 아마 길리 슈트는 입고 있을 거예요.]
길리 슈트가 뭐임?
길리 슈트는 군용 위장복인데, 이 게임에서는 보급상자에서만 나오는 장비템이다.
보급상자에서 나오는 위장복장임
오호….
[그런데 오빠. 걔, 총기랑 탄창, 총알이랑 스코프까지 풀템으로 다 챙겼을 텐데, 우리가 그 놈을 쉽게 잡을 수 있을까?]
[쉽게 잡을 수는 없겠지. 게다가 보급상자에 나오는 템이 많아서, 혼자서 털지도 않았을 테니까, 복수하려면 쉽지는 않을 거야. 그래도… 방법은 있어.]
영진tv는 자신이 미리 나눠준 지도 이미지를 통해, 계획을 얘기하기 시작했다.
[그 놈 잡으려면 아무리 적어도 3시간은 걸릴 건데… 일단 그 놈 위치가 보급상자가 떨어진 여기, 작은 마을에서 처음 발견되었다는 건데.]
몇몇 위치들을 컴퓨터 화면에서 사용할 수 있는 펜을 이용하여 하나의 동선으로 그려서 묶는 영진tv.
[얘네들이 보급상자를 턴 이유는 역시, 템이 부족하니까 털었을 텐데. 아무리 보급상자가 템을 후하게 준다고 해도, 중복된 게 뜰 수도 있고 해서, 풀파밍이 안 되었을 수도 있어요. 아니면, 여분의 총기를 챙겨놓으려고 보급상자를 털었을 수도 있는데….]
[이유가 어찌 됐든, 얘네들은 이 쪽 공장으로 올 확률이 높아요. 여기는 부족한 템을 파밍할 수도 있고, 아이템을 숨길 장소도 많은데다, 숨어 있을 곳도 많아서 은신처나 기지로 적당하거든요.]
“그러면 만약 혼자가 아니라 둘 이상이고, 거길 거점으로 삼고 있는 애들이면 잡기 어렵지 않을까요?”
[겉으로 보면 어려울 수도 있지만, 이 게임은 핵이 아닌 이상, 총으로 상대를 맞추는 건 가만히 있을 때나 쉽지, 움직일 때는 현존하는 다른 FPS 게임들보다도 더 맞추기 어려운 게임이거든요.]
[게다가 혼자보다 둘 이상일 때 다른 그룹과 싸우는 게 힘든 게임이 데이즈에요. 이건 제가 하는 거 보시면 어떤 느낌을 아실 수 있을 겁니다.]
“아… 그런 건가요?”
영진tv가 자신 있게 말하는 걸 보면 뭔가 방법이 있는 거 같은데. 그게 그 녀석한테 통할지는 잘 모르겠다. 그래서 걱정이 되는데….
[우선은 몇 명인지, 어디를 거점으로 마련해놨는지를 이 동선으로 계속 정찰 다니면서 파악을 해보죠.]
그래도 이 게임 나보다 많이 해봤을 테니, 그의 계획대로 움직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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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의 정찰을 통해, 날 죽인 사람은 혼자였고, 그 놈은 지금 공장에 있다.
[이제 알아볼 건 다 알아봤으니, 저 놈을 죽여야겠죠?]
“네, 그런데 저 놈은 총을 들고 있을 텐데. 어떻게 습격하시게요?”
[제가 좀비들 유인해서 저 공장에다 풀면, 그 놈은 아마 총을 쏘면서 좀비들을 잡으려고 할 거에요. 그 놈이 총 쏘다가 머뭇거릴 때에 기습하면 될 겁니다.]
“좋은 방법이군요.”
그런데 그게 제대로 될 지는….
[제가 좀비 풀고 나서, 오라는 신호를 드릴 테니까 그 때 조심스럽게 공장 구역으로 진입하세요. 보라, 너는 우측으로 들어가고, 하와와 님은 좌측으로.]
[알았어.]
“네.”
[참고로, 좀비들한테 발견되면 안 되니까 최대한 소리 안 나게 접근하셔야 되요.]
“혹시 기습할 때도 신호 주시나요?”
[네. 아마 걔가 좀비들 잡는다고 총을 쏠 텐데, 총 쏠 때에 가까이 다가가셨다가, 총 소리 멎으면 그 때 돌격하세요.]
영진tv가 어떻게 좀비를 모는 건지 궁금해서 그의 방송을 잠깐 봤었다.
“와….”
그는 멀쩡한 차량을 이용하여, 차를 끌고 좀비를 몰고 있었다.
저게 되네 ㅋㅋㅋㅋㅋㅋ
신기하다 ㅋㅋ
차 안에 타고 있어도 공격 안 당하나 보네
차 타면 무적인지 몰랐는데.
나중에 저 방법을 쓴다면 보급을 더 편하게 먹을 수 있지 않을까?
[지금 저한테 쏘는 건지, 좀비들한테 쏘는 건지 모르겠는데… 지금 어서 진입해주세요.]
영진tv의 신호에 따라, 공장 구역 안으로 들어갔다.
[지금 가장 커다란 건물 옆에서 총 쏘고 있거든요? 가까이 다가가서, 근처에 숨어 있다가 신호 주면 돌진하세요.]
“네.”
경쾌한 총소리가 계속 들려오다가, 잠시 멎었다.
[지금 좀비들도 거의 쓸렸고, 재장전 중인 거 같거든요? 지금 들어가시죠!]
영진tv의 신호에 따라, 달려 나왔다.
“어… 어?”
나와서 얼마 안 움직였는데, 바로 앞에 길리 슈트를 입은 상대방을 발견했다. 녀석이 총을 들고 있어서, 죽을 줄 알고 움찔했는데.
쟤 왜 총 안 쏘냐? ㅋㅋㅋ
총알 걸린 거 아님?
“쟤 총 들고 있는데, 지금 총 못 쏘고 있어요! 지금 덮치죠!”
[알았어요, 언니!]
[총알 걸렸나 봐요. 위치 알려주세요.]
“여기가 뭐라 말해야 되지… 앗… 영진님 쪽으로 도망치는 거 같은데….”
[발견했어요! 어딜 도망치려고!]
둔탁한 총소리가 들려왔고.
[고무탄으로 기절시켜 놨거든요? 오셔서 죽이시면 되요.]
“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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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은 깨어나자마자, 자신이 모르는 언어를 내뱉는 사람들이 자신을 둘러싼 걸 깨달았다.
[please! help! I want to live!]
살고 싶다고 말하는 외국인.
“지금 뭐라 말하는 거예요?”
[살고 싶다는데요?]
“아, 그래요?”
하와와는 웃으며 외국인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법규(fuxk you!)다, 이 자식아!”
소방 도끼의 날 끝이 외국인 캐릭터의 머리에 내리찍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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