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와와~ 예리니 방송에 와주셔서 고마운 거시에오!-99화 (99/100)
  • 〈 99화 〉 하와와 95화

    * * *

    95.

    총을 계속 쏘면서 좀비들을 차가 있는 장소까지 유인했다.

    ­이야 ㅋㅋㅋ 좀비 영화 한 장면 인줄 ㅋㅋㅋㅋ

    ­좀비 왤캐 빠름? ㅋㅋㅋㅋ

    ­ㅋㅋㅋ 아슬아슬하네

    ­1초만 늦었어도 좀비무리에 두들겨 맞고 죽었을 듯 ㅋㅋㅋ

    차의 지붕 위로 올라가 총을 쏘면서 소음을 계속 내자, 아직 살아있는 좀비들이 내 쪽으로 다가왔다.

    그들은 차 위로 올라가지 못해, 날 공격하지 못하고 차량 주변에서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한 마리씩 머리를 노려 총을 쏘다가.

    딸칵. 딸칵. 딸칵.

    ­총알 다 떨어졌네 ㅋㅋ

    ­ㅋㅋㅋ 망한 거 아님?

    ­남은 거 근접으로 잡을 수 있나?

    탄창의 총알이 다 떨어져서, 재장전 하려고 보니까 여분의 총알도 없었다.

    남은 좀비는 이제 넷.

    이미 내게 시선이 끌린 좀비들을 어떻게 처리할까 고민하던 차였다.

    소방 도끼로 잡아볼까?

    총에서 도끼로 바꿔 들고, 조심스럽게 휘둘러봤다.

    “으아아악!”

    [무슨 일이에요? 괜찮으세요?]

    [괜찮아요, 언니?]

    비명에 놀란 두 명이 물어봤다.

    “아, 네… 괜찮아요. 방금 죽을 뻔해서….”

    [다행이네요. 지금 보니 죽지는 않으신 거 같은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떨어졌으면 개꿀잼이었을 텐데 아깝네요 ㅎㅎ

    ­ㅋㅋㅋ 다시 처음부터 시작할 뻔

    운이 좋았던 건지 떨어지지 않고, 차량 지붕 모서리에 아슬아슬하게 걸쳤지만, 좀비의 공격 범위에 닿아서 두 대나 맞았다.

    “이거 어렵네….”

    근접 무기를 휘두를 때, 캐릭터의 몸이 앞으로 가는 특징이 있었기에, 근접 무기로 남은 좀비들을 처리하기엔 어려웠다.

    다른 방법이 필요하다.

    수류탄과 연막탄이 인벤토리에 남아 있어서, 혹시나 이걸로 유인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몰리는 그들의 행동 패턴을 이용한다면 가능할 수도 있었다.

    일단 첫 번째는 연막탄으로 시험해보자.

    ­?? 연막탄은 왜?

    ­저걸로 유인해보려는 건가?

    연막탄을 최대한 멀리 던졌다.

    바람 빠지는 소리와 함께, 연기가 서서히 퍼져나갔다.

    으으으음….

    좀비들이 연막탄에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연막탄 소리는 그들에겐 너무나 조용했던 걸까.

    그렇다면 이번엔 수류탄이다.

    [일은 잘 진행되세요?]

    “골치 아픈 게 몇 마리 남기는 남았는데… 이게 될지 모르겠네요.”

    가까운 곳에 던지면 파편이 튀어서 피해를 입을 수 있었기에, 연막탄 던졌을 때처럼 최대한 멀리 던져보았다.

    콰앙!!!!!!!!!!!!!!

    헤드셋을 울릴 정도의 굉음이 들려왔고, 좀비들은 소리에 반응하여, 수류탄이 터진 장소에 정확히 모여들었다.

    ­오오오 ㅋㅋㅋㅋㅋ

    ­이거 수류탄 다시 던지면 쉽게 잡겠는데요?

    기회를 놓치지 않고, 곧바로 수류탄을 연이어 던졌다.

    콰앙!!! 콰아앙!!!!!

    폭음과 함께 좀비들이 맥없이 쓰러졌다.

    ­이걸 다 정리하네 ㄷㄷ

    ­머리 잘 썼누? ㅋㅋ

    ­점점 고인물이 되어가는 하와와

    ­보급상자 파밍 기대되네요 ㅎㅎ

    주변의 좀비들이 전부 정리된 걸 확인하고 나서, 보급상자를 향해 다가갔다.

    음?

    왜 바닥에 총이 떨어져 있지?

    AK­74?

    5.45x39mm라….

    인벤토리에 맞는 총알이 있나?

    유감스럽게도, 방금 주운 총기에 맞는 총알이 없었다. 지금 가지고 있는 총알들은 전부 가지고 있는 총기에 맞지 않는 것뿐.

    ­근데 바닥에 왜 총이 떨어져 있는 거임? 누가 버린 거 아님?

    ­혹시… 아, 근데 이거 말하면 실제로 그렇게 될까봐 말 안함 ㅎ

    의문은 남았지만, 보급상자가 바로 앞이라 별 일 아닐 거라 여겼다.

    ­이거 보급상자 맞음? ㅋㅋ

    ­뭐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 템이 없는데? ㅋㅋㅋㅋㅋ

    “어… 아앗… 아….”

    고생해서 얻은 보급상자인데, 먹을 아이템이 하나도 없었다.

    “어?”

    ­ㅋㅋㅋ 캐릭터 왜 쓰러짐? ㅋㅋ

    ­총소리가 나긴 했는데 ㅋㅋㅋ

    ­점마 왜 쓰러지노? ㅋㅋㅋㅋ

    ­뭔데 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뭐야, 이게에에에에엥!!!”

    「You are dead」

    "좀비 다 때려잡고 이제서야 즐거운 쇼핑을 할 수 있나 했더니, 이게 대체 뭐냐고, 이게!“

    ­이걸 죽네 ㅋㅋㅋㅋㅋ

    ­보급 먼저 먹은 사람이 근처에 있었던 건가?

    ­누가 님 보급 노리고 먼저 턴 거 같은데요 ㅋㅋㅋㅋㅋ

    ­보급 먹은 놈이 총 쏜 건가?

    ­다시 시작해야 되는 불쌍한 하와와 ㅠㅠ

    [무슨 일이라도….]

    “드디어 보급상자에 접근했는데, 아이템은 없고, 근처에서 누가 절 쏴서 죽였어요….”

    [크흠… 요즘 이 게임 하는 사람이 많아서, 그런 일이 비일비재해요. 어쩔 수 없긴 한데, 안타깝네요….]

    “어떻게 여기까지 했는데, 이거 너무 한 거 아니냐고, 야발!”

    ­야발 ㅋㅋㅋㅋㅋㅋㅋ

    ­분노에 휩싸인 하와와 ㅋㅋㅋㅋ

    ­아 ㅋㅋ 그런데 이렇게 열심히 했는데 허무하게 죽으면 빡치긴 해 ㅋㅋㅋㅋㅋㅋ

    ­ㅈㄴ 그냥 어이가 없을 듯 ㅋㅋ

    ­나 같아도 빡칠 듯 ㅋㅋㅋ

    ­이게 나였으면 게임 껐다 ㅋㅋㅋ

    ­이 겜 안 하는 게 정신 건강엔 이로울 거 같은데.

    ­불쌍한 하와와ㅠㅠ

    […하와와님, 괜찮으세요?]

    채팅창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하와와님?]

    [하와와 언니?]

    [하와와님?!]

    “아, 예… 네… 부르셨나요?”

    […괜찮지 않아 보이시는데, 일단 이 게임은 여기서 끄는 게 어떨지….]

    “좀 쉬라는 말씀이신가요?”

    [그런 의미도 있기는 한데, 사실은 오늘 합방은 짧게 진행하고, 나중에 현실 합방하는 거 관련해서 의견 좀 조율하려고요.]

    “아… 그래요? 그런데 저는 저 쏴 죽인 애 좀 조지고 나서 이야기 나누는 게 직성이 풀릴 거 같은데… 어떻게, 안 될까요?”

    [어… 으음….]

    영진tv는 잠시 고민하는 거 같았다.

    [그러면 음….]

    [영진 오빠, 차라리 내일 의견 조율하는 게 어떨까?]

    [으응… 그럴까?]

    [오늘은 현실 합방 얘기하는 날은 아닌 거 같고. 시간도 늦었으니까, 그냥 하던 게임 계속 하다가 헤어지는 게 나을 거 같아.]

    [그러면… 하와와 님, 현실 합방 건은 내일 얘기하기로 하고, 지금은 복수전 도와드릴게요.]

    보라가 눈치가 좋은 건지, 화가 난 나를 배려하는 듯 보였다.

    “감사합니다, 영진님. 그리고, 보라야, 고마워!”

    [고마워할 필요 없어, 언니. 나였어도 화나서 복수하고 싶었을 테니까.]

    [그러면, 일단 그 녀석을 잡긴 해야 되니까 모이는 게 급선무겠네.]

    어찌저찌 한 곳에 모인 우리는, 내 캐릭터를 죽인 그 녀석을 잡기 위한 계획을 세웠다.

    [그 놈 생김새가 어떤지는 모르니까, 일단은 보급상자는 그 놈이 털었다고 가정하고, 보급상자가 텅텅 비었다고 하니까 아마 길리 슈트는 입고 있을 거예요.]

    ­길리 슈트가 뭐임?

    길리 슈트는 군용 위장복인데, 이 게임에서는 보급상자에서만 나오는 장비템이다.

    ­보급상자에서 나오는 위장복장임

    ­오호….

    [그런데 오빠. 걔, 총기랑 탄창, 총알이랑 스코프까지 풀템으로 다 챙겼을 텐데, 우리가 그 놈을 쉽게 잡을 수 있을까?]

    [쉽게 잡을 수는 없겠지. 게다가 보급상자에 나오는 템이 많아서, 혼자서 털지도 않았을 테니까, 복수하려면 쉽지는 않을 거야. 그래도… 방법은 있어.]

    영진tv는 자신이 미리 나눠준 지도 이미지를 통해, 계획을 얘기하기 시작했다.

    [그 놈 잡으려면 아무리 적어도 3시간은 걸릴 건데… 일단 그 놈 위치가 보급상자가 떨어진 여기, 작은 마을에서 처음 발견되었다는 건데.]

    몇몇 위치들을 컴퓨터 화면에서 사용할 수 있는 펜을 이용하여 하나의 동선으로 그려서 묶는 영진tv.

    [얘네들이 보급상자를 턴 이유는 역시, 템이 부족하니까 털었을 텐데. 아무리 보급상자가 템을 후하게 준다고 해도, 중복된 게 뜰 수도 있고 해서, 풀파밍이 안 되었을 수도 있어요. 아니면, 여분의 총기를 챙겨놓으려고 보급상자를 털었을 수도 있는데….]

    [이유가 어찌 됐든, 얘네들은 이 쪽 공장으로 올 확률이 높아요. 여기는 부족한 템을 파밍할 수도 있고, 아이템을 숨길 장소도 많은데다, 숨어 있을 곳도 많아서 은신처나 기지로 적당하거든요.]

    “그러면 만약 혼자가 아니라 둘 이상이고, 거길 거점으로 삼고 있는 애들이면 잡기 어렵지 않을까요?”

    [겉으로 보면 어려울 수도 있지만, 이 게임은 핵이 아닌 이상, 총으로 상대를 맞추는 건 가만히 있을 때나 쉽지, 움직일 때는 현존하는 다른 FPS 게임들보다도 더 맞추기 어려운 게임이거든요.]

    [게다가 혼자보다 둘 이상일 때 다른 그룹과 싸우는 게 힘든 게임이 데이즈에요. 이건 제가 하는 거 보시면 어떤 느낌을 아실 수 있을 겁니다.]

    “아… 그런 건가요?”

    영진tv가 자신 있게 말하는 걸 보면 뭔가 방법이 있는 거 같은데. 그게 그 녀석한테 통할지는 잘 모르겠다. 그래서 걱정이 되는데….

    [우선은 몇 명인지, 어디를 거점으로 마련해놨는지를 이 동선으로 계속 정찰 다니면서 파악을 해보죠.]

    그래도 이 게임 나보다 많이 해봤을 테니, 그의 계획대로 움직이기로 했다.

    ###

    1시간의 정찰을 통해, 날 죽인 사람은 혼자였고, 그 놈은 지금 공장에 있다.

    [이제 알아볼 건 다 알아봤으니, 저 놈을 죽여야겠죠?]

    “네, 그런데 저 놈은 총을 들고 있을 텐데. 어떻게 습격하시게요?”

    [제가 좀비들 유인해서 저 공장에다 풀면, 그 놈은 아마 총을 쏘면서 좀비들을 잡으려고 할 거에요. 그 놈이 총 쏘다가 머뭇거릴 때에 기습하면 될 겁니다.]

    “좋은 방법이군요.”

    그런데 그게 제대로 될 지는….

    [제가 좀비 풀고 나서, 오라는 신호를 드릴 테니까 그 때 조심스럽게 공장 구역으로 진입하세요. 보라, 너는 우측으로 들어가고, 하와와 님은 좌측으로.]

    [알았어.]

    “네.”

    [참고로, 좀비들한테 발견되면 안 되니까 최대한 소리 안 나게 접근하셔야 되요.]

    “혹시 기습할 때도 신호 주시나요?”

    [네. 아마 걔가 좀비들 잡는다고 총을 쏠 텐데, 총 쏠 때에 가까이 다가가셨다가, 총 소리 멎으면 그 때 돌격하세요.]

    영진tv가 어떻게 좀비를 모는 건지 궁금해서 그의 방송을 잠깐 봤었다.

    “와….”

    그는 멀쩡한 차량을 이용하여, 차를 끌고 좀비를 몰고 있었다.

    ­저게 되네 ㅋㅋㅋㅋㅋㅋ

    ­신기하다 ㅋㅋ

    ­차 안에 타고 있어도 공격 안 당하나 보네

    차 타면 무적인지 몰랐는데.

    나중에 저 방법을 쓴다면 보급을 더 편하게 먹을 수 있지 않을까?

    [지금 저한테 쏘는 건지, 좀비들한테 쏘는 건지 모르겠는데… 지금 어서 진입해주세요.]

    영진tv의 신호에 따라, 공장 구역 안으로 들어갔다.

    [지금 가장 커다란 건물 옆에서 총 쏘고 있거든요? 가까이 다가가서, 근처에 숨어 있다가 신호 주면 돌진하세요.]

    “네.”

    경쾌한 총소리가 계속 들려오다가, 잠시 멎었다.

    [지금 좀비들도 거의 쓸렸고, 재장전 중인 거 같거든요? 지금 들어가시죠!]

    영진tv의 신호에 따라, 달려 나왔다.

    “어… 어?”

    나와서 얼마 안 움직였는데, 바로 앞에 길리 슈트를 입은 상대방을 발견했다. 녀석이 총을 들고 있어서, 죽을 줄 알고 움찔했는데.

    ­쟤 왜 총 안 쏘냐? ㅋㅋㅋ

    ­총알 걸린 거 아님?

    “쟤 총 들고 있는데, 지금 총 못 쏘고 있어요! 지금 덮치죠!”

    [알았어요, 언니!]

    [총알 걸렸나 봐요. 위치 알려주세요.]

    “여기가 뭐라 말해야 되지… 앗… 영진님 쪽으로 도망치는 거 같은데….”

    [발견했어요! 어딜 도망치려고!]

    둔탁한 총소리가 들려왔고.

    [고무탄으로 기절시켜 놨거든요? 오셔서 죽이시면 되요.]

    “넹~!”

    ###

    외국인은 깨어나자마자, 자신이 모르는 언어를 내뱉는 사람들이 자신을 둘러싼 걸 깨달았다.

    [please! help! I want to live!]

    살고 싶다고 말하는 외국인.

    “지금 뭐라 말하는 거예요?”

    [살고 싶다는데요?]

    “아, 그래요?”

    하와와는 웃으며 외국인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법규(fuxk you!)다, 이 자식아!”

    소방 도끼의 날 끝이 외국인 캐릭터의 머리에 내리찍혔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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