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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와~ 예리니 방송에 와주셔서 고마운 거시에오!-98화 (98/100)
  • 〈 98화 〉 하와와 외전 2. 자격증 시험

    * * *

    하와와 외전 2. 자격증 시험

    하… 더워.

    면허증은 있지만, 운전 공포증으로 인해 자차를 사지 않았기 때문에, 이 더운 날에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정류장 근처의 도로를 지나다니는 차량들을 보면, 이럴 땐 운전을 하고 차를 몬다는 게 부럽긴 하단 말이지.

    나 같은 사람들은 버스 기다리며 땀 뻘뻘 흘리고 있지만, 그들은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쐬면서 쾌적한 상태로 움직일 테니까.

    그런데 내가 자차가 있다고 해도.

    자차를 써먹지는 못 했을 거다.

    왜냐면 시험장이 주차장까지는 지원하지 못 해서, 자차를 끌고 가도 시험장 주변에 차를 주차시키지는 못하니까.

    게다가 난… 운전이 무섭기도 하고, 운전에 재능이 없기도 한 사람이다.

    “아… 진짜 덥네….”

    “그러게… 오늘 왜 이렇게 덥지?”

    나이가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자애들 둘이서 얘기를 나누는 게 내가 서 있는 곳까지 들렸다.

    너희는 좋겠다.

    서로 얘기 나눌 상대라도 있으니. 난 없어서 그저 씁쓸하고 심심하다.

    “너무 더워더워더워더워더워더워더워더워더워더워더워더워더워더워더워더워… 더워서 미치겠어….”

    내가 서 있는 곳은 그늘이 넓은 장소였다. 그래서 그나마 덜 더웠는데, 시험 보는 시간이 점심시간이기도 했고, 정류장 위치도 위치여서, 정류장의 의자가 있는 곳보다 다른 곳이 더 그늘이 많았다.

    하지만 그들은 서 있는 것보단 앉아 있는 걸 선호했던 모양인지, 햇볕이 대부분의 공간을 장악한 정류장의 의자에 앉아 있는 채로 덥다고 말한 것이었다.

    더우면 이 쪽으로 오시든가….

    그리고, 그렇게 말할 정도로 덥지는 않은….

    휴대폰을 통해, 지금 온도가 몇 도인지 확인해봤다.

    지금 섭씨 33도구나.

    아, 이건 인정.

    그냥 내가 더위를 덜 타는 건가보네. 미안.

    “2분 남았네!”

    “조금만 더 빨리 와줬으면….”

    20분 동안 기다린 끝에, 드디어 버스 한 대가 오는 모양이다. 이래서 사람들이 자차를 끌고 다니는 건데… 나도 자차 끌고 다니고 싶다….

    드디어 버스가 눈앞에 보였고, 사람들은 저마다 버스를 가장 먼저 타려고 위치 선정을 하며 눈치를 보고 있었다.

    으음….

    뒤늦게 위치를 잡아서, 이거 내가 가장 늦게 타는 건 아닌가 걱정을 했었는데, 버스가 애매한 위치에서 정차를 한 덕분에 나에게 기회가 돌아왔다.

    “앗…?!”

    “…….”

    버스 문이 열리고.

    제일 앞에 있던 여자애가 먼저 움직이려 했으나, 그녀와 동시에 움직인 나를 발견하고는 잠시 머뭇거리는데.

    나도 잠시 멈칫했지만, 이내 ‘이건 좋은 기회다’라고 생각하여 먼저 움직여서, 버스 내부의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수 있었다.

    그 뒤로 우르르.

    사람들이 탑승하기 시작했고.

    텅텅 비었던 버스 내부는 어느 새, 사람들로 채워졌다.

    “왜 그 때 멈칫했어! ㅋㅋㅋㅋ….”

    “아니… 멈칫할 수밖에 없었어. 외모나 분위기를 보면, 양보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야 되나?”

    아까 멈칫했던 사람이 내 뒷자리에서 친구로 보이는 사람과 얘기를 꺼내고 있었다.

    “뭐, 확실히 너보다 예쁘긴 했지.”

    “뭐래, 미친냔이… ㅋㅋㅋㅋㅋ!”

    하와와… 칭찬 감사한 거시에오.

    그런데 저 애들이 내 정체를 모르고 있어서 아쉽기도 하고, 다행이기도 했다.

    괜히 사람들 많은 곳에서.

    “어! 저 사람! 방송에서 ‘하와와’ 거리는 사람 아니야?!”

    이렇게 다 들리는 목소리로 아는 척하면, 나도 곤란해지기 때문이다. 이게 인방인의 숙명인 거겠지.

    “이번 거. 합격할 거 같아?”

    “글쎄. 난 망한 거 같은데.”

    아까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많은 사람들 중, 수다를 떨던 여자애들의 말도 들려왔다.

    “이번 시험 쉽지 않았어?”

    “쉽기는 했는데… 좀 애매해.”

    건너편 자리에 앉은 남자애들도 시험에 대한 얘기를 꺼내고 있었다.

    “시험 어땠냐?”

    “모르겠다… 그냥 가서 게임이나 해야지… ㅋㅋ!”

    “어휴. 또 ­던­ 이냐?”

    “야, 이번 이벤트 참여 안 하면 그게 병X이야. 얼마나 혜자스럽게 퍼주고 있는데?”

    “네네. 다음 정공겜.”

    “양심도 없냐? 너는 그보다 심한 ­단­ 하고 있잖아.”

    “단풍잎이 어때서?”

    “‘소프트 리니지’잖아, 그 겜!”

    주변에서 들리는 말소리에 공감도 하고, 재미를 느끼면서 차창 바깥의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집에 가면 시험 썰이나 방송으로 풀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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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ive!

    하와와쨩

    시청자 5,312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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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래 돌아와서 씻고 바로 방송을 키려고 했는데, 시험 보고 집에 온 것만으로도 이미 지쳐서, 씻고 나서 잠시 누웠더니 저녁이었다.

    “하와와~ 방송 켠지 10분도 안 됐는데, 이렇게 많이 찾아와주셔서 캄사합니당!”

    ­하·하!

    ­방송 좀 늦게 킬 줄 알았는데, 의외로 빨리 켰네?

    ­오늘 시험 잘 봄?ㅋㅋ

    ­댕 같이 멸망 했으려나? ㅋㅋㅋ

    ­시험 잘 보셨나요?

    ­ㅋㅋ 시험 난이도 어땠음?

    “시험 난이도가… 쉬워 보이면서도 어려웠어요. 그래서 합격한다고 장담은 못 하겠네요.”

    ­그게 뭔 말이고? ㅋㅋㅋ

    ­ㅋㅋ 잘 봤다는 거야, 못 봤다는 거야?

    ­아 ㅋㅋ 그냥 개같이 망했다는 거지! ㅋㅋㅋ

    “아니… 왜 그렇게 말하는 거냐면, 내가 꼭 쉽다고 느껴지던 시험들은 하나같이 점수 까보면 망했더라고. 그래서 아마 이번에도 떨어지지 않을까 싶거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와와의 징크스 ㅋㅋㅋㅋㅋ

    ­이 정도면 거의 트라우마인데.

    ­그럼 나락이겠네 ㅎ

    [하또죽 님, 별풍 100개 후원 감사합니다!] ­이왕 시험 보러 갔으면 합격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하또죽 님, 별풍 100개 후원 캄사합니당… 아니, 저도 합격하고 싶어요! 자격증 따고 싶다고오! 그래서 시험 본 건데… 님들도 전산회계 2급 봐 보세요. 뭐가 뭔지 너무 헷갈린다고….”

    처음엔 그냥 가계부처럼 적는 건가보다, 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접근을 해봤는데, 내가 바보인 건지, 아니면 애초에 복잡한 건지… 그냥 어려웠다.

    [금연하3 님, 별풍 100개 후원 감사합니다!] ­아 ㅋㅋ 그래서 합격함?

    “금연하3 님, 별풍 100개 캄사합니당… 제가 바보라서 채점을 안 했는데, 혹시 오늘 시험 봤으면 가채점 답안도 나올까요?”

    ­당연히 나오지 않을까?

    “지금 저녁 7시인데… 가채점 답안이 벌써 나온다고요? 아무리 빨라도 밤 9시에 나오지 않을까요?”

    ­문제 출제자나 감독관도 사람임. 빨리 가채점 내놓고 자기들도 쉬고 싶을 텐데 ㅋㅋㅋ

    “아, 그런가?”

    시청자의 말을 듣고, 한국세무사회에 접속해보았다.

    “어? 정말 나왔네?”

    벌써 가채점 답안지가 나왔다.

    ­ㅋㅋㅋㅋ 거 봐 ㅋㅋㅋ

    ­세상 물정 모르는 하와와 ㄷㄷ

    ­이걸 모르시네… ㅋㅋ

    ­이제 채점 들어가나요? ㅋㅋㅋ

    “아니이… 모를 수도 있찌… 지금 마음이 싱숭생숭했는데, 잘 됐네요. 채점하고 시원하게 멸망 가즈아아!”

    ­채점하기도 전에 망할 거라 생각하시면 안 되죠 ㅠㅠ

    문제지를 가져와서 보여줬다.

    “이게 전산회계 2급 문제지구요. 저는 A형을 봤는데. 한 번 채점 들어가볼게요.”

    ­ㄷㄷㄷ

    ­자, 과연 결과는?

    “따라란~ 따라란~ 따라란~ 딴~ 쿵짝짝~ 쿵짝짝~ 따라리라라리….”

    [프시케폴리님, 별풍 100개 후원 감사합니다!] ­예린이, 점수 봐봐. 혹시 합격이야?

    일단 이론 15문제 중에서 무려 아홉 문제나 맞췄다!

    벌써 18점을 얻었다니!

    시작이 좋다!

    “잘 하면… 되겠는데….”

    실기문제.

    문제는 7번까지 있고, 각 문제 안에 다시 배점이 나눠진 항목 문제들이 있다.

    문제 1번부터 3번까지는 ‘틀린 그림 찾기’라고 여길 정도로 가장 쉬운 문제니까 당연히 다 맞췄을 거고.

    그러면 또 18점을 가져가는 거니까. 지금까지 36점!

    이제… 배점이 24점으로 가장 높은 문제 4번부터가 고비인데.

    왜 고비냐면 자산, 부채, 자본의 차변, 대변이 너무 어지럽고 복잡하다.

    외상 매출금은 차변.

    외상 매입금은 대변으로만 쓰일 줄 알았는데, 상황에 따라 차변, 대변 위치 바꿔서 쓰는 것도 그렇고.

    외상을 한다고 했으면.

    이게 외상 매입금인지. 미지급금인지도 헷갈린다. 그냥 둘 다 맞는 거라고 해주면 마음이라도 편할 텐데, 그게 아니니까 골치 아프다.

    건물 빌렸으면 그냥 임대료라고 간단하게 하지, 임차 보증금 계정 과목은 또 뭔데….

    “아! 차변하고 대변 바꿔 썼어야 했는데!”

    “…미친! 이걸 왜 몰랐지?”

    “하… 지X하네, 진짜.”

    “nimi… 대변에 보통예금 18만으로 쓰고, 차변에 예수금 9만, 세금과공과 9만으로 적었어야 했는데! 이런, 젠장!”

    문제 4번.

    3점짜리 문제가 8개가 있는 구간.

    여기서 차변과 대변을 아예 바꿔 쓴 문제가 세 문제.

    나머지 2문제는 아예 틀렸고.

    남은 세 문제만이 확실하게 맞췄다. 부분 점수로 2점을 준다고 하더라도, 15점.

    그럼 36점에 15점을 더하면… 41점… 하아….

    문제 5번부터는 더 힘들어지는데….

    “어휴. 다행히 여긴 다 맞췄고.”

    문제 5번.

    3점짜리 2개를 다 맞췄다.

    6점을 가져가니, 지금까지 47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커트라인 몇 점임?

    “커트라인 70점이요….”

    ­이러다간 불합격인데 ㅋㅋㅋㅋㅋ

    ­이미 확정 아님? ㅋㅋㅋㅋㅋ

    “확정이라니 너무하시네….”

    아직 문제 6번과 7번이 남아있다.

    하지만, 문제 6번은 3점짜리 네 문제 중에서 세 문제만 푼 상황.

    문제 7번은 각각 3점, 4점, 3점으로 총 10점짜리 문제인데, 이건 그나마 쉬워서 다 맞출 자신은 있었다.

    잠깐만… 문제 6번하고 7번을 다 맞춰도 나락이잖아, 이거?

    에이, 모르겠다. 일단 채점이나 해봐야지.

    “으으….”

    문제 6번.

    2문제만 맞춰서 6점!

    그리고 문제 7번.

    첫 번째 문제를 틀려서 7점만 가져가게 되었다! 부분 점수를 준다고 해도 8~ 9점인 상황.

    최대 9점을 준다고 가정하고, 6+9는 15니까… 47점에 15점을 더하면….

    응, 어림도 없어.

    응, 62점. 불합격이야~!

    “으아아아아아앙!!!”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거, 보아하니 불합격이로군 ㅋㅋ

    ­으이구 ㅋㅋㅋㅋㅋㅋㅋ

    ­그럼 그렇지 ㅋㅋㅋㅋㅋㅋㅋ

    ­아이고….

    ­반응 ㅈㄴ 웃기네 ㅋㅋㅋ

    어쩐지.

    문제가 쉬워 보이더라니.

    뭐, 확실히 이론 문제는 그간 풀었던 문제들보다는 엄청 쉽게 나오기는 했는데.

    이렇게 쉽게 나올 때 합격했어야 했는데… 댕 같이 멸망이라니….

    하… 다시 시험 신청해서 보면, 그 땐 합격할 자신이 있을까…?

    “여러분….”

    ­????

    ­왜요? 시험 떨어진 하와와 님.

    ­나락 간 하와와 ㅠㅠ

    “다시 공부해서 시험 보면 붙을 수 있을까요?”

    ­방송 아예 접으려고?

    ­그건 좀 선 넘는데.

    ­합격할 자신 있으면 다시 시험 봐도 상관은 없는데….

    ­몇 점이었기에 그럼?

    “가채점 결과… 55점에서 62점 사이 같거든요? 더 파보면 될 것도 같은데….”

    ­그냥 때려 치고 방송이나 하죠 ㅋㅋㅋ

    ­한 번에 합격했으면 좋았을 듯.

    ­아깝네요 ㅠㅠ

    ­그 정도면 아쉽긴 하지 ㅋㅋㅋ

    다시 공부해서 합격할 자신은 없다.

    하지만 그동안 해온 공부가 아깝기도 하다.

    마치, RPG 게임에 돈과 시간을 계속 투자해서 매몰비용이 많아져, 나중에 게임을 접기 힘든 것처럼. 지금 내 상황이 딱 이런 상황이다.

    “한 번만 더 도전해볼까요…? 투표 한 번 걸어볼게요.”

    과연 투표 결과는…?

    [한 번 더 시도 ㄱㄱ] ­64.3%

    [안 해! 그냥 때려 쳐!] ­35.7%

    (총 6341명 투표.)

    ­한 번 더 봐야겠누 ㅋㅋ

    ­이건 좀 아닌 거 같은데 ㅋㅋㅋ

    ­이번 한 번만 입니다… 꼭 합격하세요.

    때려 치자는 표가 더 나올 줄 알았는데, 약간 의외였다.

    “으음… 그러면 공부 더 열심히 해서, 다시 한 번 시도해볼게요. 이번에도 합격 못 하면 그냥 때려 치는 걸로….”

    사실 전산회계 뿐만이 아니라, 다른 자격증 공부도 병행하는 상황이라서 전산회계에만 집중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래도 첫 번에 50점 넘게 맞췄으니, 다음번에는 합격도 노려볼 수 있을지도 모르지.

    운전면허 1종 보통도 5수만에 겨우 땄는데, 전산회계 2급에 합격하는 내 자신의 모습이 상상이 되진 않았지만, 또 불합격 하더라도, 한 번 더 도전은 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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