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와와~ 예리니 방송에 와주셔서 고마운 거시에오!-96화 (96/100)

〈 96화 〉 하와와 93화

* * *

93.

[저 놈 뭐지?]

보라가 놀란 것만큼, 나도 놀랐다.

“벽 뚫고 도망쳤는데, 이거 핵인가요?”

[핵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버그 망겜이라, 특정 위치의 건물이나 지형 지물은 막히지 않고, 지나다닐 수 있거든요.]

­버그 잘 아는 놈들만 개꿀인 게임이네. 이게 맞나 싶고ㅋㅋ

­이러니 똥겜이지 ㅋㅋㅋ

­정말 갓겜이네….

똥겜 수준….

영진tv의 답변에 의문은 다소 해소 되었으나, 아직 한 가지 궁금증이 더 있었다.

“이상한 게 한 가지 더 있는데, 이거 PVE 서버라서 서로 공격 못하는 게 정상 아닌가요? 방금 마주친 사람과는 서로 때리는 게 가능했는데, 이건….”

[그건 핵이 맞을 거예요. PVE는 시스템 상, 플레이어끼리는 공격 못 하도록 설계가 되어 있는데, 그걸 무시한 거면 핵이겠죠.]

핵 사용자를 발견했으니, 정상적인 게임은 불가능 할 터.

“그 핵쟁이, 신고할 수 있나요?”

[사설 서버라서, 서버장에게 신고 넣어야 되는데… 방금 신고를 해봤지만, 답변이 돌아오지 않는 걸로 봐서 잠수 중인 거 같네요.]

­그러면 다른 서버 가야 되나? ㅋㅋㅋ

­공식 서버도 방치되고 있고, 핵 쓰는 애들 많아서 사설 서버가 오히려 나을 수도 있음.

보통은 핵 사용자를 이기기는 힘들다.

“그럼 어떻게 하죠? 아까 제가 그 놈 때려놔서, 나중에 복수하러 올 거 같은데.”

[다른 서버로 이동하면 되죠.]

“다른 서버는 지금 PVP 밖에 없잖아요? 저는 PVE를 하고 싶은데.”

[PVP랑 PVE 별 차이 없어요. 그리고 PVP가 더 재미 있어요.]

“PVP 어렵던데요… 상대방에게 죽은 적이 많아서 재미도 별로 없고….”

[아, 맞다. 그래서 PVE로 하신다고 했었지, 참….]

[영진 오빠, 예전에 이 겜 서버 만든 적 있지 않았어?]

[만든 적은 있긴 한데….]

영진tv, 그가 사설 서버를 만들어준다면 이 상황이 쉽게 해결될 터였지만, 말 끝을 흐리는 걸 보니, 그게 가능하진 않아 보였다.

[그 서버, 지금 못 열어?]

[다른 게임 하느라 서버 구동에 필요한 파일들을 죄다 삭제해 버려서… 다시 다운 받고 세팅하려면 시간 좀 걸리거든….]

[얼마나 걸리는데?]

[한 6시간?]

6시간이라.

지금 합방 중인데, 서버 구동하겠다고 6시간을 태우는 건 말이 안 된다. 차라리 포기가 더 빠른 시간.

[6시간은 힘든데….]

[하와와 님, 어떻게 하실래요? 다른 게임을 하실래요, 아니면 PVP 서버 중에서 그나마 사람 적은 곳을 찾아 갈까요?]

“…다른 게임은 뭐가 있나요?”

[리그 오브 레전설 하실래요?]

그건 좀….

“그냥 PVP 서버로 가시죵. 그나마 괜찮은 서버로 골라주세요.”

[롤을 별로 좋아하지 않으시나 보네요?]

“네, 뭐….”

새로운 인생과 함께, 롤 실력도 나락가서 그런 거라고는 말할 수 없었다.

[아까 PVP 힘들다고 하셨었는데, 괜찮으시겠어요?]

“적어도 롤보단 낫겠죠,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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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부터 골 때리네요….”

[무슨 일 있어요, 언니?]

[쫓기고 있어요?]

“네. 쫓기고 있는데….”

4명의 외국인이 예린이의 캐릭터를 쫓고 있었다.

“웬 미친놈들한테 단단히 걸린 거 같은데요?”

이 상황의 시발점은 15분 전.

예린이가 새로운 서버에서 아이템을 찾기 시작하던 때였다.

[어때요? 이 서버.]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하다 보면 괜찮은지 알 수 있겠죠.”

[그나마 핵 잘 막기로 소문난 사설 서버 중에서 사람이 적은 곳이긴 한데… ‘아닌 거 같다’ 싶으시면 말씀하세요. 다른 서버 찾아드릴게요.]

“넹.”

[지금 제 위치가 182.155.78 이거든요?]

[오오… 오빠, 나랑 가깝네?]

[넌 그럼, 내 위치 빨리 찾아서 오고. 하와와 님은 위치 좌표가 어떻게 되세요?]

“저는 46.192.85 에요.”

[많이 머네요. 일단은 이렇게 하죠. 저희 둘이 최대한 빨리 합류한 후, 바로 하와와 님 쪽으로 찾아갈 테니까, 하와와 님은 그동안 돌아다니시면서 파밍하고 계세요.]

“네엥.”

예린이는 이미 여러 아이템을 찾고 있는 중이었다. 그래서 영혼 없는 답변을 뱉으며,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고 있었는데….

타앙!

총 소리가 예린이의 근처에서 크게 울리자, 그녀는 깜짝 놀라 몸이 움찔했다.

­ㅋㅋㅋ 움찔거리는 거 귀엽누

­깜짝 놀랐나 봄 ㅋㅋㅋㅋ

­하긴 나도 처음 사격 훈련 했을 때 총 소리가 커서 놀라긴 했지 ㅋ

­아까 외국인한테 죽었던 경험도 있고 해서 조건반사적으로 놀란 거 같은데 ㅋㅋ

­이 겜은 좀비보다 사람이 더 무서워서 총 소리랑 발 소리만 들어도 공포겜임ㅋㅋㅋ

“어휴, 깜짝이야.”

[뭔 일 있어요?]

“주변에서 총 소리가 들리기에 깜짝 놀랐어요.”

[저도 허구한 날 죽던 시절에는 총 소리만 듣고도 놀랐던 적 많아요. 정상입니다. 이 게임은 사람이 가장 무서운 게임이라….]

영진tv가 과거를 회상하며, 얘기를 꺼내던 도중. 예린이는 무기를 발견했다.

“오옷!”

[뭐, 좋은 거라도 발견하셨나요?]

“소방용 도끼 얻었어요!”

소방 도끼는 강력한 근접 무기 중 하나다. 휘두르는 도끼를 한 방만 맞아도 출혈 효과가 반드시 터지기에, 근접전에서 상대를 죽이기 쉬운 무기다.

­좋은 거임?

­저렇게 들떠 있을 정도면 좋은 거 아님? ㅋㅋ

[좋은 거 얻으셨네요.]

[부럽네요, 언니. 저는 지금 장갑 하나랑 통조림 2개밖에 못 얻었는데.]

“어… 그런데….”

[음?]

“으와악?!”

[무슨 일 있어요?]

[언니?!]

예린이를 발견한 외국인 2명이, 그녀가 등에 매고 있는 소방 도끼를 보고 탐이 나서, 칼을 휘두르며 덤볐다.

“이런 미친! 다짜고짜 덤비네?”

­무슨 전투민족인가ㅋㅋ 보자마자 싸우려고 하네

­야만적이군….

­미친 놈들 많네, 이 게임ㄷㄷ

[외국인들이 싸움 걸었나요?]

“네, 그래서 지금 바빠요!”

도끼를 마구 휘둘러, 달려드는외국인들에게 치명상을 입혔지만, 그들은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내가, 빙다리 핫바지로 보이냐! 어디 한 번 들어와 봐, 이 새X야!”

2명 중 한 명을 쓰러트린 예린이.

­이야 ㅋㅋㅋㅋ 이걸 ㅋㅋㅋ

­외국인들 바보임? 1:2도 쉽게 못 이기네?

­하와와 ㅈㄴ 잘 하는데? ㅋㅋ

­도끼 빨 아님? ㅋㅋㅋㅋ

하지만, 나머지 한 명이 최후의 저항이라도 하는 것처럼, 예린이의 공격을 꽤나 버티면서 그녀의 체력을 갉아먹었다.

“아악! 저 핫바지 맞아요! 그만!”

[지금 어디인지 좌표 불러주실 수는 없겠죠…?]

“101! 120! 57이요! 덤벼라, 이 악마야!”

자존심 센 두 바보의 대결을 연상시키는 처절한 전투는, 예린이의 승리로 끝났다.

칼이 도끼보다 사거리가 짧았고, 칼은 확률적으로 출혈 디버프를 넣지만, 도끼는 확정적으로 출혈을 넣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이걸 이기네 ㅋㅋ

­역시 소방 도끼인가….

­외국인들 템이 좀 부실하긴 했음

­칼이 리치가 짧아서 그런가?

­하와와 님 ㅈㄴ 멋졌어요.

“후우….”

승리의 세리머니로 상대의 시체를 향해, 카메라에 대고 가운데 손가락을 올리는 예린이.

“이거나 드셔.”

[지금 상황이 어떻게 된 건가요? 혹시 이기셨나요?]

“네, 이겼어요.”

예린이는 담담하게 대답했지만, 말끝엔 흥분과 공포로 인한 떨림이 전해져왔다.

[와… 2명을 순식간에 잡았어요? 대박!]

“운 좋게 소방 도끼 얻어서 가능했지, 그게 아니었으면 이미 죽었을 겁니다.”

[다행이네요. 혹시 체력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면, 붕대나 헝겊을 사용해서 출혈 디버프를 없애시는 게 좋을 거예요.]

영진tv의 말에 자신의 캐릭터 상태를 다시 확인한 예린이.

“하마터면 큰일 날 뻔 했네요. 조금만 늦었어도 쓰러졌을 거 같은데. 덕분에 살았어요.”

[저도 그렇게 죽은 경험이 많아서… 하핫.]

“이거 피 채우려면 어떻게 해야 되나요?”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하나는 다른 플레이어가 피를 채워 놓은 수혈팩을 쓰시면 되구요. 또 다른 건 물 마시고 배를 채우시면 됩니다.]

“제가 전에 술인 줄 알고 마셨는데, 알콜 팅쳐라는 독극물인가? 그런 걸 마셨던 안 좋은 기억이 있어서… 혹시, 뭘 먹으면 되는 건지도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일단 통조림이랑 음료수는 바로 먹어도 무방하지만, 손이 깨끗해야 되요. 특히, 손이 피 묻거나 더러운 상태에서 음식이나 물을 섭취하면 콜레라나 장염 같은 질병에 걸릴 수 있어요.]

­존나 쓸데없이 현실적이네 ㅋㅋ

한 시청자의 채팅에 예린이는 공감하며 말했다.

“정말 쓸모없는 부분에선 더럽게 현실적이네요. 게임이 게임다운 부분도 있어야 되는데….”

[저는 오히려 불편할 정도로 현실적이어서 더 재밌어요. 뭐, 어디까지나 취향 차이긴 하겠지만.]

근처에 있는 물 펌프에 간 예린이는 그의 말대로 더럽혀진 손을 깨끗히 씻고, 통조림으로 배를 채우려는데….

“칼로 통조림을 뜯어서 먹으려 하는데, 얼어붙었다면서 먹을 수 없다고 뜨네요? 이건 어떻게 하죠?”

[아, 그건 모닥불 지피시거나 캠프파이어 앞으로 가서, 언 통조림이나 음료수를 녹여야 되요.]

‘모닥불을 지피려면 장작과 헝겊이 많이 필요한데… 귀찮으니까 아까 발견한 캠프파이어로 가봐야겠다.’

예린이는 소방 도끼를 주웠던 곳인 캠프파이어로 향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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