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6화 〉 하와와 9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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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
[저 놈 뭐지?]
보라가 놀란 것만큼, 나도 놀랐다.
“벽 뚫고 도망쳤는데, 이거 핵인가요?”
[핵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버그 망겜이라, 특정 위치의 건물이나 지형 지물은 막히지 않고, 지나다닐 수 있거든요.]
버그 잘 아는 놈들만 개꿀인 게임이네. 이게 맞나 싶고ㅋㅋ
이러니 똥겜이지 ㅋㅋㅋ
정말 갓겜이네….
똥겜 수준….
영진tv의 답변에 의문은 다소 해소 되었으나, 아직 한 가지 궁금증이 더 있었다.
“이상한 게 한 가지 더 있는데, 이거 PVE 서버라서 서로 공격 못하는 게 정상 아닌가요? 방금 마주친 사람과는 서로 때리는 게 가능했는데, 이건….”
[그건 핵이 맞을 거예요. PVE는 시스템 상, 플레이어끼리는 공격 못 하도록 설계가 되어 있는데, 그걸 무시한 거면 핵이겠죠.]
핵 사용자를 발견했으니, 정상적인 게임은 불가능 할 터.
“그 핵쟁이, 신고할 수 있나요?”
[사설 서버라서, 서버장에게 신고 넣어야 되는데… 방금 신고를 해봤지만, 답변이 돌아오지 않는 걸로 봐서 잠수 중인 거 같네요.]
그러면 다른 서버 가야 되나? ㅋㅋㅋ
공식 서버도 방치되고 있고, 핵 쓰는 애들 많아서 사설 서버가 오히려 나을 수도 있음.
보통은 핵 사용자를 이기기는 힘들다.
“그럼 어떻게 하죠? 아까 제가 그 놈 때려놔서, 나중에 복수하러 올 거 같은데.”
[다른 서버로 이동하면 되죠.]
“다른 서버는 지금 PVP 밖에 없잖아요? 저는 PVE를 하고 싶은데.”
[PVP랑 PVE 별 차이 없어요. 그리고 PVP가 더 재미 있어요.]
“PVP 어렵던데요… 상대방에게 죽은 적이 많아서 재미도 별로 없고….”
[아, 맞다. 그래서 PVE로 하신다고 했었지, 참….]
[영진 오빠, 예전에 이 겜 서버 만든 적 있지 않았어?]
[만든 적은 있긴 한데….]
영진tv, 그가 사설 서버를 만들어준다면 이 상황이 쉽게 해결될 터였지만, 말 끝을 흐리는 걸 보니, 그게 가능하진 않아 보였다.
[그 서버, 지금 못 열어?]
[다른 게임 하느라 서버 구동에 필요한 파일들을 죄다 삭제해 버려서… 다시 다운 받고 세팅하려면 시간 좀 걸리거든….]
[얼마나 걸리는데?]
[한 6시간?]
6시간이라.
지금 합방 중인데, 서버 구동하겠다고 6시간을 태우는 건 말이 안 된다. 차라리 포기가 더 빠른 시간.
[6시간은 힘든데….]
[하와와 님, 어떻게 하실래요? 다른 게임을 하실래요, 아니면 PVP 서버 중에서 그나마 사람 적은 곳을 찾아 갈까요?]
“…다른 게임은 뭐가 있나요?”
[리그 오브 레전설 하실래요?]
그건 좀….
“그냥 PVP 서버로 가시죵. 그나마 괜찮은 서버로 골라주세요.”
[롤을 별로 좋아하지 않으시나 보네요?]
“네, 뭐….”
새로운 인생과 함께, 롤 실력도 나락가서 그런 거라고는 말할 수 없었다.
[아까 PVP 힘들다고 하셨었는데, 괜찮으시겠어요?]
“적어도 롤보단 낫겠죠,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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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부터 골 때리네요….”
[무슨 일 있어요, 언니?]
[쫓기고 있어요?]
“네. 쫓기고 있는데….”
4명의 외국인이 예린이의 캐릭터를 쫓고 있었다.
“웬 미친놈들한테 단단히 걸린 거 같은데요?”
이 상황의 시발점은 15분 전.
예린이가 새로운 서버에서 아이템을 찾기 시작하던 때였다.
[어때요? 이 서버.]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하다 보면 괜찮은지 알 수 있겠죠.”
[그나마 핵 잘 막기로 소문난 사설 서버 중에서 사람이 적은 곳이긴 한데… ‘아닌 거 같다’ 싶으시면 말씀하세요. 다른 서버 찾아드릴게요.]
“넹.”
[지금 제 위치가 182.155.78 이거든요?]
[오오… 오빠, 나랑 가깝네?]
[넌 그럼, 내 위치 빨리 찾아서 오고. 하와와 님은 위치 좌표가 어떻게 되세요?]
“저는 46.192.85 에요.”
[많이 머네요. 일단은 이렇게 하죠. 저희 둘이 최대한 빨리 합류한 후, 바로 하와와 님 쪽으로 찾아갈 테니까, 하와와 님은 그동안 돌아다니시면서 파밍하고 계세요.]
“네엥.”
예린이는 이미 여러 아이템을 찾고 있는 중이었다. 그래서 영혼 없는 답변을 뱉으며,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고 있었는데….
타앙!
총 소리가 예린이의 근처에서 크게 울리자, 그녀는 깜짝 놀라 몸이 움찔했다.
ㅋㅋㅋ 움찔거리는 거 귀엽누
깜짝 놀랐나 봄 ㅋㅋㅋㅋ
하긴 나도 처음 사격 훈련 했을 때 총 소리가 커서 놀라긴 했지 ㅋ
아까 외국인한테 죽었던 경험도 있고 해서 조건반사적으로 놀란 거 같은데 ㅋㅋ
이 겜은 좀비보다 사람이 더 무서워서 총 소리랑 발 소리만 들어도 공포겜임ㅋㅋㅋ
“어휴, 깜짝이야.”
[뭔 일 있어요?]
“주변에서 총 소리가 들리기에 깜짝 놀랐어요.”
[저도 허구한 날 죽던 시절에는 총 소리만 듣고도 놀랐던 적 많아요. 정상입니다. 이 게임은 사람이 가장 무서운 게임이라….]
영진tv가 과거를 회상하며, 얘기를 꺼내던 도중. 예린이는 무기를 발견했다.
“오옷!”
[뭐, 좋은 거라도 발견하셨나요?]
“소방용 도끼 얻었어요!”
소방 도끼는 강력한 근접 무기 중 하나다. 휘두르는 도끼를 한 방만 맞아도 출혈 효과가 반드시 터지기에, 근접전에서 상대를 죽이기 쉬운 무기다.
좋은 거임?
저렇게 들떠 있을 정도면 좋은 거 아님? ㅋㅋ
[좋은 거 얻으셨네요.]
[부럽네요, 언니. 저는 지금 장갑 하나랑 통조림 2개밖에 못 얻었는데.]
“어… 그런데….”
[음?]
“으와악?!”
[무슨 일 있어요?]
[언니?!]
예린이를 발견한 외국인 2명이, 그녀가 등에 매고 있는 소방 도끼를 보고 탐이 나서, 칼을 휘두르며 덤볐다.
“이런 미친! 다짜고짜 덤비네?”
무슨 전투민족인가ㅋㅋ 보자마자 싸우려고 하네
야만적이군….
미친 놈들 많네, 이 게임ㄷㄷ
[외국인들이 싸움 걸었나요?]
“네, 그래서 지금 바빠요!”
도끼를 마구 휘둘러, 달려드는외국인들에게 치명상을 입혔지만, 그들은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내가, 빙다리 핫바지로 보이냐! 어디 한 번 들어와 봐, 이 새X야!”
2명 중 한 명을 쓰러트린 예린이.
이야 ㅋㅋㅋㅋ 이걸 ㅋㅋㅋ
외국인들 바보임? 1:2도 쉽게 못 이기네?
하와와 ㅈㄴ 잘 하는데? ㅋㅋ
도끼 빨 아님? ㅋㅋㅋㅋ
하지만, 나머지 한 명이 최후의 저항이라도 하는 것처럼, 예린이의 공격을 꽤나 버티면서 그녀의 체력을 갉아먹었다.
“아악! 저 핫바지 맞아요! 그만!”
[지금 어디인지 좌표 불러주실 수는 없겠죠…?]
“101! 120! 57이요! 덤벼라, 이 악마야!”
자존심 센 두 바보의 대결을 연상시키는 처절한 전투는, 예린이의 승리로 끝났다.
칼이 도끼보다 사거리가 짧았고, 칼은 확률적으로 출혈 디버프를 넣지만, 도끼는 확정적으로 출혈을 넣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이걸 이기네 ㅋㅋ
역시 소방 도끼인가….
외국인들 템이 좀 부실하긴 했음
칼이 리치가 짧아서 그런가?
하와와 님 ㅈㄴ 멋졌어요.
“후우….”
승리의 세리머니로 상대의 시체를 향해, 카메라에 대고 가운데 손가락을 올리는 예린이.
“이거나 드셔.”
[지금 상황이 어떻게 된 건가요? 혹시 이기셨나요?]
“네, 이겼어요.”
예린이는 담담하게 대답했지만, 말끝엔 흥분과 공포로 인한 떨림이 전해져왔다.
[와… 2명을 순식간에 잡았어요? 대박!]
“운 좋게 소방 도끼 얻어서 가능했지, 그게 아니었으면 이미 죽었을 겁니다.”
[다행이네요. 혹시 체력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면, 붕대나 헝겊을 사용해서 출혈 디버프를 없애시는 게 좋을 거예요.]
영진tv의 말에 자신의 캐릭터 상태를 다시 확인한 예린이.
“하마터면 큰일 날 뻔 했네요. 조금만 늦었어도 쓰러졌을 거 같은데. 덕분에 살았어요.”
[저도 그렇게 죽은 경험이 많아서… 하핫.]
“이거 피 채우려면 어떻게 해야 되나요?”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하나는 다른 플레이어가 피를 채워 놓은 수혈팩을 쓰시면 되구요. 또 다른 건 물 마시고 배를 채우시면 됩니다.]
“제가 전에 술인 줄 알고 마셨는데, 알콜 팅쳐라는 독극물인가? 그런 걸 마셨던 안 좋은 기억이 있어서… 혹시, 뭘 먹으면 되는 건지도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일단 통조림이랑 음료수는 바로 먹어도 무방하지만, 손이 깨끗해야 되요. 특히, 손이 피 묻거나 더러운 상태에서 음식이나 물을 섭취하면 콜레라나 장염 같은 질병에 걸릴 수 있어요.]
존나 쓸데없이 현실적이네 ㅋㅋ
한 시청자의 채팅에 예린이는 공감하며 말했다.
“정말 쓸모없는 부분에선 더럽게 현실적이네요. 게임이 게임다운 부분도 있어야 되는데….”
[저는 오히려 불편할 정도로 현실적이어서 더 재밌어요. 뭐, 어디까지나 취향 차이긴 하겠지만.]
근처에 있는 물 펌프에 간 예린이는 그의 말대로 더럽혀진 손을 깨끗히 씻고, 통조림으로 배를 채우려는데….
“칼로 통조림을 뜯어서 먹으려 하는데, 얼어붙었다면서 먹을 수 없다고 뜨네요? 이건 어떻게 하죠?”
[아, 그건 모닥불 지피시거나 캠프파이어 앞으로 가서, 언 통조림이나 음료수를 녹여야 되요.]
‘모닥불을 지피려면 장작과 헝겊이 많이 필요한데… 귀찮으니까 아까 발견한 캠프파이어로 가봐야겠다.’
예린이는 소방 도끼를 주웠던 곳인 캠프파이어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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