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5화 〉 하와와 9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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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잠시 방송을 종료하고, 디코 음성채팅으로 서로 의견을 나눴다.
“영진 님은 데이즈라는 게임 어느 정도 하셨나요?”
[오래하진 않았어요. 한 3개월?]
“그렇군요. 보라 님은요?”
[저는 저 오빠 따라서 며칠 밖에 못 했어요.]
“흠….”
며칠 밖에 안 했다는 건, 게임 실력이 나와 비슷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PVP를 할지, PVE를 할지 고민하던 와중, 영진tv가 말을 꺼냈다.
[하와와 님은 혹시, 데이즈 많이 해보셨나요?]
“저도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어요. 아까 PVP 하다가 외국인들한테 잘 죽기도 했고, 게임이 너무 불친절하면서도 어렵다 싶어서 적응도 할 겸 PVE로 넘어간 거거든요.”
[그러면 PVE에서 제가 알려드릴 수 있는 건 최대한 알려드릴 테니, 일단 PVE로 합방 진행하는 걸로 하죠?]
안 그래도 PVE 모드로 하는 게 어떻겠냐고 말을 하려 했는데, 상대가 먼저 말을 꺼내서 수고를 덜었다.
“그러시죠.”
[서버랑 위치 알려주시면 접속해서 바로 그 쪽으로 갈게요.]
“서버는 알려줄 수 있는데, 위치는 어떻게 알려주나요?”
[지도 보면 우측 하단에 좌표가 보일 거예요. 그 좌표 불러주시면 되요.]
“아하…!”
그간 좌표는 생각도 안 하고, 위치와 지도의 그림만 보고 움직였는데, 좌표를 잘 활용하면 장소를 기억하고 찾아가기 더 쉬울 것 같았다.
서버와 좌표를 디코에 남긴 후, 기다리는 동안 방송을 키고, 모닥불을 지피고, 얼어버린 음식들을 녹이고 있었다.
[모닥불 앞에 한 명 보이는데, 하와와 님 맞나요?]
영진tv의 말을 듣고, 뒤를 돌아보자, 어느 새 못 보던 캐릭터가 눈앞에 있었다.
“네, 맞을 거예요.”
[확실하게 확인해야 되니까, 손 흔드는 이모션 해 주실 수 있나요?]
“네.”
캐릭터의 손을 계속 흔들자, 그의 목소리에 안도감이 묻어 나왔다.
[맞았군요. 이제 보라만 오면 되겠는데….]
보라는 잠시 전화가 와서 마이크를 잠시 끈다는 디코 메시지를 남기고, 조용히 있었기에 그녀가 잘 찾아오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음… 일단 보라는 저랑 같이 이 게임을 많이 해 봤으니까, 기초적인 건 대부분 할 줄 아는데. 하와와 님은 모르시는 게 많을 테니까, 모르는 건 다 물어보세요.]
모르는 게 산더미였지만, 일단은 여러 단축키와 조작법부터 물어봤다.
[이 게임이 튜토리얼도 없고, 시스템에서도 알려주는 게 많지 않아서 불친절한 게임이라, 조작법부터 모르시는 분들이 많죠.]
그는 경험자답게 유용한 걸 많이 알려줬다.
앉거나 눕거나, 소리 없이 움직이는 단축키를 알려줬고.
각 총기에는 끼울 수 있는 부속품이 있는데, 그걸 한 번에 끼거나 해제할 수 있는 단축키.
버그를 이용해, 총기를 교체하자마자 빠르게 쏘는 방법.
일부 무기를 계속 바꿔 낄 때 걸리는 버그를 이용해, 공격 범위를 늘리는 요령. 뭘 하면 질병에 걸리는지 등등. 다양한 걸 알려줬다.
질문에 대한 설명을 마친 그가 자신의 장비 템 일부를 나눠줬다.
그 중에는 권총 두 자루와 60발 이상의 탄약. 마체테와 가방도 있었다.
“그런데, 여러 좋은 장비를 이미 갖고 계시네요?”
[제가 이 게임 1천 시간 이상 하면서, 거의 대부분의 서버에서 다 키워본 적이 있어서 그래요. 주로 시청자 참여 위주로 컨텐츠 찍었던 게임 중 하나가 이거라서….]
이 게임을 1천 시간 씩이나?
대단하네 ㅋㅋㅋ
내가 직접 해보니 존나 똥겜이라 1시간도 아깝던데.
“…그렇군요.”
버그로 점철된 게임에 1천 시간이라니… 대단하다고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신기하게 보이실 수도 있어요. 이런 똥겜을 1천 시간 이상 했으니까.]
앗… 내 생각이 얼굴에 대놓고 드러났나?
“아앗… 저는 단지 대단하다고 생각했어요.”
당황하는 하와와 졸귀 ㅋㅋㅋ
ㅋㅋㅋㅋ
[괜찮아요. 시청자 중 몇몇 분들이 그런 말씀을 했었거든요. 이 게임 왜 하냐고. 망겜 아니냐고.]
게임 방송하는 스트리머들은 지긋지긋하게 듣는 소리다. 나도 들어본 적이 많았고.
[그런데 이런 게임이라도 오래 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어요. 좀비 아포칼립스 장르에, 오픈월드 생존 게임은 이 게임이 유일하니까 어쩔 수 없죠.]
“그런 장르의 서바이벌 게임 좋아하시나 보네요?”
[그런 것도 있고, 이 게임은 특이하게 현실적인 부분이나 고증이 과해서 생존이 힘든 부분도 없지 않아 있어요. 뭐랄까, 게임이 게임답지 않고, 현실에서 생존하는 느낌이랄까? 실제로 세상이 멸망하고 살아남는 그런 느낌이 드는 게임이라서 마음에 들었던 게 더 큰 것 같아요.]
취향 특이하네
ㄹㅇ ㅋㅋ 차라리 롤이 더 재밌지 않나?
롤도 나한텐 노잼이라서 no인정.
넌 노인정에나 가라.
어휴 핵노잼!
“그렇군요.”
[게다가, 이런 말세에서 서로 간에 언제든지 뒤통수를 노릴 수 있다는 점이, 항상 긴장감을 주기에 마냥 지루하진 않은 게임이에요.]
좀비보다 사람이 훨씬 무서운 겜이지 ㅋㅋㅋ
이 게임 좀비는 다른 겜에 비하면 별로 안 무섭긴 함 ㅇㅇ
“대부분은 공감하지만, 템 얻으려고 돌아다닐 때만큼은 너무 지루하네요. 맵이 너무 넓어서 마라톤을 하는 건지, 게임을 하는 건지 모르겠어서.”
1시간 돌아다니다가 죽어서 접은 병X 게임
식량 얻으려고 2시간 동안 돌아다녔는데, 얻은 건 통조림 하나 뿐이었음 ㅋㅋㅋ
몇 시간 동안 파밍한 템을 다른 누군가에게 갖다 바치는 겜.
친구들끼리 서로 템 물려주면서 하다가 다 같이 접었었지….
[으음… 확실히, 이동할 때는 지루하긴 해요. 그래서 마라톤 온라인이라고 불리기도 하고. 단점도 있기는 하지만, 저한텐 재미있는 게임인 건 분명해요.]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기에, 게임에 몰입하는 방법도 가지각색이다.
“그럼 가상에서 어느 정도 현실적인 체험이나 대리만족을 하시는 걸 좋아하시나 보군요?”
[음… 그렇다고도 할 수 있겠죠?]
그럼, 이 사람. 나중에 나올 ‘VRchat’도 좋아하려나?
[째성합니당! 전화가 좀 길어서, 이제 그 쪽으로 움직이는 중이에영!]
[지금 합방인데 전화로 시간 때우는 스트리머는 여기 보라밖에 없을 거야.]
[아니… 엄마 전화여서 어쩔 수 없는데, 그럼 어떻게 해! 전화 내용 들려줬어야 맞는 거야?]
[푸하하핫! 농담! 농담!]
보라의 합류로, 오디오는 빌 틈이 없이 다채로워졌다.
[지금 그 쪽 가는 중인데, 어… 여기 좀비 몰이하는 사람이 내 쪽으로 오고 있는데?]
[어차피 걔가 먼저 죽을 게 뻔하니까, 저번처럼 건물 안에 들어가서 방어해.]
[알았어. 헤이, 스트레인저! 뻡규 맨!]
외국인이 뭐라 말을 걸어서 대답하는 상황인 걸로 보였다.
[이 외국인 뭔데?]
[…왜? 무슨 일 있어?]
[아니, 나 참. 어이가 없어서.]
[대체 뭔 일인데?]
[이 외국인, 벽 뚫고 안으로 들어오는데?]
[핵인가 보네.]
“여긴 사설 서버인데, 핵이 있을 수가 있나요?”
있음 ㅇㅇ
핵 감지 프로그램은 있는데, 핵을 막는 프로그램은 없을 걸?
사설 서버도 공식이랑 마찬가지로 핵 쓰는 놈 많음.
그나마 사설은 서버 주인장이 핵 쓰는 애 로그 찾아서 입장 못 하게 막기라도 하지만, 공식은 그런 게 없어서 사설하는 거지.
[사설도 공식과 별 다를 게 없이 핵이 존재해요.]
“그럼 공식이랑 사설이랑 차이점이 뭐죠?”
[사설은 핵을 누가 썼는지 감지하기가 쉽고, 핵 쓴 사람은 서버에서 추방시켜서 다시는 못 들어오게 할 수 있죠.]
“단점은요?”
[단점은, 서버 주인이 있어야 추방을 하든, 뭘 하든 할 수 있다는 점이죠. 게다가 핵 감지와 핵 방지가 없는 사설 서버가 많다는 점도 있구요.]
“그럼 이 서버는 핵을 못 막는 서버인가 보네요?”
[아무래도 그렇겠죠.]
[…지금 외국인이랑 건물 안에서 싸우고 있는데, 빨리 나 좀 구해줄 수 없을까?]
다급한 보라의 말이 들려왔다.
[알았어, 알았어! 위치가 어딘지는 적어놨지?]
[지금 디코 보면 되잖아!]
[언제 적어났대? 하와와 님, 저 따라 오세요!]
“아, 네!”
보라와 외국인이 사투를 벌이고 있을 건물 근처에 도착했는데, 주변의 좀비들이 열 마리 이상이라 쉽게 접근하지 못 했다.
[원래 이 방법은 안 쓰려고 했는데, 상황이 급하니 총소리로 유인하면서 한꺼번에 잡을 게요.]
“네, 그러시죠.”
영진tv가 산탄총으로 총소리를 내기 시작하자, 주변의 좀비들이 서서히 모여들기 시작했다.
[멍청한 놈들아! 여기다, 여기!]
[아니, 이 외국인 왜 이렇게 안 죽어? 으아앗?!]
일곱 마리는 그를 쫓아갔다. 하지만 나머지 세 마리는 총소리에 주변을 돌아보다가 내 캐릭터를 발견하고, 미친 듯이 쫓아왔다.
타앙! 타앙!
일직선으로 먼저 돌격해오는 좀비 두 마리 중, 한 마리를 총으로 쏴서 잡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아직 두 마리나 남아 있었다.
ㅎㅎ 잘 맞추네?
곧게 달려와서 그런 듯? ㅋㅋ
[어우! 죽을 뻔 했네.]
[하… 왜 내가 휘두를 땐 처 맞아도 멀쩡한 건데?]
“으으….”
타앙! 타앙! 타앙!
좀비가 이리 저리 움직여서 그런지, 총알이 자꾸 빗나갔다.
게다가 조준점이 없는 게임이라서, 더 맞추기 힘든 게임이기도 했다.
총은 불편해서 안 되겠다.
마체테로 잡는 수밖에.
“드루와! 드루와아아아!”
좀비 두 마리를 빠르게 잡았지만, 한꺼번에 상대하면서 방어를 하지 못해서 그런지, 체력이 절반 깎여 있었다.
나머지 좀비들은 영진tv가 알아서 하리라 생각하고, 건물 내로 진입했다.
“보라 님, 어디에요?”
[저 3층에 있어요!]
구조가 복잡해서 위로 올라가는 계단을 찾는데 애먹었다.
겨우 찾아서 올라가 보니, 한 명은 도망치고, 다른 한 명은 그 뒤를 쫓고 있었다.
[언니! 언니! 막아줘요!]
“어? 어어!”
[hey, come on, bitch!]
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거 무슨 철권 태그매치임?ㅋㅋ
외국인이 휘두르는 도끼를 아슬아슬하게 피해 내면서, 마체테를 길쭉한 망치로 바꿨다.
[huh?! Come here!]
그대로 뒤로 빠지면서, 망치를 다시 마체테로 바꾸는 것으로 준비는 끝났다.
“네가 원하는 대로 들어가 줄게.”
마체테를 한 번 휘두르자, 범위 바깥에 있었음에도 공격을 처 맞고 흔들리는 외국인의 캐릭터.
[What the….]
녀석은 당황했던 건지, 벽을 관통하듯 지나가며 도망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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