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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와~ 예리니 방송에 와주셔서 고마운 거시에오!-94화 (94/100)
  • 〈 94화 〉 하와와 91화

    * * *

    91.

    굵직하고 시끄러운 총성이 들리는 순간, 내 캐릭터는 죽은 줄 알았다.

    그러나 의외로 멀쩡했다.

    [What's happening….]

    당황한 외국인은 산탄총을 재장전하기 위함인지, 뒤로 물러났고, 그대로 뒤쫓았다.

    이대로 재장전하려고? 어림도 없지!

    구석으로 모는데 성공했다. 그대로 한국인의 매운 펀치를 보여줄 차례였다.

    “이리 와! 드루와아아아아!”

    [What the fuck…?]

    녀석이 재장전으로 머뭇거리는 중에, 있는 힘껏 녀석의 얼굴에 주먹을 꽂았다.

    “이게 바로 분노의 코리안 펀치다!”

    [Fuck you!]

    법규를 찾고 있는 외국인.

    하지만 여긴 무법지대.

    법규 따윈 없다.

    “하와와 펀치! 하와와 펀치!”

    ­외국인 이대로 죽나요 ㅋㅋㅋㅋ

    ­분노의 하와와 펀치 ㄷㄷ

    ­‘그 펀치를 표현할 수식어는 없다.’ ­톰 크루즈

    타앙!

    또 다시 시끄러운 총성이 들려서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으나….

    “살았네?”

    버그인지, 공포탄이었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이 기회를 활용하여 녀석을 때려눕히는데 성공했다.

    [Holy Shit….]

    녀석은 짜증이 섞인 마지막 유언을 남긴 채, 싸늘한 주검이 되었다.

    “드디어! 드디어 이 망할 외국인을 제가 이겼어요!”

    ­이러다가 외국인 혐오증 생기는 건 아닌가 모르겠네 ㅋㅋㅋㅋㅋ

    ­ㅋㅋㅋ 드디어 1승 ㅋㅋ

    ­ㅋㅋ ㅊㅋㅊㅋ

    ­운이 좋았다 ㅋㅋ

    ­산탄총에 2번이나 버틴 게 신기하네 ㅋㅋㅋ

    ­고무탄이라서 그런 건가? 아니면 버그 터져서 그런 건가?

    그런데….

    “에엥?”

    캐릭터의 시야가 점점 어두워지더니, 갑자기 쓰러지고 말았다.

    “잠깐만! 아직 템 줍줍도 못 했는데… 이대로 죽으면 안 돼에엥!”

    외국인이 들고 있던 템은 한 두 개가 아니었다. 거지였던 내 캐릭터에 비하면 황금 고블린이었다.

    그런데, 배틀그라운드에 비해 데이즈는 인벤토리에 템을 넣는 과정이 구식 RPG처럼 테트리스 같은 느낌으로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여 넣어야 했기에, 줍는 게 빠르지 않았다.

    게다가 장비 중 하나인 가방이나, 조끼 같은 걸 교체하면 템을 그대로 일일이 옮겨 담아야 했기에, 결과적으로 나는 템을 제대로 줍지도 못하고 쓰러지고 만 것이다.

    “이렇게 쓰러지면 어떻게 되죠?”

    ­죽을 수도?

    ­몰루?

    ­외국인이 다시 이 쪽으로 와서 쓰러진 님 캐릭 발견하면 죽는 결말로 갈 듯 ㅋㅋㅋ

    “맵이 꽤나 넓던데, 이 위치를 찾아서 올 수도 있나요?”

    ­근처에 리스폰이 되면 가능

    ­이 게임 핵 있어서 핵으로 위치 보고 이동할 수도 있음 ㅋㅋㅋ

    “이 게임 핵망겜이에요?”

    ­지금 어디 서버 하시는데요?

    “사설 서버요.”

    ­공식은 핵쟁이가 많긴 한데, 사설은 핵쟁이 막는 시스템이 있는 곳도 있어서 모르겠음

    “아, 그래요?”

    훗날에 나올 배틀그라운드는 핵을 막지 못해서 핵망겜으로 불리게 되는데, 지금 하고 있는 데이즈도 마찬가지로 핵망겜이라니….

    “앗….”

    「You are dead」

    익숙한 문장이 보이자, 한숨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아아 ㅋㅋㅋㅋㅋ

    ­결국 죽었네 ㅋㅋㅋㅋㅋㅋ

    ­근데 이거 외국인이 다시 와서 죽인 건지, 아까 양주 같은 거 마셔서 죽은 건지 모르겠네 ㅋㅋㅋ

    ­아까 그거 먹어서 죽은 거 아님?

    외국인과 싸울 때 내 캐릭터가 상태가 그리 좋지는 않았다. 시야도 좋은 상태는 아니었고, 캐릭터가 자꾸 콜록거리는 것도 그렇고.

    그래서 죽는 게 이해는 되었다.

    뭐, 그나마 다행인 건, 외국인은 잡고 죽었다는 게 다행이지만.

    그래도 한편으로는 억울했다.

    그거 하나 마셨다고 쓰러질 정도의 일인가 싶기도 하고.

    로그라이크 생존게임이니 어느 정도 빡센 건 당연하고, 현실에서 그런 걸 마시면 위험한 것도 이해는 해도, 게임답지가 않다는 점에서 짜증이 나는 게임이다.

    “좀 되나 싶었는데, 다시 시작이네요.”

    ­다시 그쪽까지 가서 템 찾으면 되지 않음?

    “맞는 말이긴 한데, 지도가 자세한 위치까지 확인할 수 없어서 거기까지 찾아 갈 자신이 없어요.”

    게다가 어쩌다 찾아갔다고 해도 내 시신이 사라지면서 템이 모조리 증발하거나, 아니면 근처를 돌아다니던 다른 유저의 손에 들어갈 것이 뻔했다.

    “제 시체가 게임 시간으로 몇 시간 지나면 사라지는데, 그게 현실 시간으로는 약 1시간이라… 운 좋게 거기까지 찾아가도 털렸거나 사라졌거나 둘 중 하나일 거에요. 그래서 포기하는 게 편해요.”

    ­1시간이면 찾을 만 하지 않나요?

    “적당하게 좁은 맵을 했으면 모르겠는데, 제가 넓은 맵을 해서 힘들 거에요.”

    리스폰 위치가 따라준다면 모르겠지만.

    ­아쉽네요.

    ­ㅈㄴ 어려운 겜이구나.

    “어… 어?”

    다시 시작한 위치가 아까 죽었던 위치와 가까웠다.

    이거, 잘하면 찾을 수 있겠는데?

    “리스폰 위치가 좋아서 찾아가볼게요.”

    ­그 템들 다 먹으면 무쌍 가능함?

    “그래도 외국 서버라 렉이랑 딜레이 있어서 무쌍까지는 힘들지 않을까 싶네요.”

    제한된 스태미너로 인해, 뛰었다가 걷는 걸 반복하며 그 건물을 찾기 위해 애썼다.

    폐차 두 대와 녹슨 철조망.

    고층 건물들이 보이는 걸로 봐서, 내가 가고자 했던 그 건물 주변에 도착한 모양이다.

    내가 들어갔던 건물과 똑같은 건물이 2채나 더 있었기에, 하나씩 들어가서 샅샅이 수색했다.

    “드디어 거의 다 도착은 했는데, 여긴 아니네요.”

    ­이러다가 도착했을 때 템 사라져 있는 거 아님? ㅋㅋ

    “에이, 혹시라도 그런 말씀 하지도 마세요… 괜히 부정 타니까.”

    다른 시청자가 질문을 꺼냈다.

    ­만약에 저 사람 말대로 되면 어떻게 하실 건가요? ㅎㅎ

    “그 분 말대로 이뤄진 게 결국은 부정 탄 거나 마찬가지니까, 괘씸해서라도 강퇴… 시켜야겠죠?”

    ­무섭다 ㄷㄷ

    ­폭군 하와와 ㅋㅋㅋ

    ­누구인가? 누가 부정 타는 소리를 하였어?!

    색종이로 만든 노란 안대로 한 쪽 눈을 가리며 말했다.

    “내가 미륵… 아니, 하와와니라!”

    ­잘못 했습니다, 하와와님 ㅠㅠ

    “농담이구요. 한 번은 우연히 맞춘 걸로 치고 용서는 하겠지만, 그 다음에도 부정 타는 소리 하면 강퇴입니다.”

    ­우리, 이제부터 긍정적인 말만 하자고.

    ­ㅇㅋ!

    ­하와와님 캐릭 곧 있으면 풀템 되실 듯 ㅊㅊ!

    마지막 건물 내부를 돌아다니던 중, 익숙한 시신이 눈에 들어왔다.

    “드디어! 드디어 찾았따아아앗!”

    기쁨도 잠시.

    뭔가 이상했다.

    ­템 왤캐 빈약함?

    ­이거 맞음? ㅋㅋㅋㅋ

    ­총이랑 무기 죄다 사라졌는데?

    ­이야 ㅋㅋ 알짜배기만 털어갔네

    권총 두 자루와 산탄총 한 자루.

    저격총 한 자루와 망치.

    그 외 다양한 종류의 총알과 먹을 것이 거의 다 사라지고, 별 필요 없는 옷가지와 잡템만이 남아 있었다.

    “겨우 찾았는데….”

    헛걸음은 했지만 어쩔 수 없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밧줄과 헝겊이라도 챙기려고 하는데… 갑자기 뒤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Hello~?]

    [Hey~!]

    “망했네….”

    심지어 한 명이 아니라 두 명이었다. 그것도 둘 다 익숙한 목소리였다.

    굵직한 총성과 함께, 내 캐릭터가 순식간에 쓰러졌다.

    ­하또죽? ㅋㅋㅋㅋ

    ­설마 아까 만난 외국인임? ㅋㅋ

    ­낯익은 목소리인데?

    ­템 텉리고, 치욕스럽게 죽기까지 한 하와와ㅠㅠ

    ­결국 그 사람 말대로 됐네 ㅋㅋ

    아직 죽었다는 문구가 뜨지 않았지만, 이대로는 또 다시 죽거나, 아니면 농락 당하거나 둘 중 하나였다.

    “그냥 이 서버는 포기할게요.”

    홧김에 서버를 나간 후, 다른 서버를 찾고 있었다.

    페이지를 넘기니, PVE 서버가 몇 군데 보였다.

    1페이지에 PVP 서버만 보여서 사람들끼리 죽이기만 하는 게임인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었나 보다.

    게임에 적응하려면, 아무래도 시작부터 매운 PVP보다는 그나마 평화로운 PVE가 낫겠지.

    “토끼 서버 한 번 들어가 볼게요.”

    서버 이름이 rabbit 이다.

    다른 뜻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이 단어는 토끼라고 알고 있었기에 토끼라고 불렀다.

    곧바로 접속해, 식량과 무기를 찾아 나섰다.

    주변에서 들리는 총소리에 놀라서 몸이 움찔했지만, PVE 서버라는 사실을 상기하며 두려움을 떨쳐내고 돌아다녔다.

    [영진tv 님께서 1300명 호스팅 해주셨습니다!]

    누가 호스팅했나 했더니, 크루 멤버인 영진tv 였다.

    “난민 하이하이~ 영진tv 님, 호스팅 캄사합니다앙!”

    ­난하!

    ­나나~

    ­난민 ㅎㅇ

    [영진tv 님, 별풍 50개 후원 감사합니다!] ­오오~ 하와와 님도 이 게임 하세요?

    “네. 재미있어 보여서. 영진 님도 이 겜 하시나요?”

    영진tv가 귓말을 보내왔다.

    ­네, 저도 요즘 이 겜 해요.

    ­혹시 가능하시다면 이 게임으로 합방 하실래요? 크루 멤버들이랑.

    마침 PVE로 넘어가서 심심하던 차였다. 중간마다 들려오는 총성에는 깜짝 놀라곤 했지만 말이다.

    “좋아요. 같이 하시죠.”

    크루 멤버들이 재미있는 입담을 가지고 있을지 궁금하기도 했고, 그들과 함께라면 PVP에서 외국인들을 상대하기 쉬울 수도 있었기에 흔쾌히 수락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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