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1화 〉 하와와 8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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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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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2월 13일 PM 02:11]
정우건설 : 57,000 ▲ 2,210
계속 마이너스였던 주식이 어느 새 수익률 67.8%의 흑자로 바뀌어 있었다.
지금 팔면 300만 이상의 꽁돈이 생기는데… 팔까, 말까?
1분 동안 마우스를 두드리며 고민을 했지만, 결국 팔아치웠다.
지금은 신유희도 내 옆에 없었고, 놔뒀다가 나중에 떡락할 수도 있었기 때문에, 지금 같이 기분 좋은 수익률이 나올 때 파는 게 나을 거 같다고 생각해서였다.
“한 1000주 정도 박았으면, 2600 정도는 굴러들어왔을 텐데….”
주식 초보라서 쫄보식 운영으로 151주만 넣었던 게 아쉽긴 하지만, 뭐, 어쩌겠어.
그래도 총 손익으로 300만 이상의 이득을 봤으니, 직장인의 거의 2달치 월급을 한 번에 번거라고 생각하며 만족했다.
“오늘은 무슨 게임으로 방송을 할까나….”
스팀에서 재미있을 법한 게임을 찾던 도중, 시선을 사로 잡는 게 있었다.
“오… 이건 뭐지?”
‘DayZ’
아포칼립스, 좀비 서바이벌 게임으로, 오픈 월드였기에 넓은 맵을 돌아다니며 식량이나 옷, 무기 등을 파밍(모으는)하는 게임이었다.
재미있어 보이기는 한데, 지금 이게 어느 정도 인기가 있나…?
“이야… 대박인데?”
10만 이상의 시청자가 이 게임의 방송을 보고 있었다.
“음….”
아무래도 DayZ가 외국 게임이다 보니, 외국인 시청자의 비율이 8:2로 압도적이었지만, 몇몇 방송을 살펴보니, 이 게임으로 방송해주는 한국인이 지금 시간대에는 없었기에, 외국인 방송을 보는 사람들도 꽤 많았다.
여기서 내가 방송을 킨다면, 이 시청자들을 흡수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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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좀비 서바이벌="" DayZ="" 1일차!=""/>
하와와쨩
시청자 124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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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와~
오! 데이즈다!
하와와님 하이~
이번엔 무슨 겜을 들고 오신 거죠?
이 게임 하려는 여캠은 처음 보네ㅋㅋㅋ
“여러분, 안녕하세요! 하와와에요! 오늘은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DayZ라는 게임을 가져왔어요!”
이거 버그 ㅈ망겜임;;;
번역도 제대로 안 되어 있던데.
똥겜에 고통 받을 하와와님 모습이 눈에 선하네요 ㅋㅋㅋ
ㅋㅋ 2시간도 못 하고 바로 환불 신청하러 가실 듯 ㅋㅋㅋ
이렇게 말하는 걸 보면, 시청자들은 이 게임을 해봤나 보다.
“저는 이제 시작하니까 이 겜 잘 모르거든요? 이 게임이 그렇게나 악명이 높은 건가요?”
버그인지, 핵인지 모르겠는데 나만 잘 죽는 겜ㅋㅋㅋ
외국인 핑 존나 튀는 거 개극혐.
좀비 때려잡는 도중에 어떤 놈이 뒤통수 갈겨서 죽었네요.
번역이 뭣 같아서, 그냥 템 생김새 보고, 일일이 써 보면서 알아내는 게 훨씬 편함.
낙사 버그 짜증나 죽겠어요ㅠㅠ
몸이 구조물에 끼여서 못 빠져나올 때 있는데 그럴 때마다 빡침.
시청자들의 반응이 게임을 구매하기 전에 봤던 댓글 내용과 똑같았다.
“자, 일단 캐릭터 커스터마이징을… 어라?”
못 생긴 캐릭터들만 있네요.
이거 외모 변경 못하는 겜임?
이미 만들어진 캐릭터 중 하나를 임의로 선택할 수 있었으나, 자신이 직접 캐릭터의 외모를 변경할 수는 없었다.
이 부분은 훗날 나올 배틀그라운드와 달랐지만, 캐릭터를 선택해 게임을 시작한 이후에는 비슷한 부분들이 많았다.
예를 들면 아이템 파밍.
특정 위치에 떨어져 있는 템을 주워서 얻는 방식은, 배틀그라운드와 똑같았다.
컨테이너가 밀집된 항구에서, 컨테이너 안을 하나씩 살펴보다가 총을 얻었다.
오 ㅋㅋ 리볼버!
저거 별로 안 좋은데. 소음기 같은 부착물 달 수 없는 총이라.
총알은 없었다.
주변을 샅샅이 뒤져봤지만, 리볼버와 맞는 총알인 357탄은 나오지 않았다.
[실시간 시청자 수 : 7,153명]
어느 새 이렇게 늘어났네….
가끔 채팅에 영어와 중국어가 보이곤 했는데,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몰라서 반응을 해주기가 힘들었다.
[Hello~]
어디선가 들려오는 굵직한 외국인의 목소리.
그에게 인사하기 위해, 옵션에서 마이크를 켰다.
“하이~!”
[Oh… really nice voice!]
외국인도 인정하는 하와와의 목소리….
외국인과 대화하는 하와와 ㅋㅋ
목소리가 좋다고?
“땡큐!”
대답을 하면서 두리번거렸는데, 그가 내 앞에 다가왔다.
[Hello~] / “헬로우!”
외국인의 캐릭터가 손을 흔들며 인사하는 동작을 취하자, 나도 그를 따라하려고 기능을 찾아봤다.
[Hello~]
…이건가?
몇 번의 시도 끝에, 손 흔드는 이모션을 찾아냈는데….
내 캐릭터가 손을 흔들자, 그는 도끼를 든 채 내게 다가와 무기를 휘둘러댔다.
“아얏!”
[Are you Okay?]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친놈이네 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 하와와님 캐릭터 피 흘리면서 체력 깎이는데요? ㅋㅋㅋㅋ
도끼 휘두르면서 아 유 오케이 ㅇㅈㄹ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뭐? 때려놓고 괜찮냐고?
이거 또라이 아니야?
“아임 낫 오케이. 비코우즈, 유 힛 미!”
낫 오케이 ㅇㅈㄹ ㅋㅋㅋㅋㅋ
ㅋㅋㅋ ㅈㄴ 웃기네 ㅋㅋㅋㅋㅋ
네가 때려서 전혀 괜찮지 않다는 걸 영어로 표현하려 했다.
알아먹었을지는 모르겠지만.
[Oh~ So Sorry!]
“왓 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외국인 인성 무엇? ㅋㅋㅋㅋ
아니… 이런 미친놈이…?
미안하다 해놓고, 왜 또 때리는데?
가지고 있는 영어 지식을 총 동원해서 이렇게 말했다.
“왓 더 헬 아 유 두잉?”
[Oh, hoho! hahahahahaha!!!]
존나 사악한 웃음소리 ㅋㅋㅋ
ㅁㅊ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외국인 컨셉 진짜 미치겠다 ㅋㅋ
ㅋㅋㅋ 돌겠네 ㅋㅋㅋㅋㅋㅋ
소름 돋는 외국인의 웃음소리.
악마의 웃음소리를 실제로 들을 수 있다면, 이 외국인의 웃음소리와 같을 거라 생각했다.
“웃어? 좋아. 어디 한 번 해보자고!”
캐릭터를 움직여 전속력으로 달려, 가속도를 이용해 주먹으로 크게 한 방 먹였다.
[hehehehehehe… Come on!]
도끼를 휘두르며 위협적으로 다가오는 상대방.
주먹과 도끼가 맞붙는다면, 당연히 주먹이 불리했기에, 뒷걸음질 치며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
“으아아아아!”
생명의 위협을 느낀 나는, 아까 주웠던 리볼버를 허겁지겁 꺼내 들었다.
“헤이! 스탑! 움직이면 쏜다!”
[Hey, girl~ We are friendly~]
뭔 말이야…? 친구 하자고?
아니, 근데. 친구 하자면서 왜 무기를 휘둘러 대는데?
리볼버의 총알이 한 알도 없었던 나는, 결국 또 다시 도망칠 수밖에 없었는데.
[hehehehe… We are friendly~]
음침한 웃음을 흘리며, 뒤에서 미친 듯이 쫓아오고 있었다.
“아니, 생존 게임을 하려는데 장르가 바꼈어! 미친놈 한 명 만났더니, 액션 스릴러 게임이 되었네?”
뒤에 외국인 ㅈㄴ 쫓아오네 ㅋㅋ
여미새가 이런 느낌인가 ㅋㅋ
ㅋㅋ 그냥 상또라이 같은데?
존나 무섭네 ㄷㄷ;;
“아… 이, 미친놈아! 언제까지 쫓아 올 건데?”
[hehehe… Come on! Come on, my pet!]
정말 미치겠네! 난 네 펫 같은 게 아니라고!
“뻑 유 에스홀!”
[Come on! hehe… Come on!]
출혈 상태가 지속되어서 그런가, 체력은 서서히 줄어들었고, 시야는 점점 어두워졌다.
“어… 어?”
캐릭터가 갑자기 바닥에 엎어지더니, 이내 정신을 잃고 말았다.
“이거 왜 쓰러진 거에요?”
피를 너무 많이 흘려서 그런 듯
붕대로 지혈이라도 했어야 했는데, 피가 너무 없으면 그렇게 쓰러짐.
“이런 건 쓸데없이 현실적이네요, 정말….”
하지만 검은 화면에서 아무런 메시지도 뜨질 않았기에, 아직 내 캐릭터가 죽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이거 아직 안 죽은 거죠?”
ㅇㅇ
아무래도 상대방이 죽이지 않고, 일부러 살려놓은 듯?
과연… 시청자의 말대로, 점점 화면이 밝아지더니, 캐릭터가 몸을 일으키며 일어났다.
이걸 살려놨다고?
죽일 수도 있었을 텐데, 왜지?
“잠깐만… 뭐야?”
캐릭터가 뭔가 이상했다.
양 손을 쓸 수가 없었고, 양 다리만 움직일 수 있었다.
ㅋㅋㅋㅋ 묶였네 ㅋㅋㅋ
외국인이 이걸 ㅋㅋㅋㅋㅋㅋ
“아니, 무슨… 손을 묶는 아이템도 있어요?”
밧줄이나 수갑이면 가능함.
묶인 손을 풀려고 했는데… 근처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Hey~ puppy! Come on!]
녀석은 내게 뼈다귀 같기도 하고, 개껌 같이 생긴 아이템을 계속 던지면서, 자신이 있는 쪽으로 오라고 소리쳤다.
뭘 던졌는지, 땅에 떨어져 있는 아이템을 살펴봤는데….
[Human steak]
“이게 뭐에요?”
인육임 ㅋㅋㅋㅋㅋㅋㅋ
정말 미친놈이네 ㅋㅋㅋㅋㅋㅋ
외국인 싸이코 ㅅㄲ네 ㅋㅋㅋ
인육을 내게 던졌다고?
저 외국인이?
정신 어질어질하네….
“이거 왜 이렇게 안 풀리는 겨?”
그에게 다가가면서, 묶인 손을 풀려고 했으나, 이걸 풀려면 5분은 필요해 보였다.
[Hey~ Sweetie. Don't try again. Okay?]
주먹으로 날 한 대 치면서, 녀석은 묶인 손을 풀지 말라는 듯 말했다.
[Hey~ Sweetie. Repeat after me. I'm your slave, Master.]
“뭐라는 거야?”
번역 돌려보셈 ㅇㅇ
“저는 당신의 노예입니다, 주인님”이라고 말 해 보라는데요? ㅋㅋ
어디서 굴러 들어온 녀석인진 모르겠지만, 이렇게 날 분노하게 하는 외국인은 처음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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