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와와~ 예리니 방송에 와주셔서 고마운 거시에오!-88화 (88/100)
  • 〈 88화 〉 하와와 86화

    * * *

    86.

    “그래서 제가 생각을 계속 해봤는데, 수수료 떼고 180만 정도를 환불해드리면 어떨까 싶거든요. 혹시 괜찮으실까요?”

    예의 상 물어봤지만, 상대는 당연히 힘들다고 하겠지?

    [음….]

    상대방이 잠시 고민하더니.

    [어쩔 수 없죠. 그렇게라도 환불 해주세요.]

    결국 상대방은 승낙할 수밖에 없겠지.

    환불 못 받는 게 정상인 상황에서, 환불 해준다고 하니까 이게 어디야?

    하지만 혹시 모르니까, 이렇게 물어봤다.

    “정말 괜찮으신 거죠?”

    [예. 괜찮습니다.]

    “그럼 은행이랑 계좌 번호, 성함을 귓말로 보내주시구요.”

    [예. 잠시만요… 확인해 주십시오. 보냈습니다.]

    “네, 귓말 확인했어요.”

    화면을 잠시 전환한 후, 인터넷 뱅킹으로 바로 입금을 해줬다.

    그 후, 다시 화면을 돌려, 시청자들에게 환불 인증을 했다.

    “자. 엄중호 아버님께 방금 180만 원 입금을 했구요. 아버님~ 혹시 확인하셨을까요?”

    [지금 확인해보겠습니다.]

    ­이야… 이걸 환불해주네 ㅋㅋㅋ 너무 착한 거 아님?

    ­역시 하와와야!

    ­크으으… 하와와는 그저 빛!

    ­바보 ㅋㅋㅋ 나였으면 이거 그냥 환불 안 해줬다 ㅋㅋㅋ

    ­자녀분에게 쓰디 쓴 인생 경험을 체험시키는 게 좋지 않았을까요? ㅋㅋㅋㅋㅋ

    ­이거 부모계정으로 결제한 거라, 자식이 허락 안 맡고 결제했다는 거 증거로 못 보여주면 환불도 못 받는 게 정상인데 ㅋㅋ 이걸 환불해주네 ㅋㅋㅋ

    ­날개 없는 천사 그 자체네….

    시청자들의 호평은 어찌 보면 당연한 거였다.

    [예. 확인했습니다. 감사합니다!]

    “네. 그럼 이제… 환불을 받으셨으니까, 시청자 분들께 자기소개 한 번만 부탁드릴게요.”

    [아, 예… 안녕하세요. 아들인 엄동식의 부모인 엄중호라고 합니다. 아까 ‘못말리는하와와’라는 이름의 계정은 제 계정이고요. 방송 중에 환불을 해달라고 해서 죄송합니다.]

    “이제 마무리는 다 된 거 같은데, 통화 끝내도 되겠죠?”

    [예, 그러시죠.]

    “네, 좋은 하루 되시길 바랄게요. 이만 끊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용!”

    [예, 감사합니다!]

    뚝­

    전화를 끊은 후, 길게 한숨을 쉬었다.

    “이게 뭐야, 이게… 아, 진짜.”

    ­정말 오늘ㅋㅋㅋ 간만에 레전드네 ㅋㅋㅋㅋㅋ

    ­결국 자신의 돈으로 자신에게 후원을 한 하와와 ㅋㅋㅋㅋㅋ

    ­ㅋㅋㅋ 이게 맞나 싶고 ㅋㅋ

    ­하와와 님 마음이 너무 여리신 거 아님? 이거 환불 안 해도 되었을 텐데.

    “환불 안 해줬으면 제 마음이 찝찝해서 그랬어요. 저도 대충 알고는 있는데….”

    마음은 후련했지만, 한편으로는 씁쓸했다. 180만 원이면 국밥이 몇 그릇이고, 치킨이 몇 마리냐….

    “일단 여러분께도 할 말이 있는데, 만약에 무리다 싶으면 후원, 도네 하지 마세요! 분명히 경고했습니다.”

    ­ㅋㅋㅋㅋ 스트레스 받은 하와와

    ­환불해주는 그 결정 자체가 꽤 힘들었을 거 같은데 ㅠㅠ

    ­그렇게 진지하게 말씀하셔도 수영복 차림이라 집중이 안 되네요.

    ­오늘 욕 많이 봤음.

    ­힘내세요, 하와와 님!

    ­저는 무리 안함 ㅎㅎ

    [하와와파이팅 님, 별풍 500개 후원 감사합니다!] ­하와와님 힘내시라고 별풍 투척합니다!

    “하와와~ 파이팅님 후원 캄사합니당….”

    “후… 설마, 별풍 2만을 바로 쏠 사람이 있을까 해서 빈말로 말한 건데, 이게 이렇게 되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빈 말도 ㅈㄴ 위험하긴 하구나ㅋ

    “다음부터 이러면 환불 안 할 겁니다. 이번만 입니다.”

    ­고생하셨음 ㅠㅠ

    ­근데 이거 이렇게 되면, 하와와 옷 갈아입게 생겼네? ㅋㅋㅋ

    갈아입을까 생각하다가, 그냥 방종하는 게 낫겠다 싶었다.

    “일단 원래 준비해놨던 컨텐츠는 흐지부지 된 거 같고, 급 피곤해졌으니까 이만 방송 종료하겠습니다. 시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당!”

    ­ㅂ2

    ­어쩔 수 없지.

    ­나 같아도 환불 사태로 힘 빠졌을 듯. 푹 쉬셈!

    방송을 끄고 길게 한숨을 뱉었다.

    “라면이나 한 사발 때리고, 영상이나 편집해야지.”

    파자마로 갈아입고, 라면으로 체력을 채운 후, 오늘 찍었던 영상을 편집했다.

    후원 환불 및 경고 영상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장면은 그리 많지 않았기에, 평소의 6시간에 비해 짧은, 3시간으로 편집이 끝났다.

    영상을 업로드하면서, 댓글과 조회수, 구독을 확인하던 중… 내 눈을 사로잡은 댓글이 있었다.

    “우유튜브 크루를 모집한다고?”

    인방, 우유튜브에서의 크루는 합방이나 색다른 컨텐츠를 뽑기 위해 스트리머들끼리 모인 집단이었다.

    영상 편집을 하면서.

    다음 컨텐츠는 뭘 찍을까?

    라고 고민하던 내게, 이건 신이 준 기회임이 분명했다!

    “어디보자….”

    댓글에 써진 좌표를 타고 들어가봤다.

    [남스2, 여스1 있는 크루에서 신입 멤버 구합니다!]

    ­같이 여행 및 게임, 합방 컨텐츠 찍으실 분 구해요!

    ­여성 스트리머 환영!

    ­남성 스트리머 분은 유쾌하신 분 대환영!

    ­똘끼 있고 재치 넘치시는 분, 자신이 분위기 메이커다 하시는 분 대환영입니다!

    ­신청은 이 글에 댓글 남겨주시길 바랍니다. 확인 후 디스코드 링크 드리겠습니다.

    “흐음….”

    괜찮은 멤버들이 있는 크루에 가입하면 매일이 레전드다.

    스트리머들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시너지와 함께 포텐이 터지고, 우유튜브 각을 잡기 편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스트리머끼리 자신의 시청자를 서로 공유하기도 하므로, 인지도는 어느 정도 챙겼지만 아직 스타의 반열에는 들지 못한 내겐, 좋은 확장 타이밍이었다.

    다만….

    좋지 않은 멤버들이 구성된 크루에 가입하는 순간, 다른 의미로 매일이 레전드가 될 수 있다.

    스트리머들의 불화로 방송도 터지고, 인생도 꼬이고, 멘탈도 터지게 되겠지.

    그런데, 이 모든 건 들어가 보지 않는 이상은 영원히 모른다는 거다.

    “그래도 기회는 기회인데.”

    마침 우유튜브 영상도 편집하니, 크루에 들어가면 영상을 양산하기에도 여러모로 편하다. 웬만하면 혼자서 방송하는 것보단 여러 명이서 방송하는 게 더 재밌고, 서로 간의 시너지만 좋다면 순식간에 우유튜브의 네임드로 거듭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아… 이거 갈등되네.”

    예전에 ‘치즈냥’ 사건 같은 합방 때를 떠올려보고, 다시 생각해보면 영 아닌 것 같고.

    기억 속에서 많은 스트리머들이 서로 합이 맞는 크루를 만들어, 포텐 터지는 영상을 마구 뽑았던 걸 생각하면… 역시 기회란 말이지.

    #

    “안뇽하세요!”

    [네~ 안녕하쎄여!]

    [하이염~!]

    [반갑습니당!]

    크루 신청 댓글을 단지 하루 뒤.

    답글로 링크를 줬기에 그들이 있는 디코 방에 입장했다.

    [자기소개 한 번 부탁드립니다!]

    다들 검색 한 번씩은 해봤을 텐데, 꼭 자기소개 같은 걸 해야 되는 거야?

    “…….”

    [그냥 아무렇게나 하셔도 되니까, 너무 긴장하지 마시고, 평소처럼 말씀해주세요.]

    그래도 안 하면 뭐라 한 소리 나올 거 같으니까, 하는 게 낫겠지?

    “하와와… 안녕한 거시에오… 저어는 파프리카tv에서 방송 중인 하와와라고 합니당… 잘 부탁드리는 거시에오!”

    후… 요즘은 이런 거 잘 안 하는데, 오래간만에 찐텐으로 터트렸네.

    [이야… 컨셉이 장난 아니신데요?]

    [푸핫… 대박!ㅋㅋㅋㅋㅋㅋ]

    [텐션 굳인데요?]

    [반가워요. 혹시 언니신가요?]

    나보고 언니냐고?

    “나이가 몇이신데요?”

    [저 올해 스무살이여.]

    [전 23.]

    [저는 21입니다.]

    [열여덟이에요.]

    나이 차이가 얼마 안 나네?

    그 와중에 내가 두 번째로 나이가 높다니….

    “저는 스물 둘인데요?”

    [그럼 언니네요.]

    [나한텐 누나네….]

    [온니온니~!]

    [음… 여동생이 한 명 더 생긴 건가?]

    굳이 댁의 여동생이 되어주고 싶진 않은데….

    [와아~ 팔로우 수 뭐야? 이 분 3만이 넘어가는데?]

    [정말?]

    [우와… 이 정도면 머기업 스트리머 아니신가?]

    “에이, 그래봤자 실시간 시청자수가 들쭉날쭉해서… 그보다, 님들은 팔로우 몇이신데요?”

    [저 이제 3천이에요, 언니.]

    [저는 5천입니다.]

    [2천이요.]

    [1,500 이에요오….]

    아니, 뭐야.

    나보다 더 잘 나가는 사람이 한 명 쯤은 있을 거라 생각하고 들어왔는데? 이게 맞나?

    “에이~ 사실 저보다 팔로우 수 높으신데, 신입 왔다고 농담하시는 거죠?”

    [아니에여, 언니ㅠㅠ]

    [이런 걸로 농담 안 쳐요….]

    [저 진짜 2천이에요.]

    [농담이었으면 좋겠네요.]

    이거, 어째… 그림이 영 안 좋다.

    얘네가 나한테서 콩고물이라도 얻으려는 그런 그림이 나올 거 같은데.

    탈주할까?

    아니면 그냥 해 봐?

    혹시 모르잖아?

    얘네들이 될성부른 떡잎 재능충 스트리머일지?

    “일단 팔로우 수는 이쯤하구요. 또 질문하실 거라든지, 아니면 면접은 이걸로 끝났을까요?”

    [네. 면접은 끝났구요. 이제 저희랑 같이 스키장 가는 합방을 찍을까 하는데… 혹시 괜찮으실까요?]

    스키장 합방이라… 나쁘진 않은데.

    그런데 가만있자….

    거기로 가면 여자들끼리 목욕도 하고 그러지 않나?

    “저야 괜찮기는 한데, 스키는 타본 적이 없어서….”

    [그거라면 내가 알려줄 테니, 이 오빠만 믿어, 동생아! 푸하하하!]

    “…으음.”

    조금 부담스러운데.

    아까 23살이라고 말한 사람이 이렇게 말한 거겠지?

    [아, 그만해요 영진 오빠! 저 분 부담스러워 하시잖아요!]

    [내가 너무 막 나갔나…?]

    [정말 못 말리네요.]

    한 명이 오버 떠는 걸 빼면, 그래도 화기애애한 분위기라서 마음에 드네.

    [그런데 저 할 말이 있어요….]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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