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4화 〉 하와와 82화 : 편집자 소동(2)
* * *
82.
상대방은 잠시 머뭇거리며 말을 하지 않았다. 이 반응은 영상 편집을 많이 해보지 않았다는 건데….
“혹시….”
[5시간 내외는 2시간 정도 걸리고, 10시간 넘는 건 4시간 넘게 걸려요.]
저 정도면 빠른 거임?
몰루?
내가 영상 편집 직접 해봤는데 6시간 넘게 걸렸음ㅠㅠㅠ
영상 편집이 쉬운 일은 아니라고 들었긴 했는데 잘 모르겠네.
난 조카 돌잔치 영상 만든다고 하루 넘게 걸림ㅋㅋㅋ
흐음.
혹시 영상 편집 많이 해본 적 없냐고 물어보려고 했는데, 절묘한 타이밍에 대답이 나왔으니….
“궁금한 게 하나 있는데 여쭤 봐도 될까여?”
[…네.]
“혹시, 말씀하신 시간이 영상 편집에 활용할 소스나 짤, BGM 같은 걸 수집하는 데에 드는 시간도 포함이 되나요, 아니면 영상 편집에 필요할 만한 재료는 따로 수집을 하시는 편이신가요?”
[음….]
이번에도 곧바로 상대방은 대답하질 못했지만.
[재료는 따로 수집하고 있고, 제가 고민을 많이 하면서 컷 편집을 해서 그런가… 좀 느리긴 해요.]
영상 편집은 많이 하면 할수록 요령이 늘어나고, 속도는 빨라지는 작업이다.
하지만 컷 편집이나, 영상 소스 활용, 자막의 크기 및 폰트 활용 면에 있어서는 일종의 감각이 필요했다.
따라서, 영상 편집은 연습이라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재능도 필요한 작업이었기 때문에… 좀 느린다고 말하면,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왜냐면, 실제로도 영상 편집을 많이 했음에도, 속도 면에 있어서는 별 차이가 없는 사람들도 얼마든지 있으니까.
“아… 그렇군요. 음, 일단은 전송은 완료했거든요? 한 번 확인해보시겠어요?”
[네.]
잠시 동안 정적이 흐른 뒤.
[파일 잘 왔네요. 지금부터 편집하면 되겠습니까?]
“네. 편집해서 보여주시면 되요.”
[그런데… 혹시 이거 편집하는 것도 돈으로 주실 수는 없나요?]
“음….”
잠시 고민이 되었지만.
“일단 보고 결정을 하려는데, 그래도 될까요?”
[그건 좀… 아닌 거 같은데. 선 입금으로 해주셨으면 좋겠는데요.]
ㅋㅋㅋ 선 입금 ㅋㅋ
뭘 믿고? ㅋㅋ 먹튀하면 그만 아닌가?
이건 좀 ㅋㅋㅋㅋ
“흠… 아니면 이전에 작업하신 영상 보여주실 수 있으면 보여주세요. 그러면 제가 보냈던 영상을 편집하는 쪽으로 하지는 않아도 되니까.”
[그건… 해당 유튜버 분이 영상 자체를 비공개 처리하면서 접으셨기 때문에 보여드릴 수는 없을 거 같은데요.]
“아… 그래요?”
좀 쎄한데.
“그럼 어떻게 하실래요? 저는 15만원을 충분히 드릴 수 있긴 하지만, 그래도 선 입금은 좀 그렇거든요. 왠지 사기 당할 거 같기도 하고.”
[제가 그렇게 못 미더우신가요?]
“아니… 꼭 그렇다는 건 아니구요….”
[그렇게 말씀하시는 건 절 못 믿는다는 거잖아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그렇긴 한데… 아까 말씀드렸듯이, 저는 이렇게 인증을 하고 있지마는… 편집자 분께서는 그런 방법이 없잖아요.”
[그럼 통장도 까고, 이름도 까고, 휴대폰 번호도 까면 될까요?]
“이왕이면 민증까지 보여주시는 게 확실하긴 한데….”
[주민등록증 말씀하신 거면, 그건 제가 잃어버려서… 재발급 신청해놨어서 지금 보여드릴 순 없거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거 맞나 싶고 ㅋㅋ
하필 주민등록증을 지금 잃어버린 상태다? 어이가 없는데.
[휴대폰 번호까지 까는 건데, 좀 믿어주시면 안 될까요? 그렇게 절 못 믿으시다니. 평소부터 하와와님 방송 재밌게 보고 있었는데, 이거 실망이에요.]
사기성이 짙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뉴튜브 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디코 개인 메시지에 계좌 번호랑 이름, 그리고 어디 은행인지 적어주시고 휴대폰 번호도 써주세요.”
[넹.]
왠지 상대의 목소리 톤이 아까에 비해서 밝아진 느낌이 들었지만….
“음. 이잼민, 기업은행, 3511580104023… 제대로 적으신 거 맞나요?”
[네, 맞아요.]
“지금 휴대폰으로 전화 걸어볼 테니까, 한 번 받아보세요.”
[넹.]
좋겠다. 하와와랑 전화도 하고.
부럽네 ㅋㅋㅋ
전화 끝나면 하와와 번호 좀 알려주라 ㅋㅋ
“여러분. 지금 장난으로라도 그런 말씀하시면 밴 때릴 거에요.”
ㅇㅋ;;;
장난임, 장난.
하와와님하고 전화하고 싶어서 그랬음. ㅈㅅ;
예전에 스토커 때도 그렇고, 이런 일이 있을지도 몰라, 번호를 한 개 더 파서 놔뒀던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어봤다.
띠리리리
“여보세요?”
[…야! 진짜 하와와한테서 전화왔어!]
[진짜야? 진짜 하와와야?]
[어! 그렇다니까?]
변성기가 온 남자애들 목소리가 계속 들리고 있었다.
뭐라 말하는 거임?
방송 상에서는 출력되지 않아서 시청자들은 그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몰랐다. ‘한 뼘 통화’ 식으로 볼륨을 크게 키우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방송에서 녹음을 하진 못 해도, 상관은 없었다. 휴대폰 자체 통화 녹음 기능을 이용하면 되었으니까.
“혹시 이잼민 님 맞으신가요?”
[네. 맞는데요.]
ㅋㅋㅋ 어떻게 사람 이름이 이잼민 ㅋㅋㅋㅋ
ㅈㄴ 웃기네 ㅋㅋㅋ
“그… 목소리 들어보니까, 주민등록증도 아직 안 나온 애인 거 같은데….”
[아,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에요~ 애라뇨~ 너무하시네….]
?? 애임?
뭐, 급식하고 전화라도 하고 있는 건가?
목소리가 좀 어린 사람일 수도 있지 않나?
상대가 여자면 그럴 수도 있겠는데, 남자는 거의 불가능이지.
“그, 장난은 여기까지 했으면 좋겠는데. 이제까지 재미 봤으면 됐잖아? 왜 그런 거야? 왜 영상 편집 할 수 있다고 속인 거야?”
[아, 누가 누굴 속여요… 영상 편집 할 줄 알아요, 저!]
“아, 그래? 그럼 한 5시간 줄 테니까, 지금부터 영상 편집해서 결과물 보여주면 인정해줄게. 그리고 나이 속인 것도 용서해주고.”
[나이를 속여요? 제가요? 언제요?]
“아까 속였잖아. 민증 재발급 신청했다면서 둘러댔었잖아.”
[아, 그래요? 기억에 없는데….]
대화 내용 ㅈㄴ 궁금하네 ㅋㅋ
그러게 ㅋㅋㅋㅋ
하와와님, 저희도 좀 들려주세요!
진짜 골 때리네.
“암튼, 5시간 줄 테니까 한 번 편집해오세요. 알겠죠?”
[넹. 그런데 돈은요?]
“그건 결과물 보고 나서! 결정할게요. 알겠죠?”
[…네에.]
통화는 끝났고, 이제 기다릴 일만 남았다. 상대가 거짓말만 한 것 같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뭐라고 했었음?
“그… 일단 편집자 분께 5시간을 드렸구요. 편집하실 동안에 저는 사냥이나 한 번 해볼게요.”
이제 낚시 숙련도는 2레벨이지만, 아직도 물고기가 잡히는 게 시원치 않았다. 그래서 사냥을 한 번 해보기로 했다.
“하와왓? 마침 저 곳에 토끼가 있네요!”
어느 정도 숲 속을 깊숙이 들어가다가 토끼 5마리를 발견했다. 아무래도 주변에 토끼 굴이 있을지도 모르겠는데, 일단 보이는 토끼를 먼저 잡아볼까?
“으으으….”
활의 시위를 당겨, 화살을 쏠 준비를 했다. 화살의 날 끝을 토끼를 향해 조준했지만, 정확히 조준했는지는 애매했다.
“제발… 맞아라!”
과연? ㅋㅋㅋ!
한 방에 잡으면 하와와가 아닐 듯? ㅋㅋ
쏴봤지만 화살은 땅으로 꽂혔고, 깜짝 놀란 토끼들은 순식간에 흩어졌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럼 그렇지….
역시 하와와!
“하아….”
20분이 넘는 추적 끝에, 다시 흩어진 토끼들을 찾을 수 있었다.
“이번엔 잡는다!”
응, 아니야~
이번에라도 잡으시면, 겜 잘 하시는 분으로 재평가될 듯.
“앗… 아아….”
토끼의 다리를 스쳐지나가면서, 이번에도 화살은 빗나갔다. 토끼는 재빠르게 도망쳤다.
“토끼는 아닌 거 같고… 좀 더 큰 걸 노려보죠.”
넓은 숲 속을 헤맨 끝에, 고라니인지 사슴인지 구별이 안 되는… 그냥 사슴으로 칭하겠다. 암튼, 사슴이 보였다.
“이번에야말로 기필코! 저거라도 잡아볼게요! 다들 이번만큼은 응원해주세요!”
하와와 파이팅!
이번에 맞추면 신궁 ㅎㅎ
맞췄으면 좋겠어요. (영혼 x)
끼이이익!
이번엔 화살이 적중했다. 옆구리에 화살을 맞은 사슴은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기 시작했다.
어… 음… 도망치는 거까진 생각하지 않았는데. 그냥 화살에 맞으면 제자리에 쓰러질 걸 생각했는데….
오 ㅋㅋ 이번엔 맞췄네?
근데 저거 이대로 놔두면 멀리 도망칠 텐데 ㅋㅋㅋ
잡기 위해 달려봤지만, 사슴의 속도가 캐릭터의 속도보다 훨씬 빨랐다. 그래서 결국 놓치고 말았다.
놓쳐서 아쉽네요ㅠㅠ
까비….
불쌍한 하와와
안타깝네요.
“어쩔 수 없죠. 다시 토끼라도 잡으러 가야 되나….”
이후에 다시 토끼를 잡으러 가서, 5시간 넘게 사냥을 시도했다. 다행히 토끼를 2마리나 잡을 수 있었고, 기쁜 마음으로 숲 속을 나오면서 편집자(?)에게 전화를 했다.
띠리리리
[전원이 꺼져 있어 음성 사서함으로 연결되오며, 삐 소리 후 통화료가 부과….]
“저기요. 이잼민씨. 방송 보고 계시다면 휴대폰 켜주시고, 전화 좀 받아주세요오오~!”
?? ㅋㅋㅋㅋㅋ
런 했음? ㅋㅋㅋㅋㅋㅋ
도망친 거 같은데 ㅋㅋㅋㅋ
혹시나 싶어 한 시간을 넘게 기다렸지만, 편잘알… 이잼민은 오지 않았다.
“이 정도면 밴 해도 인정이겠죠?”
ㅇㅈ ㅋㅋㅋㅋ
나였으면 진작에 밴 때렸다ㅋ
이름에 마가 낀 듯ㅋㅋㅋ
이잼민ㅋㅋㅋㅋ
밴 ㄱㄱ
편집자 소동은 당사자를 밴 처리하는 것으로 급작스럽게 마무리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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