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1화 〉 하와와 69화 : 뜻밖의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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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뜻밖의 상황
리듬게임이 점점 지겨워졌던 예린이는 다른 게임이 하고 싶었다.그래서 시청자들의 과한 칭찬에도 이렇게 말을 꺼냈다.
“오늘은 여기까지로 하고, 이만 방종하겠습니당. 10레벨 미션은 클리어했으니까, 별풍 2천 개 입금해주세요, 사장님!”
좀 더 방송 해 줘!
하와와 ㅂ2
내일 컨텐츠도 리듬겜임?
“내일은 아무래도 다른 게임을 하지 않을까 생각 중이에요. 그리고 오늘은 충분히 방송을 길게 했다고 생각하고, 저도 피곤해서….”
[리듬겜좋아하는DJ 님, 별풍 2000개 후원 감사합니다!] 방종 직전 찐막 한 판만 더 ㄱㄱ
“리듬겜님, 별풍 2천 개 감사합니당! 찐막… 이요?”
하지만 예린이는 리듬겜을 한 판 더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대답을 망설이다가.
“음… 리듬겜님, 지금 제가 많이 피곤해서 그런데, 내일 하시져…. 내일도 리듬 겜 키긴 할 테니까….”
[리듬겜좋아하는DJ 님, 별풍 10개 후원 감사합니다!] 아쉽네요 ㅜㅜ
내일 무슨 게임 하시나요?
리듬게임은 개인적으로 별로라서 내일 재밌는 겜 좀 가져왔으면 좋겠음.
“재밌다는 기준이 사람마다 달라서 애매하긴 한데… 일단 잘 찾아서 가져올게요.”
저번처럼 네모크래프트 ㄱㄱ
킹든갓택 해주세요
리듬겜보단 다른 대부분의 게임들이 훨씬 재밌지 않나?ㅋㅋ 나만 그런가?
ㄹㅇ ㅋㅋ
“지금까지 시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당! 방종할게요. 내일 뵈요, 여러분… 빠잉!”
ㅂ2
별풍 500개 쏠 테니까 방송 1시간 연장 ㄱㄱ
하바!
‘으음….’
방종하고 나서 올라온, 한 시청자의 채팅에 잠깐 솔깃했던 예린이었지만,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컴퓨터를 껐다.
“휴우우….”
긴 한숨을 내쉬면서, 휴대폰으로 주식을 보는 예린이.
정우건설 : 29,900 ▲ 800
(151주, 수익률 12.1%)
그동안 계속 떨어지다가 이번에 한 번 살짝 올랐기에, 그녀는 이렇게 생각했다.
‘슬슬 오르려나?’
하지만 예린이는 이내 생각을 바꿨다.
‘아냐… 이러다가 다시 떨어지겠지… 게다가 녀석이 장투를 하라 했으니까, 단 기간에 팍 오르지는 않을 거야….’
이불 속으로 들어간 예린이는 곧장 잠에 빠졌다.
다음 날 오전.
예린이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일어나자마자 휴대폰으로 주식을 확인하는데….
“뭐지?”
주식 앱이 맛이 가기라도 한 것처럼, 작동하질 않았다.
“…업데이트라도 있어서 작동 안하는 건가?”
업데이트를 하기 위해, 스토어 어플을 이용하려했다. 하지만….
“어라? 이건 왜 안 되는 건데?”
혹시나 싶은 마음에, 까톡을 써보는 예린이.
‘음… 혹시… 종말이 찾아온 건….’
하지만 너무나도 평화롭게 잠에서 깨어난 것도 있고, 전화가 먹통이었기에 그녀는 곧바로 이렇게 생각했다.
‘아포칼립스는 무슨… 그냥 통신사 문제인가보네.’
그녀는 이미 이전의 삶을 통해, 특정 통신사들이 여러 번 서비스에 문제를 일으켰던 경험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으… 그래도 이건 좀 아니지. 114 전화도 안 되면 뭐 어쩌란 거야!!!”
혹시나 싶은 마음에, 컴퓨터를 켜보는 예린이.
“그럼 그렇지….”
그녀는 한숨을 쉬면서, 이번엔 TV를 켜봤다.
[‘100억 클럽 의혹’에 휘말린 김수박 전 검사가 12시간 동안 검찰 조사를 받고 귀가했습니다. 서울 중앙지검 전담 수사팀은….]
‘아직 이슈화가 안 됐나보네….’
뉴스에서 보도되지 않는 일이란 건, 다시 말해서 상황이 빠르게 해결되지는 않는다는 뜻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이번엔 주변의 PC방을 찾아 나섰다.
“안녕하세요… 혹시….”
“후우… 고객님, 죄송하지만 지금 인터넷이 아예 안 되서, 다른 피방으로 가시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아… 네, 알겠습니다….”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성난 얼굴로 겨우 대답하는 주인장에게 어디 통신사 인터넷을 쓰냐고 여쭤볼 수는 없었기에, 그녀는 곧장 PC방을 빠져나왔다.
‘다른 곳은 괜찮으려나…?’
아까 말했던 사람의 말을 토대로, 인터넷이 되는 PC방을 찾아 나선 예린이.
“다른 곳 가주세요. 죄송합니다.”
“지금 인터넷이 안 되니까 들어오지 마세요, 손님.”
“다른 곳 가십쇼!”
여러 곳을 둘러봤지만, 인터넷이 되는 PC방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열 군데가 넘는 곳을 전전한 끝에….
“혹시… 인터넷 되나요?”
“되니까 영업하죠… 그런데 왜요? 지금 인터넷 안 되는 피방이 있나요?”
예린이가 자초지종을 말하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저희는 STT 쓰거든요? KET 가 다 안 되는 거 보면 그 쪽 통신사 문제 같은데….”
“저도 그렇게 생각하는데… 일단 여기는 인터넷이 된다니 다행이네요….”
“어휴, 그 통신사 안 써서 망정이지….”
혼자 앉는 자리를 찾아 앉은 그녀는, PC방 컴퓨터로 방송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헤드셋을 가져오길 잘 했군.’
한 게임이 혜성같이 등장하기 전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PC방은 컴퓨터 성능도 고만고만했고, 또한 헤드셋이 아닌 헤드폰인 곳이 대부분이었다.
따라서 방송용 마이크까지 챙길 수는 없었던 예린이는, 응급조치로 헤드셋으로나마 방송을 하기 위해 집에서 가져왔던 것이었다.
‘음… 그런데 지금 캠을 못 켜니까,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좀 서운할 수도 있겠는데….’
하지만 상황이 상황인 만큼, 시청자들에게 잘 설명하면 넘어가리라 생각했다.
‘피방에서 방송이라니… 오늘 진짜 레전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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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와… 안녕하세요, 여러분….”
장소가 공공장소였기에, 최대한 작은 목소리로 방송을 시작했다.
하와와 ㅎㅇ
하하!
오늘따라 목소리가 작으시네요. 감기라도 걸리셨나요?
님 캠 왜 안 켬?
오늘은 캠 안 켜는 날인 건가?
화장 안 한 듯ㅋㅋ
ㄹㅇ ㅋㅋ
예상대로의 반응.
예린이는 웃으며 답했다.
“아니, 화장 안 해서 캠을 안 켰다뇨… 이거 너무한 거 아니냐고, 야발!”
하이텐션으로 말하다가, 아차 싶어서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예린이.
다행히도, 예린이 근처에는 손님이 한 명도 없었고, 다른 쪽에서는 온갖 게임에서 나오는 사운드로 시끄러웠다.
잠시 헤드셋의 마이크 부분을 입 앞에서 치우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예린이.
반응 ㅈㄴ 웃기네 ㅋㅋㅋ
에이, 다 알아요, 언니. 화장 안 해서 캠 안 켰잖아.
ㄹㅇ ㅋㅋ
“아니, 그러니까… 화장을 안 한 게 아니구요… 오늘 사정이 있어서 이렇게라도 방송을, 그것도 겨우 킨 거거든요…?”
뭔 상황인데요?
그러고 보니, 인터넷 안 된다는 얘기가 떠돌던데, 혹시 그거 때문인가?
KET 쓰는 사람들은 인터넷 다 안 된다고 들었음 ㅇㅇ
우리 집은 정상인데
ㄹㅇ? 그래서 인터넷이 안 됐구나… 어쩐지.
“저희 집도 KET인데, 오늘 휴대폰도 먹통이고, 인터넷도 안 되고 해서 지금 피방으로 와서 방송을 킨 거거든요….”
ㅋㅋㅋㅋ PC방에서 방송ㅋㅋㅋ
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거기서 방송하면 눈치 안 보임?
아ㅋㅋ 피방에서 방송하니까 캠을 못 킨 거구나. 인정ㅋ
피방 방송은 ㅇㅈ이지ㅋㅋ
ㅁㅊ겠다 ㅋㅋㅋㅋ
혹시나 싶어, 방송 도중에 주식을 찾아본 예린이.
정우건설 : 29,900 0
(151주, 수익률 12.1%)
‘이런 날에 꼭… 갑자기 떡상한 사례가 있어서 확인은 해봤다만… 지금 이걸 본 내가 바보지.’
그녀는 애써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일단 지금 피방 컴 사양이 그닥 좋지는 않아요. 그래서 방송을 하면서 게임을 할 수 있는 걸 찾아보려고 했는데… 마땅한 게 웹 게임이나 플래시밖에 없을 거 같아….”
흠….
방송이 원래 컴 사양 많이 받쳐줘야 되는 거임?
난 괜찮은데.
PC방 방송이면 어쩔 수 없지
원컴 송출이면 거의 엔드 스펙으로 맞추는 게 좋긴 함.
방송 원래 사양 많이 잡아먹긴 하더라 ㅇㅇ
플래시 겜 재밌는 거 많지 않나? 괜찮을? 듯?
아 ㄹㅇ?
“일단 여기가 PC방이고, 사용할 수 있는 본체가 하나뿐이다 보니까… 방송도, 게임도 같은 본체로 써야 되는 상황이라서 방송하면서 게임하면 컴에 무리가 많이 갈 거 같거든요?”
“게다가 방송이 컴 사양을 많이 타는 건 사실이라….”
얼마나 많이 잡아먹길래 그럼?
그동안 하와와는 좋은 컴으로 방송을 한 거구나 ㄷㄷ
피방이라 어쩔 수 없음ㅋㅋㅋ
“일단 알기 쉽게 예를 들자면… 피방 컴보다 최소 2~3단계 높은 컴을 써야 원컴 방송으론 무난할 거 같아요. 그 정도 차이에요.”
그렇게 들으니 방송 힘들 거 같긴 함ㅋㅋㅋ
근데 무슨 게임 할 거임?
예린이는 게임을 보여주며 이렇게 말했다.
“제가 급하게 골라온 게임은 ‘아드레날린’이란 게임인데… 자전거를 웃기게 타는 플래시 게임이거든요? 학창시절에 재밌게 했던 기억이 있어서 가져와봤어요.”
그거 학교 컴으로 재밌게 했었는데 ㅋㅋㅋㅋ
마지막 판까지 겨우 깼던 게임이군….
그럼 그 게임 오늘 켠왕임?ㅋㅋ
“어… 음… 피방에서 켠왕은 좀 무리지… 않을까… 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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