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0화 〉 하와와 번외1 : 어느 추석 연휴(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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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외1. 어느 추석 연휴(2完)
두 칸 전진한 예린이의 말. 그녀는 한숨을 쉬며, 채팅창을 바라보고 있었다.
ㅋㅋㅋㅋ 하와와 빡침?
개 나왔으면 빡칠 만 하지….
ㄹㅇ ㅋㅋ
이제 상대방이 거짓말처럼 개가 나오면 ㅋㅋㅋㅋㅋㅋ 근데 설마 그럴 리가 있겠어?
어느 시청자의 말대로 되는 걸 우려하던 예린이.
‘제발… 제발 개 나오지 말아주세요….’
간절히 기도를 하고 있는데, 이때 윷을 굴리기 시작한 상대방.
[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게 왜 진짜?ㅋㅋ
이게 개가 나오네 ㅋㅋㅋㅋ
예린이가 올려놨던 말이 순식간에 상대 말에 먹혀버렸다.
“…누구냐. 아까 그렇게 될 것 같다고 말하던 놈이.”
저는 아닙니다 판사님
저도 아닙니다
ㅋㅋ 나도 아님
ㅋㅋㅋㅋㅋ
아까까지 말했던 애 지금 채팅 안 치고 있는 거 개웃기네 ㅋㅋㅋ
상대의 말을 잡은 사람은 또 다시 윷을 굴릴 수 있었다. 그래서 상대방은 다시 윷을 굴려보는데….
[모!]
“아, 아니… 잠깐만.”
‘개’가 두 칸 전진이라면, ‘모’는 다섯 칸이나 달릴 수 있었다. 그 뿐만이 아니라 윷을 한 번 더 굴릴 수 있었다.
[윷!]
“뭔데, 이거?”
윷 또한 윷을 한 번 더 던질 수 있었고, 4칸이나 말을 전진 시킬 수 있다. 그렇기에 상대의 말이 판 위에서 거침없이 달리기 시작했고, 예린이는 적잖이 당황했다.
“설마… 또 윷이나 모가 나오는 건 아니지?”
윷을 실제로 던질 때는 어떻게 던지느냐에 따라 윷이나 모가 잘 나올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컴퓨터 게임 상의 윷놀이는 어디까지나 확률이었기에, 윷이나 모가 연속으로 계속 나오는 장면이 심심찮게 보이곤 했다.
[모!]
“모가 왜 또 뜨는데! 미쳤어?! 야, 설마 그 다음도 윷이나 모가 뜨는 건 아니겠지? 뜨면 확률 주작이다!”
[걸!]
어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 확률 주작은 아닌 걸로.
이거 음성인식 게임임? 거짓말처럼 안 뜨는데?ㅋㅋㅋㅋ
ㅈㄴ 웃기네 ㅋㅋㅋㅋㅋ
불행 중 다행이란 게 이런 걸까? 골인 지점까지 딱 한 칸만을 남기고, 상대의 말은 움직임을 멈추게 되었다.
“아니, 저걸 어떻게 잡아….”
시무룩해진 예린이에게, 그녀와 같은 팀인 시청자가 이렇게 말했다.
하와와님, 제가 잘 던져볼 테니까 기운 좀 내세요.
“님이 던진 결과 보고 나서 기운을 내던지 말던지 할 테니까, 어서 던지세요….”
ㅇㅋ
시청자가 던진 윷의 결과는….
[모!]
“…어? 설마…?”
[도!]
“그럼 그렇지… 뭐, 그래도 모 한 번은 떴네요.”
예린이 팀의 말 두 개가 판 위에 자리 잡았다.
“이게 맞나 싶은데… 그냥 말 하나 6칸 전진하는 게 낫지 않았을까요?”
만에 하나 도가 뜨면 저 말은 또 잡히니까 불안하긴 하겠네 ㅋㅋ
개나 걸은 잘 나오는데, 그래도 도는 잘 안 나오는 편이니 괜찮지 않을까?
나라면 그래도 저렇게 했을 거 같음 ㅇㅇ
그래도 이게 괜찮지 않나?
채팅을 읽던 예린이는 심기에 거슬리는 한 채팅을 보고 입을 열었다.
“자, 닉네임 하또죽씨. 아까부터 지켜봤는데, 이번에도 맞히면 5분 동안 퇴장시킬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계엄령 ㅋㅋㅋ
에이, 설마 이게 실제로 일어나겠어?ㅋㅋㅋㅋ
[도!]
상대방이 던진 윷을 확인한 예린이는 순식간에 얼굴이 일그러졌다.
“예언자, 나가!!!!!”
그렇게 시청자 하또죽은 5분 동안 강제 퇴장 조치가 내려졌다.
이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 진짜 이왜진 ㅋㅋㅋㅋㅋㅋ
ㅋㅋㅋ 예언 멈춰!
잠시 생각에 잠겼던 예린이는 이렇게 말했다.
“아! 맞아. 한 칸 전진해서 그대로 골인하면 되는 거잖아! 제발, 저희 말 잡아먹지 마시고, 한 칸 전진해서 골인….”
하지만 어림도 없었다. 상대방은 가차 없이 예린이 팀의 말을 잡아 먹고, 또 다시 윷을 굴렸다.
[개!]
그렇게 두 칸 전진. 아직 살아있는 예린이 팀의 말과는 두 칸 정도 거리가 벌어져 있었다.
“후… 이젠 내 차롄가?”
[걸!]
“그렇지이~!”
말 하나를 등장시켜, 세 칸 전진시키는 것으로 상대방의 말을 하나 잡아낸 예린이는 너무 기쁜 나머지 웃고 있었다.
“가자! 가자! 드가자아아아!!!”
[개!]
“아휴… 모나 윷 하나라도 좀 나와주지….”
예린이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윷놀이의 규칙 중 하나는, 아군 말을 같은 장소에 포갠 후 한 몸처럼 한 번에 이동시킬 수 있었는데, 이 방법을 이용해서 역전을 하는 그림이 나오기도 했다.
예린이는 다소 위험한 리스크를 안고서 그런 큰 그림을 그릴지, 아니면 안전하게 말 하나를 계속 이동시킬지를 고민하고 있었다.
‘설마… 모가 또 나오겠어?’
예린이는 기존에 있던 말 위에 말 하나를 더 얹는 것으로 턴을 넘겼다.
저거 먹히지만 않으면 역전할 수도 있겠다 ㅋㅋ
“어이, 학생! 말 삼가 해!”
말이 씨가 되는 걸 우려했던 예린이.
[모!]
“이거 확률 너무한 거 아니냐고, 야발!”
결국 우려했던 일이 현실이 되고.
“자… 고객님도 5분 후에 채팅할 자격증을 발급 받으실 수 있습니다. 5분 후에 오세요….”
그렇게 또 다른 예언자가 강제 퇴장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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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흘렀다.
스코어는 1:3.
상대 팀의 마지막 말은 골인 지점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따라서, 예린이 팀에 사실상 마지막 기회가 주어졌다.
“아직 모른다… 여기서 모나 윷이 연속으로 계속 떠준다면? 역전할 수도 있어!”
ㅋㅋ 과연 그게 될까? ㅋㅋㅋㅋ
역전이라기엔 이미 너무 늦은 거 아니냐? ㅋㅋㅋ
모가 한 8번은 나와야 역전할 거 같은데, 가능할까? ㅋㅋ
아 ㅋㅋ 예린이가 역전 가능하다고 생각하면 가능한 거겠지. ㄹㅇ ㅋㅋ만 치세요
ㄹㅇ ㅋㅋ
‘쩨발….’
윷은 던져졌다.
[윷!]
“오옷! 그렇지!”
윷이 나와서 좋아하는 예린이. 그 다음은 과연….
[개!]
역시, 어림도 없었다.
지금 판 위에 존재하는 예린이의 말 그 어느 걸 움직여도, 상대 팀의 마지막 말을 막을 수단이 없었다.
“축하드립니다… 송편 당첨되셨어요….”
자신을 이긴 시청자에게 웃어 보이면서 축하를 하고 싶었지만, 게임에 진 아쉬움이 더 컸던 탓에 시무룩한 얼굴로 힘없이 말을 꺼낸 하와와였다.
이후로도 시청자들과 윷놀이를 계속 진행했고, 결과는 열 판 중에서 딱 2판만을 이겼고, 나머지는 죄다 패배했다.
어떻게 2판 밖에 못 이기냐 ㅋㅋ
윷놀이에도 재능이 없는 것인가… 그녀는 도대체….
그래도 10판 다 지진 않아서 다행이네ㅋ
ㅋㅋㅋㅋㅋㅋ
“윷놀이는 이쯤 하고, 사연이나 읽어봅시다… 자, 마음에 들거나 가장 불쌍해보이는 시청자 딱 2명을 뽑아서 송편을 선물로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게시판에 올라가 있는 시청자의 글들을 읽어보던 예린이.
“으음… 한 쪽은 생활 형편이 어려워서 알바 투 잡을 뛰는데, 직접 빚은 송편을 먹을 수만 있다면 힘을 낼 수 있다고 하고…. 다른 한 쪽은 공무원 시험을 5번 시도했는데 떨어져서, 이번이 6번째 시도인데 우울해서라도 송편을 먹고 싶다고 하는데… 어쩌지?”
내 글도 좀 읽어줘어어어!!!
나두!
아~ 하와와가 빚은 송편 먹고 싶다아아아!
내가 쓴 사연 읽어보면 마음이 바뀔 듯?
다른 글들을 살펴보며 고민하던 예린이.
“그냥 둘 다 뽑을게요.”
시청자들과의 윷놀이로 인해 피로가 쌓인 탓에, 오랫동안 고민할 정신력은 남아있지 않았기에 그녀는 이렇게 결론지었다.
아쉽네….
나도 송편 먹고 싶었는데.
뽑힌 분들 ㅊㅋㅊㅋ
“자, 이렇게 추석 기념으로 방송을 해봤는데요. 송편 당첨 되신 열 분, 진심으로 축하드리면서! 방송을 슬슬 마쳐볼까 합니다.”
하와와 바이!
하바!
예바!
추석 연휴라 방송 안하고 쉴 수도 있었을 텐데, 고생 했음 ㅎㅎ
“추석인데도 찾아와주신 모든 분들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이만 방종할게요. 빠빠잉!”
빠빠잉!
ㅂ2
방종을 하고 난 예린이는 곧바로 의자에서 일어서서, 이불 깔린 방바닥에 누워버렸다.
“후우… 유희야!”
“불렀느냐?”
“아까 들었지? 10명이라고.”
“들었네만. 그래서 숫자에 맞게 준비도 벌써 끝마쳤다네.”
“그럼… 이제 보내는 일만 남았네?”
“그렇겠지.”
“흐으음….”
“왜 그러느냐?”
“아니, 그냥… 우리가 만든 송편이 시청자 분들 입맛에 잘 맞았으면 좋겠는데 말이지.”
이에, 신유희는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분명 맛있을 걸세. 그 어떤 송편보다 특별하고 맛있을 거라네.”
“하나만 가져다 줄래?”
“그러지.”
유희가 송편 하나를 가져다주자, 예린이는 몸을 일으켜 앉은 후, 건네주는 송편을 한 입 베어 물었다.
“으음… 흐음….”
“정말 맛있지 않느냐?”
“맛있긴 맛있는데… 시중에 파는 송편과 별 반 다를 바 없는 맛 같은데… 게다가 특별하지도 않단 말이지?”
“후후… 자네는 모르겠지만, 시청자들은 알아줄 테니 걱정 말게나.”
“…흐음?”
그땐 그녀가 무슨 말을 하는지 예린이는 잘 알지 못했다. 그저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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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입니다!!!”
소리를 듣고, 갈색 깔깔이와 후줄근한 런닝 차림으로 현관문을 여는 사내.
“김복동씨, 본인 맞으시죠?”
“…예.”
“여기 택배요.”
“…고생하세요.”
“네. 안녕히 계십시오!”
문을 닫고 다시 집으로 들어온 사내는, 물품을 보고는 미소를 지었다.
“이게 하와와가 직접 만든 송편이란 말이지? 진짜로 올 줄이야….”
포장을 뜯고, 상자 속의 내용물을 확인하는 시청자.
아이스팩과 아이스박스로 잘 보존된 송편이 모습을 드러냈다.
“어디 한 번, 맛을 봐볼까?”
전자레인지로 송편을 데워, 맛을 보는데….
“으으음?! 으음….”
데워진 송편을 향해, 젓가락이 분주히 움직였고.
순식간에 스물다섯 개의 송편을 다 먹어치운 김복동은 배를 어루만지며 이렇게 말했다.
“…시중에서 파는 것보다 더 맛있는데? 하와와님 송편 장사해도 되겠어. 그런데… 하아아암… 왜 이렇게 졸리지? 아직 피로가 덜 풀렸나? 아니면 식곤증?”
침대를 향해 움직이는 그의 몸뚱아리. 그는 이윽고 잠에 들게 되었다.
그렇게 다음 날 아침.
“아니… 미친….”
세수하다가 거울 속의 자신을 바라본 김복동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
거울 속에는 자신의 얼굴은 온데간데 없고, 그 대신 긴 머리의 귀여운 미소녀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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