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9화 〉 하와와 번외1 : 어느 추석 연휴(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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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외1. 어느 추석 연휴(1)
[삐삑! 삐삐삑! 삐삐삑!]
어느 추석 당일 날.
예린이의 집에서는 오랜만에 알람이 울려대고 있었다.
“으으응… 누가 알람을 맞춘 거야….”
밤늦게까지 게임만 하다가 늦잠자서, 아직도 일어나지 못하고 뒹굴 거리는 초등학생처럼, 신유희는 깨어나질 못하고 있었다.
“거기… 누구 있으면 알람 좀 꺼주지… 않겠느냐?”
신의 말에, 부엌에서 뭔가를 준비하던 예린이는 그녀에게 다가갔다. 더 이상 신이 잠을 자지 못하도록, 이불을 걷어 올리면서 예린이는 입을 열었다.
“지금 시간이 몇 시인데… 어서 일어나세요, 신이시여!!!”
“으응… 도대체 몇 시기에 그러는가….”
“벌써 오전 10시니까 그렇지! 어서 준비를 서두르지 않으면, 11시에 방송 못 킨다고오오오!!!”
“우응… 반죽은 어떻게든… 알아서 준비할 순 없겠는가… 너무 졸려서 좀 더 자고 싶네만….”
“아놔, 진짜 미치겠네… 어서 안 일어나? 어???”
한숨 쉬던 예린이는 그녀의 볼을 손가락으로 집어서 길게 늘려보았다.
“아야야얏! 그, 그만하지 못하겠는가!”
“아프면 일어나, 어서.”
“알았다네… 일어날 테니까… 하아아아암….”
아직 잠이 다 깨진 않은 모양인지, 반쯤 감긴 눈으로 연신 나오는 하품을 뿜어대는 신유희.
“네 말대로 반죽은 어떻게든 하고 있으니까… 방송 준비나 해줘. 이 반죽 묻은 손으로 키보드랑 마우스 만지고 싶진 않으니까.”
“알겠네….”
“졸리면 화장실 가서 찬 물에 세수라도 하고 오든가.”
“…찬물은 싫네만.”
“그럼 정신 좀 알아서 차리던지.”
예린이는 다시 부엌으로 되돌아갔고, 신은 몇 분 동안 눈을 끔벅거리며 가만히 앉아 있다가 눈을 비비며 컴퓨터 앞으로 다가섰다.
“하아아암… 이거랑… 저거랑….”
그녀는 오늘 방송에 필요한 프로그램들을 설치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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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와~ 추석 연휴인 거시야요!]
하와와 하이~!
즐추! 즐추!
눈나 새해 복 마니 받아!
방송을 켜자마자, 실시간 시청자 수가 좌르륵 올라가고 있었다.
“하와와~! 여러분 안녕하세여!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라는 거시야요!”
“시청자 분들을 위해 저희가 절을 올려 보겠습니당!”
개량 한복 차림의 예린이와 신이 다소곳하게 자세를 취하며, 시청자에게 절을 올렸다.
[하또죽 님, 별풍 300개 후원 감사합니다!] 옛다, 세뱃돈!
“하또죽님, 세뱃돈 300개 캄사합니다아앙!!”
한복 어디서 샀음? ㅎㅎ
개량 한복 같은데 잘 어울리시네요, 눈나!
귀엽고 이쁘넹 ㅋㅋㅋㅋ
한복 입고 방송하는 스트리머라… 이거 참 귀하군요….
이렇게 보면 참 우리나라 옷이 예쁘단 말야 ㅎㅎ
옷이 날개라고 하는데, 내가 볼 때는 하와와가 한복 캐리해줬다, ㅇㅈ?
ㅇㅈㅇㅈ
“으음… 그렇게 비행기 태우지들 마시고~ 한복은 여기 동생 녀석이 잘 아는 전문 업체에 맡겨서 뽑은 건데, 궁금하시면 소개시켜 드릴게요.”
예린이의 말을 듣고, 신은 그녀의 옆에서 이렇게 얘기했다.
“나중에 게시판에 업체 이름이랑 전화번호 적어서 올려둘 테니까 그거 확인해주세요, 여러분!”
ㅇㅋㅇㅋ
아니, 딱히 궁금하진 않은데….
그나저나 지금 시청자 수 실화냐? 이른 시각부터 1만 명 이상이나 보고 있네 ㅋㅋ
머기업인데 그럴 만 하지 ㅎㅎ
이 시간에 유명인들 방송 안 켜서 그런 걸지도 모름ㅋ
한 시청자의 채팅에, 휴대폰을 통해 실시간 시청자 수를 확인한 예린이.
‘오늘 추석이라 그런 것도 있고, 내가 알고 있는 유명 스트리머들이 방송을 안 켜서 효과를 본 것도 있겠지….’
이렇게 생각한 예린이는 웃으며 말했다.
“그러게요… 어떤 분 말씀대로 이 시각에 방송을 키신 분이 별로 없어서 그런가 봐요!”
에이, 그래도 기본 몇 천은 찍는 스트리머신데….
오늘은 추석 당일인데, 무슨 컨텐츠 찍으실 거임?
평소대로 게임 아닐까?
명절이니까 윷놀이?
흠….
내가 보기엔 뭔가 준비를 많이 해놓은 거 같던데… 아님 말고ㅋ
알아서 말씀해주시겠지
“하와와와… 오늘은 추석이잖아요! 추석하면 생각나는 게 뭘까요?”
보름달인가?
게임 이벤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ㅁㅊ ㅋㅋㅋ 게임 이벤트래ㅋㅋ
맞는 말 아님?ㅋㅋㅋ
음… 명절 알바?
윷놀이?
세뱃돈?ㅋㅋ
송편?
“대부분 맞는 말씀이시지만, 역시 추석 명절하면 송편 아니겠습니까?”
ㅇㅈㅇㅈ
맞쥐맞쥐
그러고 보니 송편 안 먹은 지 몇 년 됐네….
우리 집은 추석에도 송편 대신 떡국 끓이는데… 떡국이 편하다고….
사서 먹어, 송편
요즘은 송편 만드는 곳이 많기도 하고, 잘 만드는 곳도 많아서 사 먹어도 개꿀맛이던데.
“그래서 저희가 송편을 직접 만들어보려고 합니당!”
오오오옹!!!
이야….
라이브로 송편 만들기 컨텐츠라… 재밌겠다!
과연 예린이와 동생은 금손일까?
예린이 겜 실력 최하위니까 송편 만드는 것도 똥손일 듯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 ㅇㅈ ㅋㅋㅋㅋ
뽑기 운도 안 좋은 편이잖음ㅋㅋ
쌉인정 ㅋㅋㅋ
그래도 대리 컨텐츠는 잘 뽑아주는 편인데?
대리 컨텐츠 잘 뽑으면 뭐함? 자기 계정은 나가리인데 ㅋㅋㅋ
“아와와와와… 거, 말이 너무 심한 거 아니요….”
예린이는 시청자의 채팅에 답해주면서, 잠시 카메라에서 멀어져갔다. 미리 준비한 송편 재료들을 가져오기 위함이었다.
신은 접이식 책상을 가져와, 카메라 앞에 잘 보이게 배치를 했고, 그 사이에 예린이는 재료들을 가져와서 책상 위에 올렸다.
하얀 가루로 만들지는 않나 보네.
동부 말하는 건가? 그건 ㅈㄴ 맛 없지 않음?
“자~! 보시다시피, 쑥으로 만든 반죽과 달콤하게 범벅이 된 흑임자 깨를 이용해서, 지금부터 송편을 야무지게 빚어보겠습니다!”
멘트가 끝나자마자, 예린이는 송편을 빚어내기 시작했고, 신유희도 그녀를 따라 송편을 만들고 있었다.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뭐지?
(갈고리 수집 멈춰! 이모티콘}
ㅋㅋㅋ 뭔데? ㅋㅋ
그거 송편 맞음? ㅋㅋ
각자 빚어낸 송편을 접시 위에 올려보는데, 예린이는 웃음을 참으며 유희에게 이렇게 말했다.
“유희야… 그거 맞아…?”
“…왜?”
“크흠… 그거… 송편 맞냐구….”
예린이가 빚은 송편은 그럴 듯해보였는데, 신유희가 빚은 송편은 찐만두에 가까웠다.
“내가 보기엔 만두처럼 생겼거든? 솔직히 말해봐. 송편보다는 만두 먹고 싶어서 이렇게 빚은 거야?”
“으음… 그런 게 없지 않긴 한데… 다른 이유도 있어.”
“뭔데?”
“어차피 시청자들 몇 명 뽑아서 선물로 보낼 거, 특별한 송편을 만들어서 보내면 어떨까 싶어서.”
“그래서 만두 같은 송편을 빚었구나.”
그들은 말하면서도 계속 송편을 빚어내고 있었는데, 그들의 얘기를 들은 시청자들은 기뻐했다.
우와… 두 분이서 빚은 송편을 보내주시는 건가요?!
참된 스트리머!
굳굳!
이야… 그러려고 송편 빚은 거구나 ㄷㄷ
어떤 맛일지 기대되네….
정성껏 만들었으니 분명 맛나겠지?
어떤 맛이라 해봐야, 꿀맛과 고소한 깨 맛나겠지ㅋㅋ
의외로 맛없을 지도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ㄹㅇ ㅋㅋ
방금 맛없다 한 놈들 나가라ㅋㅋ
너, 나가!!!
시청자가 지금 이렇게나 많은데, 선발은 어떻게 하시나요?
“혹시 몰라서 어제 시험 삼아 만들어서 맛도 보고 그랬으니까… 맛이 없지는 않을 거에요.
그리고… 선발은 어떻게 할 거냐면, 송편을 다 빚은 이후에 시청자들 시참 형식으로 해서 윷놀이 게임을 할 거거든요. 그거랑….”
“언니 방송 게시판 가보면, 새로 만들어진 게시판이 있을 거에요.
사연 올리는 게시판을 만들어놨는데, 거기에 올린 사연을 읽고 저희가 선발해서 총 열 분께! 저희가 빚은 송편을 보내 드리겠습니다!”
윷놀이 언제 시작함?
난 글이나 적으러 가야지
“으음… 송편을 일단 완성시키고 할 거니까, 조금 걸릴 거에요!”
명절인데 술 먹방은 안 하심?
“제가 술이 약해서… 아직 할 생각은 없어요.”
주식 추천점 ㅎㅎ
“알려달라고 하셔도, 저번처럼 ‘너 때문에 망했으니 책임져!’라며 진상 부리는 분이 계실까봐 말씀드릴 수가 없네요.”
오팬무?
“맞추시면 송편 보내드릴게요.”
파랑이 좋겠어
“…틀렸어요. 제가 파란색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오늘은 그걸로 안 입었어용. 참 안 됐네요, 송편을 쉽게 얻어 드실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는데….”
시청자들과 만담을 나누며 송편을 빚던 예린이와 신유희.
준비했던 반죽과 재료가 다 떨어졌고, 다 빚은 송편을 압력 밥솥에 넣고 찌기 시작했다.
“유희야, 네가 마무리 좀 해줘.”
“알았엉.”
그녀에게 마무리 작업을 맡긴 예린이는 마음 놓고 방송에 집중했다.
“자… 몇몇 분들은 눈치껏 미리 깔아놓으셨을 수도 있는데, 저랑 윷놀이 하실 분들은 이 사이트 들어가셔서 게임 설치하시면 되겠습니다.”
빨리 채널이랑 방제 좀 말해주세요. 현기증 날 거 가태!!!!
문 열어!!!
FBI open up!!
“자유 5채로 오시고, 방제는 ‘하와와 윷놀이’, 비밀번호는 빨리 오라는 의미에서 '8282'에요.”
예린이가 게임방을 개설하자마자, 순식간에 정원이 꽉 찼다.
무, 무슨….
사람이 꽉 차서 못 들어간다는데요?
대학 수강신청보다 빡센 거 실화냐?ㅋㅋㅋㅋㅋㅋㅋㅋㅋ
5분 대기조인가 뭐야 이게 ㅋㅋ
눈나랑 겜하고 싶었는데ㅜㅜ
아 ㅁㅊ 순간 렉 걸려서 못 들감
“아와와와… 못 들어오신 분들은 아쉽겠지만, 다음 판을 노려봐요! 게임 끝나면 방을 다시 개설할 거니까 기다려주세요.”
모드는 팀전과 개인전이 있었는데, 예린이는 팀전을 선택했다.
“개인전 4명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릴 거 같아서 팀전으로 할게요.”
ㅇㅋ
룰은 어떻게?
“룰이야 뭐… 별 거 없어요. 저랑 같이 팀 먹은 분이 이기면 그 분이 송편 받는 거고, 상대 팀 2명이 이기면 그 분들이 받는 겁니다.”
확실히 개인전으로 하는 것보단 이게 더 빨리 끝날 듯
나름 괜찮네ㅋㅋㅋ
오키
그렇게 게임은 시작됐다. 윷을 먼저 던지는 쪽은 예린이 팀이었다.
하와와가 먼저 던지네ㅋ
과연 그녀의 운은?
빽도 나오면 대박ㅋㅋ
“가즈아아아아앗!!!”
예린이는 기세 좋게 던지는 버튼을 눌렀는데.
[개!]
“이런 개 같은….”
필터링을 거치지 않고 본심이 튀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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