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7화 〉 하와와 6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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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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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불쌍한 하와와….
방종 마려울 듯 ㅋㅋㅋ
이 분 왜 똥 씹은 표정임? ㅋㅋ
아까부터 한숨을 푹푹 내쉬며, 못마땅한 얼굴로 게임에 임하는 예린이.
헤드셋에서 흘러들어오는 한 시청자의 목소리가 그녀를 압박했다.
[잘하시는데요? 좀 더 연습하시다보면 올콤 금방 치시겠어요! 이번엔 난이도 7렙짜리 곡으로 해보죠.]
“호에에… 리듬겜님… 또요? 이제 그만 하면 안 될까요?”
[‘또’라니요…. 제가 이 게임 한창 할 때는 12시간 이상 연습했었는데… 게다가 이 게임만큼 연습하면 되는 게임은 별로 없다고요~]
“…그, 그런데 그 한 판이 지금 30판 넘게 늘어난 건 알고 계시지요? 그리고 저 피곤해 죽겠어요….”
[흐음… 그러면 어쩔 수 없죠. 아쉽지만 딱 이번 판까지로 하시죠.]
“후우… 알겠습니당….”
방종과 동시에 도망치고 싶었지만, 한 번 더 참은 예린이.
‘아… 블랙 마렵네….’
하지만 그녀는 별풍 5천 개 이상 쏜 시청자를 블랙리스트로 올리고 싶지 않았다.
‘그 놈의 “한 판만”… 이번만 또 속아준다….’
예린이는 영혼 없는 웃음을 흘리며, 게임에 임하게 되는데…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사건의 시작은 8시간 전, 예린이가 한창 초보적인 곡들을 치고 있던 무렵이었다.
오옹 ㅋㅋㅋ
잘해잘해 ㅎㅎ
난이도 좀 올려보죠
겜이 너무 지루하네….
다른 겜 할 생각은 없으신가요?
1시간 넘게 여러 곡을 치고 있었지만, 채팅은 그리 많이 올라오지 않았다. 또한, 실시간 시청자 수는 점점 줄어 300명대로 내려왔다.
시청자들의 채팅을 보던 예린이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역시 이런 게임은 너무 취향 타나?’
리듬 게임은 예나 지금이나 게임계에서는 마이너하면서 동시에 매니악한 장르다.
게다가 구경보다는 직접 하는 게 더 재미있는 게임 중 하나가 리듬 게임이었기에, 다른 게임에 비해 시청자가 적은 건 어쩔 수 없었다.
‘차라리 겨울나기 게임을 할 걸 그랬나?’
예린이가 아직까지 종합 게임 컨셉을 버리지 못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었다.
첫 번째로는 자신이 그나마 잘하는 게임을 아직 찾지 못했고.
두 번째는 자신이 앞으로 무슨 컨텐츠로 방송을 할지도 제대로 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러 게임을 시도하는 것은, 앞으로 방송을 어떻게 할지 생각하는 시간을 벌기 위함이었다.
“역시 이런 게임은 좀 지루하죠?”
ㅇㅇ 지루함
그냥저냥 보고 있는 중
난이도 높은 거 치면 그나마 재미라도 있을 거 같은데….
저는 리듬겜 첨 봐서 눈나 반응만 보고 있어요ㅋㅋ
스팀에 있는 다른 게임들이 지금 하는 것보단 재미있을 듯
단풍잎 이야기 허쉴?
‘으음….’
다른 게임을 켤까 고민하던 예린이의 귓가에 후원 알림이 울려왔다.
[리듬겜좋아하는DJ 님, 별풍 100개 후원 감사합니다!] 시참 가능?
“하와와~ 리듬겜님 별풍 100개 후원 캄사합니당!!! 그런데 이 겜도 여러 명이서 할 수 있나요?”
이 게임 솔플용 아님?
온라인 모드라고 있긴 함
저도 시참점요!
ㅋㅋ 솔플만 해봐서 온라인 모드 있는 줄 몰랐네 ㅋㅋㄹㅃㅃ
[리듬겜좋아하는DJ 님, 별풍 5개 후원 감사합니다!] 디코 있으시면 그걸로 말씀드릴게요
“‘!디코’라는 명령어 치시면 채팅창에 제가 만든 서버 주소가 나올 텐데, 그 쪽으로 와주시면 됩니다, 리듬겜님!”
디코 서버에 먼저 접속해, 음성 채팅방에 약 1분 정도 기다린 예린이.
[안녕하세요. 하와와님 맞으시죠?]
장난 끼 많은 남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맞아요.”
[지금부터 온라인 모드 어떻게 하는지 설명 드릴게요.]
“넹.”
그렇게 5분의 시간이 지났다. 시청자의 설명에 따라 차례대로 움직여 보는 예린이.
시참을 하고 싶었던 다른 시청자들을 자신이 만든 게임 방으로 불러들이는데 성공했다.
“이제 준비는 다 된 거 같은데, 곡 골라서 시작하면 되나요?”
[네. 그 전에 한 가지 룰만 말씀드릴게요.]
“넹.”
[무조건 적인 룰은 아니지만, 한 명씩 돌아가서 곡을 선택하도록, 게임 끝나고 나서는 방장 권한을 다른 분께 위임하시면 됩니다.]
“으음… 그런 거라면 지금 여쭤볼게요.”
여기 계신 분들 중에서 곡 선택해서 하고 싶은 분 계신가요?
전 ㄱㅊ
아무거나 하셔도 됨
저도 괜찮아요.
“…리듬겜님은?”
[전 골라서 하도록 하죠.]
“그러면 리듬겜님하고 제가 돌아가면서 곡 선정할게요.”
처음 선정한 곡은 ‘Go'
8비트 특유의 락 노랫소리와 중간마다 방심할 틈 없이 몰아치는 노트가 인상적인 곡이다.
어디서 들어본 곡인데?
ㅋㅋㅋ BGA 웃기네. 학폭 멈춰!!
[하와와님 답지 않은 곡 선정이네요.]
“아와왓?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음… 그게… 저는 하와와님이 'Lovely day' 같은 서정적인? 곡들을 고르실 거라 예상했거든요.]
“그냥 이 노래가 마음에 들어서 선택했어요.”
노트가 하나, 둘씩 떨어지자, 그들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조용해졌고 게임에 집중했다.
ㅋㅋㅋ 하와와 표정 봐
네모크래프트 때보다도 더 진지해 보이는데?
정신없이 내려오는 저 막대기 계속 맞추려면 집중할 수밖에 없지 ㅋㅋㅋ
그 와중에 옆에 시청자 대단하네
저걸 다 맞추고 있네 ㄷㄷ;;
게임이 끝나고, 점수판이 모습을 드러냈는데….
1st 리듬겜좋아하는DJ :
1664 Combo, 361246 (All, 97%)
2nd 하또죽 :
602 Combo, 322054 (6, 94%)
3rd 노래하는주식마왕 :
453 Combo, 305842 (2, 89%)
4th 하와와
201 Combo, 295476 (9, 87%)
와… 올콤 실화냐?
내려오는 게 눈에 보임? ㅋㅋ 난 다 못 봤는데?
저 시청자가 ㄹㅇ 썩은 물 ㅋㅋ
고였다 고였어 ㅋㅋㅋ
각자 선택한 난이도가 달랐기 때문에, 게임이 끝나고 그들이 찍은 콤보 수와 점수가 다 달랐다.
우리 예린이… 간신히 게임 오버는 피했네 ㅋㅋㅋㅋ
뉴비랑 고인물이랑 갭이 너무 큰데? ㅋㅋㅋ
난 저렇겐 못 하겠다ㅋ
재밌어 보여서 하려 했는데, 저 고인물 덕분에 왠지 저 겜 하기가 싫어지네 ㅋㅋ
“어휴… 게임 오버만은 면했네요… 난이도 5렙인데, 왜 이렇게 어렵죠?”
[하하… 이 난이도 기준은 제작자들의 주관적인 기준에 따라 매겨지는 게 보통이라… 눈에 보이는 거랑 직접 경험하면서 체감하는 거랑은 차이가 심각할 수밖에 없어요.]
“그러면 저처럼 낚여서 데이는 경우가 많겠네요?”
[그런 분들이 많았었죠. 물론 저도 그랬었고.]
“난이도 5렙 곡 수준이 이 정도라서 그런지, 벌써부터 게임을 끄고 싶은데요… 뭐, 곡은 듣기 좋았지만.”
[이 겜 꾸준히 하시다보면 금방 실력 늘어나실 겁니다. 제 점수 보고 너무 기 죽지는 마세요!]
“뭐, 그렇긴 하겠지만….”
하지만 예린이는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괜히 저 점수에 의식해서 그런가… 게임 할 맛 안 나네….’
예린이가 시청자에게 방장 권한을 위임하자, 그는 아까 언급했던 곡을 골랐다.
“이건 아까 말씀하신 그 곡 아닌가요?”
[네. 최하 난이도가 3렙 짜리라서 골랐어요. 하와와님 편하시라고….]
“아, 네… 감사합니당….”
게임이 시작되자, 몇몇에게 익숙한 멜로디가 들려왔다.
어디서 들어봤는데….
이건….
저 분은 항상 어디서 들어봤대 ㅋㅋㅋㅋㅋㅋㅋㅋ
이 멜로디… ‘나도 여자랍니다’랑 거의 똑같은데? 이거 곡 표절 아님?
그건 대체 뭔 노래임?
이 곡이 원 곡인 걸로 아는데?
‘Lovely day'
훗날 한 가수에게 작곡가가 이 곡을 맡겨서 탄생된 노래가 ‘나도 여자랍니다’였다. 따라서, 표절은 아니었다.
이거 골프 게임 캐릭터들이랑 그림체가 거의 비슷하네 ㅎㅎ
같은 일러레가 그린 듯
동화풍의 배경. 아기자기한 캐릭터들이 나오는 BGA와 함께, 아까보다는 비교적 완만하게 내려오는 노트들.
예린이는 신중하게 노트 하나, 하나를 맞춰가고 있었다.
‘비록 3렙짜리 난이도지만… 이거라도 올콤하고 만다….’
게임이 거의 끝나갈 무렵. 예린이는 올 콤보가 코 앞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초인종이 울리면서, 문 너머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배달입니다!”
평소에 귀가 예민해서, 게임 할 때나 음악을 들을 때도 음량을 최대한 적게 듣는 예린이는 뜻밖의 목소리에 당황했다.
“갑자기 이게 무슨….”
곧이어 휴대폰에서 까톡 알림 소리가 연신 울려대기 시작했고.
“아아아아악!!!”
아앗… 아….
ㅋㅋㅋ 이걸 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엌ㅋㅋㅋ 놓쳤네 ㅋㅋㅋㅋㅋㅋ
잘 맞추나 싶었더니만 ㅋㅋ
집중력이 흔들린 그녀는 마지막에 기습적으로 내려오는 노트 하나를 놓치고 말았다.
“내… 내 올 콤이이이익!!!”
자신의 집중력을 흩트린 장본인이 누군지 휴대폰으로 확인하기로 했다.
[연지 : 새로 만든 치킨 테스트 겸 보내본다. 지금쯤이면 배달원이 벌써 그 쪽에 도착했을 거야. 맛이 어떤지는 나중에 까톡으로 말해줬으면 좋겠어 ㅎㅎ]
“하… 하핳….”
허탈한 웃음을 내뱉고는, 현관문을 열어서 배달을 받았다.
“기다리게 해드려서 죄송합니다… 방금까지 일이 있어서….”
“맛있게 드십시오!”
치킨을 말없이 시청자에게 보여주는 예린이.
왠 치킨? ㅋㅋ
맛있겠당….
치킨 언제 시키셨음?
아 ㅡㅡ... 다이어트 중인데….
“하… 하핳… 비록 올 콤은 실패했지만… 오히려 좋아… 공짜 치킨을 얻었으니 그걸로 됐어….”
하지만 예린이는 말과는 다르게 애매한 표정을 지었다. 웃는 것도, 그렇다고 우는 것도 아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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