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와와~ 예리니 방송에 와주셔서 고마운 거시에오!-66화 (66/100)
  • 〈 66화 〉 하와와 66화

    * * *

    66.

    #

    “얜 왜 이렇게 안 오는 거야?”

    일주일 넘게 녀석이 오지 않았다.

    ­하와와님 방송 언제 해요?

    ­눈나, 문 열어!!!!!

    ­방송 빨리 켜주세요… 현기증 나서 미치겠어요!

    ­오늘 방송 켜면 별풍 500개 쏨

    방송 게시판에 달린 댓글들을 보던 나는….

    경찰서에 실종 신고라도 해야 되나?

    라는 의문을 가졌지만, 그녀가 신이라는 걸 곧 떠올렸다. 신이 민증을 가지고 있을 리가 없을 테니, 실종 신고조차 할 수 없다.

    “아무래도 볼일이 있는 모양인데, 언젠간 알아서 오겠지… 일단은 공지를 띄우는 게 낫겠지?”

    휴방 한다는 내용의 공지를 쓸까 생각을 해봤다. 왜냐면 평일에는 주식을 보느라 바쁘고, 최근 비트코인을 다시 손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뭐, 이 뿐만이 아니라 다른 이유 때문에도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방송을 켜기가 살짝 망설여졌다.

    “…흐음.”

    썰어놓은 토마토를 포크로 찍어 입에 넣으며, 주식 시장을 살펴봤다.

    정우건설 : 30,100 ▼ 5,120

    (151주, 4,575,300 수익률 ­11.5%)

    총손익 : ­589,156원

    “오늘도 날이 아닌가….”

    이 날도 어김없이 희망에 부푼 상태로 내 주식을 확인했으나… 기대한 내가 바보였다. 여전히 오를 기미가 안 보였다.

    며칠 째 하락장이고, 새로운 재료도 올라오지 않았다. 그런데 이게 어떻게 미래에 떡상을 한다는 거지? 정말 존나 버티는 게 답인가?

    “역시 주식의 세계는 도통 알 수가 없단 말이지….”

    주식을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서로 비슷한 말을 하곤 했다.

    뉴스에서 해답이 있다느니.

    그 주식이 올라가는 건 분명 이유가 있다. 재료가 좋다든지, 그동안 너무 과소평가를 당했다든지.

    “하지만….”

    야구는 직구만 있는 게 아니라 변화구도 있다. 그렇기에 타자는 언제나 투수가 던지는 공을 칠 수는 없는 법이다.

    인생 또한 자신의 계획대로 흘러가는 때는 거의 없고, 대부분은 변칙이 있기 마련.

    주식 또한 마찬가지다.

    “작전이라면….”

    하락장 속에서도 뜬금없이 상승하는 종목이 있고, 상승장임에도 별 다른 이유 없이 하락하는 종목이 있다.

    이런 변칙적인 종목은 간혹 가다 나올 수 있는 것이지만, 문제는 이러한 현상이 꽤 자주 보였다.

    이는 정황상 확실한 물증은 없지만, 심증으로는 몇몇 집단들이 주식 시장에 개입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주식이나 비트코인이나 개미들의 돈을 쉽게 따가려는 자들이 존재하는데, 그들을 개미들은 ‘세력’이라고 불렀다.

    세력은 말의 어원에서 볼 수 있듯이 집단일 수도 있지만, 꼭 집단이라는 법은 없었다.

    돈이라는 파이를 충분히 굴릴 수 있기만 한다면, 개인이라도 곧 하나의 세력이 될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돈이 많아도 혼자서 굴리지는 않았다.

    돈 같은 중요한 걸 내기로 걸고, 게임을 하다보면 사람은 본성에 가까워진다. 그리고 그 본성은 악랄하며 치밀하고, 교활하기 마련이다.

    이런 얘기를 왜 하냐면, 사람은 저마다 중요한 계획을 세울 때 웬만하면 실패하는 일이 없이 꼼꼼하게 세우는 게 당연하고. 또, 그 계획이 혹시라도 실패하는 것까지도 상정해서 치밀하게 계산을 하기 때문이다.

    “…내가 우연히 샀는데 물린 정우건설 또한 세력이 주무르는 주식이란 건가?”

    녀석의 판단과 흐름을 보자면 딱 맞아 떨어졌다.

    ­님들 저 주식한지 며칠 밖에 안 된 주린이인데요, 세력이란 게 정말 있는 건가요?

    ­ㅇㅇ 있음

    ­없는 거 같은데?

    ­있습니다

    ­없다는 놈 뭐임? 너 세력이지?ㅋ

    ­영화 그만 봐라….

    주식 커뮤니티에서는 간혹 세력에 대한 떡밥이 돌곤 했다.

    주로 누군가가 궁금해서 묻거나, 세력이란 존재를 부정하는 사람들에 의해 떡밥이 돌고는 했는데.

    이 떡밥에 대한 진실은 한 사건을 통하면 쉽게 알 수 있었다.

    가깝고도 먼 미래인 2021년.

    스트리밍 사이트 ‘아메리카’에서 ‘코인 게이트’라는 사건이 터졌다.

    해당 사이트에서 항상 거액의 후원으로 회장님이라고 불렸던 한 남자가 여러 스트리머와 미리 짜고, 오리코인을 이용해 선취매를 벌이려다가 적발된 사건이었다.

    선취매란 먼저 취하고 산다는 뜻이다.

    주식이나 비트코인을 예로 든다면, 상장이 되기도 전에 미리 물량을 어느 정도 매입해놓는 걸 뜻한다.

    서로 간의 짜고 치는 도박처럼, 미리 물량을 사들여놓고 온갖 선동과 홍보로 그 주식이나 비트코인의 값어치를 올려놓은 후에 상장을 하게 되면 어떤 현상이 일어나게 될까?

    답은 뻔하다.

    앞뒤 상황을 모르는 개미들은 차트만 보고 나서, 무지성 매입을 하려고 할 테고.

    이걸 이용하려고 선취매를 했던 사람들은 어느 정도 개미들을 끌어 모은 후에 한 번에 가지고 있던 물량을 전부 팔아버리고 떠나면 끝나는 것이다.

    ­선취매가 불법인가요?

    ­불법 아니지 않나?

    ­주식은 불법. 비트코인은 사기는 맞는데 불법은 아님.

    ­내 단풍잎 직업이 불법인데 어캐 아심? ㅋㅋ

    ­개노잼

    주식이었다면 이는 불법으로 쇠고랑을 찰 충분한 사유가 되겠지만, 비트코인은 불법이 아니었다.

    왜냐면 애초에 비트코인은 무법지대였으니까.

    그렇다면 왜 비트코인은 무법지대일까? 그건 바로 비트코인과 관련된 법이 없어서다.

    법이란 게 최강의 창과 방패라도 되는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법 또한 사람이 만든 것이라 완벽하지도 않고, 허술한 점도 많으며 악법도 많다.

    또한, 법이 없어서 처벌을 못했던 경우도 많았는데 한 가지를 예로 들어보겠다.

    대리 게임 처벌법.

    비례 대표로 국회의원 출마한 한 청년 정치인의 과거사 중에, 대리 게임으로 랭크를 올린 정황이 있었다.

    처음에 이 정치인은 자신의 잘못을 부정했으나, 대리 게임 논란의 사태가 심각해지자 사과와 해명을 했었다.

    그러나 사과와 해명에도 진정성이 보이지 않았고, 교묘하게 성별 갈등을 부추기는 언급을 해 비판을 샀고, 불공정한 사람이 어떻게 국회의원이 되느냐는 압박 여론이 많았다.

    게다가 이런 사람을 법으로 처벌해야 되지 않느냐는 의견도 많았는데, 하필이면 게임에 관한 법이 많지도 않았고, 대리 게임에 관해 처벌하는 법이 없었기에 이 사건 이후로 생겼던 법이 대리 게임 처벌법이었다.

    정작 처벌 받았어야 될 사람은 사과 한 번에 처벌을 피했고, 이후 대리 게임으로 금전적인 이득을 봤었던 사람들은 처벌을 받기 시작했다.

    서론이 길었는데, 결론적으로는 관련된 법이 없으면 처벌도 못하게 되고, 결국 법이 생긴 후에 그 법을 어긴 사람만이 처벌을 받게 된다.

    비트코인은 주식과는 다르게, 법이라는 안전장치가 전혀 없었고, 세력들이 사기를 쳐도 법이 없었기에 적발해서 붙잡을 수도 없었다. 그래서 무법지대라는 거다.

    BTC : 99.67$

    (30 BTC 보유중, ­1.2%)

    LiteCoin : 4.25$

    (200 LTC 보유중, ­0.5%)

    그런데 위험한 걸 알면서도 내가 비트코인을 하는 이유는, 난 이게 언제 대박을 칠지 알고 있으니까!

    이렇게 웃으면서도, 통장 잔고를 바라보면 한숨이 나왔지만.

    “며칠만 버텨야지….”

    벽에 걸린 달력을 쳐다봤다.

    월 말에 후원 정산이 들어오니까….

    “20일 넘게 버텨야 된다니… 크흑….”

    꼬르륵­

    배에서 밥 달라고 재촉하는 소리가 들리자, 몸을 일으켜 거실로 향했다.

    그러고 보니 요즘은 주식이랑 비트코인 차트에만 정신이 팔려서 배가 고프면서도 배고프지가 않았다.

    그러다가 몸이 너무 허하게 느껴지던지, 아니면 배에서 알람이 울릴 때에야 끼니를 챙겨먹곤 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같이 있던 그 녀석이 없으니까, 끼니를 챙겨 먹는 일이 더더욱 줄어든 것 같다.

    “녀석이 없어서 심심하긴 하네.”

    냉장고에서 꺼낸 반찬과 밥그릇을 컴퓨터가 있는 책상 앞까지 가져와서 먹기 시작했다.

    #

    예린이는 카메라를 향해 밝게 웃어보였다.

    “하와와와~! 여러분 안녕하새오!”

    ­하와와 하이!

    ­왜 이제야 방송 킴?

    ­카테고리 무엇?!

    ­우효오오옷! 하와와쨩! 방송 킬 줄 믿고 있었다고오오오!!!

    ­그동안 방송 안 켜주셔서 현기증 나서 죽을 뻔 ㅎ

    ­하루만 더 늦게 켰으면 분노의 5700자 귓속말 날릴 뻔 ㅋㅋ

    ­아 ㅈㄴ 늦게 켜네. 꼴 받게ㅋ 근데 하와와 얼굴 보니까 화가 가라앉음 ㅎㅎ

    ­눈나 안녕하세요!

    제법 많은 수의 시청자가 들어왔지만, 저번의 대리 강화를 했던 때에 비하면 꽤 적은 숫자였다.

    “공지 못 띄워서 죄송합니다, 여러분. 그동안 개인적인 일로 바뻐서 못 켰어요….”

    ­아무리 바빠도 공지 정도는 쓸 수 있지 않음?

    ­에이, 그럴 수도 있지 ㅎㅎ 신경쓰지 마세요

    ­무슨 안 좋은 일 있으신가…?

    ­뭔 일이에요?

    “최근에 감기 몸살도 있었고, 몸 상태가 별로 좋지 않아서… 컨디션 조절하려고 방송을 킬 수 없었어요. 재성합니당….”

    차마 신이 자신을 대신하여 방송 대타를 뛰지 못해, 자신이 방송한다고 말할 수는 없었기에 이렇게 둘러댄 예린이었다.

    “자… 오늘은 리듬 게임을 해볼 거에용….”

    ­이 분은 항상 게임을 바꾸시네ㅋ

    ­종합게임 스트리머니까

    ­그냥 한 게임만 하시면 안 될까요?

    ­오오… 리듬겜이라니!

    ­리듬겜이라… 많이 마니악한데?

    ­갑자기 웬 리듬겜?

    ­저번처럼 대리 강화나 FPS 게임은 안 하시는 건가요?

    ‘으음….’

    시청자들의 반응은 예린이가 예상했던 대로였지만, 상황을 머릿속으로 생각하는 것과 그 상황을 직접 겪는 건 차이가 컸다. 그래서 살짝 당황한 예린이었지만….

    “아하하하… 오늘은 리듬게임이 재밌어보여서 해보려고 해요… 못해도 이해해주시길 바랍니당, 여러분!”

    절반은 사실인 이야기를 꺼내는 것으로 상황을 넘어가려 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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