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와와~ 예리니 방송에 와주셔서 고마운 거시에오!-63화 (63/100)

〈 63화 〉 하와와 63화

* * *

63.

“흐음….”

신이 못 미더운 예린이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했다.

“약속 지켜야 돼. 안 그러면… 알지?”

그녀가 붉은 공을 보여주자, 신은 인형탈 아르바이트 때의 좋지 않은 기억이 떠올랐다. 그래서 신은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허허… 두고 보게나. 세상에는 이보다 더 재미있는 게 많고, 이 게임은 쓰레기란 걸 잘 알고 있으니.”

“그렇게 말하니, 내가 알고 있는 누군가랑 겹쳐 보여서 더더욱 걱정되는데?”

“…걱정을 많이 하는 것도 병일세.”

그들이 말하는 사이에 게임 설치가 완료되었고, 신은 이제 방송을 시작하려 했다.

“이제 방송 킬 테니, 자네는 조용히 딴 거 하고 있게나.”

“유희야….”

“왜 부르는가?”

“오늘 장은 거의 다 끝나가니까 차트 이제 안 봐도 되지?”

신이 예린이의 반응을 살피며 말끝을 흐렸다.

“원래 차트는 꾸준히 보는 게 좋네만….”

“…….”

예린이가 급격히 시무룩해지자.

“…내일 장 시작 전까지는 쉬어도 좋다네.”

“히힛, 알았어!”

벌써부터 지겨워진 차트에서 잠시나마 해방된 게 기뻤던 예린이는,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스트레스를 풀어줄 게임을 찾고 있었다.

한편, 신은 휴대폰을 만지다가 카메라로 시선을 돌리고 방송을 켰다.

“하와와~ 여러분 앙녕하세오!”

방송을 켜자마자, 수십 명의 시청자들이 들어와서 채팅을 쳤다.

­예하! 오늘은 파자마 차림이네?

­하와와와… 어제 방송 못 봐서 상황을 모르겠는데 왜 이 망겜을 하려하시는지 모르는 거시에오….

­미션이라도 걸리셨나요?

­이번 겜은 얼마나 오래 할지….

­이 겜 직접 하는 게 아니라 강화 대신 해주는 거 아녔음?

“어제 어떤 분이 이 게임 강화 좀 대신 해달라고 미션을 걸어주셨기에, 이 게임을 키게 되었어요.

참고로 이 게임을 제가 직접 할 생각은 없어요. 그냥 대리 강화 컨텐츠로만 진행할 계획입니당!”

­오팬무?

­난 또 직접 한다는 줄 ㅋㅋㅋ

­이 겜 컨텐츠라곤 노가다랑 강화밖에 없는 망겜이에요. 하와와님께선 이 게임 하지 말아주셨으면 좋겠음.

­미션 얼마 걸림?

“하아암… 어제 걸렸을 때는 별풍 2만개였는데, 방종해버려서 미션도 취소가 되었으니 모르죠. 오늘은 그보다 적게 걸릴 수도 있고….”

‘미션 하나에 200만원씩이나?’

자신도 한 번에 받아본 별풍은 1만 개가 최고였다. 그런데 한 미션, 그것도 대리 강화로 별풍을 2만 개나 걸었다고 하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얼마나 간절하면 스트리머한테 200만원이나 걸면서 대리 강화를 맡겼을까… 아니, 그보다도… 이 게임이 이 정도의 돈을 쓸 정도로 가치가 있는 게임일까?’

예린이는 미래를 알고 있었기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뭐, 그래도 좋은 게 좋은 거고, 자신만 좋다면야….’

자신의 경험을 회상하던 예린이.

그녀는 한 때 ­메­ 라고 불리는, 단풍잎과 관련된 게임을 했었던 적이 있었다. (참고로 메테오의 ­메­가 아니다.)

그 게임에서 어떤 사람을 만나게 되었는데, 그 사람은 퇴직금과 몇 개월 치 월급을 쏟아서 게임 내의 최종 컨텐츠를 즐기던 유저였다.

그는 항상 예린이에게 하루마다 하던 말이 있었는데.

­님, 진지하게 이 게임에 투자해볼 생각 없으심?

­ㅋㅋ… 또 그 말씀이세요?

­제 말만 믿고, 한 번 투자해보세요. 하루 5재획만 해도 현금 4만원이 굴러들어온다니까요? 이걸 30일만 하면 얼마에요? 120만원이죠? 이거면 굳이 일하러 가서 사람들로 인해 스트레스 받는 것보다는 훨씬 나은 거 같지 않아요?

­님 말대로라면 그러긴 한데… 사냥터 자리 잡는 것도 일이고, 사냥 자체도 지루함의 연속인데다가, 레벨 업을 하다보면 신규 사냥터로 가야 되고, 거길 자리 잡으려면 스펙 업을 해야 되는데… 그러려면 번 돈을 쓸 수밖에 없으니 한 달마다 120만원을 번다는 건 허황된 말 아닌가요?

­이벤트를 이용하면 지출을 아낄 수 있고, 말이 120만이지 방울이나 영혼의 돌조각 등의 부수입까지 포함하면 실제로 버는 건 훨씬 더 많아요. 게다가 이 게임이 지겨워서 접는다고 하면, 그 템을 봉인해서 팔 수 있으니 얼마나 좋아요?

이런 얘기를 한, 두 번 했던 게 아니었던 예린이는 한숨을 쉬며 키보드를 두드렸다.

­그래도 이 게임은 과거에 확률 조작 논란이 있었고, 서버 관리를 못해서 유저 데이터가 소실된 사건도 있었으니까, 이 게임은 미래가 없다고 생각해요 그러니 돈을 쓰고 싶지는 않아요.

­그럼 나중에라도 생각 있으시면 말씀해주세요. 팔아드릴 테니까.

­글쎄요. 과연 그런 날이 올지….

예린이의 생각대로, 자신이 그 게임에 투자를 할 날은 오지 않았다.

왜냐면 며칠 뒤에 올라온 공지사항으로 그동안의 확률 논란이 명확해졌고, 유저들의 빗발치는 아우성과 해명 요구에 게임사는 사람인가 싶은 대응을 하여 사건의 불길은 급속도로 번졌기 때문이었다.

급기야 유저들이 템을 처분하고 게임을 접는 상황이 이어지자, 그때서야 게임사 측에서는 유저들의 말을 들어주려 했는데, 이미 상황은 터질 대로 터진 후였다.

­죄송합니다.

­뭐가요?

­님 말이 다 맞았는데, 그동안 제가 좀 많이 우겼던 거 같아요. 역시 게임으로 돈을 버는 건 허황된 꿈이었어요.

자신이 즐기던 게임이 망겜이라는 걸 깨달았을 때, 사람들은 대부분 같은 행동을 한다.

가지고 있던 템들을 헐값에라도 처분을 하고, 떠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기존에 조절되던 템 물량이 한 번에 풀려지게 되면서 게임 경제 또한 초토화되고, 이 상황에서 가장 큰 이득을 얻는 건 결국 장사꾼이었다.

­확률 조작은 언제든지 또 벌어질 수도 있다고 말씀해주신 것도 님이었는데… 제가 어리석었네요.

­자책하지 마세요. 지금이라도 깨달으셨으니 다행이죠. 이제 어떻게 하실 건가요?

­후… 템 다 팔고 접어야죠. 이 참에 다른 일자리나 구해볼까 합니다.

­일은 사람들끼리 부대끼면서 스트레스 받으니까 하고 싶지 않다면서요?

­…그건 그렇지만, 어쩔 수 없죠.

떠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그럼에도 남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었다.

­이거 왤캐 비쌈? 며칠 전만 해도 2천은 더 쌌던 걸로 기억하는데.

­꾼들이 접은 사람들 템 모조리 사들여서 물량 통제중이라 비싼거임 ㅋㅋ

­에휴. 꾼들이 또….

장사꾼들이 이득을 보는 이유는, 남는 사람들에게서 최대한의 이윤을 얻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현재.

“아와와와… 혹시 어제 미션 거셨던 분, 지금 방송 보고 계신가요? 이제 대리 강화 시작해보려고 하는데….”

[제발14강 님, 별풍 100개 후원 감사합니다!] ­어제 별풍 2만 개 걸었던 사람입니다. 까톡 내용 한 번만 확인해주시고, 어제 걸었던 대로 변함없이 미션으로 2만 개 걸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신의 방송을 보던 예린이는, 기억을 되새기며 한숨을 쉬었다.

‘부디 이 분은 내가 알던 그 사람처럼 후회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는데….’

그러나 예린이는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잊고 있었다. 그건 인간은 같은 실수를 되풀이한다는 것이었다.

“별풍 캄사합니당! 지금 강화비로 50억이 준비되어 있는데요! 이걸로 14강 한 번 띄워보도록 하는 거시에오!”

­12강도 힘든데 14강이 띄워질까?

­50억이면 될 것 같지 않음?ㅋㅋ

­난 11강도 힘들던데….

신유희는 캐릭터가 끼고 있던 무기를 화면에 한 번 보여준 후에, 말을 꺼냈다.

“더블액션 DW 311. 이거 맞죠? 11강 된 거.”

[제발14강 님, 별풍 100개 후원 감사합니다!] ­네, 맞습니다. 그걸로 14강 띄워주세요.

“별풍의 기운을 받아! 지금 바로! 강화 넣어 보겠습니당!”

위이이이이이잉­!

“가즈아아아아앙!!!”

­떴냐? 떴냐아아아아?!

­안 뜰 거 같은데 ㅋㅋㅋ

­저거 12강만 되도 방무뎀이 얼마야? ㅋㅋㅋ

­빛간지 가나요?!

강화 컨텐츠가 있는 게임들이 그렇듯이, 성공과 실패에 출력되는 사운드가 각각 달랐다.

쿠웅!

“…아, 아쉽네요. 다시 1강부터 시작해야겠는데요?”

­그럼 그렇지 ㅋㅋㅋㅋㅋ

­아… 까비!

­와, 내 말이 맞았네?

­ㅁㅊ ㅋㅋㅋㅋㅋ

­1강부터 다시 시작이라니 발암이네 ㅋㅋㅋㅋ

­이거 누군가가 아까부터 안 뜰 거 같다고 해서 부정 탄 거 같은데 ㅋㅋㅋㅋ 그 분 블랙 먹이고 시작하는 건 어떨까요? ㅋ

­하와와 운이 그렇지 뭐 ㅋㅋ

“아아… 12강이 되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하지만 이번에 실패했으니 다음 도전에는 성공하겠죠?”

강화는 계속 되었고, 어느 덧 8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이 강화를 지켜보게 되었다.

들고 있던 강화비도 거의 다 떨어졌고, 이번이 거의 마지막 도전이 아닐 수 없었던 신유희.

“지금까지 14강을 두 번 시도했는데요, 아쉽게도 두 번 다 실패했습니다! 과연 그동안의 실패를 제물로 바쳐, 이번 세 번째는 성공할 수 있을지!!!”

­14 ㄱㄱㄱㄱㄱ

­제발 가즈아아아!

­예린이 파이팅!

­계정 주인 분 파이팅!

­14 ㄱㄱㄱㄱㄱㄱㄱㄱ

­강화는 흐름이다. 빨리 ㄱㄱ!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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