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와와~ 예리니 방송에 와주셔서 고마운 거시에오!-62화 (62/100)
  • 〈 62화 〉 하와와 62화

    * * *

    62.

    불장.

    많은 사람들이 ‘불타는 장날’의 줄임말로 알고 있으나, 원래는 다른 의미다.

    불장은 황소 시장(Bull market)의 줄임말로, 황소가 뿔을 들어 올리는 것처럼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시장을 일컫는다.

    예린이는 지금 불장을 처음 겪는 상황에서 어쩔 줄을 몰라 하고 있었다.

    ‘이럴 때 깨어 있었으면 조언이라도 구했을 텐데….’

    침을 흘리며 자고 있는 신을 잠시 쳐다보다가.

    [매도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드디어 삼송이 팔렸따!’

    거래세를 제하고, 76,675원이 들어온 걸 확인한 예린이.

    ‘1,675원이라… 많이 번 건 아니지만, 시작부터 수익률 2.2퍼가 어디야?’

    비록 남에게 자랑하기 힘들 정도로 적은 액수를 벌었지만, 일단 공돈을 벌기는 했으니 기분이 좋아진 예린이었다.

    ‘이대로 이득만 챙긴다면… 언젠간 돈 걱정 하지 않는 갑부가 되어 있겠지?’

    언젠간 제 2의 워렌 퍼핏이 되어 있을 거라는 상상을 즐기던 그녀는, 큰 맘 먹고 500만원을 거래 통장으로 옮겼다.

    ‘이제 돈을 실컷 벌어보자고!’

    [매수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매수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예린이는 돈이 부족해서 사들이지 못하고 눈독만 들이던 주식들을 마구 매수했다.

    그리고 한 시간 뒤….

    경북철강 : 1주 1,860원(수익률 ­14.2%)

    아름제약 : 1주 15,000원(수익률 +10.8%)

    오금석유 : 10주 1,570,000(수익률 +1.0%)

    KS텔레콤 : 5주 1,185,000원(수익률 +1.0%)

    정우화학 : 5주 1,000,000원(수익률 ­0.3%)

    삼마블 : 10주 450,000원(수익률 ­0.3%)

    진한중공업 : 10주 76,400원(수익률 +17.2%)

    “아와와와와….”

    기대를 안 하고, 별다른 생각 없이 투자를 했던 예린이. 자신의 예상과는 달리, 판이 좋게 돌아가자 당황하면서도 기뻐했다.

    그녀는 여기서 가격이 바뀌기 전에 매도 주문을 걸어놓았다.

    1분 후.

    [매도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매도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매도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알림을 듣고, 얼마를 번건지 눈으로 확인하는 예린이.

    1,565,350원(총 손익 +15,350원)

    1,181,490원(총 손익 +11,490원)

    76,205원(총 손익 +11,205원)

    수익률 1프로인 오금석유와 KS텔레콤, 수익률이 17.2프로였던 진한중공업 주식을 죄다 팔고 얻은 수익이었다.

    ‘약 3만 8천원 얻었으니까… 치킨으로 치면 3마리 정도 되려나?’

    비록 대박은 아니었지만 또 한 번의 이득을 챙긴 예린이는 이렇게 생각했다.

    ‘이렇게 돈 벌기 쉬운 건 줄 알았으면 더 빨리 시작할 걸….’

    그녀는 주식을 그저 귀신보다 더 무서운 것으로 여기며, 멀리했던 지난날의 자신을 떠올렸다.

    ‘치킨을 쉽게 복사하는 방법이 떡하니 보이는데도, 이걸 시도하지 않았었다니… 나도 참 멍청하구나.’

    주식에 자신감이 붙은 예린이는 과감하게 움직이기로 마음먹었다.

    ‘주식 하나 쌀 때 왕창 사서, 비쌀 때 되팔면 더 많은 돈이 굴러들어오겠지?’

    나머지 가지고 있던 주식들을 전부 매도 걸어놓고, 여러 주식들을 둘러보던 예린이.

    정우건설 : 34,120 ▼ 1,100

    ‘흐으음….’

    한 주식의 차트를 바라보고 고민을 하다가, 때마침 쏟아져 나온 매도 물량을 한꺼번에 사들였다.

    정우건설 : 33,900 ▼ 1,320

    (151주, 5,118,900 수익률 ­0.3%)

    ‘이제 비싸게 올라갈 때까지 기다리기만 하면 되겠지?’

    하지만 주식 판이 마냥 쉬운 것은 아니었다.

    그 어떤 노름꾼들도 다 뛰어난 계획과 큰 그림은 있었지만 실패했듯이, 예린이에게도 시련이 찾아왔다.

    그렇게 2시간 뒤.

    잠에서 깨어난 신은 예린이를 바라보곤 이렇게 말했다.

    “자네, 왜 그렇게 울상인가?”

    “주식이 꼴 받게 하잖아….”

    대체 주식을 어떻게 했기에 이 모양인지 궁금했던 신유희는 모니터를 쳐다봤다.

    “세상에나… 이건….”

    정우건설 : 30,300 ▼ 4,920

    (151주, 4,575,300 수익률 ­10.9%)

    “벌써 약 56만이나 손해를 봤어… 이거면 국밥이 몇 그릇이고 치킨이 몇 마리야… 어우, 아까워!”

    그런데 이 상황에 신은 안도하며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아직은 팔지는 않아서 다행일세.”

    “히잉… 2시간 째 올라갈 기미가 없는데 팔지 않은 게 의미가 있을까? 그냥 지금이라도 팔까 생각하는데, 어때?”

    “지금 팔아도 상관은 없네만….”

    “흐응… 말끝을 흐리는 걸 보니, 넌 뭔가를 알고 있나 보구나?”

    “알고는 있지만, 자네를 위해서 말하지는 않을 생각일세.”

    “왜지?”

    “이걸 말해주면 자네의 주식 실력은 늘어나지 않을 거니까.”

    “그러면 힌트라도 알려줘. 장투 해, 말아?”

    “그건 묻고 있는 자네가 잘 알 것이라고 보는데.”

    “장투 하란 뜻이구나.”

    “아닐 수도 있네만.”

    “이미 망했는데 장투밖에 답이 없지 않겠어? 이대로 팔면 손해인 건 확실하니까.”

    “참고로 장투를 해서 더 망한 사례도 있다네. 하지만 그렇다고 이 주식이 그렇게까지 망할지는 미지수지. 어차피 선택은 자네 몫이네.”

    신은 이리 말하고는, 컴퓨터 앞에 앉아서 방송 준비를 하고 있었다. 고뇌에 잠기던 예린이는 답답함에, 그녀에게 다가갔다.

    “아, 진짜! 그래서 팔라는 거야, 장투하라는 거야?!”

    “마음대로 하시게. 어차피 실패해도 내가 다시 돈을 벌어주면 되지 않겠는가? 뭐가 그리 걱정인가?”

    “그래도 막상… 돈 잃는 게 너무 아깝잖아… 이 돈이면 컴퓨터는 다섯 대 이상 뽑을 거고, 이 돈이면 국밥에 치킨이 몇 마리냐고오오….”

    “흐음… 내가 자네에게 조언 하나 해주겠네. 주식이나 비트코인을 하다보면 이득을 볼 때도 있지만, 손해를 볼 때도 있다네. 무조건 이득만 보는 그런 상황은 절대 없다는 말일세.”

    “누구는 승률 80퍼 이상이라서 무조건 이득만 본다던데?”

    “어떤 사람이 그리 말하는가? 어느 뉴튜버가 그렇게 말하던가?”

    “어… 잘 아네?”

    “그런 사람들의 말은 들어서는 안 되네. 손해가 없으니 분명 이득은 보겠지만, 사실 승률이 높다고 해서 돈을 많이 벌지는 못한다네.”

    “…어째서?”

    “승률에 집착하는 사람들은 보통 9번을 이겨도 마지막 한 번에서 큰 손해를 볼 때가 있다네.

    예를 들면 A라는 사람이 아홉 번의 게임에서 수익률을 1퍼씩 기록했지만, 마지막 한 번의 게임에서 10퍼 손해를 봤다면 결과적으론 1퍼의 손해가 생긴 셈이지.

    반대로 B라는 사람은 9번의 게임에서 1퍼씩 손해를 봤지만, 마지막 한 번의 게임에서 수익률을 10퍼 이상 낸다면, 그 사람은 결국 1퍼의 이득을 본 셈이네.

    극단적인 상황을 예로 들었지만, 이처럼 승률과 수익은 반비례하다네.”

    “…하지만 승률이 높으면서 수익도 많은 사람도 있지 않을까?”

    “그런 자들이 있기는 하네만… 웬만한 천재들도 그들을 따라 하기는 쉽지 않다네.

    하물며 자네는 천재도 아닌데, 그런 사람들이 방법을 알려주면 따라할 수 있겠는가?”

    “음… 글쎄….”

    “그들의 방법을 듣고 나면, 터무니 없는 소리라 여기고 오히려 무시하게 되겠지. 애초에 그들이 쓰는 방법은 정상적인 방법이 아니니까.

    게다가 투자의 귀재로 알려진 워렌 퍼핏도 승률이 80퍼까지 되지는 않는다네. 그게 무슨 의미겠는가? 승률보다는 손익비가 중요하단 뜻이라네.”

    “으으음… 그래서 결국 장투 하란 거야, 팔라는 거야?”

    이렇게까지 말했음에도, 결국 똑같은 질문이 되돌아왔기에 신은 체념하곤 말했다.

    “…그냥 장투를 하게나.”

    “알았어. 알려줘서 고마워!”

    해답을 들어서 마음이 편안해진 예린이는 신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자신의 자리로 되돌아가려 했다. 그런데….

    “아니, 잠깐만! 지금 내 컴퓨터에 뭘 까는 거야?”

    “보면 모르겠나? 게임이지 않은가?”

    “아니, 게임인 건 아는데… 확률 주작 렉슨 게임을 왜 까는 거냐고오오!!!”

    신유희가 깔던 게임은 ‘던전 앤 어드벤처러’.

    후일에 운영자가 자신의 권한을 남용해, 자신의 개인 계정을 상위 0.1%의 랭커 계정으로 만들어버리고, 유저들을 농락하는 사건이 터졌던 갓 게임이었다.

    지금 시간대에서는 아직 이 사건은 터지지 않았지만, 다른 논란은 그 이외에도 많았다. +15 강화권 복사 사건, 약속과 믿음 사건, 그리고 확률 조작 사건 등… 논란이 파도, 파도 끝없는 그런 게임이었다.

    예린이는 그런 갓(똥)게임을 자신의 컴퓨터에 설치하는 것마저도 싫었는데… 얼마나 싫었냐면, 입에 거품을 물면서 신에게 왜 이걸 설치하느냐고 물어봤을 정도였다.

    “단지… 어떤 시청자가 자신의 계정으로 컨텐츠를 찍어보는 게 어떻겠냐고 해서 설치하는 것뿐이네. 그게 끝나고 나면 다시 삭제할 테니 걱정 말게나.”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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