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와와~ 예리니 방송에 와주셔서 고마운 거시에오!-61화 (61/100)
  • 〈 61화 〉 하와와 61화

    * * *

    61.

    인터넷을 통해 주식 공부를 하면서 여러 주식 차트를 보고 있다가, 피로해져서 책상 위에 드러누운 예린이.

    ‘뭐가 이렇게 복잡하고 골치 아픈 거지?’

    예린이는 장기 투자를 생각했었다. 장투의 주의점은 사전 조사 없이 아무 주식이나 오랫동안 가지고 있다가는 나중에 상장 폐지로 뒤통수를 맞을 수도 있었고, 혹은 계속 저점에 물리는 악성 주식으로 변질 될 수도 있었다.

    그래서 예린이는 생전에 해보지도 않았던 기업 조사를 시작했다.

    왜냐면 순이익이 잘 나오는 기업이나 재료가 좋은 기업들이 보통 장투하기에 적합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녀는 평소에 이런 자료 조사를 자주 해본 적은 없었고, 또한 2013년이라는 시간적인 상황과 맞물렸기에 인터넷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량에는 한계가 있었다.

    ‘미치겠네… 장투 한다고 무조건 이득 보는 건 아닌 모양이군.’

    웃긴 건, 주식 판은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는 게 많았다.

    재료도 좋고 순이익도 잘 나오는데도 불구하고, 저평가로 인해 잘 오르지 않는 주식들이 있었다.

    반면에 순이익도 별로고, 재료도 없는 기업들의 가치가 버블 경제 시절의 거품처럼 갑자기 수직 상승한 주식도 심심찮게 보였다.

    ‘녀석 없이 혼자서 주식과 비트코인을 했다면… 어휴!’

    애초에 주식과 비트코인을 도박이라 생각해서 멀리 했었던 예린이었다.

    신이 아니었다면 이 도박판에 뛰어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기에 예린이 혼자서 이런 걸 손대는 일은 일어나기 힘들겠지만, 만약이라는 전제로 좋지 못한 미래를 상상해보던 그녀는 너무 끔찍한 결과를 망상하고는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이럴 거면 단타나 해야지. 풀린 물량 전부 매수하고 남은 돈은 1천. 생활비나 관리비 기타 등등으로 낼 것에다가 비상금도 놔두긴 해야 되니까… 일단은 200만 써볼까?’

    예린이는 진득하게 기다리는 성격은 아니었다. 신이 시간 이동을 안 해줬다면, 그녀는 하락장에서 비트코인을 팔아 손해만 봤을 것이었다.

    또한, 결과물이 빨리 눈앞에 보이길 원했기에, 예린이는 단타(단기 투자)를 치기로 한 것이다.

    ‘흐음….’

    하지만 주식 관련 커뮤니티에 들어가 보니, 단타에 실패한 사람들의 곡소리가 많았고, 그 중에서 단타로 이득을 본다는 사람은 너무나도 적었다.

    많은 사람들의 실패를 보고는, 마음이 갈대처럼 흔들렸던 예린이.

    ‘200만원이면 치킨이 몇 마리고, 국밥이 몇 그릇이냐… 그냥 소심하더라도 안전하게 10만원 가즈아!!’

    이미 신의 도움으로 비트코인을 이용해 적지 않은 돈을 만졌던 예린이었지만, 쉽게 변하는 것도 사람이고 쉽게 변하지 않는 것도 사람이듯이… 힘들 게 살던 경험이 있었던 그녀였기에, 200만원을 허투로 잃는 것도 싫었다.

    ‘철강 쪽 하나, 그리고 전자 쪽 하나, 마지막은 제약에 걸어볼까?’

    메모장을 열어, 월요일이 되면 투자해볼 주식들을 적어놓았다. 그 다음은 주식 커뮤니티의 글들을 좀 더 둘러보다가 신유희를 지켜봤다.

    “조금만 더 분발하신다면 저를 이길 수도 있겠는데요?”

    ­실력이 에임핵 급인데 이걸 어캐 이기누?ㅋㅋㅋ

    ­어떻게 상대 팀은 단 한 라운드를 못 이기냐?ㅋㅋㅋ

    ­진짜 핵 킨 거 아냐? ㅋㅋㅋㅋ

    ­애초에 핵이었으면 지금 손캠으로 보여주고 있지도 않았겠지ㅋㅋ

    방송 분위기는 시끌벅적했다.

    시청자들은 자신을 가장한 신유희의 실력에 감탄하고 있었고.

    ­[전체]노뎃스나 : 어떻게 마지막 라운드도 못 이기게 생겼냐? 울팀 다 겜 접고 한강 ㄱㄱ

    ­[전체]군필여대생하와와 : 니가 나 한강까지 데려다주면 그렇게 함 ㅋㅋㅋㅋ

    ­[전체]박하사탕사줘 : 노뎃스나 니가 제일 못해, ㅂㅅ아!

    그들은 애초에 하와와가 FPS 게임을 못할 줄로 알고, 그녀를 괴롭히면서 재미를 챙길 목적이었기에 시참에 참여했다.

    하지만 이길 것 같으면서도 이길 수 없었던 그녀에 의해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았다.

    자신들의 생각대로 상황이 흘러가지 않았던데다, 매번 지는 게 팀원 탓이라는 생각도 들었기에 서로에게 화풀이를 한 것인데….

    “재밌으려고 게임하는 건데, 서로 싸우시면 어떡해요! 자아~ 하와와~! 제 미소를 보고 그만 화를 풀어주시지요! 그래도 계속 싸우시면 벤 할 거니까 선 넘지 마세요. 오키?”

    ­[전체]노뎃스나 : 팀 탓해서 ㅈㅅ

    ­[전체]군필여대생하와와 : ㅇㅋ

    ­[전체]박하사탕사줘 : 급발진해서 미안

    개판이 날 수도 있었던 방송을 유연하게 진행하는 신유희의 모습을 보고, 예린이는 이렇게 생각햇다.

    ‘방송은 잘 하고 있어서 다행은 다행이다만….’

    문제는 자신보다 방송을 잘했기에 다른 의미로 약간 걱정이 들었다.

    ‘이러다간 진짜인 내가 신유희보다 모든 면에서 밀리게 되는 거 아닐까? 이 문제를 어떻게든 해결하려면 게임 실력이라도 키워야 되는데….’

    결국 시참대전은 예린이 팀이 승리를 거두게 되었다.

    ‘일단 킹든갓택은 아예 하질 말아야겠다….’

    예린이는 신유희의 실력에 고개를 내저으며, 다짐했다.

    #

    장 시작하기 5분 전인 월요일 오전.

    “야! 먹고 나서 자면 살 쪄!”

    “하아암~! 신은 살 안 찌니 걱정 마시게. 아직 졸려 죽겠으니까 잠 좀 자게 내버려두게나.”

    “그러니까 밤은 왜 새서….”

    후원 기능 중에 룰렛이라는 새로운 시스템이 추가가 되었다.

    그래서 신은 어느 정도 가성비가 좋은 룰렛을 만들어서 방송에 도입을 해봤는데… 룰렛 추가 첫 날부터 ‘노방종’을 뽑은 시청자로 인해 일요일은 24시간 동안 방송을 했던 것이었다.

    “그래서 새벽에 롤 티어 어디까지 올렸어?”

    “…….”

    이불 위에 누워 있는 채로, 어느 새 잠이 들어버린 신유희. 눈앞에서 새근새근 잘도 자는 신을 보고는.

    “못 말리는구만.”

    그녀는 쥐고 있던 휴대폰으로 시간을 살폈다.

    ‘벌써 1분 전이네?!’

    호다닥!

    서둘러 컴퓨터 앞에 자리를 잡은 예린이. 비장한 눈으로 미리 띄웠던 창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오전 9시 03초.

    ‘흐음….’

    드디어 장이 열렸다. 아직까지 각종 차트의 굴곡은 쉽사리 바뀌지 않았다.

    예린이는 우선 점 찍어뒀던 주식들을 단 1주씩만 샀다.

    아름제약 : 1주 13,500원

    삼송전자 : 1주 75,000원

    경북철강 : 1주 2,160원

    9시 31분.

    몇몇 주식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예린이는 당황하지 않았다. 왜냐면 그녀가 손댄 주식은 변화가 거의 없었으니까.

    10시 12분.

    ‘삼송전자가 갑자기 3천원이나 올랐네? 너무 많이 오른 거 아냐?’

    그 외에도 다른 주식들이 변화를 맞이하고 있었다. 경북철강은 160원 하락했고, 아름제약은 500원 올라가 있었다.

    ‘삼송전자 팔아, 말아? 이거 느낌상은 한 번 가격 하락이 있을 것도 같은데… 아냐, 조금만 기다리면 더 오를 지도 몰라!’

    그리고 1분 뒤.

    “으아아앗! 내 감자 칩이이이이!!!”

    1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삼송전자는 무려 천원이나 하락했다.

    삼송전자 : 1주 77,000원(수익률 +2.4%)

    아름제약 : 1주 14,100원(수익률 +4.1%)

    경북철강 : 1주 1,980원(수익률 ­8.6%)

    ‘삼송 더 떡락하기 전에 이득 챙기즈아아아아아!!!’

    7만 7천원에는 바로 팔리지 않을 거 같아서, 7만 6900원에 매도를 걸어놓은 예린이.

    ‘아니, 경북철강은 왜 이러는 거야?’

    다른 주식에 비하면 가격이 비싼 주식은 아니었기에, 막대한 손해는 아니었으나….

    ‘저 마이너스 숫자는 너무 거슬리는데….’

    보기 편하게 퍼센트로만 읽자니, 많은 돈을 잃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에 심기가 불편해진 그녀였다.

    예린이는 삼송전자의 매도만을 바라보면서 기분을 전환하려 했다.

    ‘조금 이따가 감자 칩 사와야징! 흥~ 흥~ 흐응~“

    기억에 남는 노랫소리를 흥얼거리던 예린이. 이 기분은 오래가지 못했다.

    2분 후.

    ‘아니, 이게 왜 안 팔리는 건데….’

    가격은 그대로였으나 100원 낮은 금액에도 팔리지 않은 삼송전자 주식이었다.

    나머지 경북철강과 아름제약 또한 가격 변동이 없이 정체되어 있었다.

    ‘아… 저거 단타 쳐볼 걸 그랬나?’

    오금석유 : 155,000 ▲7,000

    아까부터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는 주식 하나를 보며, 그녀는 후회를 했다.

    ‘후… 참자, 참아. 10만에서 출발하기로 했잖아. 이런 거 하나, 둘 건드리다보면 밑도 끝도 없어지고 금전 감각도 사라지게 된다….’

    도박판도 처음에는 비교적 적은 돈에서 출발한다. 그게 계속 지속되고, 쌓이고 쌓이다보면 어느 새 큰돈이 오고가는 투기판이 되는 것이다.

    예린이는 한계를 스스로 정하지 않으면 남들처럼 정신 줄을 놓고 무 지성 투기를 하게 될 것을 우려해서 참고 있었던 거였다.

    그러나 주식 판에서 10만원이라는 파이는 너무나도 작았다. 돈을 많이 굴릴수록 한 번에 많이 벌 수 있는 주식의 특성상, 10만원으로 이득을 챙기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아몰랑퍼시픽 : 175,000 ▲9,000

    KS텔레콤 : 234,000 ▲14,000

    ‘후우… 저거 아까 4천원 올랐을 때 사면 이득이었을 텐데….’

    씨엔소프트 : 411,000 ▲17,000

    삼마블 : 45,000 ▲4,000

    ‘…….’

    예린이는 내적 갈등에 휩싸였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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