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와와~ 예리니 방송에 와주셔서 고마운 거시에오!-58화 (58/100)

〈 58화 〉 하와와 58화

* * *

58.

“두 달이 너무 길게 느껴지는데….”

예린이는 잠시 팔을 괴고, 생각에 잠겼다.

‘주식 차트에 신경 써야 되는 지금으로서는, 게임 방송에 집중하기가 어려워. 어쩔 수 없이 주식 방송으로 바꿔야 되나?’

그녀의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던 신은 궁금해서 물었다.

“자네, 무슨 고민이라도 있는가?”

“방송 장르를 바꿀지 고민 중이야. 아니면 너한테 부탁해서 시간 여행을….”

“…시간 여행은 남발하지 않는 게 좋을 걸세.”

“왜? 내가 모르는 또 다른 부작용이라도 있어?”

“실은 자네에게 알려주지 않은 부작용이 몇 가지 있다네.”

“그게 뭔지 말해봐.”

“저번에 말했던 ‘기억의 공백’ 증상은 사실 시간 이동을 하면 겪을 수밖에 없는 자연스런 현상이자, 일종의 안전장치였다네.

직접 경험하지 않은 중간 과정들을 시간 이동 후에 모조리 기억한다는 건 애초에 괴상할 뿐더러, 시간 여행자의 뇌를 과부하 시킬 정도의 혼란이 있기 때문에 그런 안전장치를 만들어 놓았던 걸세.

그런고로, 자네에게 알려주지 않은 부작용은 최소 2가지가 더 있다네.”

“어떤 것들이 있지?”

“첫 번째로 기억 소실이 있다네. 뛰어넘은 시간만큼의 기억이 사라진다네. 혹시 기억나지 않는 특정 시기가 있는가?”

“…흠. 중요하다 생각하는 건 죄다 기억하고 있는데다, 기억을 잃었는지는 체감이 잘 안 오는데.”

“뭐, 그렇다면 다행일세. 아무래도 쓸모없는 기억을 잃은 모양이니. 그런데 시간 여행을 반복하다보면, 정신 이상이 생길 수도 있고, 치매에 걸리기도 하더군.”

“네가 타임리프해준 사람들이 몇 명인데?”

“아마 100명은 넘었을 걸세. 사실, 그런 건 딱히 세어보진 않아서 잘 모르지만 말일세.”

“그 중에서 네가 말했던 부작용을 겪었던 사람들은 몇 명이나 되지?”

“음… 적어도 50명 이상이려나?”

“…….”

#

신의 말을 듣고 정신병에 걸렸거나, 혹은 치매가 온 나를 상상해봤다. 그리고 둘 중에서 어떤 게 최악일지도 생각해봤다.

정신병원에서 “하와와~” 거리기 vs 치매에 걸린 채 길거리를 떠돌아다니며 “하와와~”거리기

몇 번을 비교해 봐도 둘 다 최악이었다.

“그 외의 다른 부작용은?”

“건너 뛴 시간만큼 수명이 단축된다네.”

“네 말대로라면, 거의 4달을 건너뛴 나는 그만큼의 수명이 깎였겠네?”

“그건 아닐세.”

“왜지?”

“미안한 말이네만, 그건 나도 왜 그런 건지 모른다네. 단지… 시간을 건너 뛴 사람들 전부가, 첫 번째에 한해서만 수명이 줄었다거나 다른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경험만 있을 뿐일세.”

“…그런데 이 중요한 걸 왜 이제야 말하는 거지?”

“자네가 내게 타임리프를 또 부탁할 줄은 예상치 못했기 때문이지.”

“흠… 만약에 수명이 줄어든다면 건강이 나빠지거나, 몸에 이상이 있게 되는 건가? 갑자기 암 세포 같은 게 생긴다거나 막 그래?”

“5년이나 10년 단위라면 그런 일이 일어나겠지만, 몇 달 정도의 타임리프라면 수명이 감소되는 부작용은 별로 체감이 안 올 걸세.”

“…그래?”

잘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서 의문을 띄우며, 말을 끝맺자 녀석이 입을 열었다.

“이해를 못한 거 같으니, 예를 들어 설명해주겠네. 담배가 온갖 발암물질로 이뤄져 있어서 몸에 해롭다는 건 잘 알고 있지 않은가?”

“그렇지.”

“그런데 그 해로운 걸 한 번 피워보거나 그걸 간접 흡연한다고 해서 사람이 바로 죽는가?”

“건강한 사람이었다면 당연히 그 연기를 마시고 바로 죽지는 않겠지. 그냥 기침 몇 번 하고 말 거야.”

“인간들이 믿는 과학적 근거를 토대로, 해롭다고 말한 그 담배를 30년 이상 피워도 건장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것 때문에 결정적으로 건강이 악화되어 죽는 사람도 있다네. 참 신기하지 않은가?”

“사람마다 다 다르니까 그러지 않을까?”

“뭐가 다르다는 것인가?”

“아무래도 건강도 그렇고, 먹는 식습관도 다를 거고, 자기관리라든지, 어떻게 사는지 그런 게 다 다르지 않을까?”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네.”

“어째서?”

“죽고 사는 건 결국 운에 달렸으니 말일세.”

“운이라….”

팔짱을 끼고, 녀석이 말하는 걸 지켜봤다.

“인간은 각자 정해진 수명을 가지고 태어난다는 걸 알고 있는가?”

“그건 모르지만, 살다 가는 것엔 순서가 없다는 건 잘 알고 있지.”

“지금 같은 현세에는 과학의 힘으로 그 수명을 늘리는 자들도 있지만, 주어진 수명보다 일찍 죽는 자들도 있지. 예를 들면, 자네처럼.”

“흠….”

“운칠기삼이라고 들어봤나?”

운칠기삼(?七?三).

다양한 사람들이 먹이사슬처럼 얽혀 있어, 아무리 노력해도 세상사가 자기 뜻대로만 흘러가지는 않음을 뜻한다.

스스로의 힘과 노력도 중요하지만, 주변의 환경과 도움이 있어야 성공하기 쉽다는 경험적 사실이 집약된 말이다.

“수명 얘기하다가 그 말은 왜 꺼내는 거지?”

“예나 지금이나 자네처럼 일찍 죽는 사람은 많았네. 그게 왜 그럴 것 같은가?”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나처럼 삶이 자기 뜻대로 잘 안 풀려서 죽은 사람이 많았기 때문은 아닐까?”

“정답일세. 몇몇 인간들은 다른 자들에게 이런 말을 하곤 하지.

‘노력만 하면 다 되는데, 왜 노력을 안 하냐’고 말이야. 난 그 얘기를 듣고 그저 웃고만 있었네. 왜냐면 그건 인간들이 만들어낸 거짓에 불과하기 때문이네.”

“흠….”

“만약 그들 말대로 ‘노력하면 다 되는 세상’이었다면, 열이면 열. 백이면 백. 전부 다 과학자든, 유명 스트리머든, 어떤 영역의 천재가 되었어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하지만 현실을 보게. 현실에서는 자신의 재능을 찾지 못한 사람들이 생업과 자신의 꿈 사이에서 고뇌를 하며, 방황을 하는 비참한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지.

게다가 운 좋게 부잣집에서 태어난 인간은 남들처럼 고민하고, 노력하지 않아도 잘 먹고 잘 살고 있지.

이것만 봐도 노력만 하면 다 된다는 말은, 그저 누군가의 동기부여를 위한 새빨간 거짓말임을 알 수 있고, 세상을 사는데 있어서 노력보다는 운이 더 중요하다는 뜻일세.”

“…….”

틀린 말은 아니다. 운이 좋으면 그만큼 몸이 편한 건 사실이니까.

“아까 담배 얘기도 마찬가지라네. 만약 본인이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유전자가 우수하고 뛰어나다면, 담배를 30년 펴도 거뜬할 수도 있겠지.

허나, 부모가 기관지나 폐가 안 좋았고, 자신도 별로 좋지 않다면? 일찍 죽고 싶지 않거나, 늙어서 고생하고 싶지 않으면 당연히 담배를 피워선 안 되겠지.

요즘 인간들은 일부 병이나 질환을 물려주거나 받는 걸 가족력이라고 표현하더군. 그런 걸 업보라고 말하는 자들도 있고 말이지.

어쨌든. 물려받은 유전자라든가 재능 같은 건 과연 노력으로 얻은 것인가? 절대 아닐세.”

“그래서, 네가 하고 싶은 말은 뭐지?”

“부작용 얘기를 하다가 어느 새 얘기가 복잡해졌군. 이거 미안하네.

어쨌든. 시간 여행을 하고 싶다면 내 얼마든지 해줄 수는 있지만, 문제는 부작용이 있을지, 없을지에 대해선 장담할 수 없다네.

그러니 선택을 하시게. 자네 스스로 운이 좋다고 생각하면 시간을 건너뛰면 되고, 그렇지 않다면 직접 그 시간을 경험하는 길을 택하게나.”

난 다른 사람들보다 평소에 운이 좋은 편은 아니었다. 그러니 내게 주어진 선택지는 단 하나뿐이었다.

“그냥 타임리프는 포기하고, 두 달 동안 주식 방송이나 해야겠어.”

“게임 방송은 어쩌려는 겐가?”

“당분간 그것도 포기하고 주식 방송이나 하려고.”

“…차라리 시간을 나눠서 게임 방송할 생각은 없는 겐가? 게다가 어차피 자네는 주식 초보라서, 내가 가르쳐주지 않는 이상은 주식 방송은 실패하게 될 걸세.”

녀석이 말한 방법을 생각해보지 않았던 건 아니다. 하지만….

“차트 뚫어져라 바라보는 것도 피곤해 죽겠는데, 그 이후 스케줄에 게임 방송은 좀 빡센 걸….”

“그렇다면 내게 좋은 방법이 있는데, 한 번 들어보겠는가?”

#

며칠 뒤, 주문했던 컴퓨터가 도착했다.

“당분간 내가 쓸 컴퓨터 세팅할 거니까, 그동안 방송 연습이나 해봐.”

예린이와 똑같이 생긴 모습의 여성이, 그녀가 방송할 때 앉았던 책상 앞에 자리를 잡았다.

“오랜만의 방송이라… 감회가 새롭군.”

“지금부터 너는, 이 카메라를 보면서 내가 잡은 방송 컨셉을 연습하도록 해. 알겠지?”

“알겠네.”

신유희가 예린이를 바라보며 이렇게 말하자,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유희는 한숨을 쉬며 입을 열었다.

“내가 몇 번이나 말을 해야 고칠 거야? 늙어 보이는 말투 좀 쓰지 말라고 했잖아!”

“…자주 쓰던 말투를 어찌 며칠 안에 바꿀 수 있겠는가?”

“어휴… 또 그런다, 또! 그러면 모습만 똑같은 다른 사람으로 볼 수 있으니까 그렇지….”

“오히려 신선한 컨셉이라며, 시청자들이 더 좋아해 하지는 않을까 싶네만?”

“그건 에반데….”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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