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와와~ 예리니 방송에 와주셔서 고마운 거시에오!-57화 (57/100)
  • 〈 57화 〉 하와와 57화

    * * *

    57.

    “면접 보기 싫다니까? 난 걸 그룹을 할 생각이 전혀 없는데, 왜 자꾸 그런 말을 하는 거야?”

    [내가 지금 코디네이터 일을 하고 있잖아.]

    “응. 그런데, 그게 왜?”

    [실은 내가 일하는 곳이 SSP 엔터에서 근무하는 지인 소개로 들어간 곳이었거든.]

    연지의 말을 듣고, 상황이 어떻게 돌아간 건지 추측해보는 예린이.

    “그래서, 나를 그 쪽에 팔아먹었다… 이 말이지?”

    [정확히는 네 연락처를 알려줬을 뿐이지, 내가 널 어디론가 팔아먹은 건 아닌데, 표현이 너무 지나치잖니… 누가 보면 내가 친구 팔아먹은 미친 X으로 보이겠다, 얘.]

    “…너무 뻔뻔한 거 아니야? 아무리 친구 사이라도 그렇지, 이런 중요한 건 허락을 맡고 알려줬어야지!”

    주먹을 부들거리면서 자신의 심경을 말하는 예린이.

    ­무슨 일임? ㅋㅋ

    ­뭔가 답답한 일이라도 있나 본데?

    ­분노의 하와와 ㅋㅋㅋㅋㅋ

    시청자들은 마이크가 음소거 되어 있어, 그녀의 모습을 통해서 흘러가는 상황이 어떤지를 판단할 수밖에 없었고.

    “게다가 사과가 나올 줄 알았는데 이런 태도를 취할 줄은 몰랐어.”

    그녀의 말을 듣고, 연지는 휴대폰 너머로 싱긋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그래도 친구 좋다는 게 어디냐? 네 연락처 알려준 덕분에 난 SSP 엔터의 정식 코디네이터로 들어갈 수 있었어.

    게다가 이건 너한테도 좋은 기회일 거라고 생각하는데. SSP 엔터는 수많은 연예인을 발굴한 거대 기업이란 거, 너도 잘 알지? 이 곳에서 면접 봤다는 것만으로도 널 지켜볼 시청자는 더욱 더 많아질 거야.]

    “…흠.”

    예린이는 연지의 말에 살짝 흔들렸다. 꽤나 그럴 듯하게 들렸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네 꿈은 코디네이터가 되는 거였어?”

    [아니? 원래는 방송국에서 일하는 게 꿈이었지.

    하지만 코디네이터로 일하는 것도 나름 좋더라. 방송국도 자주 들락거릴 수 있으니 말이지. 박봉인 점과 언제든지 잘릴 수 있다는 게 아쉽긴 했지만. 그런데, SSP 엔터의 코디네이터가 된다면 어떨까?]

    “방송국보다 더 낫긴 하려나?”

    [잘릴 걱정 없지. 게다가 기존 코디네이터는 월 50에서 90밖에 못 받는데, 월 300만 이상을 주겠대! 다만 평소보다 좀 더 고생은 한다고 했었지만, 좋아하는 일 하면서 이 정도 번다는 건 그야말로 행복한 삶이지. 안 그래?]

    “…….”

    행복에 겨운 그녀의 목소리에, 예린이는 할 말을 잃었다. 그러자 연지가 이렇게 말했다.

    [번호 함부로 알려준 건 미안해. 하지만 나도 언제까지고 치킨만 튀길 수는 없잖아.]

    “…….”

    예린이는 길게 한숨을 쉬었다.

    ‘나중에 유희가 오면, 맛있는 거 사주면서 연지 좀 혼내달라고 부탁해야지.’

    조만간 휴대폰 번호를 바꾸리라 결심한 예린이.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며 얘기를 꺼냈다.

    “그… 010­XXXX­XXXX 이 번호… 누구건진 알고 있어?”

    [그건 내 지인 휴대폰 번호야.]

    “SSP 엔터 소속의 직원 번호란 말이지?”

    [그렇지.]

    “이 번호로 문자가 날아왔는데, 내용을 말하자면 면접 보고 싶으면 연락 달라고 했었으니, 전화하지 말고 그대로 이 번호 차단 걸게.”

    [자, 잠깐만! 그건 좀 아닌 거 같아….]

    아까에 비해, 갑작스레 저자세로 돌변한 연지.

    그런 그녀의 반응에 약점을 잡았다고 생각한 예린이는 질문을 던져봤다.

    “뭐가 아닌 거 같은데?”

    [그게… 그러니까… 하….]

    “아까까지 뻔뻔하게 잘 말하던 우리 연지 씨는 어디로 간 거지?”

    [후….]

    아까까지만 해도 예린이가 한숨을 쉬었다면, 이번에는 상황이 역전되어 연지가 한숨을 내뱉고 있었다.

    “연지답지 않아. 왜 그렇게 한숨을 쉬는 거지? 그러다 땅 꺼지겠어.”

    […이거 말해도 되려나?]

    “뭔데, 그래?”

    [실은 내 지인이 스카웃 담당인데, 마지막 한 명을 아직도 뽑지 못한 상황이라 좀 급하거든.]

    “흠.”

    [대표가 워낙 까다로운 사람이라, 자신이 생각한 컨셉과 조건에 맞는 사람이 아니면 뽑으려 들지를 않거든.

    그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지나쳤지만, 그들은 대표의 눈에 들지를 못했기에 탈락해버렸대.

    그러기를 몇 개월 동안 반복하니, 이제는 더 이상 뽑을 사람이 별로 없다는 거야. 그래서 그 문자가 너에게까지 흘러들어가게 된 거지.]

    “그래서?”

    [대표가 그 지인에게 통보하길, 다음 달까지 후보생을 뽑아 오질 못하면 지인을 자르겠다고 했어.]

    “그럼 잘리면 되겠네.”

    예린이가 간단히 말하자, 연지는 답답해했다.

    [그게 그렇게 쉬운 문제가 아니야.]

    “뭐가 쉽지 않은데? 어차피 면접 보러 가봤자 시간만 낭비하고 뽑힐 일은 없잖아? 아직도 내게 말하지 않고 숨긴 게 있기라도 한 거야?”

    [사실, 내가 SSP 엔터의 코디네이터로 들어가는 일은 네가 면접을 보느냐, 안 보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거야.]

    “그건 또 무슨 말인데?”

    [그 문자 내용의 면접은 그냥 형식상일 뿐이고, 대표가 몇 주 전부터 네 방송을 지켜보면서, 널 염두에 두고 있다고 내 지인이 말해주더라고.]

    “굳이 나를? 왜지?”

    […아무래도 4명의 멤버 중 한 명을 인터넷 방송인으로 뽑으면, 인기를 더 빠르게 모으지 않겠냐는 생각도 있고, 대표가 너의 방송 컨셉을 마음에 들어 해서 그럴 수도 있겠지.]

    “흐음… 그럴 듯하네. 그러면 만약에 내가 면접을 보러 간다고 치면, 그 자리에서 100퍼 내가 마지막 멤버로 뽑힌다는 말인가?”

    [그렇게 되겠지. 난 SSP 엔터에 들어감과 동시에 너의 코디네이터로 배정될 거고, 그 지인은 네 덕분에 계속 직장 생활을 하게 되겠지.]

    “으음….”

    주식 차트를 바라보던 예린이는, 생각에 잠겼다.

    ‘아무리 그래도 두 명을 위해서 내가 걸 그룹이 되는 전개는 마음에 내키지 않은데….’

    걸 그룹은 인터넷 방송처럼 스케줄을 조정하기가 쉽지가 않았다.

    게다가 걸 그룹이 되려면 온갖 피나는 노력을 거쳐야 했다. 어디 그 뿐인가? 어느 정도 춤이나 노래에 대한 재능도 있어야 했다.

    예린이는 이런 점들을 각종 다큐 프로그램과 몇몇 연예인이 밝힌 내용을 통해 잘 알고 있었다.

    ‘흠… 연지의 말이 사실이라면, 최소 5000대 1의 경쟁률을 거저 뚫어버리는 이 기회를 놓치는 것도 아쉽기는 한데….’

    공무원 경쟁률은 예나 지금이나 100에서 150대 1이다.

    그에 비해, 걸 그룹은 경쟁률이 최소 5000대 1. 먼 미래에는 15000대 1까지 치솟곤 했다.

    확률로 따지면 0.0002퍼~ 0.00006퍼. 먼 미래에 확률 조작으로 발칵 뒤집어지는 게임사만큼이나 심각한 가능성이었다.

    ‘그래도 걸 그룹은 아니야.’

    걸 그룹 출신이라는 딱지가 훗날에는 금장이나 은장 휘장처럼 명예로울 수는 있었다.

    하지만 인터넷 방송을 하며, 주식과 비트코인을 활용해 돈 복사를 하면서 편하게 살면 그만인데… 뭐 하러 가시밭길인 걸 그룹을 택하느냐는 게 예린이의 논리였다.

    안 그래도 먼 훗날에는 연예인 출신의 인터넷 방송인이 늘어만 가는데… 그 이유는 딱 하나였다. 바로 돈이 되니까.

    어떤 연예인 출신 여캠은 이런 말을 남겼다.

    “제가 방송하면서 번 돈이 걸 그룹 활동했을 때보다 더 많이 벌었어요.”

    그녀의 이 발언은 여캠들이 늘어나게 되는 계기가 되었고, 수많은 사람들이 인터넷 방송이라는 레드오션에 계속 뛰어들게 되는 또 하나의 이유로 남게 되었다.

    예린이는 갑자기 물량이 풀린 자동차 업체 ‘일화’의 주식을 사들이는데 성공하자, 미소를 지으며 연지에게 말을 꺼냈다.

    “일단 전화는 해볼게.”

    [고마워, 예린아!]

    “너무 좋아하지는 마. 너무 기대하지도 말고. 난 걸 그룹 같이 힘든 길을 걷고 싶진 않으니까.”

    […미안해. 너무 내 생각만 해서. 아깐 전화 안 하겠다더니, 그래도 전화해주겠다고 마음을 바꿔줘서 고마워.]

    “일단 끊자. 방송 중이었는데, 너무 오래 통화했다.”

    [그래, 알았어. 방송 고생해라.]

    통화를 끊고, 마이크 음소거 상태를 해제한 예린이.

    약 3천에서 약 2천으로 줄어든 실시간 시청자 수를 보고 나서, 이렇게 얘기했다.

    “하와와… 재성합니다, 여러분… 통화가 너무 길었네요.”

    ­도대체 무슨 얘기였는데 음소거를 할 정도임?

    ­가끔씩 낯빛이 안 좋아지던데 심각한 일이라도 있었음?

    ­현기증 나니까 무슨 일인지 빨리 알려줘라

    “…지금은 밝히기가 좀 그런데, 나중에 말씀드리면 안 댈까여?”

    ­중요한 일임?

    ­말하기가 좀 그런 일인가?

    ­마법에 걸린 날은 아니지?

    [거짓말하는하와와 님, 별풍 200개 후원 감사합니다!] ­저번처럼 스토커가 님 노리고 있는 거임?

    “거짓말하는하와와님, 별풍 200개 후원 캄사합니당! 그건 아니니까 걱정 마세요.”

    그녀는 뒤에서 기척을 느끼자, 이런 말을 던졌다.

    “나중에 꼭 알려드릴게요. 일단은 오늘 갑작스럽게 중요한 일이 생겨서, 방송을 더 오래하고 싶었지만 이만 끄도록 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당….”

    ­방송 더 해줘ㅜㅜ

    ­아쉽네… 방송 더 켜달라고 하고 싶지만 중요한 일이라니까 어쩔 수 없지.

    ­바이바이

    ­하와와 바이

    ­예바

    “죄송합니당… 다들 내일 뵈요. 빠빠잉!”

    방송을 끈 예린이는, 어느 새 자신의 옆으로 다가온 신에게 말했다.

    “…왔어?”

    “내가 알려준 대로 한천과 일화의 주식을 샀으니, 이젠 그걸 팔 차례로군.”

    “뭐, 알려준 시각은 틀리긴 했지만 말이야.”

    “그건 어쩔 수 없었네. 아무리 내가 신이어도 그런 걸 일일이 다 맞출 수는 없는 법이라네. 그래서 내가 누누이 말하지 않았는가? 주식 차트를 계속 지켜보라고 말일세.”

    “그 때문인지, 방송 10시간 하면서 게임하는 것보다 지금이 더 피곤해 죽겠어…. 게다가 주식에 신경 쓰여서, 요즘 따라 방송에 집중도 잘 안 되고.”

    “앞으로 두 달만 더 참아보시게. 그래야 큰 거 한 방을 노릴 수 있으니.”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