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7화 〉 하와와 5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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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면접 보기 싫다니까? 난 걸 그룹을 할 생각이 전혀 없는데, 왜 자꾸 그런 말을 하는 거야?”
[내가 지금 코디네이터 일을 하고 있잖아.]
“응. 그런데, 그게 왜?”
[실은 내가 일하는 곳이 SSP 엔터에서 근무하는 지인 소개로 들어간 곳이었거든.]
연지의 말을 듣고, 상황이 어떻게 돌아간 건지 추측해보는 예린이.
“그래서, 나를 그 쪽에 팔아먹었다… 이 말이지?”
[정확히는 네 연락처를 알려줬을 뿐이지, 내가 널 어디론가 팔아먹은 건 아닌데, 표현이 너무 지나치잖니… 누가 보면 내가 친구 팔아먹은 미친 X으로 보이겠다, 얘.]
“…너무 뻔뻔한 거 아니야? 아무리 친구 사이라도 그렇지, 이런 중요한 건 허락을 맡고 알려줬어야지!”
주먹을 부들거리면서 자신의 심경을 말하는 예린이.
무슨 일임? ㅋㅋ
뭔가 답답한 일이라도 있나 본데?
분노의 하와와 ㅋㅋㅋㅋㅋ
시청자들은 마이크가 음소거 되어 있어, 그녀의 모습을 통해서 흘러가는 상황이 어떤지를 판단할 수밖에 없었고.
“게다가 사과가 나올 줄 알았는데 이런 태도를 취할 줄은 몰랐어.”
그녀의 말을 듣고, 연지는 휴대폰 너머로 싱긋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그래도 친구 좋다는 게 어디냐? 네 연락처 알려준 덕분에 난 SSP 엔터의 정식 코디네이터로 들어갈 수 있었어.
게다가 이건 너한테도 좋은 기회일 거라고 생각하는데. SSP 엔터는 수많은 연예인을 발굴한 거대 기업이란 거, 너도 잘 알지? 이 곳에서 면접 봤다는 것만으로도 널 지켜볼 시청자는 더욱 더 많아질 거야.]
“…흠.”
예린이는 연지의 말에 살짝 흔들렸다. 꽤나 그럴 듯하게 들렸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네 꿈은 코디네이터가 되는 거였어?”
[아니? 원래는 방송국에서 일하는 게 꿈이었지.
하지만 코디네이터로 일하는 것도 나름 좋더라. 방송국도 자주 들락거릴 수 있으니 말이지. 박봉인 점과 언제든지 잘릴 수 있다는 게 아쉽긴 했지만. 그런데, SSP 엔터의 코디네이터가 된다면 어떨까?]
“방송국보다 더 낫긴 하려나?”
[잘릴 걱정 없지. 게다가 기존 코디네이터는 월 50에서 90밖에 못 받는데, 월 300만 이상을 주겠대! 다만 평소보다 좀 더 고생은 한다고 했었지만, 좋아하는 일 하면서 이 정도 번다는 건 그야말로 행복한 삶이지. 안 그래?]
“…….”
행복에 겨운 그녀의 목소리에, 예린이는 할 말을 잃었다. 그러자 연지가 이렇게 말했다.
[번호 함부로 알려준 건 미안해. 하지만 나도 언제까지고 치킨만 튀길 수는 없잖아.]
“…….”
예린이는 길게 한숨을 쉬었다.
‘나중에 유희가 오면, 맛있는 거 사주면서 연지 좀 혼내달라고 부탁해야지.’
조만간 휴대폰 번호를 바꾸리라 결심한 예린이.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며 얘기를 꺼냈다.
“그… 010XXXXXXXX 이 번호… 누구건진 알고 있어?”
[그건 내 지인 휴대폰 번호야.]
“SSP 엔터 소속의 직원 번호란 말이지?”
[그렇지.]
“이 번호로 문자가 날아왔는데, 내용을 말하자면 면접 보고 싶으면 연락 달라고 했었으니, 전화하지 말고 그대로 이 번호 차단 걸게.”
[자, 잠깐만! 그건 좀 아닌 거 같아….]
아까에 비해, 갑작스레 저자세로 돌변한 연지.
그런 그녀의 반응에 약점을 잡았다고 생각한 예린이는 질문을 던져봤다.
“뭐가 아닌 거 같은데?”
[그게… 그러니까… 하….]
“아까까지 뻔뻔하게 잘 말하던 우리 연지 씨는 어디로 간 거지?”
[후….]
아까까지만 해도 예린이가 한숨을 쉬었다면, 이번에는 상황이 역전되어 연지가 한숨을 내뱉고 있었다.
“연지답지 않아. 왜 그렇게 한숨을 쉬는 거지? 그러다 땅 꺼지겠어.”
[…이거 말해도 되려나?]
“뭔데, 그래?”
[실은 내 지인이 스카웃 담당인데, 마지막 한 명을 아직도 뽑지 못한 상황이라 좀 급하거든.]
“흠.”
[대표가 워낙 까다로운 사람이라, 자신이 생각한 컨셉과 조건에 맞는 사람이 아니면 뽑으려 들지를 않거든.
그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지나쳤지만, 그들은 대표의 눈에 들지를 못했기에 탈락해버렸대.
그러기를 몇 개월 동안 반복하니, 이제는 더 이상 뽑을 사람이 별로 없다는 거야. 그래서 그 문자가 너에게까지 흘러들어가게 된 거지.]
“그래서?”
[대표가 그 지인에게 통보하길, 다음 달까지 후보생을 뽑아 오질 못하면 지인을 자르겠다고 했어.]
“그럼 잘리면 되겠네.”
예린이가 간단히 말하자, 연지는 답답해했다.
[그게 그렇게 쉬운 문제가 아니야.]
“뭐가 쉽지 않은데? 어차피 면접 보러 가봤자 시간만 낭비하고 뽑힐 일은 없잖아? 아직도 내게 말하지 않고 숨긴 게 있기라도 한 거야?”
[사실, 내가 SSP 엔터의 코디네이터로 들어가는 일은 네가 면접을 보느냐, 안 보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거야.]
“그건 또 무슨 말인데?”
[그 문자 내용의 면접은 그냥 형식상일 뿐이고, 대표가 몇 주 전부터 네 방송을 지켜보면서, 널 염두에 두고 있다고 내 지인이 말해주더라고.]
“굳이 나를? 왜지?”
[…아무래도 4명의 멤버 중 한 명을 인터넷 방송인으로 뽑으면, 인기를 더 빠르게 모으지 않겠냐는 생각도 있고, 대표가 너의 방송 컨셉을 마음에 들어 해서 그럴 수도 있겠지.]
“흐음… 그럴 듯하네. 그러면 만약에 내가 면접을 보러 간다고 치면, 그 자리에서 100퍼 내가 마지막 멤버로 뽑힌다는 말인가?”
[그렇게 되겠지. 난 SSP 엔터에 들어감과 동시에 너의 코디네이터로 배정될 거고, 그 지인은 네 덕분에 계속 직장 생활을 하게 되겠지.]
“으음….”
주식 차트를 바라보던 예린이는, 생각에 잠겼다.
‘아무리 그래도 두 명을 위해서 내가 걸 그룹이 되는 전개는 마음에 내키지 않은데….’
걸 그룹은 인터넷 방송처럼 스케줄을 조정하기가 쉽지가 않았다.
게다가 걸 그룹이 되려면 온갖 피나는 노력을 거쳐야 했다. 어디 그 뿐인가? 어느 정도 춤이나 노래에 대한 재능도 있어야 했다.
예린이는 이런 점들을 각종 다큐 프로그램과 몇몇 연예인이 밝힌 내용을 통해 잘 알고 있었다.
‘흠… 연지의 말이 사실이라면, 최소 5000대 1의 경쟁률을 거저 뚫어버리는 이 기회를 놓치는 것도 아쉽기는 한데….’
공무원 경쟁률은 예나 지금이나 100에서 150대 1이다.
그에 비해, 걸 그룹은 경쟁률이 최소 5000대 1. 먼 미래에는 15000대 1까지 치솟곤 했다.
확률로 따지면 0.0002퍼~ 0.00006퍼. 먼 미래에 확률 조작으로 발칵 뒤집어지는 게임사만큼이나 심각한 가능성이었다.
‘그래도 걸 그룹은 아니야.’
걸 그룹 출신이라는 딱지가 훗날에는 금장이나 은장 휘장처럼 명예로울 수는 있었다.
하지만 인터넷 방송을 하며, 주식과 비트코인을 활용해 돈 복사를 하면서 편하게 살면 그만인데… 뭐 하러 가시밭길인 걸 그룹을 택하느냐는 게 예린이의 논리였다.
안 그래도 먼 훗날에는 연예인 출신의 인터넷 방송인이 늘어만 가는데… 그 이유는 딱 하나였다. 바로 돈이 되니까.
어떤 연예인 출신 여캠은 이런 말을 남겼다.
“제가 방송하면서 번 돈이 걸 그룹 활동했을 때보다 더 많이 벌었어요.”
그녀의 이 발언은 여캠들이 늘어나게 되는 계기가 되었고, 수많은 사람들이 인터넷 방송이라는 레드오션에 계속 뛰어들게 되는 또 하나의 이유로 남게 되었다.
예린이는 갑자기 물량이 풀린 자동차 업체 ‘일화’의 주식을 사들이는데 성공하자, 미소를 지으며 연지에게 말을 꺼냈다.
“일단 전화는 해볼게.”
[고마워, 예린아!]
“너무 좋아하지는 마. 너무 기대하지도 말고. 난 걸 그룹 같이 힘든 길을 걷고 싶진 않으니까.”
[…미안해. 너무 내 생각만 해서. 아깐 전화 안 하겠다더니, 그래도 전화해주겠다고 마음을 바꿔줘서 고마워.]
“일단 끊자. 방송 중이었는데, 너무 오래 통화했다.”
[그래, 알았어. 방송 고생해라.]
통화를 끊고, 마이크 음소거 상태를 해제한 예린이.
약 3천에서 약 2천으로 줄어든 실시간 시청자 수를 보고 나서, 이렇게 얘기했다.
“하와와… 재성합니다, 여러분… 통화가 너무 길었네요.”
도대체 무슨 얘기였는데 음소거를 할 정도임?
가끔씩 낯빛이 안 좋아지던데 심각한 일이라도 있었음?
현기증 나니까 무슨 일인지 빨리 알려줘라
“…지금은 밝히기가 좀 그런데, 나중에 말씀드리면 안 댈까여?”
중요한 일임?
말하기가 좀 그런 일인가?
마법에 걸린 날은 아니지?
[거짓말하는하와와 님, 별풍 200개 후원 감사합니다!] 저번처럼 스토커가 님 노리고 있는 거임?
“거짓말하는하와와님, 별풍 200개 후원 캄사합니당! 그건 아니니까 걱정 마세요.”
그녀는 뒤에서 기척을 느끼자, 이런 말을 던졌다.
“나중에 꼭 알려드릴게요. 일단은 오늘 갑작스럽게 중요한 일이 생겨서, 방송을 더 오래하고 싶었지만 이만 끄도록 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당….”
방송 더 해줘ㅜㅜ
아쉽네… 방송 더 켜달라고 하고 싶지만 중요한 일이라니까 어쩔 수 없지.
바이바이
하와와 바이
예바
“죄송합니당… 다들 내일 뵈요. 빠빠잉!”
방송을 끈 예린이는, 어느 새 자신의 옆으로 다가온 신에게 말했다.
“…왔어?”
“내가 알려준 대로 한천과 일화의 주식을 샀으니, 이젠 그걸 팔 차례로군.”
“뭐, 알려준 시각은 틀리긴 했지만 말이야.”
“그건 어쩔 수 없었네. 아무리 내가 신이어도 그런 걸 일일이 다 맞출 수는 없는 법이라네. 그래서 내가 누누이 말하지 않았는가? 주식 차트를 계속 지켜보라고 말일세.”
“그 때문인지, 방송 10시간 하면서 게임하는 것보다 지금이 더 피곤해 죽겠어…. 게다가 주식에 신경 쓰여서, 요즘 따라 방송에 집중도 잘 안 되고.”
“앞으로 두 달만 더 참아보시게. 그래야 큰 거 한 방을 노릴 수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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