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6화 〉 하와와 5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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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예린이전용돈통 님, 별풍 500개 후원 감사합니다!] 덕분에 눈 호강했어요! 감사합니다!
[하와와하앍하앍 님, 별풍 500개 후원 감사합니다!] 하앍하앍!!!
[렌트카김사장 님, 별풍 500개 후원 감사합니다!] 역시 메이드복이야. 성능 확실하구만!
내가 본 건 이 정도였고, 실제로는 실시간으로 후원이 계속 터져 나가고 있었다.
후원이 쏟아져 들어오기에 정신을 제대로 차리지 못했고, 하나씩 리액션을 하기도 힘들었다.
“하와와와와… 다들 후원 캄사합니당….”
[snapper747 님, 별풍 200개 후원 감사합니다!] 갖고 있는 옷 보내면 그것도 입어주시나요?
어떻게 대답할지 고민하다가 말을 꺼냈다.
“후원 캄사합니당! 제 몸에 맞는 옷을 보내주신다면, 입어서 보여줄 수는 있겠죠?”
옷 선물 마렵네ㅋㅋㅋㅋㅋㅋ
코스튬 있는데 한 번 보내볼까?
[미션실패한예린이 님, 별풍 500개 후원 감사합니다!] 누나가 사놓고 안 입은 옷 택배 붙일 테니 입어보쉴? ㅋㅋ
“하와와… 후원 캄사합니당! 누나 옷을 보내주겠다고요? 그건 좀….”
마이크랑 카메라를 다시 컴퓨터 앞으로 세팅하면서도, 스피커를 통해 몰아치는 후원 메시지들에 다 반응하려고 노력했다.
[코라므카토 님, 별풍 200개 후원 감사합니다!] 예린이 눈나! 저랑 나중에 결혼해주새오!
“후원은 감사합니다만, 결혼은 좀… 죄송합니다아….”
[치킨집박사장 님, 별풍 200개 후원 감사합니다!] 오늘 뱅송은 그거 계속 입은 채로 하실 거죠? 뭐 하나 미션 걸어도 됨?
“갈아입기는 좀 귀찮아서, 일단은 이거 입은 채로 방송 진행하려구요. 미션 걸어주세요. 내용 보고 할 수 있으면 해볼게요!”
[치킨집박사장 님, 별풍 500개 후원 감사합니다!] 아이핑크의 ‘No No No’ 노래에 맞춰서 춤 가능? 만족할 정도로 춤췄을 때 별풍 2천 바로 쏴드림.
“추, 춤이요?”
ㅋㅋㅋ 후원 때문에 춤추게 생겼누!ㅋㅋㅋㅋㅋ
이 정도 후원이면, 나라면 빤스바람으로 췄겠다ㅋ
메이드복에다가 춤까지? 이걸?
춤에 재능은 없었지만, 후원해주신 분이 선정한 곡은 우연하게도 대학 MT 때 장기자랑 대회에서 출려고 꽤나 연습했던 경험이 있는 곡이었다.
지금은 비록 몸이 다르지만, 이 몸으로는 그때보다 잘 출 수도 있을 거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있었다.
“일부 파트는 기억 안 나는데… 게다가 못 출 수도 있어서, 영상 보면서 연습 좀 해봐도 되여?”
[치킨집박사장 님, 별풍 200개 후원 감사합니다!] ㅇㅇ 맘대로
한 쪽 화면에서는 특정 주식의 차트가 미리 세팅되어 있었다. 그걸 한 번 눈으로 훑어보고는, 다른 화면에서 춤 출 노래를 검색하고 틀어보았다.
“후….”
음악이 재생됐다. 보컬이 나오기 전인 곡의 전주 부분에서, 의자를 치우고 카메라 앵글을 조정했다.
ㅋㅋㅋ 괜히 기대되네
게임 못하는 스트리머의 춤 실력은 과연….
모니터에 카메라를 다시 설치했기에, 머리부터 무릎까지만 모습이 보였지만 이 정도면 춤추는 걸 보여주기에는 별 지장이 없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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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의 전주가 끝나고, 보컬이 나오기 시작하는 Verse 파트로 들어섰다.
처음에는 손가락을 튕기는 안무와 간단한 동작들이 있어서 그걸 추는 예린이.
흐음….
다음 파트는 골반 돌리는 부분이 있는데 과연….
다음 안무는 치맛자락이 살랑살랑 흔들리면서, 자연스러운 허리와 골반의 움직임이 중요했던 안무였는데….
미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와 ㅅㅂ 도랐네….
허리 놀림 실화야?
골반 돌리는 거 ㅈㄴ 자연스럽네
이 정도면 아이핑크 급인데?
이걸 추는 예린이 본인도 깜짝 놀랐다.
‘원래의 몸으로는 너무 딱딱하게 움직여지던데, 이 몸으론 이 동작을 이렇게 쉽게 소화해낸다고?’
그녀가 경험했던 대학의 MT 때는 출발하기 2주 전부터 도착할 숙소의 방을 같이 쓸 조원들을 선별한다.
각 조마다 1학년부터 3학년까지 골고루 섞어서 배정이 되는데, 이렇게 모인 조원들로 MT 일정에 있었던 장기자랑 대회에 참가하곤 했다.
그 대회에는 노래나 춤 같은 장기를 보여주는 게 국룰이었는데, 예린이가 속했던 조에서는 노래를 잘 부르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기에 춤을 추기로 했었다.
‘그땐 잠자는 시간까지 아껴가면서 춤을 췄었는데….’
춤을 추며, 회상에 잠기는 예린이.
약 2주 동안, 예린이를 포함한 조원들이 서로의 스케줄을 비워가면서 춤 연습에 몰두했다.
그녀에게는 가장 약했던 안무가 허리와 골반을 움직이는 안무였는데, 그럴 때마다 3학년 선배에게 지적받곤 했다.
“그게 아니지… 자, 이 영상을 봐봐. 허리만 움직이는 게 아니라, 발과 무릎 그리고 골반을 전부 이용하면서 자연스럽게 움직여야 된단 말야!”
“아, 알겠습니다… 이렇게요?”
“아니. 내가 알려줄 테니까, 몸에 힘 풀어봐.”
“네에….”
그 당시 예린이로서는 내성적인 성격이었고, 3학년 선배가 여선배여서 그녀가 몸동작을 지적해주며 일일이 자신의 몸을 교정해주던 그 손길이 부담스럽기도 했었다.
하지만 적극적으로 알려주는 선배와 노력하는 조원들의 기대를 저버리고 싶지 않았던 예린이는 이 과정을 극복하면서 열심히 노력했는데, 그 결과 그녀가 속한 조가 3등으로 뽑히면서 상품을 탈 수 있었다.
‘그때의 내가 더 잘 출 수 있었으면, 어쩌면 2등이 될 수도 있었을 텐데….’
노래의 1절이 끝나고 간주가 나오자, 예린이는 재생하던 노래를 껐다.
“…어, 어때요?”
왤캐 잘 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게 어딜 봐서 연습임? ㅋㅋㅋ 연습이 아니라 찐인데? ㅋㅋㅋㅋ
별 기대 안했는데 와 ㅋㅋ 춤숨찐이네 ㅋㅋㅋㅋㅋㅋㅋ
우리한테 이거 보여주려고 방종할 때마다 연습한 거 아니지?ㅋㅋ
ㄹㅇ ㅋㅋ 몰래 연습한 듯
ㅋㅋㅋ 겜은 못하지만 춤은 ㅈㄴ 잘 추는 여캠이 있다? ㅋㅋ
ㅁㅊㄷ ㅁㅊㅇ ㅋㅋㅋㅋ
[치즈냥 님, 별풍 200개 후원 감사합니다!] 언니 춤 못 춘다면서요? ㅋㅋㅋㅋㅋㅋ 제게 거짓말 한 거에요? 실망이에여 언니ㅜㅜ
“아니, 그게 아니라….”
시간 여행의 부작용으로, 자신이 그 말을 했는지 기억에 없었던 예린이었다.
“이 춤은 사실 연습을 좀 많이 했던 춤이라서 그래… 나 원래 춤 잘 못 춰….”
[치킨집박사장 님, 별풍 3000개 후원 감사합니다!] 솔직히 별 기대는 안 했는데 너무 잘 추셔서 3천 개 쐈어요 ㅎㅎ
“하와와~ 치킨집박사장니이임~! 별풍 3천 개 후원 캄사한 거시에오옹! 말씀 감사합니다아앙!”
[거짓말하는하와와 님, 별풍 200개 후원 감사합니다!] 아니 그게 어딜 봐서 춤을 못 춘다고 말할 정도임? ㅋㅋㅋ
“거짓말하는하와와님~ 별풍 200개 후원 캄사합니당! 거짓말이 아니라, 저 정말 춤 잘 못 춰요… 제발 좀 믿어주세요….”
후원 메시지에 반응하면서도 꾸준히 주식 차트를 살펴본 예린이.
‘갑자기 가격을 확 떨어트린다고?’
그녀로서는 이해되지 않는 돌발 상황이 발생하긴 했지만, 이것도 신이 예언해준 내용이었다.
[매수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휴우… 후원 메시지에만 집중했다면 이걸 놓쳤을 지도….’
싸게 올라와있던 한천 주식을 모두 사들인 예린이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여신하와와 님, 별풍 200개 후원 감사합니다!] 왜 제 후원 메시지 안 읽어주시나요? ㅜㅜ
“하와와… 여신하와와님 후원 캄사합니당! 잠시 다른 거 확인하느라 메시지 못 읽어드렸어요. 죄송합니다….”
실시간 시청자 수는 3천을 넘어섰고, 밀려있는 후원 메시지와 끊임없이 올라가는 채팅창에 정신이 없어서 스트레스가 점점 쌓여가던 예린이었으나, 그럼에도 꾹 참고 방송을 진행했다.
[HG 님, 별풍 100개 후원 감사합니다!] 이 정도면 걸그룹 각이 보이는데 해보시는 건 어때요?
“제 주제에 무슨 걸그룹이에요… 후원과 말씀은 감사하지만, 당치도 않는 언급인 거시에오오….”
걸 그룹이든 아이돌이든 그런 건 보통 힘든 게 아닌 걸 예린이는 잘 알고 있었다.
“오늘도 슈퍼말이오3를 해볼게요.”
그녀는 이렇게 말하면서도, 진동이 울리는 휴대폰을 쳐다봤다.
‘…뭐지?’
한 통의 문자가 날아왔다. 내용을 확인해보고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휴대폰 화면을 껐다.
‘어차피 되지도 않을 텐데….’
이 문자는 아까의 후원 메시지와 연관 있었는데, 내용은 간단했다.
자신들은 SSP 엔터테인먼트라는 소개와 함께 연락처를 주면서, 걸 그룹 면접을 보고 싶다면 연락 달라는 내용이었다.
‘아니, 대체 내 연락처는 어떻게 알고 전화를 한 거지?’
예린이의 궁금증은 그 뒤에 온 전화에 의해 쉽게 풀렸다.
“잠시 친구한테 전화가 왔는데, 마이크 음소거 좀 해놓을 게요.”
화면에 슈퍼말이오3를 띄운 채로, 전화를 받은 예린이.
“연지야. 지금 시각에 웬 일이야? 바쁜 거 아니었어?”
[너 지금 방송 하냐?]
“응. 그런데 왜?”
[무슨 연락 같은 거 없었어?]
“연락이라… 문자 한 통 온 게 전분데?”
[그거 혹시 SSP 엔터 쪽에서 문자 보낸 거 맞아?]
“어. 그런데?”
[그거 면접 볼 생각 있어?]
“아니. 없는데?”
그러자 연지는 목소리를 가라앉히면서 이렇게 말했다.
[예린아, 그냥 면접 봐주면 안 되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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