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와와~ 예리니 방송에 와주셔서 고마운 거시에오!-54화 (54/100)

〈 54화 〉 하와와 54화

* * *

54.

하늘에서 무언가가 미래의 박 부장에게로 떨어졌다.

“이게 대체 뭐죠?”

투명한 액체가 담긴 작은 물병. 박 부장이 보기엔 향수가 담긴 병 같아서 물어봤다.

[해독제다.]

예린이의 말을 들은 박 부장은 허겁지겁 그걸 열어서, 안의 내용물을 입에 털어 넣으려 했는데.

“우웁! 푸하악!”

피를 분수처럼 토해내고는, 자리에서 쓰러진 박 부장.

뚜껑을 연 채로 바닥에 떨어트린 해독제는 모래 속으로 스며들고 있었다.

“으으….”

그의 죽음을 지켜보던 다른 사람들은 저마다 표정이 일그러졌고.

“저렇게 죽기는 싫어!”

“어서 죽어!”

그들은 각자 상대에게 달려들면서, 곳곳에서 싸움이 펼쳐졌다.

상황을 위에서 지켜보던 예린이는 마이크를 잠시 끄고, 입을 열었다.

“…개판이네.”

그 말을 들은 신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약 1시간의 시간이 흐른 끝에, 또 다른 자신을 해치운 생존자들은 숨을 헐떡이며 자리에서 주저앉아 쉬고 있었다.

예린이가 신에게 눈짓을 하자, 그녀는 박 부장 때와 마찬가지로 그들에게도 해독제를 나눠줬다.

“푸하! 이젠 살았어! 살았다고!”

해독제를 마신 사람들 중 한 명이 자신의 심정을 내뱉자, 가 대표가 그의 말에 태클을 걸었다.

“병X 같이 오버 떨지 말게. 아직 끝난 것도 아니니까.”

그 말에 기분이 상한 한기회 피디. 그는 이렇게 말했다.

“…거, 괜히 시비 걸지 좀 마세요. 그러다가 대표고 뭐고 간에 골로 보낼 수 있으니까.”

“…….”

아까와는 다른 한기회 피디의 분위기에, 살아남은 현재의 가 대표는 아차 싶었다.

‘하필이면 미래의 한 피디가 살아남을 줄이야….’

식은땀을 흘린 가 대표는 그에게 고개를 숙였다.

“미, 미안하네….”

“조금이라도 오래 살아남고 싶으시면 처신 잘하세요. 나중에 또 꼽 주시면… 알죠?”

“아, 알겠네….”

“그러게 회사 운영도 잘 좀 하고, 사원들한테도 잘 해줬어야지….”

“꼴좋다!”

그들의 비웃음을 듣던 가 대표는 깨달았다. 살아남은 자들은 자신을 제외하곤 모조리 미래의 존재들이었기 때문이었다.

‘제기랄….’

가 대표가 화를 조용히 삼키는 사이에, 예린이가 마이크를 키고 말했다.

[살아남은 여섯 분, 축하드립니다. 이제 다음 라운드로 넘어가보도록 할게요.]

예린이의 말이 끝나자마자, 사막 전체가 마구 흔들리기 시작했다.

“뭐, 뭐야?!”

허공의 여러 지점에 파란 점이 생겨나더니, 그 점들은 곧 하나의 선으로 이어졌다.

“…웬 트랙이지?”

그리고 그 선은 곧 여러 구조물과 도로를 만들어냈는데, 그걸 본 그들 중 한 명이 이렇게 말했다.

“설마 이번 경기는 ‘레이싱’이야?”

[공모전은 10km 단축 마라톤. 작품 완결까지 달려가는 모험은 그야말로 42.195km의 정규 마라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여러분에게 마라톤을 시키기엔, 저도 지루하고 여러분도 지겨워할 것 같아서 마라톤을 레이싱 경기로 대체한 겁니다.]

트랙이 완성되자, 장소를 뒤흔들던 진동이 멈췄다.

신이 손가락을 한 번 튕기자, 사람들이 트랙 내부로 이동되었다.

[이 곳, 출발선에서 여러분은 각자 자신이 탈 차량을 머릿속으로 상상해 보시길 바랍니다.]

“상상하면 내 눈 앞에 나타나기라도 한단 말야?”

“오오!”

“뭐, 뭐야? 아까까진 저 자리에 차가 없었는데….”

“…저건 ‘포X쉐 928’이잖아?”

자신이 꿈꾸던 차량이 눈앞에 나타나자, 멍한 표정으로 그걸 만져보는 한 남자. 홍보팀의 이명석 대리였다.

“내가 그토록 타고 싶었던 꿈의 차량….”

문을 열고, 운전석에 앉아본 그는 세상 다 가진 사람처럼 해맑게 웃었다.

계기판과 기어 등등, 차량 내부의 구조를 구경하던 그는 만족스럽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내가 원하는 스타일로 전부 다 구현 되었군….”

그는 운전대를 끌어안고는, 흐느끼고 있었다.

“이제 이걸 타고 달리기만 하면, 내 인생 여한은 없다….”

한편. 한 사람이 상상력으로 자신의 차량을 선보이기 시작하자, 각자 상상력을 동원하고 있었다.

“한 피디님. 그 차량은 도대체 뭐에요?”

“아, 이거요? 이건 그 ‘죽음의 경주’라는 영화에서 나온, 주인공이 운전하는 차량이에요. 한 번쯤 직접 운전해보고 싶어서 꺼내봤죠.”

앞 쪽의 육중한 미니건과 뒤쪽에 달린 두꺼운 강철 덮개. 창문과 곳곳의 문에 방탄 처리를 해놓은 승용차는 한 눈에 봐도 평범해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유하 씨는 웬 트랙터에요? 설마, 그 트럭 막 로봇으로 변신하진 않겠죠?”

“그, 글쎄요?”

편집 팀의 은유하 피디는 어떤 영화에서 나왔던 차량과 흡사한 트랙터를 꺼내, 탑승하고 있었다.

“그나저나 김 피디님은….”

“저건 오토바이인데….”

김천수 피디는 잘 빠지고 날렵한 곡선을 지닌 검정색 오토바이에 타고 있었다.

“꼭 차를 타라는 법은 없잖아요? 어차피 레이싱인데.”

“그건 그렇죠.”

“그런데… 다른 사람들 차량은 그렇다 쳐도, 저건 대체….”

나머지 두 명 중에서 대표가 이제 막 꺼낸 차량은 그들의 동공이 흔들릴 정도로 범상치 않았다.

“전차야, 함선이야?”

“장난이 아닌데요?”

“무기가 몇 개나 달린 거야….”

노벨에덴 대표가 뽑은 차량은 앞쪽에는 포신이 달려 있고, 뒤쪽에는 미사일을 포함한 각종 무기들이 곳곳에 부착된 기다란 차량이었다.

“설마 저 무기들로 저희들을 제치시려고….”

가 대표는 그들을 향해 씨익 웃었다.

“이왕이면 이 정도는 뽑아야 살아남지 않겠나? 자네들의 상상력은 너무나도 빈약하군.”

“흐음….”

“…재수 없는데 대표부터 다구리 칠까?”

“난 찬성.”

이 때, 예린이가 마이크를 톡톡 건드렸다.

[다들 차량을 뽑았으니, 룰을 알려드리고 경기를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룰은 간단해요. 상대방을 트랙 바깥으로 내던지거나, 죽이거나 차량을 박살내면 됩니다. 상대방을 아웃시켜 가면서 결승선에 도착한 2명은 최종 승리자로 인정해드리죠.]

“그냥 다 죽이면 된다는 말이군.”

“생존자가 1명만 남아도 상관없지?”

[네. 상관없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시작하도록 할게요. 모두 준비하세요.]

“난 준비됐어.”

“나도.”

“저도 준비됐습니다.”

[시작할게요. 초록불이 보이면 출발하세요.]

예린이의 말에, 그들은 긴장했다. 앞에 보이는 신호등이 빨간색에서 주황색으로 바뀌다가, 초록불로 바뀐 순간.

“다 죽어라!”

대표는 미사일 사출 버튼을 눌렀고.

“가즈아아아!!!”

한 피디와 이 대리, 김 피디는 눈으로 쫓기 힘든 속도로 트랙을 내달렸다.

“변신해!”

그리고 은 피디의 트랙터는 한기회 피디의 우려대로, 영화 속의 로봇으로 변신하면서 대표가 쏘아올린 미사일을 전부 막아냈고.

“…….”

로봇의 주먹이 미사일을 내뿜은 차량의 운전석을 급습했는데, 가 대표는 순식간에 벌어진 상황에 미처 피하지 못하고 그 주먹에 당하고 말았다.

[가 대표 아웃. 가 대표 아웃.]

‘가장 강해보이던 가 대표의 차량이 벌써 당했다고?’

‘…역시 변신 로봇이었나.’

선두에 선 3명은 불안감에 휩싸였고.

“저기, 황 대리님. 황 대리님은 출발 안 하세요?”

은유하가 비틀린 웃음을 흘리며, 황 대리의 차량을 보고 이렇게 말하자.

“저는 그냥 여기서 가만히 구경이나 하고 있을게요.”

“왜죠?”

“저는 빨리 죽고 싶지 않으니까요.”

“흐응….”

평소에 능구렁이 같은 생각을 자주하던 황 대리를 잘 알고 있는 은유하는, 이번에도 그가 어떤 꿍꿍이를 가지고 있다는 건 알고 있었으나 그게 뭔지 정확히는 모르고 있었다.

‘이걸 죽여, 말아?’

황 대리가 타고 있는 차량은 미국 8~ 90년대 영화에 나왔을 법한, 유하에게는 볼품없어 보이던 차량이었다.

“절 죽일 시간에 저 사람들을 따라잡는 게 낫지 않을까요?”

“칫.”

속마음을 들킨 은유하는 죽이기로 결정하고, 로봇의 주먹으로 황 대리의 차량을 찍어 누르려 했다.

콰앙!

“앗?!”

하지만 그의 차량은 온데간데없었고, 로봇의 주먹은 트랙의 일부를 부숴놓았을 뿐이었다.

“휴우… 1초만 늦었어도 피 떡이 되었겠군.”

황 대리의 차량은 어떤 시간 여행하는 영화 속 차량을 본 따서 만들었다.

그 영화 속 차량은 순간적인 스피드로 시간 여행을 하듯이, 황 대리의 차량은 그런 스피드를 이용하여 결승선 바로 앞까지 도착하는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이제 느긋하게 구경이나 해볼까?”

그는 굳이 결승선에 들어가지 않고, 차량 내부에 달린 네비게이션을 이용하여 경기를 관찰했다.

“폭탄을 장착한 강철 덮개가 슬슬 한계에요! 이대로 가만히 내버려둔다면 자폭하고 말 거에요!”

“조금만 더 버티면 돼!”

방탄 차량을 운전 중인 한 피디는 약 빤 듯이 1인 2역을 선보이면서, 뒤쪽에 있는 김 피디의 오토바이를 의식했다.

“어때, 한 피디? 이제 슬슬 한계일 텐데!”

오토바이에 숨겨져 있던 머신 건을 이용해 한 피디를 계속 몰아치는 김 피디.

“어서 연막을 뿌려!”

“네!”

1인 2역 컨셉을 그대로 유지한 한 피디는 차량의 배기관을 통해 연막을 흩뿌려댔다.

연막에 의해 상대가 보이질 않자, 김 피디는 이렇게 말했다.

“이럴 줄 알고 유도 미사일을 아껴두고 있었지.”

그가 쏜 유도 미사일이 연막 속에 가려진 무언가에 막혀서 폭발했는데.

“으아아아악!”

한 피디가 연막을 뿌리면서 사출한 강철 덮개에 미사일이 꽂혀 폭발한 바람에, 덮개 속에 있었던 폭탄의 연쇄 폭발로 인해 발생한 화염 폭풍이 김 피디를 집어 삼켰다.

[김 피디 아웃. 김 피디 아웃.]

“쯧쯧. 그 영화를 봤으면 쉽게 당하지 않았을 텐데.”

뒤에서 그걸 지켜보고, 옆으로 가뿐히 피한 이 대리는 유유히 방탄 차량의 옆으로 다가왔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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