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3화 〉 하와와 5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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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그게 무슨 개소리지?”
“서바이벌 대회라니?”
“이 사막이 지옥이라고?”
술렁이는 사람들의 모습을 하늘에서 지켜보고 있는 예린이와 신.
그들은 소리가 나는 하늘 쪽으로 시선을 돌렸으나, 예린이와 신의 모습은 그들에게 보이지 않았다.
[지금부터 ‘사막에서 전갈 잡기’ 경기를 진행해보고자 합니다.
룰은 간단합니다! 이 사막의 모래 속에 숨어있는 전갈을 찾으세요. 그리고 손으로 그걸 잡아, 하늘로 치켜 올리시면 됩니다.
지금 있는 10명 중에서 마지막까지 전갈을 잡지 못한 두 사람은 자동 탈락 처리 됩니다!]
“갑자기 우리보고 전갈을 잡으라고?”
“혹시 그 전갈에 독이 있는 건 아니겠지?”
사원들이 술렁이는 사이에, 대표는 자신을 부축하고 있는 한기회 피디에게 속삭였다.
“이봐, 한기회 피디.”
“넵, 대표님.”
“지금부터 목소리를 낮춰서 말하게.”
“알겠습니다.”
“저기 전갈 두 마리가 마주보고 붙어 있는 거 보이는가?”
“어, 음….”
대표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위치에는 전갈 두 마리가 달라붙어 짝짓기를 하고 있었다.
한기회 피디는 실눈을 뜬 상태로 뚫어져라 바라본 끝에야 겨우 그걸 확인할 수 있었다.
“아… 보이네요. 저 멀리 있는 걸 보시다니, 대표님 시력은 독수리보다도 좋으시군요!”
“허허, 비행기 태우지 말게나. 그런데 내가 왜 자네에게 저걸 알려줬는지 아는가?”
“그건….”
자신을 대신하여 저 두 마리를 잡아오라는 뜻이었음을 단박에 알아차린 한기회 피디였으나, 그 또한 다른 사람들처럼 머뭇거리고 있었다.
왜냐면 전갈이라고 무조건 독이 있는 종만 있는 건 아니지만, 사막에 살고 있는 전갈은 대부분 독이 있는 종인데다가, 자신의 목숨을 이런 곳에서 잃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가 머뭇거리는 이유를 노벨에덴의 대표는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이렇게 말을 꺼내며 재촉을 하는데.
“자네라면 승진의 기회도 잘 잡을 줄 알았건만. 이렇게 망설이는 자네의 모습을 보니, 내가 사람을 잘못 봤나보군. 이렇게 결단력과 순발력이 없는 자에게 편집 팀장의 자리를 맡길 수는 없는 노릇이지.”
“펴, 편집 팀장… 말씀이십니까?”
“그래. 이 곳에서 살아남아 함께 돌아간다면, 어차피 직원들은 새로 뽑아야 할 터. 그러니 자네에게 편집 팀장의 자리를 맡길 생각인데, 어떤가?”
“으음….”
“잘 생각해보게. 3년 후에 편집 팀장의 자리에 오를 수 있을지, 없을지 확실치 않은 것보다는 목숨을 걸어서라도 편집 팀장이 되는 게 낫지 않겠는가?
어차피 회사에 출근하는 자네 같은 월급쟁이들은 회사를 목숨을 걸고 온다면서? 아니 그런가?”
“그, 그건 그렇습니다만….”
한기회 피디는 망설였다.
자신이 직접 서비스의 최전선에서 사이트를 이용하는 여러 독자와 여러 작가가 날리는 지적과 비판의 화살을 대신 맞기보다는, 그래도 한 부서의 팀장이 되어 아랫사람에게 일을 시키면서 지금보다 더 많은 페이를 받기를 원했다.
게다가 대표의 말처럼, 어차피 월급쟁이들은 목숨을 걸고 회사에 출근하는 법. 한낱 전갈 따위가 자신의 인생을 가로막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흠. 이렇게나 가만히 있는 걸 보면, 역시 다른 사람에게 편집 팀장을 맡겨야….”
“하겠습니다!”
“뭘 말인가?”
“편집 팀장… 제가 하겠습니다!”
“호오… 그렇다면 저 전갈들을 잡을 수 있다는 말인가?”
“잡아보겠습니다…. 그것이 편집 팀장이 되는 길이라면 말이죠.”
비장한 표정으로 그의 말에 답하던 한기회 피디. 부축하던 대표를 바닥에 공손히 앉히고는, 성큼성큼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히이익!”
“으아아악!”
곳곳의 사원들은 꼬리의 침을 이용하여 금강불괴 급 방어에 임하고 있는 전갈을 상대로 고전하고 있었다.
한기회 피디는 그들 사이를 위풍당당하게 걸어가며, 짝짓기를 하고 있는 전갈들을 향해 다가갔다.
두 마리의 전갈은 따스한 햇볕 아래서 행복한 데이트를 즐기고 있었다.
그런데 대지가 진동하면서, 그들에게 어둠이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가만히 있어라….”
그들은 아까까지 붙이고 있었던 머리를 서로 떼어내며, 진동이 울린 곳을 향해 꼬리를 치켜세우고 있었다.
아무래도 자신들의 짝짓기를 방해한 상대방에게 깊은 적개심을 표출하는 듯했다.
“하… 이 놈들 봐라? 개도 밥 먹을 땐 안 건든다더니, 왜? 너희들끼리 놀고 있는 걸 내가 방해해서 짜증난 거냐?”
그들은 인간이 아니었기 때문에 대답을 하지는 못했으나, 그 대신 부동자세를 취하며 계속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렇게 쳐다봐도 너희들은 날 이기질 못해. 왜냐고? 너희들은 한낱 동물이고, 난 인간이거든.”
하지만 그는 좀처럼 움직이질 않았는데, 대표는 이런 그를 보고 쯧쯧 혀를 차고 있었다.
“자네가 절지동물하고 대화를 나누는 재능이 있을 줄 알았으면, 내 회사에서 일을 시키기보다는… 그 무슨 파충류랑 절지동물 다루는 그 놈한테 보냈어야 했는데 말이지….”
대표의 자극에 한기회 피디는 한 쌍의 전갈에게 마수를 뻗쳤다.
“…하이야아아아압!!!”
누가 들어도 웃을만한 기합을 내지른 그는, 두 마리의 전갈을 양손에 움켜쥐는데 성공했다.
“으아아아아! 잡았다!!!”
휘청거리는 발걸음으로, 어느 새 한기회 피디의 뒤로 다가온 대표.
예린이가 그들을 보고, 마이크를 통해 이렇게 말했다.
[가 대표, 한 피디. 전갈을 잡았으므로 이번 라운드 통과입니다.]
“잘했군. 역시 자네는 기회를 잡을 줄 아는 사람이었어!”
“아아악!”
그런데 꼬리를 제압하지 않고 전갈의 몸통만을 붙잡았던 한피디는 그들의 독침에 당하고 말았다.
“으으!”
날렵하고 정교한 꼬리 놀림은 마치 숙련된 창병의 창술과도 같았다. 연속된 그들의 독침 찌르기에, 한기회 피디는 전갈들을 땅으로 던져버렸다.
“크으으으….”
“괜찮은가?”
괜찮을 리가 없잖아요, 이 시XXX야….
이 말을 내뱉고 싶었던 한기회 피디였으나, 차마 꺼내지는 못하고 다른 말을 하였다.
“…이, 이거 독 있는 녀석은 아니겠죠?”
“아, 아마 그렇겠지?”
대표는 그 전갈들이 건장한 성인들도 하루 안에 골로 보낼 독을 가지고 있는 전갈이란 걸 모르고 있었다.
게다가 그에게 괜한 말을 하면, 자신을 탓할 수 있었기에 거짓으로 그를 안심시키려 했다.
“허허… 전갈이 한, 두 종류가 아닌데 설마 독이 있는 녀석이었으리라고? 아닐 걸세….”
한편, 다른 사원들은 전갈을 잡는데에 성공한 가 대표와 한 피디를 보고 분발하기 시작했다.
“으악!”
“아흑!”
하지만 그들도 가 대표와 한 피디와 마찬가지로 전갈을 잡으면서 독침에 당하고 말았다.
[마지막까지 전갈을 잡지 못한 연 대리, 이 피디는 자동 탈락입니다!]
“젠장… 이젠 어떻게 되는 거지?”
“그, 글쎄요….”
[하와와~ 전갈을 잡지 못한 두 사람은 제가 드린 ‘업무’에 불성실한 태도로 임했으므로 지구에서 이별을 하도록 하겠습니당!]
“이, 이별이라고요?”
“이봐, 그게 무슨 개소리야?”
예린이는 마이크를 잠시 끄고, 신에게 속삭였다.
“준비됐지?”
“물론.”
하늘에서 갑자기 날아온 마취 탄환에 의해 탈락자들은 쓰러졌다.
[자. 여러분! 탈락자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올려주시길 바랍니당!]
“…….”
그들이 침묵을 지키며 움직임을 보이지 않자, 예린이는 목소리를 내리깔았다.
[어서 하세요. 한 명 더 이별시키기 전에.]
“자, 잘 가!”
“행복해야 돼!”
“바이바이~!”
그들은 억지로 밝은 표정을 지으며, 모래 위에 쓰러진 그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었다.
순식간에 탈락자들은 사라졌고, 그들은 꿀꺽 침을 삼켰다.
“그… 탈락자들은 어떻게 되는 거지?”
[하와와~ 여러분들은 알 거 없는 거시에오! 자, 이제 다음 라운드로 이동해볼까요?]
“저기, 질문이 있는데… 하나만 물어봐도 됩니까?”
[말씀하세요.]
“방금 저희들이 잡았던 전갈… 독이 있는 건가요, 없는 건가요?”
[궁금하신가요?]
“네. 궁금합니다.”
[여러분들이 방금 잡으신 전갈은 ‘데스스토커’와 비슷한 맹독이 있는 전갈로… 그 독성이 어느 정도냐 하면, 근육질의 헬창 분들도 하루 내에 완벽히 죽일 수 있는 그런 맹독을 지닌 전갈이었습니다!]
“이거 너무하네, 진짜!”
“그럼 그걸 우리보고 잡으라고 했다는 거야? 도구도 없이 맨손으로?”
“그러다가 우리가 죽으면, 책임 질 거요?”
그들의 성난 반응에 예린이는.
[하와와?]
이렇게 한 마디를 내던지다가 웃으며 말했다.
[하와와~ 제가 왜 힘을 들여가면서, 여러분들을 위해 이 대회를 개최했을 거라고 생각하시나요?]
“우리들을 위해서 이 대회를 열었다고?”
그들이 예린이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반문을 하자, 그녀는 이어서 말했다.
[뭐, 어차피 말로는 이해 못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역시 ‘백문이 불여일견’인가 봐요. 뭐라도 하나 눈에 보여줘야만 이해가 될 테니까.]
그녀의 말이 끝나자마자, 신이 그들에게 가까운 미래에 벌어질 일들을 보여줬다.
그들이 개최한 공모전 기간 중에 벌어진 온갖 사건 사고와, 몇몇 작품들만을 편애했던 자신들의 더러운 행태를 감상한 그들의 입에서는 이런 말이 튀어나왔다.
“우리가 정말, 가까운 미래에 이딴 짓을 벌인단 말인가?”
“이건 조작이야! 말이 되는 소릴 해야지!”
[하와와~ 그럴 줄 알고, 다른 걸 준비해본 거시에오!]
예린이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살아남은 그들의 눈에서, 자신들과 얼굴과 모습이 똑같은 사람들이 나타나고 있었다.
그들에게 모습을 드러낸, 또 다른 자신들은 하늘에 대고 말을 늘어놓았다.
“이봐, 사신!”
[네.]
“여기 있는 가짜들을 죽이기만 하면, 그간의 잘못을 용서해주겠다는 거지?”
[네. 그렇습니다.]
“다들 들으셨죠?”
“예!”
“넵!”
“자신과 모습이 똑같다고 해서 망설이지 마세요. 그저 클론일 뿐입니다!
그, ‘아일랜드’라는 영화 보시면 알잖아요? 클론과 원본의 인간이 서로 싸우면서, 진짜라는 자리를 다투는 그런 모습을… 이 자리는 그저 진짜 자신이 누군지를 가리는 성스러운 결투장일 뿐입니다!
게다가 상대는 자신의 삶을 가로채려하는 간악한 클론일 뿐이죠! 저 가짜에게 자신의 삶을 빼앗길 겁니까, 아니면 저 녀석을 죽여서 살아남으시겠습니까?”
“죽여야지!”
“내가 죽을 수는 없지!”
“죽여라!”
분노가 가득 담긴 함성을 내지르고 있는 그들. 이제 막 전갈을 잡았었던 그들에게는 또 다른 자신들이 낯설기만 했다.
“대체 뭐라고 떠드는 거야?”
“…우릴 죽이겠다고?”
상황이 어이없던 대표가 하늘을 향해 꾸짖었다.
“대체 우리가 뭘 잘못했기에 이러는 거지? 사람을 서로 죽일 정도로 우리가 잘못을 했다는 건가?”
질문을 들은 예린이는 이렇게 답했다.
[이렇게까지 해도 모른단 말인가? 너희들은 공모전 기간 동안 맹독처럼 치명적인 실수를 무려 세 번 연속 저질렀다. 그것도 다 똑같은 내용으로 말이지.
그런데, 참가자들은 그것도 모른 채로 너희들이 개최한 공모전에 당선되려고, 매일 쉬지 않고 글을 열심히 써왔다. 왜냐면, 매일 연재를 안 하면 그만큼 뒤따라오는 주자들에게 뒤쳐지기 때문에 쉴 틈이 없거든.
그러나 몇몇 방구석 백수들은 이런 배경도 모른 채, 그들의 작품을 보고 ‘쓰레기’나 ‘토 나올 정도로 구리다’고 욕을 하고, 비난을 해왔다. 이런 걸 감당해 내면서 그들은 열심히 자신의 글을 써왔단 말이다.
하지만 너희들이 한 짓을 봐라! 네 놈들은 그런 공모전 참가자 대부분을 무시하고, ‘마케팅’이라는 되도 않는 이유와 논리 하에 특정 공모전 작품들만 대놓고 홍보를 하고 있었지.
이건 대다수 공모전 참가자들의 노력을 짓밟는 짓이었고, 대회의 공정성과 형평성이 무너지는 일인데다가, 그 4개의 작품들을 주최 측에서 대놓고 밀어주는 행위였다.
내 친구는 네 놈들 때문에 결국 작가라는 꿈을 접고 공사판에서 일하다가 사고사로 죽었다. 이건 네 놈들이 죽인 것이다!
게다가 네 놈들은 맹독 같은 실수를 자행해왔음에도 반성의 기미는 하나도 보이질 않았다. 너희들은 같은 실수들을 계속 터트려가면서도 그저, 실수를 더 이상은 안 하겠다는 말 뿐인 해명만을 거듭했지.
무릇, 사람이란 말보다 행동으로 자신의 입장을 보여야 하는 법. 네 놈들은 그저 말 뿐이었고, 제대로 된 책임과 대책을 보이질 않았으니, 억울한 친구를 대신하여 내가 너희들을 심판하는 것이다.
자, 이래도 너희들이 억울하다고 뻔뻔하게 말을 할 수 있는 것이냐?]
“…….”
가 대표는 말문이 막혔다.
[네 놈들에게 실수는, 그저 지나가는 개미 한 마리처럼 하찮은 것.
그러니 나는 네 놈들에게, 너희들이 생각하는 그 실수가 다른 이들에게는 얼마나 치명적이고, 목숨이 걸린 일임을 깨닫게 하기 위해 맹독이 있는 전갈을 잡으라고 한 것이다.
네 놈들이 전갈을 잡는 과정에서 독침에 당한 것은 너희들의 부주의. 즉, 실수다.
너희들의 그 실수가, 결국은 돌고 돌아 네 놈들의 목숨을 서서히 조여 오게 될 것이란 걸 깨닫게 하기 위해서 나는 이 대회를 개최했을 뿐이다.
어때, 이 정도면 너희들이 왜 이 곳에 끌려온 건지 이해가 돼?]
“크악! 으윽! 그, 그만!”
미래의 박 부장이 또 다른 자신을 덮쳤다. 그의 몸 위에 올라타고, 얼굴에 주먹질을 갈기고 있었다.
“내가 왜 그만둬야 되지?”
“크흑… 너도 나고, 나도 나니까!”
이에, 미래의 박 부장은 그를 보고 입 꼬리를 올렸다.
“아, 그래? 그런데 이거 어쩌나? 내겐 네가 가짜로밖에 안 보이는데?”
“크악! 아아악! 제, 제발! 아무나 와서 말려줘!”
미래의 박 부장은 주먹 한 방, 한 방에 자신의 학창시절 때부터 간직하고 있었던 살기와 파워를 담았다.
그의 광기어린 폭력에도, 아무도 선뜻 그를 말리려 나서질 않았다.
“안 그래도! 독 때문에! 기운이 서서히! 빠져가고 있는데! 곱게 좀! 죽어주면! 안 될까!”
점점 곤죽이 되어가는 또 다른 자신의 얼굴. 하지만 미래의 박 부장은 그걸 보고 히죽히죽 웃고 있었다.
“그러게, 곱게 좀 죽어줬어야지.”
그는 하늘을 향해 붉게 물든 손을 뻗으며 말했다.
“제가 가짜를 죽였습니다! 이제 살 수 있는 겁니까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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