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2화 〉 하와와 5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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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무엇이든 말해보게. 들어줄 터이니.”
“말하기 전에 궁금한 게 하나 있는데.”
“뭔가?”
“소원을 몇 개까지 들어줄 수 있지?”
“흠… 딱히 제한은 없네만?”
제한이 없다고 하니까 의심이 들었다.
“정말? 나중에 말 바꾸거나 그러진 않겠지?”
“날 누구라고 생각하느냐! 난 인간들처럼 말을 막 바꾸거나 좀스런 짓을 할 존재는 아니니라. 그러니 걱정 말거라.”
신의 반응을 보니, 내가 걱정하는 대로 움직일 것 같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진짜 적폐 청산도 가능은 하겠군.”
“적폐 청산? 그게 무슨 말인가?”
“아, 그런 게 있어. 그보다도, 내 친구들 중에 글 쓰는 녀석이 하나 있는데, 걘 잘 있어?”
“자네 친구들이라면, 노가다꾼 시절의 친구들 말인가?”
“어.”
“흠… 그러고 보니 자네 친구 중에 글을 쓰던 자가 한 명 있기는 했지.”
노가다하던 시절에는 하루하루가 피곤해서, 알고 있던 친구들을 잘 연락하거나 만나지도 못했다.
그래서 그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었다.
“…지금은 어떻게 지내지?”
“최근에 신생 플랫폼에서 웹소설 공모전을 하고 있더군. 거기에 참가해서 글에 집중하는 모양인데… 왜 그러는가?”
“후….”
그 얘기를 들으니 한숨이 절로 나왔다.
“혹시 그 플랫폼, 이름이 ‘노벨에덴’ 아니던가?”
“잘 알고 있군. 혹시 그 사건을 우려하고 있는 겐가?”
“그 사건이라면?”
“공모전 사건 말고 더 있겠는가?”
신이 말한 건 공정성과 형평성이 무너진 노벨에덴 공모전 사건을 말하고 있었다.
“참 지X 맞은 사건이었지. 공모전 주최 측이 대놓고 특정 네 작품을 광고하고 있었을 줄이야. 그 사건 이후로 내 친구는 어떻게 되는 줄은 알고 있겠지?”
“글을 접고 공사판 뛰어들었다가 사고사로 죽게 되겠지.”
“다른 결말은 없는 거야?”
“몇 번을 반복하든 같은 결말이었네. 노가다를 한다는 것도 그의 결정이었고.”
“으음….”
그 녀석과 나눴던 대화들이 떠올랐다.
그 날은 오랜만에 시간을 내서, 녀석의 집으로 찾아갔던 날이었다.
“어이, 그 놈의 글은 잘 되 가냐?”
“심란하다….”
녀석의 헬쓱한 얼굴을 보고 당황했던 나는 이렇게 물었었다.
“왜 그러는데? 이번에도 글 쓰다가 막히기라도 했어, 아니면 더 이상 글을 쓰기 싫은 거야?”
“…….”
그는 말없이 컴퓨터를 한 손으로 가리켰다.
“뭔데, 그래?”
“직접 보면 알게 될 거야.”
“흐음….”
화면에는 그가 수집한 기록들이 쌓여있었다. 내용을 하나씩 살펴보던 나는 화가 점점 쌓여갔고, 마지막에는 분노가 터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내가 봤던 내용은 이랬다.
웹소설 공모전을 주최했던 플랫폼 측에서 일부 특정 작품들만 광고를 하면서 지원했던 정황들이 밝혀졌다.
그것도 한, 두 번이 아니라 무려 세 번 이상을 같은 실수를 반복했기에 나로서는 어이가 없었다.
“뭐 이딴 게 다 있어?”
“내 말이… 난 새로운 플랫폼이라고 해서 기존 플랫폼과는 다를 줄 알고 기대를 했는데, 그게 아닌 거 같더라고.”
“그래서 문의는 해봤어?”
“해봤지.”
“그랬더니 답변이 뭐래?”
그는 컴퓨터로 자신의 아이디를 로그인 하더니, 답변 내용을 내게 보여줬다.
“그래도 사과를 하니까 그나마 다행 아니야?”
“문제는 공지 내용이지.”
친구의 말대로, 공정성과 형평성이 무너진 이 사건에 대한 공지 내용은 사과문 대신에 ‘양해바랍니다’와 ‘시정 하겠습니다’ 그리고 다른 작품들을 추가로 뽑겠다는 부적절한 내용뿐이었다.
“…이것들 말로만 죄송하다고 하면서 없던 일로 만들려는 건가?”
“어떻게 해야 될지 감도 안 온다. 그냥 요즘 이 문제 때문에 글 쓸 맛도 안 나.”
“에휴….”
친구가 딱해보였다.
“나 같으면 그냥 확 다 불 싸질러버렸을 텐데…. 그 증거들이라도 세상에 뿌려보지 그랬어?”
“시도는 했었지.”
“그런데?”
“반응이 극과 극이더라고.”
절반은 ‘나와는 상관없다’는 반응이었고, 나머지 절반은 ‘용납할 수 없는 문제’라는 입장이었다.
“이기적인 새끼들 존나 많네. 이게 막상 자신들 일로 터졌으면, 도와달라고 별 지X은 다 떨었을 텐데.”
“그래도 몇몇 다른 사람들이 문의를 올리기는 하더라고… 하지만 이 문제에 대해선, 그렇게 좋게는 바뀌지는 않을 거 같아.”
“정말 병X 같네.”
“그리고 더 어이없는 건, 공모전 공지에 ‘지나친 선정성과 미풍양속을 해치는 내용일 경우 심사대상에서 제외합니다.’라는 내용이 있는데.”
“근데 그건 왜? 또 무슨 문제 있어?”
“19금 작품 특성 상, 짧은 시간에 조회 수를 많이 끌어올 수 있다는 건 너도 잘 알고 있지?”
“네가 지겹도록 설명하면서 사례들을 보여줬던 거잖아. 어지간히 못 쓴 게 아니라면 그 정도는 쉽지. 그런데 그게 왜?”
“이번 공모전에 19금 작품만 해도 네 작품이 넘어가는데, 그 네 작품이 심사 대상에 해당된 댄다.”
“…아까 언급한 공지 내용을 보면, 비성인 작품만 진출시키려는 의도가 있었던 거 아냐? 그런데 굳이 19금 작품도 뽑겠다고?”
“내 말이… 그냥 어이가 없더라. 그렇게 말을 쉽게 바꾸는 건 오래간만에 보거든. 그걸 알았으면 애초에 다들 19금을 썼겠지.”
“남은 기간이 얼마나 남았지?”
“오늘로 끝이야.”
“공모전이 오늘까지였어?”
“어.”
“네 작품 순위는 몇 위 정도인데?”
“글쎄. 열 두 작품을 뽑는다는 가정을 해도, 13등에서 14등은 하려나? 그런데 어차피 공정성과 형평성이 물 건너간 대회라서 난 이미 포기했다. 알아서 뽑으라지.”
기운 없는 그에게 어떻게든 힘이 되어주고 싶어서 이렇게 말했다.
“거, 참… 그래도 가망은 있는데, 오늘까지 어떻게든 힘을 내보는 게 어때? 잘하면 뽑힐 수도 있잖아.”
“흥. 그러면 뭐해? 어차피 그 놈들 일처리 방식을 보아하니, 이미 뽑을 작품들은 미리 다 선정해놓은 거 같던데?”
“하긴….”
“후우… 그래서 이번 기회에 글이나 접을까 한다.”
“…네 꿈이 작가되는 거였는데, 그걸 포기하겠다고? 부모님께서도 반대하신 걸 몇 년 동안이나 붙잡았는데, 그걸 이렇게 쉽게 포기하겠다고?”
“그냥 여러 생각이 들었어. 그때 반대하셨던 부모님이 현명하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친구는 담담하게 말을 하고는 있지만, 그의 죽은 눈동자에서는 분노와 증오가 서려 있었다.
“세상이 왜 이러나 싶다.”
“…요즘 점점 막장이긴 하지.”
“글을 쓰면서 문득 이런 생각도 들더라고. 만약에 내 작품이 지구 그 자체고, 내가 지구를 다스리는 신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고. 그렇다면 이런 부조리를 싹 다 뭉개버리지 않았을까?”
“…그랬으면 좋았겠네.”
“넌 나처럼 되지 마라.”
“…글쎄. 서로의 노력을 쉽게 짓밟는 세상에서 그렇게 되지 않는 게 쉽지는 않지.”
이후에 이 친구는 꿈을 접고 노가다를 하다가 사고사로 죽게 되었고, 나는 장례식장에서 녀석의 영정 사진을 바라보았다.
회상이 끝나고, 감았던 눈을 살며시 떴다.
“소원이 하나 떠올랐어.”
“말해보게나.”
“혹시 지옥이 실제로 존재는 해?”
“존재는 한다만, 그건 왜 묻는 겐가?”
“아니, 그냥. 궁금해서. 그러면 지옥의 열화판인 작은 지옥도 만들 수 있어?”
“만드는 거야 간단하다네. 그런데 그걸 왜 묻는 겐가?”
“그걸로 혼내줄 놈들이 있어서 말이지.”
“…그게 소원인 모양이로군?”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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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뭐야?”
“여긴 대체 어디지?”
사막 한복판에서 오피스룩 차림의 사람들이 하나, 둘 씩 깨어나고 있었다.
“앗… 대표님, 괜찮으십니까?!”
“끄으응….”
사원들 중에서 얍삽하고 기회주의적인 자가 누구보다도 빠르게 노벨에덴의 대표를 부축하고 있었다.
“이거 고맙군. 허리를 삐끗해서 움직이기가 힘들어. 그러니 계속 부축해줘야겠어.”
“넵!”
“자네, 이름이 뭔가?”
“한기회 피디입니다!”
“흠흠. 한 기회 잡기 좋은 이름이로군. 훌륭한 이름이야. 이번에 새로 뽑힌 편집 팀 인원이라면서?”
“맞습니다!”
“그래, 열심히 한 번 해보게.”
“넵!”
“그나저나 대표님. 여기서 어떻게 빠져 나오는 게 좋을까요?”
홍보팀의 박 부장이 그에게 다가와서 말을 건네자.
“그걸 왜 나에게 묻는 거지? 자네들이 그 방법을 구해야 하지 않겠나?”
“그, 그건 그렇습니다만….”
“그런데 여긴 대체 어딘지 모르겠군. 처음엔 단체로 같은 꿈이라도 꾸는 줄 알았는데, 느껴지는 열기와 햇빛 그리고 이 모래의 감촉을 보면 꿈은 아닌 거 같군.”
“저희가 왜 이런 곳에 온 걸까요? 분명히 저흰 시원한 사무실에서 일을 하고 있었는데 말입니다.”
“그걸 내가 알았으면 지금 빠져 나왔겠지. 나도 모르는 일을 왜 묻는 건가?”
“죄, 죄송합니다….”
[하와와~ 여러분 안녕하새오!]
그들이 대화하던 중에, 낯선 여성의 목소리가 공간을 울려댔다.
“뭐, 뭐야?!”
“누구야?”
그들은 당황했으나, 오직 한 명. 대표만은 침착하게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저는 여러분들이 서 있는 이 곳, 지옥의 신인 하와와에오! 잘 부탁해요, 여러부운!]
“지, 지옥?”
“여기가?”
[지루한 설명 없이 본론으로 들어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지금부터 여러분들은 각자의 목숨을 걸고, 이 지옥에서 살아남는 발악을 하실 텐데요.
이 ‘실수에서 살아남는 서바이벌 대회’의 최종 2인이 되신다면, 상금 100만 노잣돈과 함께 다음 환생을 결정할 수 있는 선택권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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