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1화 〉 하와와 5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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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그 이상이라, 재밌겠는데?”
“하겠느냐?”
“해야지. 돈이 복사가 되는데.”
“그렇다면 지금부터 방법을 설명하겠느니라. 잠시 컴퓨터 좀 써도 되겠지?”
“필요하다면야.”
자리를 비켜주니, 바로 컴퓨터 앞에 앉아 검색 몇 번으로 주식 차트를 띄워주는 신.
“이 차트들은 뭐지?”
“하나는 인테리어 업체인 ‘한천’. 그리고 다른 하나는 자동차 업체인 ‘일화’라네.
한천은 현재 차트를 보면 계속 우 상향을 찍고 있지만 실적이 아무리 좋아도 며칠 후엔 하향 곡선으로 돌아설 걸세.”
“왜지?”
“주식이든 비트코인이든, 본질은 재료를 가지고 돈을 움직이는 게 아닐세. 오로지 심리전이지.
그들은 개미들을 떨어트리면서, 자신들의 보유 주식을 늘릴 목적이었네. 그래야 나중에 큰 거 한 방을 노릴 수 있지.”
“흠… 만약 그러다가 혹시라도 실패를 하면?”
“그들은 실패를 경험한 적이 거의 없네. 또한, 한 두 번의 실패로 타격을 입을 자들이 아닐세. 그들에겐 이미 국가를 세워도 모자라지 않을 천문학적인 금액을 가지고 있으니 말일세.”
“…그렇게 돈이 많은 사람들이 왜 만족하지 않고, 주식이나 비트코인을 계속하는 거지?”
“그들에게 자네와 같은 질문을 물어본 적이 있었는데, 답이 이렇게 돌아왔다네. 그냥 재미있어서 한다고 하더군.”
“뭐가 재미있기에?”
“자신들의 발밑에서 그깟 돈에 목숨 걸고 우왕좌왕하는 여러 사람들의 움직임이, 차트를 통해 선명하게 보이니 재미있다고 했었네.”
“미친놈들이군.”
“반박할 여지가 없는 말이었지. 현재의 이 곳 세상은 오로지 돈. 자본주의로 돌아가고 있지 않은가?
중국이란 국가도 자신들이 믿던 사상을 배신하고 자본주의로 돌아설 정도로, 인간들에게는 돈만큼 가장 달콤하면서도 진리에 가까운 건 없는 거겠지.”
“하긴… 돈이 진리긴 하지. 그러니 다들 신념이든, 인성이든, 목숨이든 다 팔아먹고 돈을 얻으려 하는 거 아니겠어?”
신의 말을 듣고는, 2020년과 2021년의 사건들이 떠올랐다.
뒷광고 대란과 사과문 파동.
돈을 벌기 위해 각종 자극적인 컨텐츠를 찍다가 논란이 된 스트리머들.
동물들을 학대하며 컨텐츠를 찍다가 걸린 어떤 뉴튜버.
세금 때문에 본사를 옮긴 게임사.
새어나가는 국가 기술력.
온갖 표절과 카피의 향연.
돈 문제로 자살하는 사람들.
떨어질 줄 모르는 부동산 가격과 LB의 부동산 및 땅 투기 사태까지.
모두가 돈 때문이었다.
“인간이 만든 개념 중에서 가장 최선이자 가장 최악인 개념은 돈 말고는 없었네.”
“종교가 있지 않아?”
“종교도 결국은 돈으로 돌아가고 있지 않은가?”
“아, 그러네.”
“이야기가 흐르다보니, 옆길로 한 없이 새어 들어갔군. 어쨌든, 본론으로 다시 넘어가서… 한천은 11월 초 아니면 11월 말에 170퍼라는 말도 안 되는 상승세를 보일 것이고, 다른 하나는 11월 말이나 12월 초에 130퍼의 상승치를 보여줄 것이네.”
“그럼 그 두 주식을 차례대로 투자를 해서 이득을 보란 말이지?”
“간단히 말하자면 그렇지만, 실은 그보다는 더 어려울 걸세.”
“왜지?”
“저번 비트코인 때는 언제 터질지 명확하게 알고는 있으나, 이번 주식은 매번 볼 때마다 다른 날짜에 터졌기 때문에 불투명하다네.”
“흠… 확실하지 않다는 거지?”
“그렇다네.”
“그럼 그걸 확실하게 만들 방법은 없어?”
“딱 한 가지 방법은 있네.”
“그게 뭔데?”
“사건이나 사고를 만드는 걸세.”
“그게 무슨 말이야?”
“자네가 A 자동차 회사의 회장이라고 생각해보게나. 그리고 B 자동차와 C 자동차 회사라는 경쟁사가 나란히 있고 말이지.”
“그런데?”
“경쟁사인 B 자동차 사가 이번에 자동차 부품 개발에 성공하여, 기존 차의 성능을 20퍼 이상 끌어올릴 수 있다는 재료가 세상에 뿌려진다고 생각해보게. 그러면 어떻게 될 것 같은가?”
“당연히 B 자동차 회사 주식이 올라가겠지?”
“오히려 내려가게 만들 수도 있지만, 일단은 올라간다고 하겠네.”
“음.”
“그런데 자네 회사는 올해 순수익도 그저 그렇고, B 자동차 사에 비해서 성과나 실적을 보여준 게 많지 않다고 가정해보게나.
그러면 B 자동차 사의 주식은 오르겠지만, 자네가 속한 A 자동차 사와 나머지 C 자동차 사는 주식이 내려가겠지?”
“아무래도 그러겠지.”
“그럼 여기서 자네가 A 자동차 사의 회장의 입장에서, 어떻게 하면 나머지 회사의 주식을 내리면서 자신 회사의 주식을 올릴 수 있는지 생각해보게.”
흐음….
“그 부품의 기술력을 빼돌리면 가능하지 않을까? 돈을 써서 기술자들을 매수하는 거지.”
“가능성은 있는 방법이네만, 그런 방법이 말처럼 간단하지는 않다네. 게다가 만약 그러다가 나중에 진위가 밝혀지게 되면 자네 회사는 어떻게 되겠나?”
“떡락하겠지.”
“그보다는 더 간단한 방법을 생각해보게나.”
“흠… 뭐가 있지?”
“자네 혹시 그런 뉴스 들어보았는가? 어디 공장에서 화재가 일어났다거나, 폭발이 일어났다는 그런 소식 말일세.”
“가끔 살면서 들어는 봤지. 그거 대부분이 개개인의 부주의에 의해서 터지는 거 아니었어?”
“사실은 다 부주의로 터지는 사건 사고는 아닐세. 그 중 일부는 조작된 거네.”
“조작… 이라고? 고의로 터트린 거란 말이야?”
“그렇다네.”
“그럼 매스컴에서 부주의로 일어났다고 말한 건?”
“흐흐… 언론이 하루 이틀 거짓을 말하겠는가?”
대부분의 언론 매체가 자극적인 선동과 날조를 한지는 이미 오래되었다.
또한, 방송국이 권력의 개가 되어가는 과정은 수 차례 보곤 했었다.
그게 어느 당이든 상관없이, 그들은 권력에 굴복하며 아첨을 떨고 살아왔었다.
그런 끝에 마침내, 한 사람을 사회의 쓰레기로 만들어가면서 몇몇 기울어진 운동장의 여성들을 지지하는 보도가 나오기까지 하는데….
“그게 진실이라면 정말 쓰레기네.”
“이건 가정도 거짓도 아닌 진실이네. 이렇듯 세상에는 이미 수많은 불편한 진실이 묻혀 있다네. 그게 왜 그럴 것 같은가?”
“인간들의 끊임없는 욕망 때문이겠지.”
“그래. 바로 그 욕망이 세상을 움직이고, 돈을 움직이고 있는 걸세.”
“그럼 그 욕망은 좋은 거야, 나쁜 거야?”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난 나쁜 거라고 보는데.”
“왜지?”
“개개인의 욕망 때문에 기관이나 국가가 썩어 들어가고, 선량한 사람이 순식간에 악인으로 내몰리고, 부정부패를 밝히려던 사람들이 자살이나 사고사로 둔갑해서 처리되는 건 나로서는 정말 괘씸하거든.”
“그렇군. 그런데, 그 욕망 덕분에 이 세상이 잘 돌아가는 거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는가?”
“흠….”
“인간의 의욕도 욕망의 일부라네. 의욕이 없는 인간은 그냥 식물인간이나 시체와도 같은 걸세. 그러니 욕망 그 자체가 꼭 나쁜 거라고 볼 수도 없지.”
“하지만.”
“그 욕망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말일세. 내가 왜 자네를 찾아왔는지 아는가?”
“내게 흥미가 있어서 찾아온 거 아녔어?”
“그렇긴 하네만, 난 다양한 욕구를 가진 인간들의 소원을 들어줬었네. 그리고 그들의 삶을 다양한 모습으로 옆에서 지켜보곤 했다네.”
“그래서?”
“그들의 삶은 패턴이 비슷했네. 결과는 다 달랐지만 말이지. 그런 걸 계속 보다가 어느 날부터 지겨워졌고, 시시해졌다네.”
“그런데?”
“그래서 요즘은 욕구가 별로 없는 자들의 삶을 지켜보고 있다네. 그 중에서 선택된 게 바로 자네였지.”
“내가 욕구가 없어? 어딜 봐서? 다른 사람들처럼 내 집을 얻고 싶었고, 편안한 삶을 누리고 싶었어. 그게 욕구가 아니면 뭐란 말이지?”
“남들처럼 스케일이 크거나 색다른 욕구는 아니지 않은가? 게다가 자네는 포기한 게 많이 있었던 데다가, 노가다를 하면서도 주식이나 비트코인은 일절 건들지를 않았었지.
내가 점을 봐준 어떤 노가다꾼은, 그래도 주식은 건들던데 말일세. 그걸 보고 자네를 흥미롭게 여기게 되었네.”
그 말을 들은 나는 예전에 떠올린 노가다 아저씨가 생각이 났고.
“설마, 그 아저씨 점을 네가 봐준 거였냐….”
“허허, 그러지 않다면 그렇게 용할 수가 없었겠지. 안 그러겠느냐?”
“그럼 네가 했던 말도 기억을 하겠네?”
“뭘 말인 게냐?”
“운명은 어차피 정해져 있다며. 그리고 넌 신이니까 지금의 내가 미래에 어떻게 될지 알고 있을 거 아냐?”
“여러 과정과 결과가 보일 뿐, 확실한 건 아직 없다네.”
“그럼 네가 보고 있는 결과 중에서 내가 나중에 그렇게 되는 건 확실한 거겠지?”
“…그건 확실하다네.”
“그렇다면 지금부터 내가 묻는 말에 답해줘.”
“말해보게나.”
“아까 수많은 사람들의 소원을 들어줬다던데, 내 소원도 들어줄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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