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와와~ 예리니 방송에 와주셔서 고마운 거시에오!-49화 (49/100)
  • 〈 49화 〉 하와와 49화

    * * *

    49.

    “왜 그런 말을 하는 겐가?”

    “아니, 내 가슴을 베개 삼아서 자고 있는 건 좀 아니지… 답답해서 죽는 줄 알았잖아.”

    “내가 그랬단 말인가?”

    새벽에 겪었던 일을 말해주니까, 자신이 그랬을 리가 없다는 눈치로 되묻는 녀석이었다.

    “못 믿겠으면 시간 한 번 되돌려 보든지. 신이라면서.”

    “그럴 필요까지는 없네. 자네의 기억을 읽기만 하면 되는 거니까.”

    “기억을 어떻게 읽는 건데?”

    “그냥 기억을 읽을 상대방을 바라보기만 하면 되는 거라네.”

    “궁금한 게 있는데, 만약에라도 네가 읽은 기억이 조작된 거라면?”

    “아, 그건 상관없다네. 내 눈은 거짓과 진실까지도 판단할 수 있으니 말일세.”

    “…그런 게 눈에 보이는 거야?”

    “그렇다네. 예를 들면, 어떤 만화에서는 전투력을 측정하는 아이템이나 눈이 있지 않은가? 그런 거랑 비슷하다고 보면 되네.”

    “그렇구나.”

    거, 참 신기하네. 나도 그런 눈이 있으면 참 좋을 텐데.

    “아무튼, 오늘은 그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어.”

    “잠꼬대 말인가?”

    “어.”

    “알겠네. 노력해보도록 하지. 허나, 잠꼬대란 게 스스로의 의지만으로 쉽게 고쳐지는 건 아닐세.”

    “그건 아는데, 그래도 어떻게든 해봐.”

    “알았네.”

    녀석의 답변을 들으며, 스르르 잠에 들었다.

    그렇게 잘 자고 있다가, 어느 순간부터 무언가가 배를 짓누르는 느낌이 들어서 깨어날 수밖에 없었다.

    “아니, 노력해본다며….”

    이번에는 녀석이 내 배를 베개 삼고서, 곤히 잠들어 있었다.

    #

    후루루룩!

    “너무 급하게 먹지는 마. 그러다 체할라.”

    “나는 신이니라. 내 위장은 무적이니 걱정 말게나!”

    오늘은 드디어 아르바이트가 끝난 날이다. 그래서 나는 약속대로 녀석이 먹고 싶은 음식들을 배달 시켜서 같이 먹고 있었다.

    “뭐, 그렇담 다행이고.”

    간짜장 세 그릇과 탕수육 중 짜리 하나 시켰다. 난 이미 간짜장 하나 먹고 배부른 상태여서 쉬고 있었고, 녀석은 두 그릇째 먹고 있었다.

    녀석은 면발을 육수 마시듯이 거침없이 들이키고, 양 볼이 빵빵한 상태에서 우물우물 거리고 있었다. 이럴 때 녀석은 마치 햄스터 같아서 귀여웠다.

    “참 잘 먹네.”

    휴대폰 화면을 바라보았다.

    나랑 유희가 아르바이트로 벌어들인 48만원 중, 44만원을 추가로 입금하여 코인 40개를 더 샀었다.

    “그런데 괜찮겠어? 네 돈은 그냥 가지고 있다가 맛있는 거 사먹지….”

    “자네에게 내가 번 돈을 준 것도 일종의 투자라고 생각하고 있네. 게다가 애초에 그러려고 자네랑 알바를 같이 뛴 것이니 말일세.”

    “그럼 난 너한테 뭘 해주면 좋을까?”

    “나중에 자네가 돈을 많이 벌었을 때, 그냥 지금처럼 먹고 싶은 걸 사주기만 한다면 그걸로 만족한다네.”

    “정말 그걸로 되는 거야?”

    “한 가지 더 바라는 게 있기는 하지만, 그건 지금 얘기할 때는 아니니 나중에 말해주겠네.”

    “알았어. 도와줘서 고마워. 그런데 이거, 떡상은 확실한 거야?”

    며칠 째 변동이 없는 비트코인을 지켜보던 나는 확신이 없었다. 그래서 녀석에게 물어봤다.

    “오르는 건 확실하다네. 정확히 10월 말에 한 번 크게 오를 사건이 하나 터진다네.”

    “그걸 어떻게 장담해?”

    “1만 번이 넘는 상황을 봤음에도, 항상 그 때는 그 사건이 터졌으니 말일세.”

    “그 사건이라 하면?”

    “외국에서 일어난 사건이긴 한데… 어떤 폭력 조직이 비트코인을 이용해서 돈 세탁을 하던 게 걸린 사건일세.”

    1만 번을 봤어도 달라지지 않는 상황이 있다는 게 참 신기했다.

    “그 1만 번 동안 똑같은 사건이 발생했단 말이지?”

    “믿기 힘들겠지만 사실일세. 사건의 진행과정이나 내용이 약간씩은 다르긴 했어도, 전체적으로 보자면 똑같은 사건이었네.”

    “그 정도의 횟수면 예외적인 변수가 터져야 되는 게 정상 아니야?”

    “나도 그게 참 의문이라네. 뭐, 그런데 자네로서는 좋지 않은가? 확률 100퍼의 상승장이니 말일세.”

    “뭐, 그야 그렇지만.”

    “이 기회는 쉽게 놓쳐서는 아니 되네. 그러니 자네는 최대한 많은 금액을 투자하여, 한탕을 노리는 게 좋을 걸세.”

    아르바이트가 끝나고 집에서 돌아오는 길에서, 신은 내게 누누이 말하곤 했었다. 월말에 들어오는 후원 금액 대부분도 비트코인에 투자하라는 그런 말을.

    “얼마 정도 벌 걸로 예상해?”

    “글쎄… 그건 직접 가봐야 알지 않겠느냐?”

    “흠….”

    “내가 자네에게 해줄 수 있는 건 한 방법뿐이네.”

    “그게 뭐지?”

    “시간 여행일세.”

    #

    예린이는 롤과 네모크래프트, 그리고 가끔씩은 직접 요리하는 걸 주 컨텐츠로 삼으면서 방송을 쉬지 않고 계속 하였다.

    “하와와님! 치즈냥 조심하세요!”

    “언니, 미안해….”

    “야, 이 미친 녀나!!!”

    커플이 된 김댕댕, 치즈냥과 오래간만에 합방을 하기도 했고.

    “이번에 새로 나온 신 메뉴인데, 맛은 어때?”

    “음…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게 간장치킨인데, 그거보다 더 맛있는데?”

    “입에서 살살 녹아내리는 맛일세!”

    “그럼 다행이네.”

    연지네 치킨 가게에 찾아가, 새로운 치킨 메뉴를 맛보기도 했다.

    ­하와와 실시간 1천 찍음 ㅊㅊ

    ­와 ㅋㅋㅋ 언제 찍었누? ㅋㅋ

    ­아까까지만 해도 950명이었는데, 지금 보니까 1030명 정도 찍혀있네? 추카추카!

    “하와왓?! 드디어 실시간 시청자가 1천이라니! 여러부운! 캄사합니다아앙!!!”

    쉼 없이 방송한 결과인지, 아니면 신이 방송을 도와줘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예린이는 이제 팔로우 2만에 실시간 시청자 수 1천을 찍는 스트리머로 거듭나게 되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7월 1일.

    예린이와 신이 기다리던 그 날이 다가왔다.

    “마음의 준비는 되었는가?”

    “글쎄… 뭐랄까… 준비는 이미 되긴 했는데, 좀 설레네. 그런데 진짜 시간 여행이란 게 가능은 한 거야?”

    “인간의 입장에서는 믿기지 않겠으나, 가능하다네.”

    “그런데 이렇게, 이불 위에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시간 이동을 할 수 있단 말이야?”

    “그렇다네. 다만, 어젯밤에도 말했지만 최대한 움직임이 없어야 하며, 시간 이동 도중에 눈을 떠서도 안 되네.”

    신은 어젯밤에 예린이에게 시간 여행에 관해 대략적인 원리를 설명하면서, 주의할 점과 부작용에 대해서 자세히 알려줬었다.

    “알았어. 그건 걱정 마.”

    “다시 한 번 묻겠네만, 부작용에 대해선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그럴 자신은 없지만, 감당해봐야지.”

    “알겠네. 그렇다면, 지금부터 시작하도록 하겠네. 눈을 감아보게나.”

    “감았어.”

    “지금부터 자연 속에서 가만히 눈을 감고 앉아, 명상을 하고 있는 그런 자신의 이미지를 스스로 떠올려 보게나.”

    “으음….”

    커다란 나무 아래서, 흔들림 없이 모습으로 잠에 든 자신을 떠올린 예린이.

    “가만히 있으니까 지루해서 잠든 모습이 떠오르는데, 이걸로도 괜찮아?”

    “…상관없다네.”

    신유희는 예린이의 양 어깨에 손을 살며시 올려두고는, 이렇게 말했다.

    “지금부터는 정신이 좀 아득해질 걸세. 다소 현기증 비슷한 느낌도 들겠지만, 끝까지 참으면서도 눈은 절대로 뜨면 안 되네. 알겠는가?”

    “알았어.”

    “내가 눈을 떠도 좋다는 말을 하면, 그때 뜨시게나.”

    신은 예린이를 걱정했던지, 주의사항을 신신당부했다.

    “오케이.”

    “그럼 주문을 외워보겠네. 간다앗! 시공의 폭풍 속으로오!!!”

    “자, 잠깐? 뭐? 시공의 뭐라고? 으아아아아악?!!”

    정신이 어디론가 빨려드는 느낌이 들어서 비명을 내지른 예린이.

    신은 그녀의 어깨를 꽉 움켜지며 외쳤다.

    “이동 중에는 말도 삼가시게!!!”

    “으으읍!”

    점점 의식이 흐려져 가는 예린이. 신은 주문을 힘차게 외쳐댔다.

    “시공의 폭풍은 정말 채고얏! 시공의 폭풍은 정말 채고얏! 시공의 폭풍은 정말 채고얏! 시공의 폭풍은 정말 채고얏!!!”

    ‘주문의 상태가….’

    이게 정말 시간 여행을 위한 주문이 맞는 건지 의구심이 든 예린이었다.

    그렇게 얼마 쯤 시간이 지났을까.

    “자. 다 왔네. 이제 눈을 뜨시게나.”

    “으음?”

    그녀가 눈을 뜨자마자, 후원 메시지가 귓가를 울려댔다.

    [잠자는원룸의하와와 님, 별풍 100개 후원 감사합니다!] ­일어나세요, 용사여!!!

    “하와왓?! 잠자는원룸의하와와님, 별풍 100개 후원 캄사한 거시에오오오! 하트 뿅뿅!”

    정신을 차리자, 자신은 컴퓨터 앞에 앉아 있었고.

    조건 반사적으로 움직여, 후원 리액션으로 손가락 하트를 그리는 예린이.

    ‘자, 잠깐… 손이 멋대로 움직였는데? 이거 실화냐?’

    얼마나 이 동작을 많이 했으면 조건 반사적으로 움직이기에 이르렀을까? 예린이는 이런 생각을 하면서 주변을 돌아봤다.

    ‘바뀐 건 거의 없기는 한데.’

    책상 위에 놓인 휴대폰으로 시간을 살펴봤다.

    [2013년 10월 30일 오후 9시 21분]

    예린이는 시청자들에게 물어봤다.

    “오늘이 며칠이죠?”

    ­수요일이잖아요

    ­수요일 ㅇㅇ

    “그럼 오늘이 몇 월 며칠인가요?”

    ­? ㅋㅋㅋㅋ

    ­10월 30일이잖음

    ­설마 그 다음엔 몇 년도냐고 물어보는 건 아니지?

    “그럼 몇 년도인가요, 지금이?”

    ­아니, 무슨 타임머신이라도 타고 온 거임? ㅋㅋㅋ

    ­2013년 10월 30일임.

    ­꿈에서 시간 여행이라도 했나 보지 ㅋㅋㅋㅋ

    ­ㅋㅋ 치매라도 오셨나 ㅋㅋㅋ

    ­2013년 ㅇㅇ

    “오늘 만우절은 아니죠?”

    ­10월에 무슨 만우절이야 ㅋㅋㅋ

    ­만우절 같은 소릴 하네 진짜ㅋ

    ­우리 예린이가 많이 피곤한가보다 ㅋㅋㅋ 그동안 밤샘 방송 많이 했잖음 ㅋㅋㅋ

    ­그러니까 방송도 좀 쉬엄쉬엄하라니깐 말을 안 들어요, 말을….

    시청자들의 반응을 본 예린이는 휴대폰에 깔린 비트코인 어플을 열어 봤다.

    “이, 이건 대체….”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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