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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와~ 예리니 방송에 와주셔서 고마운 거시에오!-47화 (47/100)

〈 47화 〉 하와와 47화

* * *

47.

“왔느냐….”

휴게실에 도착한 예린이는 초췌한 얼굴로 그녀를 맞이한 신유희를 볼 수 있었다.

예린이는 탈을 벗어, 탁자 위에 올려두고는 신과 마주보는 자리에 앉았다.

“…너도 나처럼 고생 꽤나 했나보네?”

“후… 말도 말거라. 녀석들이 어찌나 영악한지….”

“왜, 무슨 일 있었어?”

“웬 중학생 애들이 나타나서 내게 빨간 공을 무더기로 던지지를 않나, 어떤 녀석은 인형 옷에 달린 꼬리를 마구 잡아당기고 가더구나. 또 다른 녀석은 내 머리를 자꾸 툭툭 치고 도망가기도 하고.”

“저런….”

“게다가 이 인형 탈에서 나는 냄새가 굉장히 맘에 들지 않다네. 내가 맡아본 냄새들 중에서 역대급으로 고약해서 정신을 겨우 붙잡고 있었는데, 애들까지 날 괴롭히고 있으니 견디기가 힘들다네! 저번엔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나도 그런 애들을 몇 명 봤었는데, 일단은 참아. 이왕 여기 왔으니 돈 벌고 집으로 돌아가야지. 안 그래?”

“후우… 토 나오는 인형 탈이라도 어떻게 했으면 좋겠구나.”

“그 정도면 내가 쓴 것보다 냄새가 더 심한 건가?”

“자네가 한 번 직접 맡아보겠나?”

“그러지.”

예린이는 호기심에 냄새를 맡아보았는데.

“으윽… 으으읍!”

그녀는 구역질이 올라오는 걸 간신히 참았다.

“으… 내 꺼 보다도 냄새가 심한데? 대체 이걸 어떻게 쓰고 있던 거야….”

“그래도 내가 명색이 신이지 않느냐….”

“어휴, 그 놈의 신 타령… 못 말리기는 하지만, 그래도 인정. 이건 진짜 너라서 버틴 거 같다.”

신이 딱해보이던 예린이는 자판기 앞에 다가서서, 이렇게 물었다.

“그나저나 너 목마르지 않냐? 여기 중에서 마시고 싶은 거 있어?”

“으음… 오렌지 주스로 뽑아주겠나?”

“알았어.”

예린이가 오렌지 주스 캔을 뽑아, 신에게 갖다 줬다.

“고맙네.”

딸칵!

캔 입구를 따자마자 내용물을 쉼 없이 입에 털어 넣는 신유희.

“너무 급하게 마시지 마. 그러다 체할라.”

예린이는 알로에 음료를 뽑아서 마시고는 한숨을 쉬었다.

이제 40분을 일하고 벌써 힘이 다 빠졌는데, 6시까지 어떻게 버틸지를 고민하고 있었다.

“너무 고민하지 말거라. 뭘 어떻게 하든 시간은 흘러가니 말이다.”

“넌 고민 안 되냐?”

“고민이랄 게 있나? 나였으면 이미 때려 치고도 남았을 거라네. 하지만 자네가 아직 포기하질 않았으니, 나도 버티는 것이네만.”

“넌 신이어서 좋겠다. 맘대로 때려 치거나 할 수 있잖아.”

“마음대로 하는 것도 마냥 좋은 건 아니라네.”

“글쎄….”

예린이는 시간을 살펴봤다. 벌써 휴식시간이 끝나가고 있어, 그녀는 신에게 이렇게 말했다.

“좀 이따 보자. 그동안 고생해.”

“알겠네. 자네도 고생하게나.”

그들은 다시 탈을 쓰고, 아르바이트라는 이름의 전장으로 나섰다.

#

­웬 일임? 방송 못 킬 수도 있다더니?

­하와와 하이!

­올ㅋ 하와와 방송 켰네? ㅋㅋ

­알바 할 만 했음?

­옆에 있는 애는 누구임?

“하와와… 여러분 안녕하세오오…. 옆에 있는 애는 어제 왔던 친척인 거시에오오….”

“다들 안녕하였으면 좋겠네. 내 이름은 유희, 어제 찾아온 친척이라네. 본인 때문에 방송 오래 못 보게 해서 미안했네.”

­친척도 귀엽게 생겼네 ㅋㅋ

­ㅋㅋㅋ 말투 ㅈㄴ 특이함

“얘, 원래 이런 컨셉으로 말하는 애라서… 그냥 컨셉에 잡아먹힌 전형적인 스타일이라고 보시면 되겠사와요.”

­ㅋㅋㅋ 컨셉충 ㅁㅊ

­예린이 눈나, 괜찮어? 안색이 어째 좋지 않아 보이는데?

­하와와 많이 피곤해보임 ㅋㅋ

­무슨 알바하고 온 거임?

방송을 쉬려고 했지만, 무릇 인방이란 건 꾸준함이 중요했다. 그래서 피곤했지만 짧게나마 썰이라도 풀고자 방송을 켰다.

“하와와… 인형 탈 알바 하고 온 거시에오오… 1시간 전에 집에 와서 씻고 다시 화장하고 방송 킨 거시에오오….”

­ㅋㅋㅋ 이 더위에 인형 탈 알바를? 홀리 쉣!

­고생 많았겠네 하와와

“실내에서 알바 뛴 거라 그나마 괜찮았어요. 에어컨이 빵빵하게 틀어져 있었지만, 그래도 덥긴 더웠네요.”

­그 알바는 해본 적이 없는데, 어땠음?

­인형 탈 땀 냄새 ㅈㄴ 심하던데

“우선 제가 입은 인형 옷은 움직이기가 성가셨어요. 게다가 인형 탈은 의외로 좀 무거운 편이랄까? 지금도 어깨랑 목이 뻐근할 정도에요.”

­우리 하와와 안마해주고 싶네ㅜ

­불쌍한 예린이 ㅜㅜ

“그리고 인형 탈에서 온갖 땀 냄새랑 곰팡이 비슷한 냄새. 그리고 저랑 다른 누군가들이 뿌려댔던 방향제 냄새가 서로 뒤섞여서 처음 탈을 썼을 때는 숨 쉬기 조차 힘들 정도였어요.”

­거긴 인형 탈 관리를 안 했나보네 ㅜㅜ

­나도 그런 인형 탈 걸려서 고생 많이 했는데 ㅋㅋㅋ

­일하면서 생긴 일은 뭐뭐 있음?

“우선 저희는 대형 마트의 장난감 코너에서 인형 탈을 썼었는데, 얘는 픽까츄였고, 저는 뽀루루를 맡았었죠.”

­ㅋㅋㅋ 주말인데 손님 많지 않았음?

­맡아도 하필이면 그런 걸 ㅋㅋㅋㅋㅋ 애들 ㅈㄴ 몰려들었을 듯

[알비노 님, 별풍 50개 후원 감사합니다!] ­혹시 애들이 님보고 남자냐 여자냐 묻지 않았음? ㅋㅋ

“하와와~ 알비노님, 별풍 50개 후원 캄사합니다앙! 그거 어떻게 아셨어요? 혹시 인형 탈 알바 해보셨나요? 일단은 제가 만난 애들에게 귀가 따갑도록 들었던 소리가 남자냐, 여자냐 묻는 질문이었어요.”

­ㅋㅋㅋ 별 걸 다 묻고 있네

­그런 말 듣기 지겨웠을 듯 ㅋㅋ

“일단 오늘 주말인데다가, 오늘부터 장난감 코너에 할인 행사를 하고 있어서 그런지 애들이 많이 몰려왔더라고요. 그래서 정신이 없었어요.”

­왠지 잼민이들에게 많이 휘둘렸을 듯 ㅋㅋㅋ

­애들이랑 사진 ㅈㄴ 찍었겠네ㅋ

­힘이 넘치는 애들 상대하느라 하와와 기운 다 빠졌을 거 같음ㅋㅋ

“별의 별 애들을 상대해봤는데, 우선은 사진 같이 찍어달라거나 안아달라거나 하는 건 약과였어요. 허벅지나 배, 엉덩이… 심지어 거길 만지려고 하던 애들이 있어서 골치 아팠었죠.

또, 몇몇 애들은 저한테 주먹으로 치고 갔어요. 뽀루루의 시대는 이제 갔다고, 지금은 요괴와치의 시대라나 뭐라나? 암튼 그런 개소리를 늘어놓고 도망치는 애들이 있었는데… 인형 탈 써보시면 알겠지만 시야가 정면만 보여서 옆이나 뒤에서 들어오면 무방비 상태라 당할 수밖에 없었어요.”

­ㅋㅋㅋ 요괴와치 빌런 ㅋㅋㅋㅋ

­ㅅㅂ ㅋㅋㅋㅋ 뽀루루의 시대가 갔대 ㅋㅋㅋㅋㅋ ㅈㄴ 웃기네 ㅋㅋ

­뭔데 ㅋㅋㅋ

­근데 애들이 예린이 몸 더듬은 건 기분이 좀 나쁜데. 마치 내가 당한 거 같아서.

­애들 손버릇 더럽네… 그런 애들 전자발찌 채워야 되는 거 아님?

­ㄹㅇ ㅋㅋ

“별로 기분이 좋진 않더군요. 타인이 자신의 몸을 함부로 대하는 거였으니까, 아무리 애들이라도 기분이 안 좋았죠.

대부분은 사과를 받고 넘어가긴 했는데, 오히려 뻔뻔한 태도로 나오는 애들과 자기 자식이니까 감싸는 부모가 몇 있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었죠.”

­꼭 그런 부모가 있긴 함

­이래서 교육이 중요해. 자식 교육 안 된 거 ㄹㅇ 부모 탓임ㅋㅋ 그 부모부터 인성이 안 좋은 거니까 ㅋㅋㅋ 이건 과학임 ㅋㅋ

­ㄹㅇ ㅋㅋ 착한 애들은 오히려 엄격하게 교육 받더라

“그 뿐만이 아니라, 제가 마트 직원도 아닌데 가전제품 코너는 어디에 있나, 부탄가스 진열된 곳은 어디에 있는지… 그런 걸 물어보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인형 탈 알바는 웬만해선 말을 하면 안 되는 알바라서, 가뜩이나 애들도 옆에 있어서 말을 더더욱 하면 안 되는데… 그래도 질문 중에 아는 건, 손짓으로라도 가리키면서 알려는 드리거든요?

그런데 제가 마트 직원이 아니니까 그런 위치들을 제가 일일이 외우고 있진 않잖아요? 그래서 모르면 모른다고 온갖 몸짓으로 표현을 하면, 왜 말을 안 하냐고, 날 무시하는 거냐고 그런 말을 하시는 분들도 간혹 있었어요. 그럴 때마다 짜증이 치솟아 올랐지만, 화 내봐야 저만 손해라서 일단은 참았죠.”

­진상 손님 극혐이네….

­어딜 가나 그런 손놈들이 꼭 있음.

­내가 대형마트 알바 해봐서 아는데, 진상 손님 너무 많음 ㅋㅋㅋㅋ 그 중에서 가장 어이없는 건, 쉽게 찾는 물건도 못 찾아서 헤매다가 이게 왜 여기에 없냐면서 짜증내는 사람도 있었음

­인형 탈 알바에게 그런 거 물어보는 사람들은 대체 뭐하는 사람들일까? ㅋㅋ

­그냥 인형 탈 알바도 마트 직원인 줄 알고 물어봤겠지

­우리 하와와 고생 많이 했네ㅜㅜ

“40분 일 하고 20분을 쉬는데, 처음에는 20분씩 쉬려고 2번은 왔다, 갔다 했다가… 그 다음엔 이리저리 움직이는 것마저도 힘들어서, 차라리 쉬는 시간 모아서 한 번에 쓰려고 했더니 마트 직원 분한테 핀잔 들었던 적도 있구요.”

­쉬는 것도 뭐라고 하누?ㅜㅜ

­ㅁㅊ네 ㅋㅋㅋㅋ

­ㅋㅋ 헬조선 클라스 ㅋㅋㅋㅋ

“쉬러 가는데 어떤 애가 ‘와! 뽀루루다!’ 하면서 자꾸 따라와서, 결국 쉬러 가지도 못하고 그 애를 사무실까지 데려가서 맡겨놓고 휴식을 취한 적도 있네요.”

­어휴 ㅋㅋㅋㅋ

­인형 탈 알바 할까 고민했는데 안 하길 잘한 듯 ㅋㅋㅋㅋㅋ

­그 정도였으면 난 중간에 알바 포기하고 도망쳤음ㅋㅋㅋ

다음 말을 꺼내려는데, 옆에 있는 신이 내 옷깃을 잡고 끌었다.

“이보게, 나도 한 마디 하고 싶은데 말해도 되겠는가?”

아까부터 말없이 가만히 있다가 쭈뼛쭈뼛 거리면서 내 눈치만 보고 있었던 신이 좀 안타까워 보였다. 이 녀석도 할 말이 참 많을 거 같은데….

“그럼 적당히 말하고 나한테 넘겨. 여기 카메라 보고 말하면 돼.”

“알겠네.”

신은 몇 번 헛기침을 하면서 음성을 가다듬고는 말했다.

“제발!픽까츄 인형 탈 쓴 사람에게 빨간색 공 좀 던지지 말아주게! 혹시라도 그 범인이 이 방송을 볼 수도 있어서 이렇게 말하는 거라네.간곡히부탁하네! 그 공 맞으면 은근히 아프니까, 던지지 좀 말아주게나!”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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