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6화 〉 하와와 4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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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이거 너무한 거 아니냐고, 야발!’
‘당장 탈을 집어 던지고 싶지만… 후… 참아야 하느니라.’
아르바이트 시작 직전부터 인형 탈 냄새 때문에 스트레스가 쌓여가는 예린이와 신이었다.
“40분 일 하고 20분 쉬시면 되겠고요. 점심은 따로 1시간을 주긴 하지만, 저희 쪽에서 식사를 챙겨주진 않으니 알아서 해결하시면 되겠습니다. 점심시간 동안은 다시 이 곳에 오셔서 인형 탈과 옷을 벗고 쉬셔도 되고요. 20분씩 쉴 때는 아이들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쉬시길 바랍니다.”
그들이 냄새로 정신을 못 차리고 있을 때에, 직원은 전달 사항을 거침없이 늘어놓았다.
“그… 쉬는 건 어떻게, 허락을 맡고 쉬나요, 아니면 자율적으로….”
“저희도 바빠서 거기까지는 신경을 못 쓸 겁니다. 일일이 시간 확인하시면서, 자율적으로 쉬시면 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이제 장난감 상품들이 진열된 곳에서 일하시게 될 건데, 애들하고 자주 마주칠 거에요. 아이들이 말을 걸어와도, 절대 대답을 하시면 안 됩니다. 만약 그렇게 되면 골치 아파질 수도 있으니까, 뭐라고 말해도 말하지 마세요.”
“네에….”
“아, 그리고 열 받는 상황이 있을 수도 있는데 되도록이면 참아주세요.”
“예를 들면….”
“장난이 짓궂은 애들은 한 대씩 툭툭 치고 갈 수도 있어요. 그럴 때 애들에게 폭력을 행사하시면 안 되고, 몸짓으로 하지 말라는 사인을 주면서 되도록이면 참아주십시오.”
“아, 알겠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을 데려온 부모에 의해서 사진을 찍게 되는 경우도 있을 겁니다. 그럴 때는 정해진 자세로 찍으시면 되요. 지금부터 제가 취하는 동작들을 기억해주세요.”
“네.”
직원이 취하는 동작 대부분은 무난하면서도 깜찍하거나 귀여운 포즈였다.
“사진 찍을 때 팁이 하나 있는데, 아이 눈높이에 맞춰서 앉아서 찍어주시면 그 애도 좋아하고 부모들도 좋아할 겁니다.”
“네에….”
“오후 6시까지가 여러분의 근무 마감 시간이고요. 시간이 다 되면, 아까 지나온 길에서 사무실이 하나 보였었죠?”
“네.”
“거기로 와주시면 오늘 일당을 드리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원래 정석적인 절차상으로는 교육을 하고 일을 진행해야 되는데, 지금 워낙 바빠서 그럴 여건이 안 되네요. 그럼 지금부터 고생하시고요. 이 쪽에 있는 엘레베이터 보이시나요? 여길 통해서 내려가시면 되겠습니다.”
“…네.”
“마지막으로, 픽까츄 인형 탈 쓰신 분은 ‘주머니 몬스터’ 상품들이 있는 곳에서 대기하시면 되고요.
뽀루루 인형 탈 쓰신 분은 마찬가지로 해당 코너에서 대기하시면 됩니다. 아이들이나 부모들이 지나칠 때에 가끔씩 손을 살짝 흔들고 인사하시기만 하면 되요. 그럼 수고하세요.”
“네.”
그렇게 그들은 인형 탈 알바를 시작했다.
그들이 장난감 코너로 내려와서 흩어졌을 때는, 돌아다니는 아이들과 어른들이 몇몇 주변에 보였다.
“와아~ 뽀루루다아아!”
변성기도 아직 안 온 남자 애가 뽀루루 탈을 쓰고 걸어가던 예린이에게 쪼르르 달려왔다.
‘처음엔 몰랐는데, 보이는 시야가 정면뿐이라 불편해 죽겠네. 옆이나 뒤에서 누가 다가오는지 전혀 안 보이잖아?’
예린이는 목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살며시 뒤돌아섰다.
‘…애가 잘 안 보이는데.’
남자 애 키가 탈을 쓴 예린이보다도 한참이나 작아서 잘 보이지를 않았다.
‘애 눈높이를 맞추라고 했던가?’
안 그래도 움직이기 힘든 인형 옷으로 구부정하게 허리와 무릎을 굽혀서 아이를 바라보는 예린이.
‘안녕.’
그녀가 손을 살며시 흔들며 인사를 보내자, 아이는 해맑게 웃었다.
“안녕~ 뽀루루!”
“민성아! 그렇게 뛰다가 넘어지면 어쩌려고 그래?”
아이의 뒤에서 낯선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예린이는 일어서서 상대방을 보고, 손을 흔들었다.
“어머, 뽀루루 씨 안녕하세요. 혹시 우리 애가 넘어지거나 그러진 않았나요?”
예린이는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면서, 양 팔로 X 표시를 했다.
“감사합니다. 애가 가끔 뛰다가 넘어질 때가 있어서…. 그런데 이왕 이렇게 본 거, 저희 애랑 사진 찍어줄 수 있나요?”
예린이가 말없이 고개만 끄덕이자, 아이 엄마는 휴대폰을 꺼내면서 애한테 말을 꺼냈다.
“자, 민성아! 네가 좋아하는 뽀루루랑 사진 찍자! 뽀루루 옆에 서봐!”
“응!”
예린이는 다시 아이 눈높이에 맞춰서 몸을 굽혔고.
“자, 김치!”
찰칵!
사진을 찍은 이후에 그들이 떠나자, 예린이는 뽀루루 장난감들이 늘어선 코너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이후에 그녀는 오는 사람들마다 손짓을 흔들고, 사진을 찍어주곤 했는데.
저만치서 한 무리의 아이들이 예린이를 향해 몰려왔다.
“하이!”
“안녕, 뽀루루 씨!”
“뽀루루 아저씨 안녕!”
아이들이 예린이를 둘러싸면서, 그녀가 입은 인형 옷을 여기 저기 만져보고 있었다.
‘어… 음….’
발과 다리부터 시작해서 곳곳을 만져대는 아이들.
“탈 쓴 아저찌, 나이 몇 살이에요?”
“여자 아니야?”
“다리가 얇은걸 보면 여자인 듯?”
“엉덩이도 토실토실함.”
“아저씨는 배가 날씬하네요. 부럽다. 우리 아버진 살 찌셨는데.”
“대체 이 사람은 남자야, 여자야?”
예린이는 아이들의 무차별 손길 공습에 당혹스러웠다.
‘그만 좀 만져, 제발!’
고개를 살래살래 저으면서, 아이들의 손을 일일이 떼어내며 뜻밖의 방어전(?)을 치루고 있었다.
“남자라니까?”
“여자야.”
“아냐. 남자일 거야.”
“다리랑 엉덩이 보면 여자 같은데?”
“남자도 다리 날씬한 사람 많아. 그리고 여자라고 다리가 날씬한 사람만 있는 건 아냐.”
“그건 그런데, 느낌 상 남자 같음.”
뽀루루 탈을 쓴 사람의 성별에 관한 논쟁은 계속되었고.
‘이런 미친!’
한 아이가 예린이의 허벅지 사이를 자꾸 만지려고 했는데, 그때마다 예린이는 필사적으로 손을 걷어내고 있었다.
“뽀루루! 가만히 좀 있어! 그래야 네가 남자인지 여자인지 알 거 아냐!”
예린이가 아이들에 의해 점점 지쳐갈 때쯤.
“얘들아. 그러면 못 써. 그만하렴.”
수수한 옷차림의 남성 한명이 나타나, 아이들의 움직임을 통제하기에 이르렀다.
“죄송합니다. 애들이 워낙에 철이 없어서… 괜찮으세요? 저는 얘네 선생 되는 사람입니다.”
예린이는 말없이 고개만 끄덕거렸다.
“다행이네요. 혹시 애들이 조심성 없이 함부로 막 만지거나 그러지 않았나요? 정말 괜찮으신가요?”
다시 고개를 끄덕이는 예린이.
“그러면 다행이군요.”
“아이, 참! 선생님! 왜 말리신 거에요! 조금만 더 있으면 이 뽀루루가 남잔지 여잔지 알 수도 있었을 거란 말이에요!”
“인마, 너는 좀 조용히 해! 이게 얼마나 민폐인지 모르고 하는 소리야? 넌 학교 돌아가면 너희 부모님께 이런 일이 있었다는 걸 다 알려줄 거니까 그렇게 알아!”
“히잉….”
예린이의 허벅지 사이를 만지려 했던 범인인 여자 애는, 선생의 엄한 목소리에 풀이 죽어버렸다.
“이렇게 철이 없는 애들이라… 죄송합니다. 제가 얘네 통솔을 잘 했어야 했는데… 야! 너희들도 어서 죄송하다고 말해!”
“잘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아아!”
“잘못해써여. 용서해주세요.”
비록 선생의 압박 때문일지는 몰라도, 그들에게서 사과를 받은 예린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희는 그럼 가보겠습니다. 얘들아, 가자.”
“잘 있어, 뽀루루!”
“바이바이!”
그렇게 그들은 떠났고, 예린이는 땀을 뻘뻘 흘린 채 그 자리에서 주저앉았다. 아이들을 상대하느라 체력을 많이 썼기 때문이었다.
‘어휴 죽겠다, 죽겠어! 왜 이렇게 힘들지? 처음엔 탈도 무겁진 않았는데, 지쳐서 그런지 점점 무겁게 느껴지네. 게다가 이 인형 옷 움직이기 성가셔서 더럽게 힘드네.’
인형 옷 속에서 휴대폰을 꺼내, 시간을 살펴본 예린이.
‘그나마 시간은 잘 가서 다행이네. 일단 쉬러가야겠다.’
직원이 알려준 대로 40분이 지나 있어서, 20분을 쉬기 위해 무거운 발걸음을 힘겹게 옮겼다.
“거기, 펭귄! 잠깐 이리로 좀 와봐.”
갑자기 앞에서 누군가가 손짓과 함께, 예린이를 부르고 있었다. 무슨 일인가 싶어 그 곳으로 간 그녀에게 할아버지가 말을 꺼냈다.
“손자 녀석이 어떤 장난감을 좋아하는지 모르겠는데, 좀 골라줘 봐.”
그 말을 들은 예린이는 이렇게 생각했다.
‘아니, 그걸 왜 저보고 고르라고 하시는 데요… 그러다가 잘못 고르면 어쩌시려고요?’
그녀는 잠시 고민하다가 블록을 서로 조립하면서 갖고 노는 제품을 손으로 가리켰다.
“저걸로 하라고?”
끄덕끄덕.
“알겠네. 고맙군.”
예린이가 가리킨 제품을 손에 집어 들고, 계산대로 향하는 할아버지.
‘나중에 내 탓이나 안 하면 좋겠는데, 괜히 걱정되네. 에휴, 모르겠다! 일단 쉬러나 가야지.’
예린이와 신은 쉬는 시간에 서로 만나기로 약속한 장소가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그 곳을 향해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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