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와와~ 예리니 방송에 와주셔서 고마운 거시에오!-45화 (45/100)

〈 45화 〉 하와와 45화

* * *

45.

“지우고 싶은 흑역사가 있어서 그랬던 건 아니고?”

“에이, 설마 그런 게 있겠느냐?”

“흠… 아님 말고.”

예린이는 컴퓨터 앞에 앉아, 시청자들이 볼 수 있는 게시판에 공지 글을 적었다.

내용은 며칠 동안 단기 아르바이트를 다녀야 되서 피곤하면 방송을 못 켤 수도 있다는 내용과 함께, 친척이 놀러 와서 방송을 끌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갑자기 방송을 종료해서 죄송하다는 말을 남겼다.

예린이는 공지 글을 올린 후, 20분 동안은 시청자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해서 기다리고 있었다.

­알바도 해야 되는 거면 방송으로는 아직 먹고 살기 힘든가보네… 다음 달에 후원 팍팍 해줄 테니까 힘내셈!

­불쌍한 하와와 ㅜㅜ 오빠가 나중에 맛있는 거 사 먹으라고 돈 넣어줄게

­무슨 아르바이트 하실지 궁금한데, 힘내시길 바랍니다!

­하와와 파이팅!

­예린이 방송 못 보면 현기증 날 거 같은데… 가능하다면 방송 꼭 켜줘

­알바 힘내!

시청자들의 반응을 보고 있던 예린이 옆에, 어느 새 신이 다가와 화면을 같이 바라보고 있었다.

“안내문이라도 작성하였느냐?”

“응. 적어도 공지는 미리 해야, 내일 방송 못 켜도 시청자들이 이해해줄 거 아냐?”

“그건 그렇지.”

예린이는 이제 컴퓨터를 끄고, 잘 준비를 하고 있었다.

“벌써 자려느냐?”

“벌써라니? 내일부터 알바하려면 일찍 자야지! 그래야 늦지 않고 장소에 도착할 거 아니야?”

“거기가 어딘지는 알고 있는가?”

“문자로 보내준다던데, 왔나 봐볼까?”

휴대폰을 확인한 예린이는 이렇게 말했다.

“대형 마트인데, 잠시만… 여기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곳인데, 이동 시간만 대략 1시간에서 2시간은 걸릴 거 같은데?”

“자네 말대로 일찍 자긴 해야겠구먼.”

“그러니 어서 자자고. 불 끈다?”

“알겠네.”

불이 꺼지고, 나란히 누웠다.

그들은 바로 잠들지는 못 했고, 각자 휴대폰을 보고 있었다. 한 쪽은 알바 장소에 도착하기 위한 동선 체크. 다른 쪽은 우유튜브를 보고 있었다.

“…잠이 안 오는 게냐?”

“당연하지.”

“왜 잠 못 드는 게냐?”

“오늘 처음 본 낯선 존재와 같이 잠을 잔다는 게 신경 쓰여서 그렇지. 난 친구 집에서도 쉽게 잠 못 드는 예민한 스타일이란 말야.”

“그것 참 피곤한 성격이로군.”

“그러는 넌 왜 안 자고 있는데?”

“나야, 뭐… 원래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스타일이었지만 요즘은 낮과 밤이 뒤바뀌어서 말일세.”

이 쯤 얘기가 오가자, 예린이는 궁금증이 하나 생겼다.

“그런데 신이라면, 잠을 안 자도 되는 거 아냐?”

“우리라고 평생 잠을 안 잘 수는 없다네. 인간처럼 자주 자는 건 아니지만.”

“오옹… 그래?”

동선 확인을 마친 그녀는 휴대폰을 옆에 내려놓고는 눈을 감았다. 그걸 본 신은 말을 꺼냈다.

“잘 자게나.”

“너도 잘 자. 아, 그리고 내일 신분증과 통장 사본 챙겨야 한다는 말을 일어나자마자 꼭 해주길 바래.”

“알겠네.”

예린이는 신에게 인사를 건네며, 잠을 자려고 시도해봤지만 좀처럼 잠들기가 힘들었다.

‘야옹이 한 마리… 야옹이 두 마리… 세 마리….’

그래서 자신이 평소에 좋아하던 동물의 숫자를 마음속에서 세면서, 잠들려고 노력을 했다.

아직까진 100까지 세면서 깨어있는 적은 없었던 예린이었기에, 이번에도 이 방법으로 잠을 잘 수 있을 거라 여기면서 시도하고 있었다.

‘열한 마리… 고양이 열두 마리… 열셋….’

오늘도 예린이는 100까지 다 세지도 못한 채, 스르르 잠에 들었다.

#

으으….

어느 순간부터인진 모르겠는데, 가슴 쪽이 너무 답답했다.

뭔가에 짓눌리는 느낌이 들 정도였는데, 이게 그 가위에 눌렸다는 느낌인 건가?

안되겠다 싶어서 결국 눈을 떴더니.

…어휴.

녀석이 내 가슴을 베개 삼아 짓누르며 자고 있었다.

녀석의 머리를 다시 베개로 옮기고 나서, 휴대폰으로 몇 시인지 확인했다.

새벽 3시.

아직 멀었군.

다시 누워서 잠을 청했다.

그리고 약 3시간 뒤.

미리 맞춰놨던 알람으로 인해 눈을 떴다.

“어이, 신씨.”

“으응….”

“어서 일어나야지? 오늘 일 가기로 했잖아.”

“조금만 더어….”

녀석을 계속 흔들어 깨웠지만, 겨울잠에 깊이 빠진 곰처럼 아직도 곤히 자고 있었다.

그렇게 안 일어난다면 할 수 없지. 공포의 쓴맛을 보여줄 수밖에.

“으… 그, 그만! 아얏!”

녀석의 이마에 딱밤 세례를 퍼부었더니 그때서야 일어났다.

“크으… 좀 정상적인 방법으로 깨울 수는 없었더냐….”

자신의 이마를 쓰다듬으며 불평을 늘어놓는 녀석이었다.

“좋게 흔들어 깨울 때는 안 일어났잖아. 결국은 네가 이 상황을 만들어 낸 거야. 알았어?”

“으… 그래도 그렇지… 너무 아프지 않은가?”

“어이. 이 정도도 약한 편이야. 풀 파워로 때리고 싶었지만, 그건 원래의 몸일 때만 가능해서 말야.”

“그나저나 오늘 아침 메뉴는 뭔가?”

녀석의 말이 어이없었다.

“글쎄? 아니, 그보다… 내가 무슨 요리사라도 돼? 뭔 메뉴를 찾고 있는 건데?”

“흐음… 이 나라에는 그런 말도 있지 않느냐? ‘오늘은 내가 바로 요리사!’라고 말일세.”

“그건 라면 광고잖아.”

“그건 그렇다만, 굳이 라면에만 국한되는 말은 아니지 않겠는가?”

“그래서 뭐가 먹고 싶은데?”

“토스트랑 베이컨, 그리고 구운 소시지랑 프라이가 먹고 싶구나.”

“…아, 그러셔?”

“해주겠느냐?”

녀석이 괘씸해서 이마를 주먹으로 때리려 했다.

“왜, 왜 그러느냐?!”

“그냥 주는 대로 드세요. 알았어?”

“아, 알겠느니라….”

오늘 아침 식사는 김치와 달걀 프라이, 그리고 오징어 젓갈이었다.

“…정녕 이게 끝인 것이냐?”

녀석은 내가 차린 밥상에 실망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

“어. 이게 끝이야. 이게 지금으로선 최선이기도 하고.”

“어째서….”

“네가 어제 그나마 있던 맛있는 반찬들 죄다 처먹었잖아. 게다가 재료도 안 갖다 주는 주제에 무슨 토스트랑 베이컨인데? 네가 양심이 있어? 어?!”

“그, 그래도….”

“뭐가 그래도 야? 내가 아까 말했지. 주는 대로 먹으라고.”

이렇게 말하며, 오징어 젓갈을 젓가락으로 가리켰다.

“여기 이거, 오징어 젓갈 한 번 먹어봐. 이건 밥도둑일 정도로 맛있으니까, 이걸로 라도 맛있는 식사가 될 수 있을 거야.”

“난 그걸 먹을 수 없네.”

“왜지?”

“심해 오징어에 대한 안 좋은 추억이 있어서 말이네.”

“…지랄하고 자빠졌네.”

하도 어이가 없어서 욕이 튀어나왔다.

#

오전 8시 40분.

신분증과 통장 사본을 챙기고, 아르바이트 장소에 도착한 예린이와 신.

1층 카운터의 직원을 통해서, 인형 탈이 있는 곳을 향해 걸어가던 중에 예린이는 신에게 속삭였다.

“그나저나, 너를 뭐라고 부르지? 계속 ‘어이!’ 하면서 부를 순 없잖아?”

“그냥 신이라고 부르면 되지, 뭐가 고민인가….”

“그런 명칭 말고, 멀쩡하게 이름 같은 건 없어?”

“없네만.”

“그러면 내가 이름을 지어주지. 넌 이제부터 ‘신유희’야. 알겠어?”

“음… 어떻게 그 이름을 짓게 되었는가?”

“넌 자신의 즐거움을 추구하려고 하니까, 즐거움을 뜻하는 유희라는 한자를 붙인 거고. 게다가 네가 신이라며? 그래서 성씨를 신이라고 붙인 거지. 어때? 간단하지?”

“그건 그냥 이름을 대충 지은 거 아니… 아얏!”

예린이의 주먹이 신의 이마에 작렬했다.

“여기입니다.”

직원의 안내에 도착한 곳에는 여러 종류의 인형 탈과 옷이 있었다.

“둘 중에 키가 작은 분은 이걸 입으시고요. 키가 크신 분은 저걸 입으시면 됩니다.”

직원이 가리킨 두 개의 인형 탈은 각각 ‘픽까츄’와 ‘뽀루루’였다.

“네가 나보다 키가 작으니까, 저거 입으면 되겠네.”

예린이는 유희에게 픽까츄 인형 탈을 가리키며 말했고.

“알겠네.”

그녀의 대답과 함께, 둘은 인형 탈을 입기 시작했다.

“좀 도와주지 않겠느냐?”

“알았어.”

신의 뒤통수에 있는 지퍼를 대신 잠가주는 예린이.

“나도 도와줘.”

“알겠네.”

일단 인형 옷은 껴입은 두 사람.

“어후… 벌써부터 더운데….”

“그러게 말일세.”

“어서 준비하세요. 알려줄 것도 있으니까 서둘러야 되요.”

“네.”

그렇게 인형 탈을 쓰려던 두 사람은.

‘이게 무슨 냄새야…?’

온갖 땀 냄새와 침 냄새가 뒤섞인 인형 탈을 쓰길 망설이고 있었다.

“저기, 빼브리즈는 없나요?”

“아, 인형 탈에서 냄새가 나나요?”

“네. 너무 심각한데요?”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직원이 가져온 방향제 겸 탈취제를 뿌린 뒤에, 손으로 바람을 일으켜 냄새를 빼보려는 두 사람.

“그나마 나은 거 같은데….”

“써봐야 알지 않겠느냐?”

“그렇겠지?”

그렇게 두 사람은 탈을 써봤는데.

“…….”

그들은 5초 이상 침묵 상태 이상에 빠질 정도로, 너무나 고약한 냄새에 현기증을 겪고 있었다.

‘이런 미친….’

비틀거리는 두 사람을 보고, 직원이 걱정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괜찮으세요?”

“…그냥 다른 거 쓰면 안 되나요?”

“어, 죄송하지만 그건 안 되는데요….”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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