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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와~ 예리니 방송에 와주셔서 고마운 거시에오!-44화 (44/100)
  • 〈 44화 〉 하와와 44화

    * * *

    44.

    예린이에게는 세 곳 다 기억이 없고, 해본 적도 없는 알바였다. 그래서 그녀는 신에게 물어봤다.

    “카페 알바 할 만 할까?”

    “한 번 해봐도 나쁘지는 않네. 간혹 진상 손님 때문에 골치 아프겠지만 말이지.”

    “그런 손님이 많은 편이야?”

    “카페마다 케이스 바이 케이스긴 하겠네만, 내가 경험해본 두 곳은 진상이 많았던 편이지.

    어디서 아침까지 술을 마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커피를 해장 삼아 마시려고 들어왔다가 김치전 같은 걸 바닥에 흘리고 간다든지.“

    “김치전이라고?”

    “…토사물을 순화해서 말한 걸세.”

    “아….”

    “이왕 얘기가 나와서 말이지만, 세상에는 별의 별 인간들이 참 많다네.”

    그녀는 예린이에게 자신이 겪었던 일들을 하나씩 꺼내기 시작했다.

    “우선 카페를 독서실이나, 자기 작업실인 줄 아는 양 쓰는 사람들이 있다네. 이들은 커피나 다른 음료 하나만 시켜놓고는, 그 좋은 자리를 몇 시간 동안 독점하다가 사라진다네.”

    “뭐라 하기는 힘들겠지만, 사장이나 직원 입장에서는 좀 짜증날 수도 있겠네.”

    “정말 심한 경우에는 7시간에서 10시간 이상을 거기에서 죽치고 있다가 가는 경우도 있었네.

    예를 들자면, 항상 노트북을 가지고 오는 사람이 있었네. 그 사람은 항상 카페에서 어떤 글을 쓰다가 떠나곤 했었지.

    그런데 그 자는 항상 카페가 시끄러울 때는 혼잣말로 불평, 불만을 늘어놓곤 했다네. 문제는 그 혼잣말이 다른 손님들에게까지 들릴 정도였다는 거지만.“

    “어후….”

    그녀의 자세한 설명에, 마치 자신이 카페 알바생에 빙의한 그런 느낌이 든 예린이었다. 감탄을 내뱉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런 진상들은 다른 손님들에게 불쾌감을 주기도 하고, 카페 이미지에도 별로 좋지가 않다네.

    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에게 뭐라 하기도 힘든 점이 있지. 가끔 찾아오는 사람들에게는 쓴 소리도 한 번 쯤 해볼 만 해도, 그 사람처럼 자주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그런 말은 좀 하기가 힘든 일일세.

    그런데, 다른 진상들에 비하면 이 정도는 그나마 약과일세.”

    “다른 사람들은 어떤데?”

    “음료를 시켜놓고 기다리는 사이에 탁자 앞에 앉아, 매니큐어를 바르던 여자들이 있었네.”

    “그걸 바를 정도면 주문이 밀렸다는 소리고, 어차피 기다리느라 지루할 텐데… 그게 문제가 될 수 있나?”

    예린이의 질문에 그녀는 혀를 차며 답했다.

    “자네, 매니큐어 발라본 적 있나?”

    “어렸을 때 손톱에 봉숭아 물 들여 본 적은 있어도, 매니큐어 바른 적은 없는데? 그건 왜 묻는 거야?”

    “그럼 자네는 매니큐어의 지독한 냄새도 모르겠구먼!”

    “그걸 꼭 알아야 돼?”

    “알아야 그 다음에 할 얘기가 이해가 될 걸세.”

    “몰라도 이해되도록 말하면 되지 않을까?”

    “노력은 해보겠네.”

    신은 잠시 말없이 가만히 있다가, 입을 열었다.

    “그냥 그 냄새는 토 나올 정도로 어지러운 냄새라네. 그렇게 알아두게나.”

    “알았어, 그래서?”

    “음식의 맛을 결정하는 2가지 중요한 감각이 뭔지 아는가?”

    “흠… 미각이랑 후각?”

    “정답일세. 그래서 사람들은 커피를 마실 때도 미각과 후각으로 맛을 느끼곤 하지.”

    “그런데?”

    “매니큐어의 지독한 냄새는 카페 내부의 커피 향을 죄다 소멸시킬 정도로 압도적인 냄새라네. 이게 무슨 뜻인지 알겠는가?”

    “매니큐어 냄새 때문에 커피 맛을 제대로 못 느낀다는 소리지? 그래서 고객들은 그 냄새에 스트레스를 상당히 받았을 거고.”

    “바로 그거라네.”

    “처음엔 별 거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듣고 보니 그게 또 아니었구나.”

    “3일 동안 카페 내부를 환기시켜야 겨우 사라질 정도로, 그 냄새는 너무 독했네. 그래서 그런지 그 냄새가 있는 기간 동안에는 손님이 많지 않았네.”

    “그럼 그 기간 동안은 몸이 좀 편했겠네?”

    “그 냄새를 맡으면서 일하니까 바쁜 것보다도 더 힘들더군. 오래 맡다보면 머리가 어질어질해서 바깥 바람이라도 잠시 쐬다 와야 될 정도였으니 말 다 했지. 차라리 바쁜 게 더 낫겠더군.”

    “고생해써….”

    그 때의 일을 회상하면서 말했던 신은 긴 한숨을 내쉬고는, 이어서 말했다.

    “그리고 사람들 뒤에서 주문하려고 기다리고 있는데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주문을 빨리 안한다던가.

    반말 찍찍 내뱉고, 거만한 자세를 취하며 돈이나 카드를 좋게 주지 않고 던진다던지.

    또, 애들 데리고 온 학부모들이 카페나 음식점 같은 곳을 애들 맡기는 어린이집인 줄 착각하곤 하지. 자신들 얘기에만 정신이 팔려서, 위험천만하게 돌아다니는 애들을 그저 방치만 하고 있으니 문제일세.“

    여기까지 들은 예린이는 카페 알바를 할 마음이 뚝 떨어졌다.

    “네 말 듣고 보니, 이 일거리는 하고 싶지 않아졌어.”

    “그런데 그거 아는가? 이 아르바이트는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것도 애초에 아니라네.”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예린이의 반응을 본 신이 웃으며 얘기했다.

    “애초에 카페 알바는 뽑혀서 하기가 쉽지 않은 곳이네. 왜냐면 경력직 신입을 뽑거나, 아니면 자기 지인들을 데려다가 싸게 부려먹거나. 둘 중 하나니 말일세.”

    “뭐야, 그럼. 처음 하는 사람은 잘 안 뽑는단 말야?”

    “그렇다네.”

    “뭐 이딴 경우가….”

    “아르바이트든 직장이든, 이런 문제는 제법 흔하다네. 자네도 잘 알고 있지 않은가?”

    “그래도 아르바이트가 무슨 정규직 자리는 아니잖아. 직장은 그러려니 해도, 알바는 좀 그렇지.”

    “어쩔 수 없네. 어차피 고용인이 갑이니 말일세.”

    예린이는 이 정도 선에서 카페 알바에 대한 생각은 잠시 미뤄뒀다.

    “그럼 만화방 알바는?”

    “거긴 PC방 알바랑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네.”

    “그거랑 비슷한 거면, 음식도 조리해서 줘야 되냐?”

    “그건 자네가 죽었던 시점에서나 해당될 일이고, 지금은 PC방이나 만화 카페나 음식까지 제공하는 곳은 많지 않다네.

    다만, 그런 곳에 걸리게 된다면 자네의 손목과 허리가 아작 나는 건 물론이요, 카페 알바보다 더 심한 진상 손님을 만나게 될 것일세.”

    “더 심하다면 어느 정도지?”

    “혹시 DVD방 알바는 해본 적 있는가?” “아니. 해본 적 없는데?”

    “자네가 만약 만화 카페 알바를 하게 된다면, 그리고 혹시라도 커플이 손님으로 들어오게 된다면 낮은 확률로 애정행각의 흔적을 볼 수 있게 될 걸세.”

    “애정행각이라면… 설마.”

    “그래. 바로 ‘야스’지.”

    “…….”

    예린이는 어이가 없어서 말문이 막혀버렸고, 신은 그녀의 표정을 읽으며 이렇게 말했다.

    “나도 처음엔 어이없어 했다네. 이런 곳에서도 할 건 하는 인간들이 아직도 있다는 걸 말일세.

    역시 역사는 돌고 도는 건가 보네. 옛날이나 지금이나 인간들의 삶은 바뀐 게 거의 없으니 말이야. 단지 기술력만 진보했을 뿐이지.”

    예린이는 만화방 알바도 보류하기로 했다.

    “그럼 인형 탈 알바는 어때?”

    “카페 알바나 만화방 알바에 비하면 간단하고 비교적 편한 축에 속하지. 초보도 가능한 일이니까.”

    “오오….”

    “그런데, 자네… 혹시 찜질방이나 사우나 좋아하는가?”

    “안 좋아하는데 그건 왜? 인형 탈이 더워서 그래?”

    “…‘걸어 다니는 사우나’라고 보면 된다네. 땀을 쉴 새 없이 흘려서, 물을 애타게 찾게 될 걸세. 게다가 땀에 젖은 옷을 계속 입고 있으니 찝찝할 것이고. 알바가 끝나고 나면 다리는 후들거리고 쉰내가 팍팍 풍기는 자신을 만나게 되겠지.”

    “그래도 아까 들은 것 중에선 이게 그나마 무난한데?”

    “그럼 인형 탈 알바로 하겠는가?”

    “그래야겠지?”

    예린이는 휴대폰으로 알바생을 구인하는 사람에게 연락을 해봤다.

    “안녕하세요. 인형 탈 알바 구인 글 올리신 담당자 분 맞으시죠? 혹시 아직 뽑은 사람이 없다면, 저희가 할 수 있을지 여쭤보려고 전화드렸습니다.”

    약 15분의 통화 끝에, 일거리를 얻어낸 예린이. 신에게 통화 내용을 말해줬다.

    “내일부터 당장 오라는데? 시간당 시급 1만이고, 오전 9시부터 시작해서 총 8시간 근무에다가 점심은 알아서 해결하는 걸로 결정됐어.”

    “실내인지 실외인지도 알아냈느냐?”

    “어. 다행히 실내에서 한다더라고. 무슨 행사라서 애들이 많이 온다고 하던데?”

    “애들이라… 피곤하겠구먼.”

    “…어쩔 수 없지. 그런데 갑자기 궁금한 게 있어.”

    “뭔가?”

    “그 알바 경험들. 설마, 이 몸을 통해서 경험했던 거야?”

    “그렇다만?”

    “근데 왜 나는 그런 기억들을 가지고 있지 않은 거지?”

    “그거야 간단하네. 자네를 그 몸으로 빙의시키기 직전에, 내가 기억을 지워 버렸으니까 그런 걸세.”

    “굳이 그걸 지웠다고? 왜지?”

    “그래야만 빙의의 후유증이 없기 때문이네.

    만약 기존의 자네가 가지고 있던 기억과 새로운 몸의 기억을 서로 충돌하게 했다면, 최악의 경우는 정신병자나 폐인 상태가 되었을 것이고, 그나마 나은 경우는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헤매게 되겠지. 지금처럼 인터넷 방송을 킬 생각은 아예 못 했을 거라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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