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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와~ 예리니 방송에 와주셔서 고마운 거시에오!-43화 (43/100)
  • 〈 43화 〉 하와와 43화

    * * *

    43.

    기다림 끝에 돈가스 2인분이 왔다.

    녀석은 내가 들고 있는 봉투에 시선이 꽂힌 채, 입을 헤벌쭉 벌리고 있었다.

    “군침이 흐르는구나. 어서 그걸 내게 주지 않겠나?”

    “기다려.”

    식탁을 꺼내어 내려놓고, 그 위에 배달받은 걸 올려놨다.

    “이제 먹어도 되겠느냐?”

    “아직.”

    컴퓨터 앞에 다가섰다.

    저 신이라는 작자 때문에 방송을 신경 쓰지 못했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뭐야. 방송이 왜 꺼져있어?”

    “내가 껐다네.”

    “언제?”

    “들어올 때에 껐었지, 아마?”

    “너, 컴퓨터 앞에 간 적은 없었잖아.”

    “나는 신일세. 눈에만 보인다면 멀리 있든, 가까이 있든 물건들은 죄다 다룰 수 있네만?”

    녀석의 생김새가 전혀 신 같지는 않아서, 잠시 깜빡했었다.

    “그래서 방송은 왜 껐는데?”

    “그래야 자네가 편할 것이라 여겼기 때문이지.”

    “어째서?”

    “일단 자네와 나눈 얘기는 바깥에 알려지면 곤란하다네. 게다가 자네는 내게 정신이 팔려서, 방송을 계속 방치할 수도 있었기 때문에 그냥 꺼준 거라네.”

    “너랑 나눈 대화를 믿을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다고 그걸 무작정 끄는 건데?”

    “어차피 채팅을 이용해, 개인 사정 상 방송을 꺼야 된다고 말은 해놨네. 그리고 나중에 논란이 될 것은 남기지 않는 게 좋은 것일세.”

    “흠….”

    미래를 읽는 능력이 있다고 하니, 나중에 어떻게 될지는 이미 알고 하는 소리겠지?

    그런데 정말로 그런 능력이 있다면, 내가 녀석을 바깥으로 쫓아내도 어떻게든 답을 찾아낼 거라 의미가 없었다.

    식탁을 사이로 마주 앉았다.

    “그럼 이제 먹어도 되겠는가?”

    “그래.”

    “감사히 잘 먹도록 하겠네.”

    “그러던지.”

    그녀는 싱글벙글 웃으며 포장 용기의 뚜껑을 열어젖혔다. 뒤이어 거침없는 젓가락질로 고기 한 덩이를 집어, 곧바로 입에 집어넣었다.

    볼을 씰룩거리면서 먹는 모습이 귀여워 보였다.

    나는 그런 녀석의 볼을 잡으려고 시도해봤다.

    “오래간만에 먹으니 맛있… 으햐?”

    볼이 잡히는 걸 보면, 아까처럼 공간이 다르다거나 한 건 아닌 모양이다. 손을 뒤로 빼니까, 볼이 쭉 늘어났다.

    “잘 늘어나네.”

    “으으으… 그만 하거라. 식사할 때는 고양이도 안 건드리는 법이니라.”

    음식을 먹거나 하는 특수한 상황에서는 자신의 몸을 안 잡히게 할 수는 없을 거라는 추측이 맞아 떨어졌다.

    그런데 예측 성공과는 별개로, 이 녀석을 이대로 내쫓을 수 있는지가 문제다.

    몸을 붙잡을 수 있는 지금이 바깥으로 내보낼 절호의 기회이긴 한데….

    “일단 이것 좀 먹게 내버려 두게나. 행여나 내쫓을 생각으로 지금 내 볼을 만지는 거라면 포기해 주시게.”

    녀석의 볼에서 손을 떼고 말했다.

    “그냥 네 볼이 말랑말랑해 보여서 만져본 것뿐이야.”

    “그런가?”

    녀석은 내 말에 자신의 뺨을 만지작거렸다.

    “잘 늘어나더라. 찹쌀떡인 줄 알았어.”

    능청 떨면서 일어섰다.

    “잠시 물 좀 가져올게.”

    부엌으로 향하는 척하고, 살그머니 녀석의 뒤로 다가왔다.

    가만히 앉아 돈가스를 씹고 있던 그녀는 뒤에서 인기척을 느꼈는지 고개를 돌렸다.

    “응?”

    그 순간에 나는 녀석의 양쪽 겨드랑이 사이로 팔을 집어넣어서 붙잡았다.

    “왜 이러느냐?!”

    “자, 돈가스도 먹었으니 좋게 나갑시다!”

    “이거 놓거라! 난 나가기 싫다!”

    어차피 미래를 안다면 녀석은 해답을 가지고 다시 들어오려 하겠지만, 그래도 시도해보고 내쫓길 포기하는 게 낫겠지.

    녀석이 버둥거려서 힘들긴 했지만, 어찌저찌 질질 끌고 현관문 앞으로 나아갔다.

    “알겠다! 내, 나가주마! 그러니 나갈 땐 나가더라도, 마지막 돈가스 한 조각 먹을 시간 정도는 주는 게….”

    “다 먹고 나면, 아까처럼 공간 분리시켜서 숨어버릴 거잖아.”

    “칫. 편하게 가려고 했더니만.”

    그녀는 더 이상 발버둥치지도 않았고, 순순히 끌려나왔다.

    “잘 가∼!”

    현관문을 걸어 잠그고 식탁으로 향하려는데, 문 너머로 목소리가 들려왔다.

    “두고 보게. 곧 다시 들어갈 것이이네.”

    “뭐, 공간이동이라도 하시게?”

    “그런 걸로 매번 힘 빼기보다 더 확실하고 효과적인 방법이 있지!”

    확신을 가지고 말하는 걸 보니, 허세는 아닌 거 같은데 과연….

    “으허어어어어어엉엉! 흐어어어어어어엉! 흐아아아아아아아앙!!!”

    …….

    녀석의 울음소리가 시끄럽게 들려왔다.

    “무슨 꿍꿍이로 저러는 건지….”

    식탁 앞에 앉아서, 이제야 돈가스를 한 입 베어 물었다.

    내가 식사를 다 마칠 때까지 녀석은 하염없이 울다가, 어느 순간부터 울음이 뚝 그쳤는데.

    쾅쾅쾅!

    누군가가 문을 두들겼기에, 녀석인 줄 알았다.

    “그렇게 두드려도 안 열어줄 거야!”

    “이봐요! 문 좀 열어봐요, 아가씨!”

    …웬 아주머니 목소리가?

    “누구세요?”

    “옆의 옆집 사는 아줌마인데, 말할 게 있어서 그래요! 문 좀 열어봐요!”

    끼이익.

    문을 열자, 가끔 얼굴을 본 적 있는 아주머니와 그 옆에는… 녀석이 있었다.

    “아, 안녕하세요….”

    “복도에서 한창 시끄럽게 울길래, 나와서 말을 걸어봤는데… 얘가 네 여동생이라며?”

    “…아니, 그게 무슨 말이죠? 제 여동생 아닌데요?”

    “아무리 모른 척 할 정도로 싸워도 그렇지, 그래도 여러 이웃에 피해가 갈 정도로 소란을 피우면 안 되지. 안 그래?”

    아니, 진짜… 걔, 내 동생 아니라니깐?

    옆에 있는 녀석은 콧물을 훌쩍이고, 눈물을 글썽이며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아주머니, 무슨 오해가 있는 거 같은데요… 이 애는 제 동생도 아니고, 오늘 처음 보는데….”

    “오해는 무슨 오해? 죄송하단 말 하고 싶지 않으면, 그만 화해하고 동생 좀 조용히 시켜요!”

    “…….”

    “어, 언니… 재쏭해여, 크흥! 제가 잘못해써여….”

    이걸 노린 거였나.

    “왜 말이 없어요? 화해 할 거야, 안 할 거야?!”

    후우….

    “…하, 할게요. 화해하겠습니다. 시끄럽게 해서 죄송합니다….”

    결국 문을 활짝 열고, 녀석을 맞이할 수밖에 없었다.

    “적당히 싸워요. 괜히 시끄럽게 만들지 말고.”

    “네, 죄송합니다.”

    아주머니에게 고개 숙여 인사를 드리고, 문을 닫았다.

    “푸흐흐흐흐….”

    “웃어?”

    딱 대!

    꿀밤 폭격 들어간다!

    “아얏! 왜 때리느냐! 아까 이웃 분 말씀 못 들었느냐? 적당히 싸우라고 하지 않았느냐!”

    “거짓 눈물과 선동으로 집에 들어온 게 괘씸해서 때린거거든?”

    “흐흠… 거짓말은 아니지 않느냐? 생김새만 봤을 때는 자네보단 내가 어려보이지 않는가? 그러니 오늘부터 내가 그대의 여동생이 되는 것일세.”

    “너 같은 동생 둔 적 없거든요?”

    이렇게 말하면서 생각해보니, 예전의 삶이든 지금이든 동생을 둔 적은 없었다.

    “둔 적 없으니 지금부터라도 두는 게 낫지 않겠는가?”

    “말 꼬리 물지 말고, 먹던 거나 마저 먹어.”

    “알겠네.”

    이후에 녀석 또한 식사를 마치자, 정리하고 식탁을 치웠다.

    양치하러 들어가니까, 녀석도 화장실을 따라와서 내게 말을 꺼냈다.

    “남는 칫솔 좀 줄 수 없겠는가?”

    #

    두 여자가 이불 위에 마주 앉아, 이야기를 꺼냈다.

    “이제… 돈 복사를 어떻게 할지 말해주겠어?”

    “자네가 갖고 있는 비트코인이 너무 적어서 많은 이득을 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는데….”

    현재 예린이가 가지고 있는 비트코인은 20개. 나중에 몇 백 배로 떡상하면 이득을 보기는 하겠지만, 인생 한 방일 정도의 이득을 노리기는 힘들었다.

    “그럼 뭐 어떻게, 투자를 더 하라고?”

    “그게 낫지 않은가?”

    “이 이상은 무리야. 아직 후원 정산금 들어올 날짜도 아니고.”

    “흠… 그럼 잠시 방송은 포기하고, 단기로 라도 아르바이트를 뛰는 게 어떻겠나?”

    “알바라… 지금 단기 알바가 있을까?”

    “의문을 품고서 가만히 있기 보다는 한 번 찾아보는 게 어떻겠나?”

    “그럴까?”

    예린이는 컴퓨터 앞에 앉아, 아르바이트 전문 사이트를 찾아가봤다.

    ‘웬 일이지? 지금쯤이면 단기 알바 찾기가 힘들 타이밍인데?’

    편의점부터 시작해서, 인형 탈 알바, 안내원, 미술관, 만화방 등등. 종류가 다양했다.

    “너, 이거 예상하고 있었던 거야?”

    “뭘 말인가?”

    “지금쯤 단기 알바가 있을 거란 거 말이지.”

    “예상할 게 따로 있겠나? 미래가 보여서 말한 것뿐이라네.”

    “그런 능력이 나한테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막상 얻어 보면 그런 말이 안 나올 걸세.”

    “왜?”

    “보고 싶지 않은 미래까지 다 봐버리니까 피곤하다고 해야 될지… 나라서 멀쩡한 것이지, 자네였으면 이미 마약에 찌든 환자처럼 되었을 거네.”

    “흐음… 이 중에서 뭘 하지?”

    “우선은 몇 명을 뽑는지부터 봐야 되지 않겠나?”

    “그러네.”

    편의점은 한 명만 뽑으니 제외. PC방도 마찬가지.

    미술관 알바는 여러 명을 뽑기는 한데, 무슨 일인지 몰라서 선뜻 신청하기가 애매하고.

    이것저것 가지를 쳐내다보니 남은 건 카페와 만화방, 그리고 인형 탈 알바였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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