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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와~ 예리니 방송에 와주셔서 고마운 거시에오!-40화 (40/100)
  • 〈 40화 〉 하와와 40화

    * * *

    40.

    “그러면 순두부 적당히 먹는다고 치고, 점심은? 점심은 뭘 먹는데?”

    “점심은… 먹고 싶은 걸 먹는 대신에 반만 먹어요.”

    “먹고 싶은 게 대체 뭔데?”

    “그러니까….”

    ­먹고 싶은 거 다 시키고 나서, 거기서 절반씩만 먹는 거 아니지?

    ­푸드 파이터임?ㅋㅋㅋㅋ

    ­점심에 맨날 뷔페 가는 거 아니지? ㅋㅋㅋㅋㅋㅋ

    “어떤 시청자가 그러는데, 뷔페 가는 거 아니냐고 하는데? 그런 거 아니지?”

    “아, 아니에요….”

    “막 양 손에 들고 있는 커다란 그릇에다가 먹고 싶은 거 싹 쓸어 담은 후에, 그거 먹으면서 ‘이게 반만 먹는 거’라며 정신승리 하는 거 아니지?”

    “아, 그런 거 아니라니까요~!”

    “어쨌든… 점심은 먹고 싶은 거 절반만 먹고. 그럼 저녁은?”

    “저녁은 굶어요. 배고파서 죽기 직전이 아니면 웬만하면 안 먹어요.”

    흠….

    “그럼 배고파서 죽기 직전이 되면, 피자나 치킨 이런 거 시키는 거 아니야?”

    “큿흠….”

    “왜 헛기침을 하지? 방금 양심 찔린 거 아냐? 솔직하게 말해.”

    “…사실은 내일 저녁에 치킨 시키기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치느님은 인정이지!

    ­아~ 치킨은 못 참지! ㅋㅋ

    “그러니까 살이 안 빠지지!”

    “크흐음….”

    “그럼 운동은? 운동은 하고 있어?”

    “러닝머신 뛰고는 있는데….”

    “정말? 하루에 몇 킬로 뛰는데?”

    “4~ 5km 정도 뛰어요.”

    꾸준히만 한다면 살이 빠질 수도 있겠는데?

    “그래서, 며칠 동안 반복했어?”

    “이틀이요….”

    ­작심 2일 ㅋㅋㅋ

    ­왠지 날 보는 거 같다 ㅋㅋㅋㅋ

    ­고작 이틀 ㅋㅋㅋㅋㅋㅋㅋ

    “아니… 난 또 일주일은 한 줄 알았는데, 뭐? 이틀만 하고 때려 쳤다고?”

    “꾸준히 운동하기가 힘들어요, 언니….”

    “힘든 건 알겠는데, 지금까지 들어본 걸 정리하자면. 일단 아침은 순두부를 도라X몽 주먹만큼은 먹고. 점심은 뷔페 가서 절반만 드시고.”

    “어, 언니….”

    “그리고 저녁은 배고플 때마다 치킨을 드시는 걸로. 이러면서 운동은 딱 이틀만 하고 접었는데, 살이 안 빠진다고 고민을 늘어놓으면 나보고 어쩌라고….”

    “그럼 언니는 어떻게 다이어트 하셨는데요?”

    으음… 뭐라고 말해야 되지?

    노가다 하던 시절이든, 지금이든 다이어트를 해본 적이 없고, 살이 잘 찌지를 않아서 다이어트가 필요하다고 느꼈던 적도 없었다.

    그래서 딱히 해줄 수 있는 말이 없었는데, 그렇다고 말을 아예 안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기에 혼이 담긴 구라라도 쳐야 했다.

    “일단은, 아침을 먹긴 먹되 두부랑 채소 위주로 먹어.”

    “점심은요?”

    “점심은 바나나랑 닭 가슴살. 가끔은 삶은 달걀 정도로 먹고.”

    “그럼 저녁은….”

    “저녁은 토마토랑 고구마 하나씩 먹어.”

    “운동은 어떻게 하세요?”

    “운동은 그냥 너처럼 러닝머신 뛰었지. 먹는 게 많이 없으니까 2~ 3km 정도밖에 안 뛰었어.”

    “음… 그러니까 언니는 식습관 위주로 다이어트 하셨다는 말씀이시네요?”

    “그렇지, 뭐….”

    “그러면 언니가 했던 대로, 저도 따라 해봐도 될까요?”

    그냥 주워들은 내용들을 그대로 말했던 건데, 이 방법으로 살을 빼겠다고?

    “정말 따라해 보려고?”

    “네.”

    난 모르겠다.

    “말리지는 않겠지만, 이건 꾸준함이 중요한 거니까 며칠 안 하고 때려 치면 효과는 거의 없을 거야. 너도 잘 알고 있지?”

    “네.”

    “그럼 힘내고, 나중에 어떻게 됐는지 알려줘. 알았지?”

    “넹. 고민 들어주셔서 감사해여, 언니!”

    그렇게 대전귀요미는 떠났다.

    “자, 살을 잘 뺄 수 있을지는 모르겠는데… 아무튼 힘내시길 바라며, 다음!”

    [안녕하세요. 연애 상담도 가능하신가요? 제가 좋아하는 여자 애가 있는데, 고백을 해야 될지 말아야 될지 모르겠어서 고민 상담 신청해봅니다.]

    연애에 대한 경험이 없어서, 이걸 받을까 말까 고민했었다.

    그런데 남들 고민은 다 들어주는데, 자기 고민은 안 들어주면 서운해 할까봐 시도해보기로 했다.

    “저기, 존잘남 님 계신가요? 계시면 디코 귓속말 좀 날려주세요.”

    ­닉네임이 존잘남ㅋㅋㅋㅋ

    ­자신의 외모에 자부심이 있나봄

    ­ㅈㄴ 근거 없는 자신감인데….

    ­대전귀요미 급 닉네임이네 ㅋㅋ

    “자자, 너무 놀리지는 맙시다. 그렇게 지을 수도 있잖아요.”

    시청자들에게 말하는 사이에, 디코 메시지가 왔다.

    ­대기 중인데 음성 채팅으로 넘어갈까요?

    “네, 일단 들어와 주세요.”

    곧바로 상담 받을 사람의 음성이 들려왔다.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좋아하는 여자 애가 있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인지 말씀을 해주시겠어요?”

    “그, 제가 좋아하는 여자 애가 있는데 수업시간에 자꾸 힐끔힐끔 서로 쳐다보기도 하고, 주말에 가끔씩 같이 놀기도 하는데…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어요.”

    “혹시 남녀공학이에요?”

    “네.”

    “좋겠네. 난 남중 남고 테크인데.”

    “…네?”

    ­??? 뭐라고?

    ­예린이 누나 남자였어?

    ­군필 여고생 하와와 ㅋㅋㅋ

    ­ㅋㅋㅋㅋㅋ 남중 남고라니 ㅋㅋㅋㅋㅋ 뭔 소리야 ㅋㅋㅋㅋ

    ­컨셉 아님? ㅋㅋ

    아차… 필터도 안 거치고 말해버렸네.

    “하와와~ 군필 여고생 컨셉인 거시에오오오!”

    ­ㅋㅋㅋㅋ 근데 아까 반응 리얼했던 거 같은데 사실 아님? ㅋㅋ

    ­컨셉에 먹혀버린 스트리머가 이걸 ㅋㅋㅋㅋㅋㅋ

    ­저 외모랑 몸매에 어떻게 남자겠냐고 ㅋㅋㅋㅋ 아 ㅋㅋㅋㅋㅋㅋㅋ

    ­하긴 저 모습에 남자일 리가 없지 ㅋㅋㅋ

    그래도 기존에 잡아둔 컨셉 덕분에 상황은 쉽게 정리가 되었다.

    “제 드립 때문에 도중에 소란이 생겨 대화가 끊겼는데, 죄송합니다. 어디까지 얘기 했죠? 가끔씩 같이 만나서 논다는 얘기까지 하셨나요?”

    “네….”

    “그러면 서로 어느 정도 친한 사이인 거 같은데… 혹시 까톡 주고, 받을 때 답장이나 반응이 보통 몇 초 만에 오나요?”

    “한 10초? 아무리 늦어도 20초? 이 정도 안에는 꼭 답이 오곤 했어요.”

    ­엄청 빠른데?

    ­내 여친도 그렇게 빨리 답장 보내진 않던데.

    ­님 여친 없잖음. 구라 ㄴㄴ

    흠… 그러면 가능성이 있는 건가?

    “고백은 해보셨어요?”

    “아직이요….”

    “왜 아직도 고백을 안 하신 건가요?”

    “그게, 그 친구 옆에는 얼굴이 되는 애들이 좀 있어가지고….”

    “흐음… 그러니까 그 여자 애 주변에 잘 생기거나 자신보다 뛰어난 애들이 있는데다가, 본인에 대한 자신감이 없어서 고백을 못 했다고 보면 되나요?”

    “그런 거죠.”

    “으음~!”

    그러면 그 여자 애가 이 시청자에게 호감이 있느냐가 문제인데.

    “그러면 자신이 보기에, 그 여자 애가 본인에게 호감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네. 어느 정도 호감은 가지고 있는 거 같아요.”

    “주로 어떤 점을 보고, 그렇게 판단하시는 건가요?”

    “까톡 답장도 다른 애들에 비해서 빠르고, 보통 주말에 놀자는 약속 대부분이 그 애가 저한테 먼저 말해서 잡은 게 대부분이거든요. 쇼핑도 같이 한 적도 있고….”

    “오오옹… 그 여자 애랑은 대부분 뭐하고 노시나요?”

    “게임하죠.”

    “무슨 게임?”

    “보통은 롤이요.”

    “흠… 티어는?”

    “저는 이제 막 골드 찍었어요.”

    “그 애는?”

    “듀오해서 실버 달아줬는데, 어느 순간 봤더니 다시 브론즈로 떨어져 있었어요.”

    ­ㅋㅋㅋㅋ 자기 티어 찾아간 듯

    ­ㄹㅇ ㅋㅋ

    부럽네… 지금 내 티어는 브론즈인데.

    “그, 존잘남 님?”

    “네?”

    “저도 버스 태워주시면 안댈까요? 저 롤 브론즈인데, 실버 찍고 시퍼욧!”

    “그건 좀 힘든….”

    “왜 힘드신 거죠?”

    “제가 원래 다른 사람 버스 태울 정도로 실력이 좋지는 않아서… 걔 실버 찍어준 것도 운이 좀 좋았어요.”

    “존잘남 님, 사실 농담이에요. 버스 안 태워주셔도 되요. 다시 본론으로 넘어가보죠.”

    “아, 네….”

    “지금까지 말씀하신 거 말고, 호감이 있다는 걸 증명할 만한 다른 이야깃거리가 있을까요?”

    “더 없는 거 같아요.”

    “흐음….”

    일단 같이 게임도 하고, 쇼핑도 하고, 까톡 답장도 빠른 거 보면 충분히 가능성은 있지만… 까톡 답장이야 다른 애들도 마찬가지로 빨리 답할 수도 있는 노릇이고. 게임이나 쇼핑 또한 굳이 연인 사이가 아니더라도 같이 할 수는 있다.

    그러니 문제는 그 애가, 시청자를 친구 이상으로 보고 있냐는 건데.

    “일단은 지금까지 들어본 얘기로는 고백은 아직 이른 거 같아요. 그 애가 존잘남 님을 이성적으로 보고 있는지 아직 모르기 때문에….”

    “저도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은 있어요. 그래서 더 고민했던 거기도 하고.”

    “그러면 아직은 고백 하지는 마시고, 좀 더 그 친구를 관찰해보세요.

    자신과 다른 친구들을 대할 때의 말이나 행동이 서로 다른지를 잘 확인해보면, 그 친구가 존잘남 님을 좋아하는지 아니면 그저 친구 사이로 생각하고 있는 건지를 알 수 있을 거에요.”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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