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6화 〉 하와와 3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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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같은 시각.
집에 도착한 예린이는 씻고 나서, 배달 음식을 시켰다.
그녀가 시킨 점심 메뉴는, 해장 파스타와 토마토 미트 리조또.
배달 음식을 기다리면서 컴퓨터를 켠 예린이. 가지고 있던 USB를 컴에 꽂아 놓고, 공인인증서 발급부터 시작했다.
USB에 공인인증서를 저장한 그녀는, 뒤이어 밤중에 못했던 비트코인 거래소 아이디의 출금 계좌 등록도 시도했다.
‘이렇게 하면 되겠지?’
저장 버튼을 누르자, 정상적으로 계좌 등록을 완료했다는 문구가 떴다.
포털 사이트의 검색 기능을 활용해서, 거래 방법을 찾는 예린이. 10분 동안 그 방법을 훑어본 후에야 어떤 방식으로 거래를 하는지 대충 이해했다.
‘1비트코인에 20달러라….’
현재 1달러는 1,100원이었다.
‘1개 살 때마다 2만 2천원이 빠져나간단 소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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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중에 있는 돈은 60만원.
며칠 있으면 월 말이니까, 수수료를 제한 후원 정산금이 들어올 거다. 한 200만 정도는 들어오려나?
그걸로 월세 내고, 관리비 내고, 기타 여러 가지에 돈을 쓰면서 나머지 한 달을 또 버틸 걸 생각하면 적당히 투자해야 했다.
11월에 한 번 떡상하던가? 이쯤에 얼핏 뉴스를 봤던 적이 있었다.
분명 외국에서 무슨 사건이 터져서 비트코인이 한 번 급격하게 올랐던 때가 있었다고.
그때가 20~ 50달러 왔다, 갔다 하다가 1천 달러이상으로 수직 상승을 했다는데, 이것만 봐서는 투자할 만 했다.
그런데 비트코인은 주식과는 달리, 시장이 작았다. 2021년이나 2013년이나 비트코인은 주식보다 시장이 작았다. 이는 세력이 개입해서 가격을 조작하는 것으로 이득을 볼 확률이 크다는 걸 의미했다.
게다가 비트코인은 24시간 거래가 가능하고, 상승과 하락폭이 주식보다도 커서 너무 불안정했다.
그리고 회귀를 했다고 해서, 똑같은 일이 일어나리라는 법은 없었다. 내가 알고 있는 미래가 바뀔 수도 있었다.
흠… 어쩌지? 그래도 질러봐?
마포대교에서 떨어지기 며칠 전 날에, 같이 노가다를 하던 아저씨로부터 이런 말을 들었었다.
“세상 참 알다가도 모르겄어.”
옆에서 그걸 들었던 나는 이렇게 질문했었다.
“뭐가요?”
“오를 줄 알고 샀던 주식은 바닥을 뚫고 내려가 버렸고, 전망이 없을 줄 알았던 비트코인은 반대로 오르고 있으니 거, 참….”
“아저씨도 주식이랑 비트코인 아세요?”
“허허… 요즘 주식이랑 비트코인 모르는 사람도 있나?”
“알고는 있습니다만….”
하지만 그때만 해도, 사람들이 왜 주식이나 비트코인 같은 투기장에 열광을 하는 건지 이해를 하지 못했었다.
“정책이 잘못된 건진 모르겠는데, 집값이 계속 오르고 있네. 게다가 우리가 이 힘든 일을 하면서, 마스크까지 껴야 될 정도로 전염병까지 창궐하고 있네. 작년 경제 성장률은 얼마인지는 아는가?”
“…마이너스죠.”
“IMF 이후로 처음 마이너스를 찍었네. 그게 무슨 뜻인지는 자네도 대충 짐작되겠지?”
“저희 같은 서민들은 먹고 살기 힘든 시대겠죠.”
“이번에 LB인가 뭔가, 암튼 부동산 투기를 했다던데, 공무원들도 대거 연루되어 있고 말야.”
“…그야말로 세기 말이죠.”
“그래, 말 잘 했어. 지금 같은 세기 말에서는 믿을 건 오로지 돈 뿐이라네. 내 생각은 이런데, 자네는 어떤가?”
“저라고 별 생각 있나요? 돈이 최고니까 돈 벌러 온 거죠.”
그 아저씨는 한 손을 내게 보여주며 이렇게 말했다.
“우리 같은 서민들은 혀가 빠지도록 일해도 얻는 건 요만큼 밖에 안 돼. 그러니 일확천금을 얻으려면 뭘 해야 되겠는가?”
“주식이랑 비트코인이겠죠.”
“그렇지. 그러니 요즘에 내가 그것들을 건들고 있는데 말이야.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단 말이지? 내가 비트코인을 2~ 3년 전만 알았어도 이렇게 살고 있지는 않겠다는 그런 생각 말이야.”
“…그건 안타깝긴 한데, 결과론 적인 해석 아니겠습니까? 미래는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잖아요?”
“흠… 그런데 난 그렇게 생각하진 않아.”
“왜죠?”
“내가 아는 어떤 사람이 사주를 볼 줄 아는데, 정말 용하게 봐. 그… 애들이 본다는 수능 족집게 1타 강사? 그 녀석들 저리가라야!”
“그래요?”
“그러엄! 초면인데도 내가 노가다를 하게 되는 상황과, 내가 주식을 하면 망할 거라는 부분까지도 정확히 맞췄다니까?”
“그 정도에요?”
“그래. 그런데, 그 사람이 희한한 말을 하더구나.”
“뭐라고요?”
“이렇든, 저렇든, 운명은 정해져 있다고 말이야. 아무리 그 타고난 걸 바꾸려고 해도, 결국에는 이미 정해진 운명과 거의 비슷해진다고 말이지.”
“저는 그래도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서 운명이 바뀐다고 봤는데.”
“물론 나도 처음엔 반박을 했었지. 그렇게 치면 그 사주나 운명과 정 반대의 삶을 사는 사람들은 뭐냐고 하면서 따졌지. 그런데 그 사람이 이렇게 말하더군?”
“뭐라고요?”
“그 사람들은 애초에 운명을 바꾸는 것 자체가 타고난 사람들이었다고. 그래서 정해진 운명을 거스를 수 있었다고 말이지. 참 개 같은 논리지 않은가?”
“듣기 거북할 만한 발언이긴 하네요.”
그는 무거운 시멘트 포대를 짊어지곤, 이어서 말했다.
“끄응… 그런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까, 그 사람 말도 어느 정도 맞는 말이더라고. 지금까지 살면서 재능 있는 인간들은 많이 봐왔으니까. TV에 나오는 녀석들도 분명 수많은 노력가와 재능 있는 연놈들을 밟고 올라섰을 거라고 생각하니, 소름이 돋을 정도더군. 게다가 운명을 거스르는 것도 일종의 재능이라면 재능이겠지. 우리 같이 재능 없는 사람들에게 운명은, 거스르기 힘든 물살과도 같고.”
그와 함께 시멘트 포대를 나르고 나서, 다음 말을 들을 수 있었다.
“운명과 미래는 어찌보면 같은 개념이지 않은가? 운명에도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있으니. 운명이 정해진 노선들이 있다면야, 미래도 마찬가지로 개개인이 어떻게 움직이든 바뀔 수 없는 미래도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지. 이렇게 보면 걸어볼 만하지 않은가? 2~ 3년 전으로 되돌아갈 수만 있다면 말이야.”
“그것도 그렇겠네요.”
그 때의 회상을 마치고, 컴퓨터 화면을 바라보았다.
그 아저씨는 지금쯤 뭐하고 있으려나. 잘 지내고 있겠지?
처음 노가다를 했을 때, 나를 많이 챙겨줬었고 여러 가지 요령을 알려준 아저씨여서, 생각난 김에 그가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했다.
“아저씨라면 어땠을 거 같아요?”
혼잣말로 중얼거려봤지만, 대답해줄 이는 한 명도 없었다. 지금 이 원룸에선 나 혼자밖에 없었으니까.
연지한테 물어나 볼까?
우선은 바쁠 수도 있으니까, 까톡으로 뭐하고 있는지 물어봤다.
[연지 언니이이잉~ 모해? 바빠?]
[안 바쁘면 연락 좀 해주세여~!]
…보낸 메시지 옆에 숫자 1이 사라지지 않은 걸로 봐선, 아무래도 바쁜 모양이다.
그 와중에 비트코인은 21달러로 가격이 약간 올라갔다.
2만 3천 100원이라….
악마 : 뭐해? 어서 사지 않고? 어차피 오르는 거 알고 있잖아! 나라면 진즉에 샀겠다. 아니… 그 아저씨였어도 가능한 풀 매수 했을 걸?
천사 : 하와와… 투기는 안 좋은 거시에오오… 그 아저씨를 교훈 삼아서 주식이나 비트코인은 하면 안 되는 거시에오오….
악마 : 이봐, 천사. 너도 알고 있잖아. 이게 오를지, 안 오를지를… 지금 안 사는 게 병X 아니야?
천사 : 호에에에… 그치마아안….
내면의 천사와 악마가 날뛰고 있었다. 점점 골치 아파지고 있어서, 한 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잠시 동안 고민했다.
망설이는 사이, 비트코인은 19달러로 하강했다. 2만 900원이라.
악마 : 야! 지금이 살 때….
나도 알아. 그러니까 조용히 해.
악마 : …….
10개를 사면 20만 9천원. 42만을 충전하면 20개는 살 수 있겠지….
곧바로 42만을 들이부어서 비트코인 20개를 샀다. 잔돈은 가입으로 받은 3천원과 남은 2천원을 합친 5천원이었다.
“후우….”
뛰어난 업적을 달성했다거나 거사(?)를 치룬 것처럼, 한숨을 길게 쉬고는 방송을 켤 준비를 했다.
쿵쿵쿵!
“배달이요!”
“네에~!”
문을 열어, 배달원이 건네는 봉투를 받고 카드를 건넸다.
“맛있게 드세요.”
“네.”
배달원은 카드를 돌려주며, 자리를 떠났다. 나는 문을 잠그고 들어와 컴퓨터가 있는 책상 앞에 봉투를 풀어 헤쳤다.
“오오옹!”
깔끔하게 포장된 용기를 개봉하자, 김이 모락모락 나왔다.
붉은 빛을 띤 해장 파스타는 매콤하면서도 먹음직스럽게 보였다.
반면 토마토 미트 리조또는 들어가 있는 미트볼 같은 고기도 그렇고, 뭉쳐져서 얹어진 치즈도 그렇고… 비주얼이 겉보기엔 개밥 같아 보이긴 했는데, 음… 그래도 맛은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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