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와와~ 예리니 방송에 와주셔서 고마운 거시에오!-35화 (35/100)

〈 35화 〉 하와와 35화

* * *

35.

서버 테러 사건은 종결되었다. 서버 관리자에게는 고마움과 함께 미안함을 전달하고는, 그렇게 해산했다.

급격하게 피로해진 예린이는 시간을 보고는 이렇게 말했다.

“벌써 밤 11시 넘었네요. 오래 방송해서 그런가, 너무 피곤하니까 이만 방종하고 자러 가보겠습니다.”

­그냥 밤 새자ㅋㅋ

­노방종 ㄱㄱ

­오늘은 오래 방송하긴 했네.

­눈나 ㅂ2

“죄송합니다. 저도 노방종 하고는 싶은데 아직은 무리일 거 같아요.”

­어쩔 수 없지ㅋㅋ

­잘 자요

­내 꿈 꿔

­하와와 누나 안녕히 주무세요!

예린이는 실시간 시청자 수를 확인해봤다. 안 본 사이에 600명대를 돌파해 있었다.

원래라면 여기서 노를 저어야 하는 게 맞기는 하지만, 반쯤 감긴 눈으로 여기서 더 해봐야 안 하는 것만 못하다고 판단한 그녀는, 방송을 종료하고 컴퓨터를 껐다.

“흐아아아아앗… 휴우….”

너무 오래 앉아 있어서 몸이 찌뿌둥했던 예린이. 자리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한 번 크게 편 후, 잘 준비를 했다.

‘흐음….’

불을 끄고 이불 위에 드러누우니, 막상 잠이 잘 오지 않았다.

어둠을 밝히는 휴대폰 액정 화면을 멍하니 바라보던 예린이.

‘잠도 안 오는데 그거나 알아볼까?’

인터넷 창을 열고, 검색하는 그녀. 과연 예린이는 뭘 찾고 있었을까?

“…이거 어떻게 하는 거야?”

그녀는 비트코인에 대한 정보를 알아보고 있었다. 암호화폐의 개념부터 시작해서 어떻게 사고, 파는지와 주식과의 차이점을 찾아봤다.

“복잡하네.”

비트코인을 처음 접한 예린이의 소감이었다. 당연히 복잡해보일 수밖에 없었다. 비트코인은 주식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시스템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주식은 장 마감이 있는데, 여긴 장 마감이 없나 보네?”

주식과 달리, 비트코인은 24시간 거래소가 열려있다. 따라서 거래소의 서버가 먹통이 되지 않는 한은, 언제든지 비트코인을 사고, 팔 수 있었다.

‘일단 가입이나 해놓자.’

‘코썸’이라는 이름의 거래소에 아이디를 만들기 시작한 예린이.

이메일과 비밀번호, 이름과 휴대폰 번호, 그리고 보안 비밀번호를 차례대로 입력했다.

이메일과 휴대폰 번호의 인증까지 마치고, 이용약관 동의에 체크까지 한 예린이는 정상적으로 아이디를 생성해냈다.

‘출금계좌라….’

코썸은 유일하게 NH은행의 계좌만 거래가 가능했다. 그러나 예린이는 그 은행의 계좌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하아… 비트코인을 하려면 계좌까지 발급해야 되는 거야?’

의외로 간단하지 않은 절차와 방법에, 그녀는 머리가 지끈거려서 휴대폰을 끄고 눈을 감았다.

잠에 사르르 빠진 예린이. 그렇게 시간은 흘러, 다음 날이 되었다.

일어난 예린이는 반쯤 잠긴 눈으로 휴대폰을 찾았다. 그녀가 휴대폰을 찾은 이유는 다름 아닌 시간을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오전 9시.

은행가기 딱 좋은 시간.

예린이는 식사도 하지 않은 채, 바깥을 나갈 준비를 했다.

#

약 40분의 시간 끝에 겨우 준비를 마쳤다.

사실 대부분의 준비는 30분 안으로 끝났지만, 나머지는 옷을 고르다가 선택장애가 와서, 머뭇거리다 시간을 보냈던 게 함정이었다.

오늘은 방송에서만 양 갈래 머리를 묶을 거라서, 지금은 하지 않았다.

화장은 평소처럼 가볍게 했다. 틴트에만 약간 신경을 쓴 정도다.

복장은 하얀 리본 블라우스에, 분홍색 체크무늬 치마. 그리고 까만 구두와 하얀 덧신스타킹을 신었다.

오늘은 날씨가 우중충하고, 구름도 많이 끼어서 햇빛이 강하진 않았다.

게다가 오전이라 그런지, 아직은 선선해서 은행에 빠르게 다녀오면 땀을 흘릴 일은 없을 거 같았다. 그래서 밥도 안 먹고 서두른 감이 없잖아 있었다.

이 쪽 길목이었던가?

저번에 마트를 다녀오면서, 근처 길목에서 어렴풋이 NH은행을 보긴 했었다.

기억을 되짚어보면서 길을 걸으며 은행을 찾고 있었는데.

“저기요?”

앞에서 훤칠한 체격의 남자 한 명이 내게로 다가왔다.

“…무슨 일이시죠?”

왜 다가왔는지는 대충 짐작은 되었지만, 혹시라도 다른 이유로 왔을 수도 있으니 그에게 질문을 던졌다.

“저, 실례지만 번호 좀 알려주실 수 있나요?”

“…….”

상대방의 모습은 늘씬한 키는 나보다 15에서 20cm 정도는 커 보였고, 적당히 다듬은 까만 머리와 남자다우면서도 괜찮은 외모를 지녔다.

팔과 다리에 근육이 좀 붙은 걸로 봐서는 운동도 꾸준히 하는 모양인데, 이런 애가 왜 나한테 와서 번호를 달라고 하는 걸까?

“초면에 번호 달라고 하시는 건 좀… 그리고 실례란 걸 알면서도 물어보신 건 무슨 경우죠?”

“…죄송합니다. 그냥 궁금해서 여쭤봤어요.”

“왜 궁금하신 거죠?”

“혹시 애인이 있으신가요?”

너무 직구로 훅 들어오는데….

“만나는 사람 있는데요?”

“흠… 그럼 저랑 만나실 생각은 없으신가요?”

“…뭐라고요?”

너무 어이없어서 했던 말을 다시 물어봤다.

“염치없는 말이긴 하지만, 저랑 사귀실래요?”

“…….”

보통은 임자 있다고 하면 떠나야 정상인 거 아닌가?

그런데 이 녀석은 마치 치열한 전투 연애 속에서 숙련된 베테랑처럼, 자연스럽고 뻔뻔하게 말을 계속 걸어왔다.

“전 당신과 사귈 생각도, 번호를 알려줄 생각도 없구요. 바쁘니까 이만 가볼게요.”

내가 옆을 지나쳐 녀석에게서 떠나려 하자, 그는 곧바로 내 앞을 다시 가로막았다.

“번호라도 알려주세요. 그러면 비켜드릴게요.”

주변을 둘러보았다.

내가 서 있는 곳은 골목길인데, 하필이면 지금 이 곳을 지나치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

저기 멀리서 할아버지 한 분이 앉아 계시긴 했지만, 별 다른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았다.

별 수 없나. 녀석이 원하는 대로 알려줄 수밖에.

“그러면 휴대폰 열어서 입력해보세요. 불러드릴 테니까.”

“네.”

일단 치마에 달린 주머니 속으로 한 손을 넣어, 휴대폰을 꺼 놨다. 그 후에 번호를 그에게 불러줬다.

“그러니까, 010­XXXX­XXXX 이 거라고요?”

“네, 맞아요.”

“지금 전화 걸어 봐도 되요?”

그의 질문에, 난처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아쉽게도… 휴대폰 배터리가 다 되서….”

“그렇다면 나중에 확인 차 전화 걸어도 되겠죠?”

“네, 뭐. 편하신 대로.”

“그런데 아까는 알려주지 않겠다더니, 지금은 왜 순순히 알려주시는 거죠?”

그의 질문에 나는 이렇게 답했다.

“알려주셔야 길을 비켜주실 거잖아요. 게다가 전 볼 일이 있어서 여기서 노닥거릴 시간이 없어요.”

넘어가라… 여기서 그냥 넘어가!

상대방의 눈치를 보면서, 속으로는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왜냐면 내가 알려준 번호는 떠돌아다니는 찌라시에 적힌 대부업체 번호였으니까.

녀석의 눈썹이 약간 움찔거렸다.

“이거 실례했습니다. 나중에 전화드릴 테니, 꼭 좀 받아주세요! 알았죠?”

“넹. 그럴게여.”

최대한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을 그에게 짓고는, 점점 그에게서 멀어졌다.

골목길을 빠져 나와, 큰 길로 들어선 후부터는 가끔씩 뒤를 돌아보며 빠른 걸음으로 은행까지 도착했다.

헥… 헥….

거의 집에만 있어서 그런 건지, 달리지도 않았는데도 어느 정도 지쳐있었다. 운동 부족인가….

아니면, 편한 운동화 대신 구두를 신었기에 발을 접 지르지 않으려고 신경 쓰면서 빠르게 걷느라 그랬을 수도 있었다.

어쨌든, 은행에 도착한 나는 순번표를 뽑고 나서 차례를 기다렸다.

한 15분 정도 기다렸을까. 마침내 내 차례가 돌아와서, 직원이 있는 카운터 앞으로 다가섰다.

“무슨 일로 오셨을까요?”

“통장 만들러 왔어요.”

“그러면 신분증 좀 주시겠어요?”

“네.”

앞으로 몇 년 후에는 대포 통장 악용과 보이스피싱 등으로 통장 발급 자체가 까다로워 질 거다.

“잠시만 기다리시겠어요?”

“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았기에, 신분증만 주고도 통장 발급이 가능했다.

약 10분 정도 기다린 끝에, 직원이 새로 만들어진 통장과 신분증을 내게 건넸다.

“여기 있습니다, 고객님! 찾아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잠시….”

“네?”

“공인인증서도 만들어 주시겠어요?”

“알겠습니다, 고객님!”

#

예린이는 은행 갈 때 지나갔던 길과는 다른 루트를 이용해서 집에 무사히 도착했다.

한편, 예린이에게서 번호를 따낸 남자는 자신의 집에서 전화를 걸어보는데….

띠리리리­

수신음이 계속 가지만, 받지를 않는 상대방.

하지만 남자는 끊지 않고 기다려보았다. 그녀가 바빠서 전화를 바로 받지 않은 걸 수도 있었으니까.

기다림 끝에 전화가 연결 되었다. 남자는 반가운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여보세요! 혹시 아까 봤던 여성 분 맞나요?”

“…난 여자가 아니고 남잔데? 거, 누구십니까? 혹시 대출 필요한 고객님이십니까?”

“…전화 잘못 걸었습니다.”

그는 곧바로 전화를 끊고는 음흉하게 웃었다.

‘날 속였겠다?’

근처에 아무도 없었으면, 예린이를 붙잡을 생각도 할 수 있었겠지만 아예 아무도 없는 건 아니었다.

게다가 그 골목길은 특정 시각만 빼면 사람들이 가끔씩 왕래하는 길목이라, 만약에라도 그녀와 실랑이를 벌이다가 다른 사람들의 눈에 마주치면 자신이 곤란해질 수도 있었다.

그래서 이번엔 얼굴을 한 번 보고 나서, 자신을 속일 수 없겠다고 판단한 나머지, 번호를 받고 떠나보내는 선에서 그쳤는데.

그는 뒤늦게 자신의 판단이 안일했음을 깨달았다.

‘그래도 한 번 봤으니, 언젠간 또 다시 마주치겠지.’

이렇게 생각한 바람둥이는 또 다른 여성에게 전화를 걸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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