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와와~ 예리니 방송에 와주셔서 고마운 거시에오!-34화 (34/100)

〈 34화 〉 하와와 34화

* * *

34.

후원 메시지로 자신이 잘못했다고 털어놓은 어둠의 잼민이.

­뭔 상황임?

­설마 자기 신상 털릴 거 생각하니까, 바로 사과한 건가? ㅋㅋ

­이 분 아까 후원 메시지로 비웃던 시크한 모습은 어디 갔음?

­이걸 이렇게 자백을 한다고?ㅋ

일단은 방송 채팅창을 얼리고, 그에게 귓말로 디코 링크를 남겼다.

“마이크 못해도 상관없으니까, 여기로 들어오세요. 안 들어오시면 바로 벤 때릴게요.”

말을 마치자마자 채팅창을 녹였는데, 그 사이에 누군가가 디코 음성채팅에 접속했다.

“…….”

“방금 들어오신 분 누구시죠?”

[DT : 안녕하세요. NTN달인입니다. 마이크가 안 되서 죄송합니다.]

가까운 미래에는 본인 대신 타인이 대신 용서를 빌다가 걸린, ‘대리 사과 사건’이 터진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혹시나 싶어 질문을 던져봤다.

“지금 들어오신 분이 방금 후원 메시지를 날린, ‘NTN달인’이란 분과 동일인물이란 걸 제가 어떻게 확인하죠?”

[NTN달인 님, 별풍 50개 후원 감사합니다!] ­방금 디코 들어온 DT랑 저는 동일인물입니다. 이러면 믿으시겠습니까?

“흠….”

후원만으로는 동일인물이란 걸 정할 수가 없었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뿐이다.

“서버 관리자님, 계신가요?”

“네, 있습니다.”

“제가 디코 친구 추가할 테니까, 받아주세요.”

“네.”

서버 관리자가 친추를 받자, 그에게는 또 다른 디코 링크를 줬다. 그리고 자신이 NTN달인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에게는 이렇게 말했다.

“제가 지금부터 질문을 드릴 거에요. 묻는 말에 대답해주세요.”

[DT : 네.]

우선은 서버 관리자에게 디코 채팅으로 물어봤다. 저 사람이 어디 살고 있는지를.

[커여운하와와 : 혹시 증거 제출한 거 보셨나요?

서버 관리자의 질문에 “아직은 못 봤다”고 답했다.

[커여운하와와 : 그러면 한 번 봐주시겠어요? 거기에 증거랑 여러 가지 다 올려놨으니까.]

일단 디코가 방송화면에서 안 보이도록 가려놓았다. 그 후에 그가 올렸던 증거랑 관련 정보들을 싹 살펴봤다.

NTN달인이 어디 사는지부터 시작해서, 학교, 나이, SNS의 아이디와 닉네임 등을 알 수 있었다.

이 정보를 바탕으로, DT에게 물어봤다.

“어디에 살고 계신지, 이용했던 SNS가 있는지를 말씀해주세요.”

[DT : 음… 지역까지만 말씀드려도 되나요, 아니면 자세한 주소를….“

“그냥 지역까지만 말씀해주세요.”

[DT : 울산 삽니다. SNS는 ‘파랑새’를 이용 했었구요.]

“사용했던 SNS의 아이디와 닉네임은 어떻게 되시죠?”

[DT : 'yoonsuk01'이고, 닉네임은 ‘윤짱’입니다.]

“다닌 학교와 나이 말씀해주세요.”

[DT : 나이는 올해 20살이고, OO고등학교 졸업했습니다.]

“으음….”

서버 관리자가 준 정보와 똑같았다. 내용이 서로 일치했다는 것만으로도 온 몸의 소름이 돋았다.

커여운하와와… 그는 도대체….

“제가 알고 있는 내용과 똑같네요. 그러니 NTN달인과 동일인임은 믿어드리겠습니다.”

[DT : 고맙습니다.]

나는 키보드를 마구 갈겨, 아까까지 심문했던 내용들이 화면에 보이지 않게끔 올려놨다.

그 다음, 디코를 방송 화면에 보이도록 세팅한 후에 말을 꺼냈다.

“이제 서버 관리자님은 제가 접속한 음성 채팅 채널로 다시 와주세요.”

“넵. 바로 왔습니다.”

“서버 관리자님은 말씀을 잠시 아껴주시길 바랍니다. 이 분께 할 말이 좀 있으니까.”

“네.”

“DT님… 아니지, NTN달인님?”

[DT : 네.]

이제 확인할 건 다 확인했으니, 신나는 단죄 시간이다.

“아까 후원 메시지로 잘못했다고 하셨잖아요?”

[DT : 예, 그랬죠.]

“그, 내용 들어보니까… 잘못했다고는 했는데, 뭘 잘못했는지는 언급을 안 하셨더라고요?”

[DT : 음….]

#

“보통 잘못했다고 하면…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 누구에게 어떤 민폐를 끼쳤는지, 앞으로 이 일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를 명확하게 말해야 되거든요?”

[DT : 예….]

예린이의 지적에 점점 주눅 들기 시작한 NTN달인.

“그런데 그런 내용이 없었다는 건, 다시 말해서 자신이 잘못한 게 전혀 없는데 억지로 사과를 했다고 봐도 되겠죠?”

[DT : 그, 그게 아니라… 제 말을 좀 들어보실래요?]

“아직 제 말 안 끝났어요. 채팅 그만.”

[DT : 네….]

예린이의 단호한 모습에, 상황을 지켜보는 시청자들은 웃고 있었다.

­ㅋㅋㅋㅋ ㅈㄴ 단호박이네 ㅋㅋ

­칼 같음 ㅋㅋㅋㅋㅋㅋ

­아까까진 발암이었는데 이제야 좀 사이다 같네 ㅋㅋ

­ㄹㅇ ㅋㅋ

“그리고 시청자를 고소한다고 비아냥거리셨는데, 제가 보기엔 님은 시청자라 보기에는 선을 좀 많이 넘은 케이스거든요? 이미 선을 넘어버린 사람은 저로서는 시청자가 아니에요. 그저 남이 하는 일 방해하는 악질로밖에 안 보이거든요.”

[DT : 그건 예린님 컨텐츠를 위해 재미로….]

NTN달인의 뻔뻔한 말에, 예린이는 최대한 화를 억누르며 입을 열었다.

“아, 재미… 재미 좋죠. 명치 한 방 존나 세게 꽂고 나서, ”장난 좀 쳐봤어“라고 하면 NTN달인님은 기분이 좋아지시나 보죠?”

[DT : 그거랑 이거랑 좀 다르지 않나요?]

­ㅋㅋㅋㅋ 골 때리네 ㅋㅋㅋㅋㅋ

­상대방 진심 사이코 같음 ㅋㅋㅋ

­ㅋㅋ 하와와 한숨 쉬는 거 봐ㅋ

상대방의 태도에 어이없어하는 예린이.

“같은 거지, 그게 다른 건가요? 정말 뭐가 문제인지 모르세요?”

[DT : 음….]

자신의 잘못을 덜 깨달은 상대방을 보고, 예린이는 안되겠다 싶어서 최후의 수단을 꺼냈다.

“저는 님 말투가 유치하고 어려 보여서 처음에 잼민인줄 알았거든요?”

[DT : 젊어 보인다고요? 칭찬 감사합니다.]

­ㅅㅂ ㅋㅋㅋ 돌았나 ㅋㅋㅋㅋㅋ

­ㅋㅋㅋㅋ 진짜 개웃기네 ㅋㅋㅋ

“칭찬 아니니까 조용히 듣기나 해주세요.”

[DT : 예.]

“그런데 나이도 스무 살이신데, 잘못을 뉘우치는 점은 전혀 안 보이니까 말씀을 드리는 건데, 한 번 고소 드셔 보시겠어요?”

[DT : 예?]

“아니, 뭐가 ”예?“에요. 일단 지금까지의 정황상으로는 영업방해죄로 넣을 수 있고. 변호사 한 분 섭외해서 다른 죄목도 더 넣을 수 있는지 알아보려고 하는데… 괜찮으시겠죠?”

[DT : 어….]

NTN달인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예린이는 그런 상대방이 괘씸해서, 더욱 더 압박을 가하기로 했다.

“대가리 굴리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데, 잘 생각해보세요.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까, 제대로 사과해주시면 용서는 해 드릴게.”

NTN달인은 자신을 잠시 되돌아봤다.

고 3때 네모크래프트에 빠져서, 수능을 망친 그는 대학 진학을 포기했다.

대학 대신 취직을 하겠다는 핑계로, 집에서 하루 종일 빈둥거리며 게임을 즐길 수 있었던 NTN달인.

그는 개인 서버를 떠돌아다니며 자신의 건축물을 짓던 평범한 사람이었다.

자신이 지은 건축물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그걸 칭찬받는 걸 좋아했던 그는 자신의 시간을 게임에 갈아 넣으며 온갖 건축물을 짓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보다 건축물을 잘 짓는 유저가 서버에 나타났다.

난데없는 건축물 고수의 등장으로, 그를 칭찬하던 유저들은 그 고수에게로 몰려들게 되었고, 그는 예전처럼의 관심과 칭찬을 받지 못하게 되었다.

그는 처음에는, 이전처럼의 관심과 칭찬을 받기 위해 건축 실력을 키우기로 다짐했었다.

하지만 작심 3일.

그는 결국 그 고수처럼 될 수 없다고 빠르게 결론짓고는, 질투심을 품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그 서버의 여러 건축물들이 한 순간에 파괴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유저들과 건축 고수의 건축물 대부분이 파괴되었고, 반면에 NTN달인의 건축물은 멀쩡했다.

그들은 상황을 파악하고, NTN달인이 자신들의 건축물을 파괴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추측이었으므로, 그들은 서버 관리자에게 진위 여부를 가려달라고 부탁했다.

NTN달인은 그들에게 자신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하지만 그는 그들의 건축물을 파괴한 범인이었기에, 서버 관리자가 범인을 발표하던 그 순간에 서버에서 나와, 도망쳤다.

이후로 그는 여러 서버를 돌아다니며, 자신보다 잘 지었다고 판단한 건축물은 무자비하게 파괴하는 일을 벌였다고.

이제 현재로 되돌아 와서.

지금까지 쌓아 놓은 업보의 결과였을까? 상대 여캠이 자신에게 고소하겠다는 말을 듣자마자, NTN달인의 심장은 긴장으로 쿵쾅거렸고, 손발은 덜덜 떨리고 있었다.

[DT : 죄송하빈다… 제가 잘못했습니다.]

“뭘 잘못했는데요?”

[DT : 하와와님의 방송을 망치게 해서 죄송합니다. 그리고 서버 테러한 점도 죄송합니다. 지금까지 서버 테러를 한 것도 죄송합니다. 앞으로 다시는 이런 짓을 안 하겠습니다.]

“시청자들에게 사과하세요. 서버 관리자 분에게도 용서를 구하시고. 그리고 서버 테러 한, 두 번 한 게 아닌 거 같던데… 오늘 사건과 지금까지 벌인 일들에 대한 책임은 어떻게 지실 건가요?”

[DT : 하와와님의 시청자 분들, 저 때문에 기분 망치신 점 죄송합니다. 서버 관리자이신 커여운하와와님, 죄송합니다… 제가 게임을 접는 걸로 책임을 지도록 하겠습니다.]

이 채팅을 본 서버 관리자는 이렇게 말했다.

“흠… 터레스팅.”

원래는 말이 흥미롭다는 뜻이었지만, 지금의 경우는 NTN달인을 비꼬는 뜻으로 썼다.

게다가 NTN달인의 말을 믿을 수 없던 시청자들은, 그를 비웃고 있었다.

­ㅋㅋㅋ 몇 달 접다가 복귀할 듯

­ㄹㅇ ㅋㅋ

­병X아, 애초에 서버 테러를 하질 말았어야지 ㅋㅋ

­내가 네 엄마도 아닌데, 네가 게임을 아예 접는지 어케 암?

예린이가 시청자의 반응에 한 수 거들었다.

“아예 게임 계정을 삭제하고 인증을 해주시죠. 아, 디코 라이브 되니까 그걸로 인증해주실?”

[DT : 그건… 좀….]

“아, 정신 덜 차렸다. 그치?”

[DT : 하, 하겠습니다. 할 테니까, 고소하지 말아주세요….]

그렇게 모두가 보는 앞에서 라이브를 켜서, 자신의 네모크래프트 계정을 삭제하는 NTN달인.

[DT : 이제 되었나요?]

­NTN달인(yoonsuk02)님이 강제퇴장 되었습니다.

­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 아 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예린이는 조용히 NTN달인을 강퇴시켰고, 블랙리스트에 그를 추가하면서 말을 꺼냈다.

“네, 이제 되었네요. 오늘 벌인 일들이 너무 괘씸해서 블랙 걸었고요. 지금까지의 일들은 전부 하이라이트랑 클립 만들어놨으니까 다음부터는 착하게 사세요. 알았죠? 멀리는 안 나가니까, 안녕히 가세요.”

디코도 아예 차단을 걸고, 그를 채널에서 추방하는 걸로 오늘 일과를 마무리 짓는 예린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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