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화 〉 하와와 3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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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치킨을 먹던 중에, 카메라가 눈길을 끌었다.
그러고 보니, 연지에게 허락을 맡았어야 했는데… 타이밍을 놓쳐서 말을 하지도 못했다.
방송은 켜놓은 상태로, 얘기를 나눴기 때문에 지금까지의 대화 내용은 500명이 넘는 시청자들이 들어버렸을 터.
뭐… 나는 괜찮긴 한데, 연지로서는 사생활과 관련된 내용이 있었기에 그녀로서는 괜찮지 않을 수도 있었다.
그래서 뭐라고 운을 띄우며 말을 꺼내야 될지, 망설이고 있었다.
“…아까까지는 잘 먹더니만, 지금은 좀 깨작깨작 먹네? 벌써 배부른 거야, 아니면 또 다른 고민거리라도 있는 거냐?”
연지랑 얘기를 나눴을 때마다 줄곧 느끼는 거지만, 얘는 상대방의 감정이라든가 생각을 잘 읽는 편이라 뭘 숨기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항상 나중에라도 결국은 들켜서, 그때마다 연지에게 꾸지람을 들었었다.
결국 이 상황에서는 솔직하게 털어놓는 수밖에 없었다.
“그, 연지야. 있잖아….”
“똥이 마려운 강아지처럼 낑낑거리며 뜸 들이지 말고, 빨리 얘기해 봐.”
“방금까지 우리가 얘기했던 거 있잖아.”
“그게 뭐?”
“내가 방송을 키고 있었는데, 원래는 네가 왔으니 방종하려 했었거든?”
“어. 그런데?”
“음… 그런데 시청자 분들이 방종하지 말아 달라고 말씀하셔서 결국은 방송을 계속 켜두고 있었어.”
“아, 그러니까 지금까지 우리가 나눈 얘기들도 그렇고, 지금 치킨 먹고 있는 이 과정도 다 시청자들이 보고 있다는 거지? 마치 ‘트루먼 쇼’처럼.”
연지는 내 말을 단박에 알아챘다.
“그, 그렇지….”
그녀의 눈치를 보며, 이렇게 뜸들이자, 연지는 말없이 조용히 있다가 나를 째려보며 입을 열었다.
“최예린, 너어어어어어…!”
“으으으!”
혼날 줄 알고 눈을 감았는데, 연지는 내 볼을 살짝 꼬집으며 웃었다.
“푸하하핫! 야, 내가 그런 자잘한 거에 신경 쓸 사람일 거 같아? 괜찮아, 괜찮아!”
“그치만….”
“이 프로포즈 얘기는 다른 사람들에게 자랑삼아 했던 적이 몇 번 있었어. 게다가 별로 중요한 얘기는 안 했다고 보는데? 그럼 상관없는 거 아냐?”
“그, 그런가?”
“그보다 난 네가 걱정이 되는데.”
“어째서?”
“네 본명이 까발려진데다가, 내가 했던 프로포즈 얘기로 몇몇 솔로들의 감정이 복잡 미묘해질 걸 생각하니 걱정이 들지, 안 들겠냐?”
#
예린이가 고민을 털어놓았을 때, 연지의 반응을 보던 시청자들.
저번에는 예린이가 본명 아니라던데, 흠… 뭐지?
그냥 친구도 가명으로 부르는 거 아님? ㅋㅋㅋㅋ
나중에 한 번 더 물어봐야겠다. 본명인지 가명인지.
근데 저 분 말하는 거 지리네….
친구 분 마치 에어컨 바람처럼 시원스런 말투라서 맘에 듬 ㅎㅎ
이걸 내가 말하면 오그라드는데, 확실히 말하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서 이것도 느낌이 달라지는 구나….
이 친구 분 하와와 전용 사이다인 듯 ㅋㅋㅋㅋ 말하는 거마다 호감임 ㅎㅎ
아~ 나도 저런 친구 두고 싶다!
ㅋㅋㅋㅋ ㅇㅈ
연지가 예린이에게 해답을 제시하면서, 프로포즈 얘기를 꺼냈을 때는….
아니 왜 갑자기 이런 얘기함?ㅋ
솔로들 앞에서 이런 소리를 한다고? 선 넘네….
아 ㅈㄴ 꼴 받게 하네, 진짜 ㅋㅋㅋㅋㅋㅋ 하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그저께 헤어져서 솔로 됐다. 질문 받는다.
ㅊㅋㅊㅋ 저는 오늘로 2일차인데^^
커플 죽어!!!!!!!!!
솔로천국! 커플지옥!
근데 남편분이 꽤나 로맨티스트시네 ㅋㅋㅋㅋ
그러게 ㅋㅋㅋ
고민에 대한 얘기는 마무리되면서, 그들이 치킨을 뜯기 시작했을 때의 반응은 이랬다.
먹고 있는 거 보니까 군침이 싹 도누 ㅋㅋㅋㅋ
나도 치킨이나 시켜먹어야겠다.
님 저도 치킨점!
응 나만 먹을 거야 ㅅㄱ
카메라 앞에 더 가까이 좀 와서 먹지… 그래야 내 밥이 치킨 맛이 날 텐데 ㅋㅋ
ㅁㅊ 무슨 자린고비임?ㅋㅋㅋ 치킨 먹는 거 보면서 식사하면 그게 치킨 맛이 남?ㅋㅋㅋ
어제 시켜먹었는데 또 시켜먹고 싶다. 어쩌지? ㅋㅋㅋㅋ
그냥 또 시켜 드셈. 치킨은 진리임 ㅇㅇ
방송이 지금까지 켜져 있다는 걸 알게 된 연지와 예린이의 반응을 본 시청자들.
ㅋㅋㅋㅋ 하와와 볼 늘어지는 거 귀여워 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친구 분 아까부터 봤었는데 너무 쿨 하신 게 맘에 드네 ㅎㅎ
남편분이 좀 부럽긴 함 ㅇㅇ
ㅇㅇ 나도 그 생각함 ㅋㅋㅋ
커플 주거어어어!!!!!
하와와 본명이 최예린임?
흠… 일단 오면 물어보자.
ㅇㅇ
치킨을 먹고 나서, 정리에 들어간 그들. 어질러 놓은 게 별로 없었기에 금방 치울 수 있었다.
“방송한다고 하니까, 난 이만 가볼게.”
“더 있어도 되는데….”
“안 그래도 남편 도와줘야 돼. 지금 시간이 한창 치킨 주문 들어올 시간이라….”
예린이가 휴대폰을 통해 시간을 살펴봤다.
밤 9시. 시간이 참 빨리 간다고 생각한 그녀는 연지에게 이렇게 말했다.
“조심히 잘 돌아가. 알았지?”
“그래. 너도 잘 지내고 있어라. 방송하는 것도 좋지만, 끼니는 좀 챙겨 먹고 해. 가끔이라도 좋으니 밖에 산책도 좀 하고. 그래야 건강도 챙기고, 오래 방송하지.”
“네이네이~!”
“그럼 간다.”
“잘 가….”
연지는 떠났고, 현관문을 잠근 예린이는 화장실에 다녀온 후 컴퓨터 앞에 앉았다.
이제 왔음? ㅋ
치킨은 맛있게 잘 드셨나요, 예린 공주님? ㅎㅎ
하와와~ 시청자는 예린이가 부러운 거시에오~ 친구를 잘 둬서 너무 부러운 거시에오오~
나랑 친구해줄 사람?ㅋㅋㅋㅋ
다음부터는 카메라에 잘 보이게 세팅해놓고 먹방 해주셈
하와와 파이팅!
눈나… 본명이 최예린 맞워요?
“어… 음… 그러니까 그게….”
시청자들의 반응은 제각기 달랐다. 그 중에서 본명에 대한 언급이 나오자 예린이는 잠깐 생각에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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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고민하기는 했지만, 이미 까발려진 거 숨기기가 좀 그랬다.
“네… 맞아요. 저번에는 아니라고 했었던 거 같은데, 죄송해요. 그 때는 본명을 알려주고 싶지는 않아서….”
ㅋㅋㅋ 어쩐지
갠차나여, 예린이 눈나!
[86885 님, 별풍 100개 후원 감사합니다!] 민증 인증점요
“하와와~ 팔육팔팔오님, 별풍 100개 후원 캄사합니다아앙! 어어… 민증이요? 잠시만여….”
지갑을 들고 와서 주민등록증을 꺼냈다. 음… 뒷자리는 가리고 보여줘야겠지?
“됐죠?”
정말 스물 두 살이네 ㅇㅇ
어째 사진보다 실물이 더 낫게 나온 듯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ㄹㅇ ㅋㅋ
민증 인증을 해주는 스트리머가 있다? ㅋㅋㅋㅋㅋㅋㅋ
[Dtivja 님, 별풍 100개 후원 감사합니다!] 예린이 눈나, 이제 머 할 거야?
“하와와… Dtivja님~ 별풍 100개 후원 감사한 거시에오오! 글쎄요. 다이아도 캐긴 했는데, 이제 할 게 없네요. 흠….”
실시간 시청자 수를 살펴봤다. 아까는 500명이 넘었지만, 잠시 방송을 방치했던 탓에 413명이 보고 있었다.
아깐 미션이 있어서 할 게 있었는데, 지금은 미션도 없는데다 애초에 네모크래프트 자체가 자유로운 게임이라 이 시청자 분들을 데리고 어떤 걸 보여줘야 될지 감이 오질 않았다.
[예리니눈나 님, 별풍 100개 후원 감사합니다!] 개인서버 놀러가보는 건 어떰?
“하와와~ 예리니눈나님~ 별풍 100개 후원 캄사합니다아아! 제 본명을 닉네임으로 하기엔 좀 그런데… 하와와눈나로 변경해주시면 안댈까여?ㅜㅜ 그리고 개인서버는 도대체 뭐에여?”
원래 네모크래프트는 멀티가 가능한 게임임.
사람마다 서버를 구축할 수 있는데, 그 서버 안에서 여러 사람들끼리 같이 놀 수가 있음.
유저들이 각자 자신의 서버를 구축한 게 개인서버임 ㅇㅇ
“프리 배틀넷 같은 개념인가요?”
ㅇㅇ
프리 배틀넷이 뭐임?
‘별들의 전쟁’이란 겜에서 제작사가 만든 공식서버가 아닌, 유저가 만든 개인서버를 말함.
나 그 겜 안 해서 잘 몰랐음ㅇㅇ
그 게임을 안 해봤다고? 세상에나….
아니 안 할 수도 있지, 왜 그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꽤 유명한 게임이라 안 해본 게 이상하긴 함… ㅋㅋㅋㅋㅋ
흐음… 개인서버라….
[커여운하와와 님, 별풍 500개 후원 감사합니다!] 예린이 눈나! 내가 눈나를 위해 개인서버 구축했는데 와보쉴?
“하와와~ 커여운하와와니이임~! 별풍 500개 후원 캄사한 거시에오옹! 저를 위해서 개인서버를 구축해주셨다고요? 감사합니다아앙!”
음… 그러면 이렇게 해볼까?
시청자들과 같이 겜 안에서 놀아보는 걸로. 왠지 그렇게 하면 재밌을 거 같았다.
“커여운하와와님, 혹시 디코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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