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와와~ 예리니 방송에 와주셔서 고마운 거시에오!-29화 (29/100)

〈 29화 〉 하와와 2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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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불꽃의신임남학생 님, 별풍 500개 후원 감사합니다!] ­미션 축하드립니다! 잠깐 들렀는데 재밌어서 후원해봤어요 ㅎㅎ 즐방 하시길!

[섬녹시 님, 별풍 500개 후원 감사합니다!] ­이게… 하와와 방송? 즐겁게 잘 보고 갑니다! 앞으로도 꿀잼 방송 파이팅!

[불투명한마법사 님, 별풍 500개 후원 감사합니다!] ­저녁 먹으면서 방송 봤는데, 재밌었어요. 감사합니다!

“하와와… 후원 캄사합니다아! 다들 고마운 거시에오오옹! 감사합니다앙!”

쌓인 메시지들을 자세히 보니까, 나보다도 팔로우 수가 많고 인기 있는 분들이 내 방송에 찾아와주셔서 따뜻한 말씀과 함께 후원을 해주셨다.

이게 웬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찾아오신 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그… 머기업 분들께서 이런 누추한 자리에 어인 일이시온지… 하와와… 당황스럽긴 하지만, 다들 와주셔서 감사한 거시에오오!!! 여러분들 방송 재밌게 보고 있으니까, 앞으로도 힘내주셔요! 후원 캄사합니당!”

카메라 앞에서 고개를 숙이며 정중히 인사를 드린 후에, 이게 대체 무슨 일인지를 알아보려고 시청자 수를 체크해봤다.

…내 방송을 500명이나 보고 있다고? 이거 진짜야? 꿈 아니지?

볼이 늘어지도록 꼬집어봤지만, 통증이 전해져오는 걸 보니 꿈은 아닌 거 같았다.

채팅창도 저번에 비해서 확실히 빠르게 올라가는 것 같았고, 무엇보다도 나보다 잘 나가는 분들이 찾아와주신 것만으로도 기뻐서 미칠 정도였다.

이 감정이 방금 미션 성공으로 들어왔었던 후원보다도 더 기분 좋을 지경이라… 어찌 보면 이것도 약간 문제는 아닐까 생각은 되지만….

어쨌든. 내게 있어서는 시청자들을 포함하여, 이 분들이 줬던 작은 관심 하나, 하나가 내겐 굉장히 중요했다.

아, 물론 먹고 살려면 후원도 중요하기는 하지만, 이 자리에 앉아서 방송을 하면 할수록 더더욱 관심이 고파졌던 건 사실이다.

이전에 감당하기 힘들었던 관심(스토커)이 하나 있긴 했었다. 그래서 당분간은 이런 관심들이 두렵게 느껴지기도 했었다. 하지만 역시… 사람들이 내게 관심을 가져주는 게 좋았다.

쿵쿵쿵!

누군가가 문을 두드렸다. 헤드셋을 벗고, 문 앞으로 다가가 상대방에게 물어봤다.

“누구세요?”

“나다.”

…연지의 목소리였다.

­??? 친구 분 오셨나보네.

­저번에 몇 번 화면에 모습 보였던 분임. 이름이….

­이름 언급까지는 ㄴㄴ

­초상권 침해니까 언급 ㄴㄴ

­??? 갑자기 초상권 침해는 왜 나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 빡머가린가 ㅋㅋㅋㅋㅋ

채팅창을 한 번 슥 훑어본 나는, 시청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죄송합니다… 잠시 친구가 와서 일단 방종해야 될 거 같아요. 이따가 방송 킬 수 있으면 켜보겠습니당!”

­우린 괜찮으니까 그냥 켜 두셈

­방종 멈춰~!!!

­지금 시청자도 많은데, 친구랑 걸즈토크로 컨텐츠 뽑으면서 노 젓자 ㄱㄱㄱㄱㄱ!!

­ㅋㅋ 진짜 이건 각이다 ㅋㅋㅋㅋ

­방종만 하지 말아줘요, 눈나ㅜㅜ

­지금 방송 끄면 나 삐짐!

­ㅋㅋㅋㅋ 아재가 저 채팅 칠 거 생각하니 웃음 ㅈㄴ 나오누 ㅋㅋㅋ

시청자들의 반응을 보아하니, 방송을 계속 켜달라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연지에게 허락을 맡기로 했다.

문을 열자, 연지가 치킨이 든 봉투를 대뜸 내밀고는 말을 꺼냈다.

“저녁은 먹었어?”

“아니….”

“다행이네. 안 그래도 방송 때문에 식사는 못했을 거라 생각해서 가져 왔는데. 헛수고는 아니었나봐?”

“고마워, 연지야.”

“별 거 아냐. 나도 먹고 싶어서 가져온 것뿐이니까.”

식탁을 차리고, 그 위에 치킨을 먹을 준비를 했다.

연지는 그 사이에 방송 화면을 보고 있었는지, 이렇게 물었다.

“오오… 벌써 500명이야?”

“…벌써 라니. 그것도 겨우 찍은 거야….”

“그래도 꾸준히 하면 더 성장할 수도 있겠는데?”

“글쎄….”

오늘은 내가 네모크래프트를 해서 저 시청자 수를 찍었을 수도 있었다. 아마 다른 게임이거나, 다른 컨텐츠였으면 이 정도의 숫자를 찍지 못했을 수도 있었다.

영화든, 만화든, 소설이든, 문화를 소비하는 사람들은 저마다 개성과 취향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보는 사람은 보고, 안 보는 사람은 안 보는 그런 현상이 있는데… 이는 인터넷 방송에서도 가감 없이 드러났다.

예를 들면, 배틀그라운드.

앞으로 4년 후에 나올 그 게임은, 인지도가 적었던 사람들이 세상에 이름을 날리는 스트리머로 급부상할 정도로 인기 있고, 영향력이 컸던 게임이었다.

당장에 그 게임이 출시하고 1년 동안은, 전국의 PC방이 모든 컴 사양을 업그레이드하는 대공사에 들어갔다. 게다가 오는 손님들 대부분이 그 게임만 즐겼을 정도니, 당연히 인터넷 방송에 미치는 영향력은 오죽했을까?

그 게임으로 뜬 스트리머들은 손가락과 발가락으로도 세기 힘들 정도로 꽤나 많은 수였다.

게다가 이걸 전 세계적으로 놓고 보자면… 더욱 더 많았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는.

영향력이 큰 게임일수록, 반대로 그 게임을 벗어나게 된다면 얻게 될 페널티가 컸다는 점이다.

뭐, 그 페널티가 적었던 스트리머가 몇몇 있긴 했지만… 그 사람들은 게임 구경보다는 스트리머 자체가 더 재밌어서 예외인 경우고.

나머지. 그 게임에 편승해서 떴던 스트리머들은 자신이 하던 게임의 종목을 바꾸게 되자, 인기가 점차 떨어지기 시작했다.

씁쓸한 얘기이긴 하지만… 그들에게 있어서는 스트리머 자체보다는, 그 사람이 그 게임을 하는 자체를 재밌게 봤던 상황이라 어쩔 수가 없었다.

그렇다면 나는 어떨까?

이 의문이 내 머릿속에서 오랫동안 맴돌고 있었다.

연지가 식탁 앞에 앉은 내게 질문을 건넸다.

“이봐, 하와와 씨. 뭐가 걱정이기에, 그리 울상이야?”

“솔직히… 처음에는 자신이 있었어. 그런데 방송 몇 개월 해보니까 알겠어. 여기도 만만한 곳이 아니더라고.”

“이 세상 바닥에 대체, 만만한 곳이 어디 있겠어?”

“그건 그렇지만….”

“또 이건 이거네. 저건 저거네. 혼자 아는 척 나불거리면서 세상 걱정 혼자서 다 하려고?”

“그거는… 후우… 네가 몰라서 그래….”

“모르기는 개뿔. 너무 미리 걱정하는 것도 병이다, 병이야.”

“어떻게 미리 걱정하지 않을 수가 있겠어….”

“예린아, 너무 걱정하지 마.”

연지가 방금 전까지는 장난스런 모습이었다면, 지금은 진지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미리 걱정하고, 그것에 대비한다고 해도 상황은 늘 변하고, 변수는 언제나 찾아오지. 결국엔 또 다른 방법을 구해야 되는 게 일상이야. 그러니까 너무 미리 걱정하면서 고민에 빠질 필요는 없어.”

“하지만….”

“하지만이고 자시고 간에.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으면 방송이고 뭐고 오래 버티긴 힘들 거야.”

연지의 냉정한 말을 듣고, 답답함을 털어놓았다.

“…내가 지금까지 잘하고 있는 건지는 솔직히 모르겠어. 게다가 그 답을 알려주는 사람은 한 명도 없지. 그래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마음이 자꾸 조급해져. 다른 선택을 해야 되는 건지 고민을 하기도 하고.”

“나도 그런 고뇌에 빠진 적이 있었지. 이건 요즘 사는 사람들은 누구나 고민할 주제이긴 할 거야. 내가 그 동안 왜 살고 있는지. 나는 누구인지. 아니면 내가 원하는 건 도대체 뭐였는지… 자신에 대한 주체성 같은 거 말이지.”

“…….”

“나도 그런 고민으로 몇날 며칠을 밤새본 적도 있어. 내가 왜 사는 건지도 의문인 적이 있었기도 했고. 그런데 그 고민, 누가 해결해줬을까?”

“…글쎄.”

연지는 웃으면서 답을 말해줬다.

“바로 남편이었어.”

“…뭐라고 말했기에?”

“남편이 이렇게 말하더라고. 현대에 우리가 이런 고민을 하게 된 건, 그 동안 우리가 원하는 길을 걷지 못했기 때문은 아닐까 하고. 늘 타인들에 의해서 정해지는 길목만 걷다보니. 자신이 뒤늦게 스스로의 길을 개척할 때는 의문이 생기게 되는 거지. 이거 잘하고 있는 거 맞나 싶은, 그런 의문 말이야.”

“그 말이 끝은 아니지?”

“응. 더 있어.”

연지는 콜라 한 잔을 시원하게 들이키고는, 잠시 후에 말을 이었다.

“그 사람이 내게 프로포즈를 하면서 이런 말을 했었어. 자신이 걷는 길이 맞는지를 판단하려면, 꼭 누군가가 옆에 있어야 된다는 거야. 그것도 자신을 인정해주는 누군가를 말이지.”

“설마 그걸 자신이 대신 해주겠다고 말한 건 아니지?”

“네 말 대로야.”

“으으으….”

좀 오글거리는데.

“자신을 인정해주는 사람들과 함께 그 길을 걷다보면, 그 길이 맞는지 아닌지를 어느 순간 알게 된대. 물론 처음부터 잘못된 길에 들어서게 된다면, 깨닫는 게 그만큼 늦는다는 최악의 단점이 있긴 하지만. 핵심은 이거야. 일단은 걸어보라는 거지. 그게 되든지, 안 되든지.”

“…실패한 후에는 이미 늦은 거 아니야?”

“물론 크게 실패한 후에 뒤돌아섰을 땐 이미 늦기는 하겠지. 하지만 그래도 시도라도 해보는 것과, 아예 낙심하고 포기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지 않을까? 나는 그렇게 생각해.”

“…….”

“그러니까 너 자신을 믿어봐. 그냥 네 자신을 믿지 말고, 너를 바라보는 사람들이 기대하고 있는 네 자신을 믿어보라고. 그렇게만 한다면 아마 많은 실패 속에서도 한 가지는 분명 이룰 거라고 하더라.”

“…아직은 모르겠어.”

“그래. 아직은 모르겠지. 하지만 살다보면 언젠간 알게 될 거야. 그런데 그나저나….”

연희는 치킨 한 조각에 손을 대더니, 눈 꼬리를 치켜 올리면서 나를 째려봤다.

“너 때문에 치킨이 다 식었잖아아아아!!! 이거 어쩔 꺼야!”

“하와와왓?!”

나는 어이없어서 반론을 펼쳤다.

“아니, 그게 왜 나 때문인데에에엥?! 너도 신나게 말 늘어놨잖아!”

“아, 어쨌든 식었으니까 빨리 먹기나 하자! 치킨은 식으면 맛없어.”

“난 맛있던뎅….”

“그건 님 취향이고요. 말 그만 하고 빨리 먹기나 하세요, 하와와 씨.”

“넹….”

연지에게 고민거리를 털어놔서 그런가, 한결 편한 마음으로 치킨을 뜯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마음이 후련한 건 아니었지만… 연지와 시청자 분들을 위해서라도, 고민을 미리 하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은 해봐야겠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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