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와와~ 예리니 방송에 와주셔서 고마운 거시에오!-23화 (23/100)

〈 23화 〉 하와와 23화

* * *

23.

“자, 이제 먹방을 하는 거시에오!”

­저거 사실 맛없는 건데, 먹으면서 꾹 참다가 나중에 얼굴 일그러지면 개웃기긴 하겠다ㅋㅋㅋㅋㅋㅋㅋ

­에이 설마 ㅋㅋㅋㅋ

­ㅋㅋㅋㅋ 진짜 그러면 웃기긴 할 듯 ㅋㅋ

­아까부터 간 보면서 요리한 거 보면 맛있을 거 같은데?

“일단 컴 앞에서 먹을 것이기에, 카메라랑 마이크는 지금 다시 세팅을 하겠사와여. 조금만 기다려주시는 거시에오오~!”

­몰래 볶음밥 바꿔치기하는 거 아님?ㅋ

­ㅋㅋ 그럴 리가….

­짱깨집 볶음밥 vs 하와와 볶음밥

­일단 맛보고 괜찮으면 하와와 걸로.

­난 중국집 볶음밥에 한 표.

세팅을 마치고, 아까 요리한 볶음밥을 컴퓨터가 있는 책상 앞에 올려뒀다.

그 다음에는 물 컵과 수저, 젓가락을 가져와서 옆에 두는 걸로 먹방할 준비를 마쳤다.

“이제 한 번 먹어보는 거시에오!”

큼지막하게 한 숟갈을 떠서, 그대로 주저 없이 입에다 넣었다.

­잘 먹는다, 하와와!

­볼 빵빵하게 부풀려서 먹는 게 꼭 햄스터 같아서 귀엽누ㅋㅋㅋ

­하스터 ㅋㅋㅋ

­먹는 모습도 커여운 갓와와!

­맛은 어떰?ㅋㅋ

시청자들의 채팅에 입을 손으로 가리며, 야무지게 씹어 먹었다. 그 다음에 물을 마시고 나서, 이렇게 얘기했다.

“하와와~ 살살 녹는 거시에오오오!”

­구라 ㄴㄴ

­어디서 거짓말을….

­근데 표정이 만족스러운 걸 보면 맛있는 거 같은데?

­연기는 아닌 거 같음 ㅇㅇ

­혹시 모르지ㅋㅋ 고도의 심리전일 수도 ㅋㅋㅋㅋㅋㅋ

나는 한 숟갈 떠서, 카메라 앞에 갖다 대며.

“한 입 드실래여? 아앙~!”

이렇게 말하다가, 내 입 속으로 쏘옥! 넣었다.

­ㅋㅋㅋ 약 올리면서 먹는 걸 보니 진짜 맛있나봐ㅋㅋ

­중국집 볶음밥이 패배한 걸로ㅋ

­저 볶음밥 한 번 맛보고 싶다….

­나두 ㅜㅜ

­배고파 죽겠네 진짜ㅜㅜ

너무 맛있어서 허겁지겁 먹고는 싶었지만, 카메라 앞이고 방송중이라 체면이 있었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천천히 먹을 수밖에 없었는데, 약간 불편하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했다.

역시 밥은 편하게 먹는 게 최고야….

그릇을 깔끔하게 비웠고, 배는 채웠다. 이제 요리라는 태풍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를 정리하는 일만 남았다.

“하와와~ 저는 이제 식사도 맛있게 했고, 뒷정리도 해야 되니까 지금 잠시 방종했다가 좀 이따 방송 켜보도록 하게씁니당~! 일단 잠시 빠빠이~!”

­ㅂ2

­빠빠이~

­좀 이따 꼭 방송 켜야 돼!

방송은 잠시 종료했다.

“후우….”

이걸 언제 다 치워?

싱크대에 쌓인 설거지거리를 보고, 한숨이 절로 나왔다.

…시간이 흘러, 오후 3시.

약속대로 방송을 다시 켰다.

­오오오! 정말 다시 왔네?

­하와와 하이~!

­왤캐 늦게 킴!! 빨리 좀 켜주지, 한참 기다렸자너ㅋㅋㅋㅋㅋ

­ㄹㅇ ㅋㅋ

“하와와~ 정리하고 이것저것 하느라 시간이 금방 간 거시에오오~!”

시청자들의 채팅에 반응해주면서, 곧바로 게임 하나를 실행시켰다.

­오늘은 네모크래프트 하려나 보네? ㅋㅋㅋ

­하와와 눈나 이 겜 잘함?

­웬 네모크래프트?

­우리 하와와 롤 질렸나보다

­ㄹㅇ ㅋㅋ

“하와와~ 롤 질리기도 하고, 여러 게임 골고루 해보고 시픈 거시에오오~!”

내게는 계획이 있었다.

한 게임만 붙잡기보다는 여러 게임을 하는 걸로,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주기로.

그리고 게임 방송에만 머무는 게 아니라 요리나 다른 컨텐츠까지 선보이면서 인지도를 점점 쌓아가는 게 주 목표였다.

지금은 2013년.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우유튜브도, 인터넷 방송도. 시장이 커질 거라는 예상을 대부분이 못하고 있던 그 시기.

아직 블루오션인 이 바닥을 그나마 쉽게 장악해나가려면 누구보다 발 빠르게 인지도를 쌓아야 했다.

파이 싸움.

인지도라는 파이가 있다고 치자. 아니, 차라리 시청자를 파이에 대입시켜보자.

지금은 먹을 입이 적어서, 시청자라는 파이를 조각내서 사이좋게 나눠먹을 수 있지만….

적어도 5년, 아니, 3년 후에는 우유튜브와 인터넷 방송의 입지가 급상승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먹을 사람은 점점 많아지는데, 파이의 양은 그들의 수에 맞춰 늘어나진 않게 되고.

결국은 한정된 파이를 가지고 서로 경쟁을 하는 레드오션이 되고야 만다.

유명 스트리머들은 각자 유명해지는 데에 비결 같은 게 있기는 하겠지만, 대부분은 공통점으로 두 가지가 있다고 보았다.

첫 번째는 꾸준함이고.

두 번째는 블루오션일 때 판에 뛰어들었다는 점이다.

흔히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이 있다.

판때기도 알고 뛰어들어야지, 모르고 뛰어들면 실패한다고.

처음엔 몇 번을 봐도 맞는 말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와서 돌이켜 보면 반만 맞는 소리였다.

왜냐면 유명 스트리머들도 초반엔 고생을 꽤나 했고, 많이 헤매기도 했고, 실패와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었으니까.

그럼에도 그들은 누구보다도 먼저 시도를 했기에, 훗날에 유명해져서 스트리머라는 개념을 직업으로 급부상시킬 수 있었다.

그런데 나는 유명 스트리머들과 다른 부분이 있었다.

일단 회귀 전의 기억. 그러니까 지금의 시점에서 보자면 미래의 흐름 일부를 미리 알고 있다는 점.

그리고 미래의 인기 스트리머였던 이 몸을 내가 차지했다는 점에서, 그들보다 내가 유리한 고지를 쉽게 점령할 가능성은 높았다.

그래서 오늘 선택한 게임은 네모크래프트. 왜 이 게임을 선택했냐면… 이유는 단순했다. 가까운 미래에 이 게임으로 인기스타가 된 스트리머가 두 명이나 있었기 때문이지.

네모크래프트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게임이다. 한국에 들어왔을 때만 해도 엄청나게 광고를 때려 박았던 게임이기도 했고.

이 게임은 아기자기한 그래픽과 모험이 무한정 가능한 오픈월드라는 특징이 있었다.

게다가 여러 가지를 만들 수 있다 보니, 다양한 재미를 누릴 수 있다는 장점에서 남녀노소 누구나….

잠깐만… 생각을 다시 해보자.

할아버지, 할머니가 손자, 손녀와 함께 네모크래프트를 즐겼다는 소식은 들어본 적이 없는데….

죄송합니다, 어르신들. 명단에서 빼겠습니다. 죄송합니다ㅜㅜ

음, 음.

아무튼.

성별에 따라 호불호가 딱히 갈리지도 않고, 잼민이부터 30, 40대에 이르기까지 누구나 재미있게 할 수 있을 정도로 접근성이 좋았던 게임이었다.

접근성이 좋다는 것은 유저를 손쉽게 모은다는 걸 뜻했고. 유저들이 많아진 게임은 그만큼, 해당 게임을 하는 스트리머의 방송을 볼 사람도 많다는 뜻이 되기도 했다.

그렇기에 나름의 계산으로 오늘 할 게임을 이 게임으로 택했다.

어디보자.

로그인을 하고.

세계를 하나 만들어서, 입장!

로딩은 얼마 걸리지도 않았다. 캐릭터를 움직이며 주변을 돌아봤다.

온갖 나무와 풀이 깔린 바닥. 날씨는 화창했고, 지형은 울퉁불퉁했다.

츠으으으으으­

갑자기 머리 위에서 이상한 소리가 났다. 뭔가 하고 위를 봤는데… 웬 초록색 몸통을 지닌 녀석이 내 머리를 밟고 있었다.

녀석의 몸이 깜박거리다가….

펑!

터지는 소리와 함께 캐릭터가 죽었고, 화면에는 [GAME OVER] 창이 출력되어 있었다.

“…하와왓???”

게임을 시작한 지 불과 10초만에 벌어진 일. 하도 어이가 없어서, 당분간 멍하니 화면만 바라보고 있었다.

­하와와 멍 때리는 거 봐 ㅋㅋㅋㅋㅋㅋㅋㅋ 귀여워 ㅋㅋㅋㅋㅋ

­ㄹㅇ ㅋㅋ

­나도 저 겜 시작하자마자 죽어서 어이없긴 했는데 ㅋㅋㅋ

­아까 그건 머임? ㅋㅋ

­크리퍼라는 이름의 자폭하는 몬스터임 ㅋㅋㅋ 주변에 적 있으면 무조건 접근해서 자폭함 ㅋㅋ 참고로 저거 폭발이 워낙 세서, 짓고 있던 집도 그대로 날릴 수도 있음ㅋㅋ

­ㅁㅊ ㅋㅋㅋㅋㅋㅋㅋㅋ

시청자의 채팅창이 정신없이 올라가고 있을 때, 책상 위에 뒀던 휴대폰에서 진동이 울려왔다.

정신을 차리고, 어디에서 전화가 온 건지 확인해보니까… 마트 번호였다.

그러고 보니 내가 전화한다고 해놓고 깜박하고 있었네….

미안함에 바로 받자마자, 점원의 말이 들려왔다.

[안녕하세요, 개미마트인데요! 혹시… 문 옆에 둔 건 잘 가지고 들어가셨을까요?]

“아, 네… 잘 가지고 들어갔어요. 아깐 씻느라 직접 못 받았기도 하고, 전화한다고 말씀드려놓고 깜박 했네요…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깜박할 수도 있죠. 혹시라도 연락드린 거니까, 너무 미안해하진 마세요. 그럼 안녕히 계십시오!]

“네, 고생하세요….”

[아, 참! 방송은 가끔씩 재밌게 보고 있어요. 그럼 이만.]

이 말을 마지막으로 전화는 끊겼고, 나는 어리둥절했다.

아직 하꼬인 내 방송을 그것도, 인근 마트에서 일하는 점원이 보고 있다고…? 이거 실화야?

벌써부터 알아주는 팬이 있다는 게, 신기하면서도 기분이 오묘했다.

그런데 일단은 방송 중이니 감상에 젖어들 틈은 없었다.

[GAME OVER] 밑에는 ‘부활’ 버튼이 있기에, 그걸 이용해서 게임을 다시 시도해봤다.

흐음….

이번엔 아까랑 지형이 다른 곳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츠으으으으으­

뒤에서 들려오는 오싹한 소리. 돌아보니 귀여운 얼굴을 지닌 초록색 몬스터가 터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하와왓? 터지면 나쁜 몬스터인 거시에오오오….”

그러나 내 말은 말 같지도 않다는 듯이 곧바로 터져버렸고, 내 멘탈도 같이 터져버렸다.

“야, 이 개XX야아아아아아!!! 이런 쓰레기야아아아아아아아!!!!!!!!”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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