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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와~ 예리니 방송에 와주셔서 고마운 거시에오!-22화 (22/100)
  • 〈 22화 〉 하와와 22화

    * * *

    22.

    “하와와~ 저어는 두 분의 오붓한 시간 잘 보내시라고 퇴장하는 거시에오오오~!”

    “언니, 감사합니당!”

    “…하와와님?!”

    할 말이라도 있었는지, 김댕댕이 자신을 불렀지만 예린이는 그걸 무시하고 채팅을 나가버렸다.

    “하와와~ 역시 중개업은 너~무 피곤한 거시에오오… 그래서 방종하는 거시에오오….”

    ­아 왜 ㅋㅋㅋ

    ­한창 재밌어지는데 방종 각 잡네 이걸 ㅋㅋ

    “하와와… 쫌 더 방송을 하고 싶기는 했는데, 정신적으로 많이 지친 거시에오오… 둘을 커플로 맺어줌으로써 플랫폼의 평화를 지켜내고, 나아가 한 사람의 인생을 살린 거시에오… 이건 노벨 평화상을 받을 정도로, 위대하고도 피곤한 업적을 세운 셈이라 쉬고 싶은 거시에오….”

    ­ㅋㅋㅋㅋㅋㅋㅋ 노벨 평화상

    ­평화를 지킨 건 맞긴 맞지 ㅋㅋ

    ­근데 방종은 좀 아쉬운데….

    ­ㅇㅈㅇㅈ 방송 더 해조!

    하지만 예린이의 눈은 반쯤 풀려있었고, 그녀는 연신 하품을 내뱉을 정도로 졸음이 몰려왔다.

    게다가 방송으로 풀 컨텐츠가 지금으로선 딱히 생각나지 않은 점도 있었다.

    진행하던 합방 컨텐츠는 이미 물 건너간 지 오래. 그래서 그녀는 오늘 방송은 여기까지 하기로 마음먹었다.

    “하아아암~! 내일은 롤 말구, 다른 겜으로 찾아뵙겠습니당… 모두 안녕히 주무새오!”

    ­아쉽지만 ㅂ2

    ­하와와 빠빠이~

    ­아 다른 방송 볼 게 없는데….

    ­ㅂ2

    방송 종료 직후, 예린이는 부랴부랴 컴을 끄고 취침 준비를 한 후, 이불 위에 누워 잠을 청했다.

    #

    배고파서 눈을 떴다.

    시계를 보니 12시가 넘어 있었다.

    “하아암~!”

    좀 더 자고 싶을 정도로 피곤함이 가시진 않았지만, 배를 채우기 위해 냉장고 앞으로 향했다.

    “하와와와와….”

    사놨던 반찬들은 이미 먹어치운 지 오래였고, 식재료 또한 어제 바닥났다. 근처 마트에 가서 식재료와 반찬을 사와야 했다.

    오늘은 뭘 먹지?

    라면… 지겨워. 3분 카레나 짜장도 질려. 비빔국수 해먹는 것도 질리고, 치킨너겟은 별로고… 흐음….

    고민을 거듭하다가 오리 훈제가 생각났다. 이걸로 가자!

    우선 나가기 전에, 베란다를 통해 바깥 날씨를 살펴봤다. 손을 대면 금방 따뜻해질 정도로 햇빛이 강하고, 바람은 시원하게 불어주질 않았다. 이런 날에 바깥에 나가면 땀을 뻘뻘 흘리고 있겠지….

    그냥 배달을 시켜먹을까?

    갑자기 든 생각이었다. 이 날씨에 바깥에 나가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하지만… 나는 아직 대기업 급 스트리머가 아닌데다가, 후원은 현재 수익이 불안정해서 지출을 아껴야 했다.

    게다가 배달은 최근에 많이 시켰기도 해서, 자제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결국은 마트에 가기로 결정했다.

    오늘은 하얀 반팔 티셔츠에 멜빵 치마를 입고 가기로 했다.

    팔과 다리 등 햇빛에 노출되는 부위는 썬 크림으로 중무장하고, 양산을 꺼내들어 바깥을 나설 채비를 마쳤다.

    유리로 된 문을 열어젖히고, 오피스텔을 빠져 나온 나.

    나온 지 몇 분이나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벌써부터 다시 집으로 가고 싶은 날씨였다.

    헥… 헥….

    열기에 기운을 서서히 잃어갈 때쯤, 마트에 드디어 도착!

    자동문을 통해 내부로 들어서자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나를 맞이했다.

    하와와… 넘무 시원한 거시에오…!

    입구 근처에서 10분 동안 서성이며 에어컨 바람을 쐬고 있으니, 주변의 몇몇 사람들이 내게 눈길을 주고 있었다.

    그들의 시선이 부담스러웠기에, 자리를 옮기기로 했다. 우선 장바구니를 챙기고 정육 코너로 갔다.

    진열된 오리 훈제를 바라봤다.

    세일로 500g에 9,800원이라. 일단 세 개면 되려나? 세 덩이를 집어 바구니에 담았다.

    그 다음은 야채, 채소 코너로 가서 당근과 양파, 고추와 감자 등을 바구니에 집어넣었다.

    이제 달걀과 케첩, 참기름, 후추, 라텍스 장갑 등을 챙겼고, 마지막은 아이스크림이 남았다.

    막대로 먹는 거보단 떠먹는 게 좋기도 하고, 이왕 사둘 거면 좀 오래 먹을 정도로 양 많은 게 좋아서 컵 아이스크림을 선택했다.

    으으… 무거워….

    낑낑거리면서 계산대 앞에 도착했다. 점원 분이 내가 들고 온 것들을 바코드로 찍어대며 말을 걸어왔다.

    “손님. 이거 다 들고 가실 수 있으시겠어요?”

    “어… 배달 가능하신가여?”

    “배달 비가 만 원인데, 배달로 하시겠어요?”

    “으음….”

    이 마트와 집까지의 거리는 걸어서 15분 거리. 들고 갈까? 아니면 그냥 배달을 맡길까?

    배달 비를 아끼면 나중에 치킨 한 마리나 피자가 나올 수도 있는데… 하지만 이 무거운 걸, 땡볕에 집까지 가져갈 엄두가 나질 않는 걸….

    나는 돈을 꺼내서 그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배달해주세요.”

    집에 도착하자마자, 에어컨과 선풍기를 찾았다.

    곧바로 내가 앉을 곳의 옆에다가 선풍기를 세워서 틀어두고, 에어컨을 가동시켰다. 그 후엔 이불 위에 앉아, 시원한 바람을 만끽했다!

    “하와와와와와와~!”

    그렇게 몇 분 동안 선풍기 바람을 쐬다보니, 에어컨이 주변 공기를 빨아들여 서늘하게 바꾼 모양인지 슬슬 추워졌다.

    일단 더위는 사라졌으니 선풍기와 에어컨을 둘 다 껐는데… 이번엔 땀이 말라서 그런지 찝찝함이 느껴졌다.

    “샤워나 할까?”

    배달이 언제 올지는 몰랐기에, 샤워하고 나서 기다리다보면 오겠거니 싶었다.

    옷을 벗어 던지고 화장실로 들어섰다. 샤워기가 있는 위치에 서서, 물을 틀어 따뜻한 물이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

    씻기 편할 정도로 적당한 온도가 되자, 물을 머리에 흩뿌리면서 샤워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씻는 것도 적응이 잘 되지는 않았다. 밑에서 살랑거리는 참외? 아니, 멜론만한 크기의 그것도 그렇고… 그 밑에 있는 은밀한 부분도 그렇고… 민망했었다.

    하지만 인간은 역시 적응력이 뛰어난 동물이었던 걸까. 날이 지나갈수록 여자의 몸으로 씻는 게 점점 익숙해졌고, 이젠 민망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샤워를 거의 다 마쳐갈 때쯤.

    쾅쾅쾅!

    “개미마트에서 왔습니다! 배달 왔어요!”

    바깥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직 완전히 씻지는 못했고, 물기가 가득해서 옷도 입을 수가 없기에, 화장실 문 밖으로 머리만 빼꼼 내밀어서 그에게 이렇게 말했다.

    “죄송하지만 그냥 문 옆에 두고 가시겠어요? 지금 문 열고 나올 수가 없어서….”

    “아, 네. 그러시다면… 나중에 연락했던 전화로 물건 잘 받았다고 꼭 좀 연락해주십쇼!”

    “네, 그럴게요.”

    발소리가 점점 멀어져가는 걸로 배달원이 떠난 걸 눈치 챈 나는, 다시 화장실 안으로 들어가서 마무리를 지었다.

    샤워를 마친 후, 파란 반팔 티셔츠와 까만 핫팬츠를 입고서 문을 열었다. 배달 물품은 다행히 누군가가 빼돌리지 않고, 그대로 방치되어 있었다.

    냉장고에 넣을 건 넣고, 지금 요리할 재료만 싱크대 위에 올려뒀다.

    오늘의 메뉴는 오리 훈제와 볶음밥!

    우선은 요리를 하면서 땀을 흘릴 수도 있었기에, 다시 에어컨을 틀었다.

    주변 공기가 선선해질 때까지 기다리면서, 당근과 양파, 고추를 물에 헹구고 다듬었다. 그 후에 도마 위에 올려서, 먹을 양만 칼로 송송 썰어서 그릇에 담아놓았다.

    그 다음엔 마늘.

    마늘 한 쪽의 머리 부분을 살짝 자르고 마늘 대와 알맹이를 서로 분리시킨 후, 내열 그릇에 담아 뚜껑을 닫고 전자레인지로 30초 돌렸다.

    그 사이에 사놨던 라텍스 장갑을 양 손에 끼고, 마늘 껍질을 깔 준비를 했다.

    내열 그릇은 젖은 행주를 이용해 꺼냈고, 뚜껑을 열어 수증기를 다 증발시켰다.

    어느 정도 식었으리라 판단하고, 마늘을 집어 들었다. 마늘의 수분이 증발하면서 껍질과 알맹이 사이에 틈이 벌어져 있기에, 껍질 까기가 좋았다.

    마늘 알맹이를 도마 위에 하나씩 올려두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요리하는 걸 방송으로 찍어볼까?

    우선은 컴퓨터에 달아 놓은 카메라가 부엌까지 선이 닿느냐가 관건이다. 마늘 한 쪽을 다 깐 후에, 카메라의 선 길이를 확인해봤다.

    “닿기는 하네.”

    싱크대까지 여유롭게 닿았다. 그래서 나는 컴을 키고, 방송 준비를 시작했다.

    나머지 음식 재료를 썰어놓고, 본격적인 요리 준비까지 마친 후에 방송을 켰다.

    ­???

    ­하와와 하이!

    ­웬 싱크대임?ㅋㅋ

    ­뭐지? 음식 재료들이 앞에 있는데?

    ­오늘 컨셉 요리 방송임?

    ­하와와 어딨음?

    휴대폰으로 시청자들의 실시간 반응을 살펴보고 나서, 카메라에 모습을 비췄다.

    “하와와~ 여러분 어서 오시는 거시에오오~! 오늘은 뭐 머그까 고민하다가 요리로 방송을 시작해볼까 해오!”

    ­무슨 요리할 거임?

    ­그냥 시켜먹는 게 편하지 않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

    ­겜 방송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종합 방송이었누?ㅋㅋ

    “오늘 해볼 요리는 볶음밥인 거시에오!”

    ­거창한 요리 할 줄 알았는데 약간 실망ㅋ

    ­볶음밥이라… 무난하네.

    ­무슨 볶음밥임? 재료는 뭐 들어감?

    “하와와… 재료는 요런 게 들어갈 거에여!”

    카메라를 통해 여러 재료를 보여줬다.

    ­오리 훈제도 들어감? ㅋㅋ

    ­재료 손질은 잘 해놨네 ㅎㅎ

    “넹! 오리 훈제를 프라이팬에 굽다보면 기름이 많이 나올 텐데, 그 기름으로 볶음밥을 만들 예정인 거시오오~!”

    ­크으… 듣기만 해도 위장 꼴리네.

    ­벌써부터 군침이….

    “제가 하는 거 잘 봐주새오!”

    요리 방송은 처음이라, 카메라 구도를 어떻게 잡아야 될지 감이 잘 오질 않았다. 그래서 대충 내 식대로 구도를 잡으며 요리를 해나갔다.

    ­요리 방송은 첨인가보네

    ­그러게 ㅋㅋ 카메라 각도 잡을 때 어수룩한 면모가 강함

    ­근데 하와와가 요리 방송 하는 건 첨이잖음. 난 이 정도도 괜찮게 보고 있는데?

    ­오히려 하와와가 요리 방송하고 있어서 재밌게 보고 있음. 이런 초보적인 모습도 시청자들에겐 애교 포인트기도 하고ㅋㅋ

    ­ㄹㅇ ㅋㅋ

    “하와와… 요리 방송은 첨이라 답답한 부분도 있으시겠지마는… 부디 끝까지 봐주시는 거시에오오….”

    시청자들의 말에 반응을 해주며, 프라이팬에 다 구운 오리 훈제를 빈 그릇 위에 올려뒀다.

    ­오리 훈제 개꿀맛이겠다ㅜㅜ

    ­하… 아까 밥 먹었는데 배고프네….

    그 다음엔 미리 썰어놓은 양파와 마늘을 기름으로 흥건한 프라이팬에 투하!

    츠으으으으으­!

    양파와 마늘 안에 있는 수분이 오리 기름과 만나, 열을 튀기는 마찰음이 발생했다.

    나무 수저로 이리저리 휘저으면서 들들 볶은 후에, 썰어놓은 당근과 고추, 그리고 미지근한 흰 쌀밥까지 프라이팬 위에 얹었다.

    한 번에 여러 재료가 올라갔기에 화력은 순식간에 줄어들 수밖에 없다. 불을 세게 키우면서, 나무 수저로 재료들을 골고루 섞는 데에 집중했다.

    그 다음은 달걀을 톡톡 까서 그 위에 뿌리고, 이어서 참기름을 조심스럽게 흘려 넣었다.

    그 다음 다시 정성껏 섞다가, 소금과 후추를 살짝 투하하면서 간을 보기 시작했다.

    으음…!

    만족스런 맛이 나오자, 몇 초 더 볶은 후에 불을 끄고 오리 훈제가 한 쪽에 있는 그릇에다가 완성품을 올려놨다.

    플레이팅… 이라고 해야 되나?

    음식을 더 먹음직스럽게, 그리고 아름답게 내는 방법?

    그런 거 따윈 나는 모르니까 집어치웠다. 애초에 내가 미슐랭 급 쉐프도 아니고….

    “하와와~ 오리 훈제와 계란 볶음밥 완성인 거시에오오오!”

    카메라에 완성품을 보여주면서 시청자의 반응을 살폈다.

    ­오오오!!!

    ­겉보기엔 좀 그럴 듯한데?

    ­이제 먹어보니 우엑! 하는 거 아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와와가 만든 요리니까 백 퍼 맛있을 거임!

    ­내가 보기엔 맛있을 거 같은데?

    아까부터 지금까지 간을 보면서 요리를 했기 때문에, 완성품의 맛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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