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와와~ 예리니 방송에 와주셔서 고마운 거시에오!-20화 (20/100)

〈 20화 〉 하와와 20화

* * *

20.

“흐이이이잉… 흐그윽! 흐어엉… 흑흑흑….”

내가 좀 심했나?

서럽게 울고 있는 치즈냥의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약해지려 했지만….

생각난 게 있어서, 다른 계정을 이용하여 몰래 치즈냥의 방송으로 들어가 봤다.

­치즈냥님 불쌍ㅜㅜ

­근데 저 여캠은 뭔데, 우리 치즈냥님 욕하는 거임?

­마자마자

­이거 선 넘는 거 아님?

­ㄹㅇ ㅋㅋ

“…후우.”

비 흡연자임에도, 치즈냥 방송의 채팅 상태를 보면 담배가 땡길 정도로 정말 가관이었다.

­치즈냥 쪽 채팅 상태 실화임?ㅋ

­ㅋㅋ 이거 잘못하면 우리 하와와만 곤란해지는 거 아님?

­내가 저 방 가서 말할까? 먼 헛소리들 하시냐고?

­근데 만약 하와와가 치즈냥 입장이었으면 우리가 저렇게 달랬을 지도 모름ㅋㅋㅋㅋㅋ

­ㄹㅇ ㅋㅋ

대부분의 여캠 인방이 이런 식으로 돌아간다는 건 잘 알고 있다.

그런데, 그래도 말이지….

아무리 물고 빨아도 지켜야 될 최소의 선이란 게 있어야지… 이러면 스트리머의 버릇만 나빠지게 되는 거라고….

이 바닥은 여캠이 남캠보다 관대한 시선과, 편애하는 경향이 더 컸다. 그래서 자신이 무슨 잘못을 해도 그것에 대해 깊이 고민하거나, 책임을 가지고 행동하는 걸 본 적이 거의 없었다.

이걸 왜 잘 알고 있냐면, 내가 인방을 즐겨 봤으니까.

하루마다 아슬아슬 외줄타기 코스를 타던 스트리머들을 내가 잘 알고 있었으니까.

내가 ‘이 새끼 나중에 한 건 터트린다.’고 점찍었던 사람들은 꼭 나중에 논란을 터트리곤 했으니까.

그래서 이번에도 내 감이 말하고 있었다.

이거 잘못하면 ‘선즙필승’ 테크를 탈 수도 있겠다고. 그래서 다시 마이크를 켜서 얘기했다.

“야, 치즈냥. 억울하냐?”

“…흐익… 뭐, 뭐가요…?”

“네 방 채팅 보고 있을 거 아냐? 그거 보고 내가 너한테 따졌던 게 억울하냐 이 말이야!”

“흐윽… 흑흑….”

그녀가 그저 흐느끼기만 하면서 내 물음에 답하질 않자, 이건 안 되겠다 싶었던 나는 이렇게 말했다.

“우는 척하면서 대가리 굴릴 생각하지 마라. 그러면 김댕댕하고 화해시키는 건 없던 일로 할 테니까.”

“죄, 죄송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ㅁㅊ ㅋㅋㅋㅋㅋㅋㅋㅋ

­하와와 관심법 ON? ㅋㅋㅋㅋㅋ

­누구인가? 누가 지금 요망한 생각을 하였어어어?!

하… 이거 봐, 이거. 딱 걸리셨네, 아주.

“뭐가 또 죄송한데?”

“그, 그게….”

“이거 봐라?! 대가리 굴러가는 소리가 여기까지 다 들리는 구나아아아아아!!!!!”

“히익… 죄송해요! 사실 억울하다고도 생각했어요!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까 제가 백 퍼 잘못한 게 맞아서… 잘못된 생각을 해서 죄송합니다!”

이 녀석을 어떻게 요리해먹지?

우선은 녀석의 시청자들 중에서, 내 심기를 건드렸던 채팅의 주인공들을 혼내주기로 했다. 그러려면 빌드 업부터 해야겠지?

“야, 치즈냥!”

“네… 네, 언니!”

“너, 나한테 죄송하다고 했잖아.”

“네… 언니….”

“근데 네가 죄송하다는 말에 무게가 잘 느껴지질 않거든? 진심을 담아서 한 거 맞아?”

“마, 맞아요! 정말, 진심, 리얼! 엠창을 찍어서라도! 진정성을 담아 말씀 드린 거 맞습니다!”

그걸 건다고까지 말 안했으면, 내가 그나마 믿어줬을 텐데….

“야, 근데 내가 세상 살면서 이런 말을 듣긴 했거든?”

“…무, 무슨 말요?”

“그 사람의 진정성은 말과 행동에서 본다는 그런 말이 있어. 그런데 네 스스로 생각해봐. 네 말에 진정성을 찾을 수 있니?”

­ㅋㅋ 오늘 하와와 뭐 잘못 먹음?ㅋㅋㅋㅋㅋㅋㅋㅋ 오늘따라 ㅈㄴ 포텐 터지는데ㅋㅋㅋ

­아 ㅋㅋㅋ ㅅㅂ ㅋㅋㅋㅋㅋㅋ

­우리가 알던 하와와는 어디감?ㅋ

­상대방 이 정도면 욕 나올 만 한데 ㅋㅋㅋㅋㅋ

“저, 그게….”

치즈냥이 말을 더듬는 사이, 그녀의 잘못을 조목조목 따졌다.

우선 몇몇 클립들을 순서대로 배치하여 틀었다.

[아니 저 년한테 사과를 왜 해? 할려면 나한테 해야지, 이 미친놈아!!]

“자, 일단 초면의 상대에게 이렇게 쉬운 말을 했던 너였고.”

“…어, 언니….”

[나, 나는 죄인입니다아! 잘못해씁니다아!!]

“그 다음엔 이렇게 말을 하긴 했었지. 그런데 이걸 다시 들어봤을 땐, 뭔가 억지로 죄송하다고 말하고 넘어가는 그런 뉘앙스가 느껴지긴 했었어. 네가 들어도 그렇지 않니?”

“저기, 그게….”

[우는 척하면서 대가리 굴릴 생각하지 마라. 그러면 김댕댕하고 화해시키는 건 없던 일로 할 테니까.]

[죄, 죄송합니다….]

“이게 사람인가 싶어. 잘못을 인정하고 죄송하다고 말한 지 불과 몇 분만에, 또 다시 기어오르려고 하다가 들킨 걸 보면 말이지… 역시 인간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나봐, 너 처럼.”

“…….”

방송 속의 치즈냥은, 내 지적에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히익… 죄송해요! 사실 억울하다고도 생각했어요!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까 제가 백 퍼 잘못한 게 맞아서… 잘못된 생각을 해서 죄송합니다!]

“자. 일단 이것까지 증거로 잘 남겨둘게. 다시는 실수하지 말라는 뜻이니까, 너무 서운하게 생각하진 말고.”

“잘못 해써여, 언니….”

“네 말은 이제 못 믿겠으니까, 행동으로 진심을 보여줘.”

푹 숙이던 그녀의 고개가 다시 올라갔다.

“해, 행동이라 하시면….”

“그, 일단 네 방송 채팅 얼려봐.”

“그게 무슨….”

“아, 또 토 달기 시작한다! 미안한 마음이고 진심이고 없는 거야, 그치? 시키는 대로 움직이질 않는 거 보면 말이야….”

“아, 아니에요! 시키는 대로 따를게여, 언니!”

딜레이가 몇 초 있었지만, 채팅창이 멈춘 걸 확인한 나는 곧바로 다음 명령을 내렸다.

“좋아. 다음은 메모장을 킨다. 실시!”

“메, 메모장이… 어으… 켰어요!”

“그럼 이제, 내가 불러주는 닉네임 받아 적어봐!”

“알겠어여, 언니….”

“치와와123, 신냥이, 갓냥이, 텐프로하와와, 치즈냥은신임, 냥냥치즈펀치, 그리고 불쌍한치냥이 까지.”

“네… 적었어여, 언니.”

“걔네가 네 채팅창에서 뭐라고 쳤는지 봐봐.”

“으음….”

치즈냥의 표정은 안 그래도 어둡긴 했지만, 점점 더 침울해져 있었다.

“야. 네가 보기엔 어떤 거 같냐?”

“…언니….”

치즈냥이 말을 흐리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뭐, 설마 별풍을 많이 쏴준 충신들인데 봐달라는 건 아니겠지?”

“어, 언니이이….”

“이런 간신들이 돈 쐈다고 충신일 거 같아? 스트리머를 위해 옳은 말이나 조언을 해야 충신일 거 아냐? 이런 애들이 꼭 타 스트리머 방송 가서 물 흐리고, 서로 싸움 붙이고 하는 애들이라니까?”

“어, 언니… 그래도 언니라면 잘 아시잖아여… 이런 분들이 저희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중요하긴 하지. 이런 분들 없으면 방송하며 먹고 살긴 힘드니까. 근데 그래도 넘지 말아야할 선이란 게 있는 거란다. 그러니 좋은 말 할 때 잘라라.”

“아, 알겠어요, 언니….”

치즈냥의 마우스가 분주히 왔다갔다 거리더니, 내가 지목했던 녀석들이 강제 퇴장 당하는 게 눈에 보였다.

“미안합니다, 여러분….”

기운 빠진 목소리로 주절거리면서 내 명령을 이행한 치즈냥.

“야. 확실하게 영구 제명했는지 방송 화면에 띄워봐.”

“알겠어여….”

그녀가 띄운 화면에는 내가 지목한 시청자들이 블랙리스트로 지정되어 있었다.

“이, 이제 화 좀 풀리셨나여?”

“그래.”

피해자의 눈물이 가장 큰 증거라는 개 같은 논리의 선즙필승 공식도 분쇄했고, 날 욕하던 스트리머와 시청자들도 정의구현을 했으니, 이제 줄 건 줘야겠지?

“이제 김댕댕과 네가 화해할 방법을 알려줄게. 넌 그저 내가 시킨 대로만 따르면 된다. 잘 들으라고.”

“알겠습니다, 언니….”

치즈냥에게 간단한 계획을 알려주기 시작했다.

#

예린이는 다시 김댕댕의 음성 채팅에 입장했다.

“하와와~ 다녀온 거시에오오~!”

“하와와님, 어서오세요. 어떻게 되었나요?”

“일단 치즈냥 본인이 아까 벌인 말과 행동에 대해선, 스스로 깊게 반성하는 중이에요.”

“…그래요?”

김댕댕은 치즈냥이 쉽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할 애가 아닌데, 예린이에게는 쉽게 인정했다는 부분이 신기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물어보니까 치즈냥님이 댕댕님을 좋아했었다고 말하는데요? 야자타임 때 했었던 고백도, 그저 빈말로 한 게 아니라 진심으로 말했다고 하는데… 어떻게 하실래요, 댕댕님? 이건 댕댕님께서도 치즈냥님에게 사과를 해야 된다고 보는데.”

“…뭘 말인가요?”

“네 마음을 몰라줘서 미안했다고 사과를 하셔야죠. 이왕이면 치즈냥님의 고백을 받아들인다는 말도 해주면 좋겠죠.”

“으음… 일단은 치즈냥에게 직접 듣고 싶은 말이 있는데….”

“그러면 아까 차단하신 건 풀고, 초대를 해보세요. 제가 치즈냥님 채널에 귀띔은 해드릴 테니까.”

“알겠습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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