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화 〉 하와와 17화 (수정완료)
* * *
17.
“갱 오는데요?! 빨리 빼주셔야 되는데….”
“쏘라카가 개피라서….”
상대 정글러는 어둠의 수도승.
쿨타임을 10퍼 줄여주는 블루버프를 먹고 온 놈이라 그런지, 예상보다 더 빠르게 접근해왔다.
“하와와… 안 빼시면 1데스 추가인 거시에오오오….”
“지금 갑니다!”
하지만 그걸 두고 볼 상대 바텀이 아니었다.
앞 비전….
이제 막 3렙을 찍은 적 원딜이, 이동기인 E스킬을 이용해 루산에게로 근접해왔다. 이어서 Q와 W를 날리는데….
상대가 던진 투사체를 무빙으로 피하겠다고 움직이는 김댕댕.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분 머함?ㅋㅋㅋㅋㅋㅋㅋ
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김댕댕은 아무래도 자신이 있었던 위치에다가 던질 것이라 예상했나본데, 상대는 김댕댕의 생각을 읽고 예측 샷을 날린 모양이다.
그대로 상대의 Q와 W를 맞고, 추가로 평타까지 맞은 루산. 피가 절반 정도 남아있었다. 김댕댕은 E스킬(이동기)을 이용하여 급히 뒤로 뺐다.
이 이상 데미지를 입으면 상대 정글이 손쉽게 킬을 먹을 수 있다고 판단했던 나는, 상대 원딜에게 Q를 날려서 실명을 거는 것으로 훼방을 놓았다.
방해에 짜증났던 건지, 무탐(무모한 탐험가)이 내게 평타를 날렸지만 그건 실명으로 씹었다. 루산은 그 사이에 아군 타워로 걸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안심하기엔 일렀다.
상대 정글러인 어둠의 수도승은 벌써, 음파가 루산에게 닿을 정도로 거리를 좁혀왔으니까.
저거 음파 맞추면 데스 각이네
시청자의 말대로 된다면, 김댕댕의 루산은 죽을 거다. 그리고 내가 상대였어도, 지금쯤 Q를 날렸을 거다.
어쩌지…?
저걸 내가 막아줘?
상대 정글의 음파 날리는 실력을 아직 모르고 있기에, 무탐을 상대하면서도 신경이 쓰였다.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어둠의 수도승에게서 푸른 불빛이 쏘아졌다. 수도승의 Q스킬인 음파 공격이었다.
날아가는 방향은 김댕댕이 1초 후에 닿을 지점으로 던진 듯 했다. 내가 막아주기엔 이미 늦었다.
루산의 E스킬이 살아있다면, 이걸 간단히 피할 순 있겠지만… 이미 E스킬을 썼었던 터라, 지금은 쿨타임 때문에 쓸 수 없을 거다.
김댕댕이 저걸 무빙으로 피해야 될 텐데… 아까 무탐의 Q와 W를 맞은 걸 보면, 그의 움직임은 믿음이 가질 않았다.
아이고오
저걸 못 피하네ㅋㅋ
“으으….”
결국 김댕댕은 음파를 피하지 못했다.
음파를 타고 날아온 수도승의 평타와 스킬을 섞은 콤보 공격에, 그는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죽음을 직감한 김댕댕의 루산은 뒤늦게 반격을 해봤지만, 거의 풀피로 들어온 상대 정글러를 역으로 이겨내기란 불가능했다.
[아군이 당했습니다.]
그가 죽을 걸 예상했던 나는 미리 W스킬(공속 및 이속 버프)을 켰다.
“호에에에에엥~!”
그리고 유유히 상대의 포위망을 빠져 나갔다.
너구리 정찰병의 Q스킬이 아직 쿨타임인데다가… 이 캐릭은 기절, 속박, 띄우기 같은 여러모로 유용한 cc기가 없어서 도움도 안 되었기 때문이다.
“하와와님, 죄송합니다… 제가 하와와님 말씀을 빨리 들었어야 했는데….
김댕댕이 풀죽은 목소리로 내게 말하자.
“하와와… 괜찮은 거시에오오오….”
하와와 착해 ㅎㅎ
ㅇㅈㅇㅈ
천사네 천사야! (>_
나도 이 게임에서 얼마나 트롤질을 할지 알 수 없었기에, 그의 말을 이렇게 넘겼다. (너구리 정찰병을 서폿으로 한 사실이 양심 찔리기도 했다.)
이후엔 상대 정글을 포함한 3명이 라인을 역으로 밀어나갔고, 나는 눈치껏 몹을 잡거나 경험치만 챙기는 식으로 버텼다.
라인을 거의 밀자, 상대 정글은 그대로 미드 쪽으로 올라갔다.
상대 원딜, 서폿과 내가 4렙이 될 때 그의 캐릭터가 라인으로 복귀했다.
“일단 뒤처진 레벨부터 어떻게 해야 되는 거시에오오….”
“넵….”
그의 텐션이 아까에 비해서는 많이 가라앉은 상태.
“하와와… 댕댕님, 힘내시는 거시에오!”
합방 중인 상대가 풀이 죽어버리면, 방송 또한 점점 재미가 없어지게 된다.
게다가 조금은 달래줘야 겠다고 생각이 들어, 나는 그에게 힘내라고 말한 거였다.
“하와와님 감사합니다… 역시 하와와님 밖에 없네요.”
그의 목소리가 약간은 밝아졌지만, 아직 원래대로의 텐션으로 돌아가기엔 역부족이었다.
이후엔 서로 별 다른 전투 없이 5렙 이상은 찍은 상황.
상대 듀오와 나는 6렙. 김댕댕의 루산은 아직 5렙이었다.
중간 지점에 있는 몹을 서로 잡던 중, 김댕댕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
“하와와님.”
“넹?”
“궁금한 게 있는데, 여쭤 봐도 되나요?”
“넹. 물어보세요.”
“혹시 남친 있으신가요?”
“…….”
갑자기 이걸 왜 묻는 거?ㅋㅋ
속 보이네 ㄹㅇ ㅋㅋ
어휴, 하여간 남자들이란….
그러는 님도 남자 아님?ㅋㅋ
잠시 고민하다가, 이번엔 솔직히 답했다.
“아녀. 없는데여?”
“그렇군요….”
김댕댕의 뜨뜻미지근한 반응과 함께, 침묵이 감돌았다. 이후에는 나도 별 말을 꺼내진 않았고, 게임에 집중했다.
어느 새 상대 듀오와 내 레벨은 7렙. 루산은 6렙이 되었다.
“지금 싸워볼만 하지 않아요?”
침묵을 깬 김댕댕의 말에, 나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글쎄여… 저희 정글은 블루에 있고, 적 정글은 맵에 안 잡히는데….”
쏘라카를 먼저 물고 시작한다면, 해볼 만 했다. 하지만 그 사이에 적 정글이 또 오지는 않을까 걱정되었다.
“그냥 저만 믿으세요, 하와와님.”
????? ㅋㅋㅋ
근자감 ㄷㄷ
김댕댕은 이 말을 남기고, E스킬로 앞으로 이동하여 자신과 가까운 쏘라카를 공격했다.
루산의 평타와 스킬들이 쏘라카에게 모조리 들어갔지만, 아직 피가 3분의 1이 남은 상황.
난 김댕댕을 도와주려 했지만, 내 캐릭은 몹들에게 끼여서 버둥거리고 있었다. 그 사이 쏘라카는 점점 멀어져갔다.
“으… 몹에 끼어서 놓쳤네요. 죄송해요.ㅜㅜ”
“괜찮아요….”
만약 동시에 공격을 넣었으면 충분히 잡았겠지만, 김댕댕은 내 위치를 보지 않고 들어갔기 때문에 쏘라카가 죽지 않고 도망칠 수 있었다.
한편, 루산의 스킬들이 전부 쿨타임인 걸 노린 무모한 탐험가가 곧바로 반격을 시작했다.
W와 Q를 날리고, 그 다음에 평타를 넣으려고 가까이 다가왔다.
김댕댕은 W는 피했으나 Q를 맞았고, 그 다음에 이어진 평타까지 맞았으나 아직 피가 4분의 3은 남아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적 정글러가 또 다시 나타났다.
이번엔 아예 우리 팀 정글 구역에서 넘어왔는데, 아무래도 근처에서 카정을 하다가 싸움이 나니까 온 걸로 보였다.
나는 급히 백핑을 찍었고, 김댕댕은 그 곳을 빠져나가려 했다.
이건 또 뭐야?
와… 이걸 텔을 탄다고?
바텀 모여 ㅁㅊ ㅋㅋㅋㅋ
부쉬쪽에서 푸른 기둥이 솟구쳐 올라왔다. 언제 깔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건 분명 투명 와드를 타고 넘어오려는 텔포 이펙트였다.
궁극기인 독 지뢰를 텔포 자리에 깔아두고 빠져나가려는데, 상대 수도승이 앞길을 가로 막았다.
수도승의 발차기에, 나는 하필이면 루산이 걸어오는 쪽으로 쭈욱 날아갔다.
“후에에에엥!”
“앗…!”
김댕댕은 이걸 예상 못했고, 너구리 정찰병과 부딪힌 루산은 허공으로 붕 뜨게 되었는데, 이때를 놓칠 상대가 아니었다.
“으윽….”
무탐과 쏘라카는 밑으로 내려와서, 루산에게 스킬들을 퍼부었고, 텔포로 넘어온 젝스는 내 캐릭을 덮쳤다.
비록 독 지뢰를 밟아, 움직임이 약간 느려졌으나, 이동기와 스턴 기술이 있는 젝스에겐 패널티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수도승은 내게로 다가와서 젝스를 도왔고, 나는 스킬들을 모조리 쓰면서 발악을 했으나 결국 죽어버렸다.
“이렇게 된 거, 쏘라카라도….”
김댕댕은 쿨타임이 회복된 E스킬로 쏘라카에게 붙어, 평Q평을 날렸다.
쏘라카는 체력이 없는 상태에서도 방심했던 모양인지, 루산의 움직임에 대비하지 못했고 그대로 죽었다.
루산 또한 체력이 얼마 없었기에 쏘라카를 따라 곧바로 죽었다.
바텀 망했네 ㅋㅋㅋㅋㅋㅋㅋ
어휴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거 제가 너무 무리했네요… 하와와님, 죄송합니다.”
“하와와… 갠차는 거시에오오오….”
하지만 김댕댕이 또 다시 축 쳐져서 합방의 분위기는 순식간에 가라앉았고, 이젠 나도 모르겠다 싶어서 게임만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띠링
누군가가 음성 채팅에 접속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 댕댕 오빠. 게임하고 있네?”
밝으면서도 말괄량이 느낌이 나는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 치즈냥 왔어?”
“응. 나 와쏘!”
서로 아는 눈치인 걸 보면 초면은 아니고, 많이 본 사이 같다. 일단 인사나 해야지.
“하와와… 앙녕하세여!”
“냉. 안냥하세여.”
김댕댕에게는 활기차게 인사를 해줬는데, 어째선지 내게는 한없이 차분하게 대했다.
“어떻게 오셨어여?”
이어진 그녀의 첫 질문에는 기분 탓인지는 모르겠으나 경계심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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