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화 〉 하와와 1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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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김댕댕 님, 별풍 100개 후원 감사합니다!] 디코 가능하시면 [링크]로 넘어와 주시길 바랍니다!
“김댕댕님~ 별풍 100개 후원 캄사합니당! 바로 넘어가 볼게영~!”
링크를 따라 상대 스트리머의 음성채팅 채널에 입장했다.
▶방송
김댕댕
여기가 맞겠지?
“안녕하세여~!”
“아, 안녕하세요! 방금 들어오신 분, 하와와 님 본인 맞으신가요?”
음성채팅에 난입해 인사를 하자, 상대 남자 분의 밝으면서도 떨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왜 긴장을 하시는 거 같지?
“하와와~ 저어는 본인이 맞는 거시에오오. 이렇게 말씀드리면 믿으시려나요? 후후….”
“화, 확실히 본인 맞으시네요, 하하하….”
난 긴장 풀려고 이렇게 말한 건데, 상대는 오히려 더 굳어버렸다.
상대방 왤캐 경직되어 있음?ㅋㅋ
그러게 ㅋㅋㅋ
하와와 짝사랑이라도 하나?ㅋㅋ
ㅋㅋ 신청한 자신도 합방이 처음일지도 모르잖음?ㅋㅋㅋㅋㅋ
그럴 수도 있겠네ㅋㅋ
뭐… 초면이라 낯을 가리는 걸 수도 있고, 게임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말 꺼내시겠지.
“합방 제의 해주셨는데, 무슨 겜 하실 건가여?”
“혹시 GTB5 하시나요?”
으음….
그 게임이 이 컴퓨터에 돌아갔으면, 진작 했겠지….
아쉽게도 GTB5는, 현재로선 최고성능의 컴퓨터를 맞춰서 투컴 방송을 하더라도 겨우 돌아갈 정도의 갓(똥)겜이었다.
왜냐면 이 당시 GTB5는 발적화 문제와 각종 버그 문제… 특히 돈 복사 버그 같은 치명적인 문제와 각종 핵이 판을 치는 혼돈의 게임이었기 때문이다.
컴퓨터 시장을 알아보지도 않고, 초고스펙의 게임을 미리 개발해서 출시해낸 돌스타, 그들은 도대체….
“하와와… 재성하지만 저어는 그 게임을 돌릴 컴 사양이 안 대는 거시에오오오….”
“아… 아쉽네요. 그렇다면 그냥 롤이나 돌리시죠.”
“넹!”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롤 좀 킬게요.”
“넹.”
별로 오랜 시간을 기다리진 않았다. 끽해야 1분 정도?
준비가 다 된 모양인지, 상대방의 음성이 들려왔다.
“일반전하고 경쟁전. 둘 중에 뭘 돌리실래요?”
“하와와~ 저는 아무거나 조은 거시어요!”
“그러면… 음….”
그가 잠시 뜸을 들이더니.
“합방이기도 하고, 방송 컨텐츠를 생각하자면 역시 경쟁전이죠. 경쟁전으로 가시죠, 하와와 님!”
“넹.”
일반전도 괜찮은데, 무리해서 경쟁전을 하는 건 아닌가 모르겠네.
“하와와 님은 주 포지션이 어디에요?”
“하와왓? 저어는….”
정글, 미드만 빼면 나머지는 다 가능하다.
하지만 탑은 너무 재미가 없게 느껴지고, 원딜은 몰려오는 돈(몹)들을 챙기는데 신경 써야 되서 적 캐릭들을 마음 놓고 때릴 수가 없었다.
“저는 주 포지션이 탑하고 서폿인데, 오늘은 서폿 할게여.”
나는 게임을 하면서 스트레스 받는 게 딱 질색이었다.
그래서 이왕이면, 상대 캐릭들을 즐겁게 때리면서 게임하려고 서폿을 잡았다.
“네, 그러면 제가 원딜 하겠습니다.”
“그러셔요.”
매칭이 잡혔고, 벤 픽이 시작됐다.
이번엔 하와와가 어떻게 픽할까?
저번에 판단미스로 벤 픽 겹친 거 웃기긴 했는데ㅋㅋㅋ
ㄹㅇ ㅋㅋ
우선 상대방이 쓸쉬를 픽할 수도 있었다.
게다가 저번의 경험을 미루어봤을 때, 깡통로봇은 벤이 잘 되는 캐릭터라 쓸쉬를 픽한다면 벤 픽이 서로 겹치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벤 픽 결과.
다행히도 깡통로봇과 쓸쉬가 각각 벤이 되면서, 무난하고 속이 편안한 라인전을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이건 생각해보면 상대도 마찬가지였고….
“이, 일단 저 실버1 승급전이긴 하지만 편하게 겜 해 주세요, 하하….”
하필 승급전ㅋㅋ ㅅㅂ ㅋㅋ
아 승급전은 ㄹㅇ 패배가 국룰이지 ㅋㅋㅋㅋ 플래그 세웠누?ㅋㅋ
…잠깐. 승급전인데 이걸 나랑 같이 돌린다고…? 저기요?
“하와와… 너무 부담스러우시면 닷지(강제종료)하시는 거에오오오… 저 브론즈라서 캐리는 못할 수도 있는 거시에오오….”
“하하핳… 괜찮습니다, 어차피 즐기려고 하는 건데요, 뭘….”
전혀 안 괜찮은 거 같애ㅜㅜ
이러다가 내가 너구리 정찰병 픽하면, 그거 보고 졸도해서 쓰러지는 거 아냐…?
“너, 너구리 정찰병… 하실 건가요?”
“아, 넹… 왜여? 문제라두 있으신가여?”
“아, 아닙니다… 큼, 크흠….”
애써 태연한 척을 하지만, 분명 당황했을 거다.
게다가 겜 한 판 해보고, 정 아니다 싶으면 상대방 쪽에서 합방 자체를 그만 둘 수도 있었다.
뭐, 나야 어느 쪽이 되든지 별 상관은 없었다.
다만, 시청자들을 쉽게 늘릴 수 있는 기회는 사라지기에… 이왕이면 나보다 큰 스트리머와는 합방을 꾸준히, 그리고 오래 유지하는 게 좋았다.
하와와님 미모에 반해서 옆방에서 이사왔습니다^^
유입 어서오고.
ㅎㅇ
여기가 하와와 여신님 방송하시는 곳 맞죠? 옆방에서 찾아왔는데….
마즘 ㅇㅇ
지금 이렇게 실시간으로 옆방에서 넘어오는 시청자들이 꽤 있었다.
그들이 늘면 늘수록, 내 방송의 성장속도는 더욱 더 빨라질 터.
[여신하와와1 님, 별풍 500개 후원 감사합니다!] 이제 이 시청자들은 제 껍니다. 제 마음대로 돈통이 될 수 있는 겁니다!
“하와왓? 여신하와와1님~ 별풍 500개 후원 캄사한 거시에오옹!”
“시청자분이 별풍 쏘셨어요?”
“넹!”
“부럽네요. 원 플러스 원으로 저도 인사드리겠습니다. 후원 감사합니다!”
“원 플러스 원이 머에옄ㅋㅋㅋ”
“그냥 특별 행사 상품이에요 ㅎ”
시청자의 후원 덕분인지는 모르겠지만, 아까에 비해 그가 차분해졌다. 드립도 치는 걸 보면 다행이라고 여겼다.
다만 드립의 상태가 뭔가 나사가 빠진 게 문제기는 했지만, 이건 방송이 늘다보면 자연스레 고쳐지겠지.
“하와와… 루산은 이번에 나온 캐릭터인데, 갠찮은 거신가요오오?”
“네. 몇 번 써봤더니 좀 사기 같기도 하고 좋더라고요.”
“하와와… 그럼 다행인 거시에오오….”
루산은 일대일에 특화된 폭딜형 원딜 캐릭이다. 총을 쏘는 캐릭터들 중에서 모션이 꽤나 좋게 뽑힌 편이라, 공격속도가 빠른 캐릭터기도 했다.
한편, 상대 원딜과 서폿은 각각 무모한 탐험가와 쏘라카를 선택했다.
둘 다 초반 3렙까진 약해서, 나랑 루산이 과감하게 딜로 찍어 누른다면 사릴 수밖에 없는 챔프 조합이었다.
어느 새 게임은 시작됐고, 내가 속한 진영은 레드. 적이 속한 진영은 블루였다.
정글러의 몹 사냥을 도와준 후, 라인으로 들어섰다.
슈우웅 팡!
유성이 날아왔지만 피했다.
Q를 찍었다는 것은 분명, 1렙 때 많은 데미지를 입히려고 찍었을 것이다.
곧이어 들어오는 상대 원딜의 투사체. 오른쪽으로 좀 더 빨리 돌았으면 피했을 텐데, 맞아서 아쉬웠다.
그런데 내가 한 방을 맞자, 쏘라카가 이어서 평타를 때려보려고 앞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나는 미리 찍은 Q를 쏘라카에게 던져, 실명 상태를 걸고서 쏘라카의 평타를 무력화시켰다.
이후엔 쏘라카에게 평타를 한 대 툭 치면서, 그에게 말했다.
“김댕댕님! 이거 같이 때려 주세요오오!”
“아, 네!”
몹을 때리던 그가, 내 부탁에 바로 다가와 쏘라카를 같이 때려줬다.
루산이 순식간에 스킬과 함께 평타 3대를 쏘라카에게 밀어 넣자, 점화와 평타를 같이 넣으면 쏘라카 킬을 할 수 있을 거 같았다.
쏘라카가 빠르게 점멸을 써서 도주를 시도하자, 나도 따라서 점멸을 쓰면서 황급히 점화와 평타를 넣었고.
상대 원딜이 쏘라카에게 회복 스펠을 써줬으나 결국 킬은 딸 수 있었다.
하지만 그동안 상대 원딜도 멍청하게 가만히 있던 건 아니었다. 그 사이에 내 피가 죽을 듯 말 듯 한 상태였으니까.
그런데 이 때, 그가 몹을 잡아주면서 레벨 업을 했다.
이는 간당간당하던 내 체력이 어느 정도 늘어났음을 뜻했고, 김댕댕이 추가로 회복을 써주면서, 오히려 상대 원딜에게 역공을 가할 기회가 생겼다.
“댕댕님! 그냥 돌격해서 무탐도 잡아버리시죠!”
“네. 안 그래도 저 녀석 때리고 있어요!”
불길함을 느낀 무모한 탐험가는, 두드려 맞다가 바로 점멸을 써서 살아나갔다. 그걸 본 나는 입맛을 다시며 아쉬워했다.
“하와와… 아까운 거시에요오오….”
“그러게요. 얘까지 땄으면 바텀 주도권은 무조건 저희한테 있어서 개꿀이었을 텐데.”
하지만 그들이 2렙도 못 찍고 집으로 귀환했다는 건, 우리로서는 엄청난 이득이기는 했다.
롤은 초반에 상대보다 1렙이라도 딸리면, 일부 사기 챔프를 막론하고 보통은 레벨이 높은 쪽이 주도권을 쥐는 게임이었다.
그래서 방심만 안 한다면 끝까지 주도권을 쥐면서 게임을 무난하게 이길 수도 있었다.
우리가 이제 막 3렙을 찍었을 쯤, 상대가 라인을 복귀해 2렙을 찍었다.
상대 팀이 채팅으로 내분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까보단 훨씬 소극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상대에게서 견제가 아예 없자, 김댕댕은 편하게 몹을 잡아먹으며 돈을 벌고 있었는데.
우리가 서서히 라인을 밀고 있어도 상대가 가만히 있자, 뭔가 이상했다.
“댕댕님, 저희가 역으로 라인을 당기는 게 어때요?”
“네? 저희 이미 라인 밀리고 있는데….”
“…상대가 라인을 밀어주길 기다리고 있는 걸로 봐선, 상대 정글이 올 수도 있어요. 그게 걱정 되서 그런 거시에오오….”
“흐음… 그래도 이왕 라인 민 거, 끝까지 밀어야 되지 않을까요?”
“그럼 라인 미는 거 도와드리면서 정글 동선 확인해보는 거시에오… 제가 백핑 치면 그 때 빨리 빼주시는 거시에오….”
“알겠습니다.”
결국 라인을 끝까지 밀어 가는데, 아까 그와 말하는 과정에서 박았던 와드에 적 정글러가 감지됐다.
급하게 백핑을 치고 있는데, 쏘라카의 시선끌기에 한 눈을 팔았던 김댕댕의 반응은 느릴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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